요정이 들려주는 이야기2
안 그래도 로드 커피는 요새 인터넷 상에서도 화제다.
몇몇 카페 주인들은 영업 비밀을 알기 위해서 산업 스파이(?)의 입장으로 손님인 척 찾아온 적도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커피 제조 방법을 팔지 않겠냐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로드 커피는 주변에서 침을 흘릴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했다.
게다가 예전에 갓도리 때처럼 방송사 사람이 찾아와서 인터뷰 제의를 몇 번 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아직까진 신사적이긴 하지만, 만약 더 유명해지고 월등한 수익을 낸다면 마법의 커피 머신을 훔쳐가려는 사람도 종종 생길 것이다.
‘마법의 커피 머신이 누군가에게 빼앗기는 것은 딱히 문제가 없어. 설사 마법의 커피 머신을 해부한다고 쳐도 그건 이해할 수도 없고, 또 같은 제품을 복사할 수도 없을 테니까.’
괜히 앞에 ‘마법’ 이라고 붙는게 아니다.
일반적인 과학 기술로도 해결할 수 없는, 그야말로 비상식적인 힘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마법의 커피 머신을 뺏길 경우, 돈 벌 수단이 없어진 지우는 어쩔 수 없이 새로 장만해야한다.
매번 누가 훔쳐갈 때마다 거금 2,000만 원을 소비해서 구입할 수 없는 연유도 있었지만 지우가 두려워하는 것은 또 하나 있었다.
‘마법의 커피 머신에 대해 다른 고객이 눈치를 챈다면?’
지우가 예전부터 걱정했던 부분이다.
다른 고객의 유무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지우는 분명히 자신 외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앱스토어가 지우 한 사람을 위해서 존재할 리도 없을 것이고, 언어 또한 한국어로 되어있으니 분명 같은 국적의 고객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고객이 지우에게 호의적일지가 의문이다.
만약 심성이 착한 사람이라면, 지우에게 협력을 요청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확률은 지극히 낮다. 아마 대다수가 경계할 것이다.
지우 역시 만약 눈앞에 또 다른 고객이 존재한다면, 호의를 보이기보다는 경계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다.
기적의 앱스토어에선 돈을 버는 도구뿐만 아니라 초능력 등 위험한 힘도 존재한다.
고객 입장에선 자신 외에 또 다른 비상식적인 힘을 가진 사람은 그다지 반겨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무슨 짓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경우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이고, 최악이라면 위험 요소를 그냥 두는 것을 싫어하거나, 혹은 기적의 앱스토어를 독점하고 싶은 사람은 지우를 보자마자 죽일지도 모른다.
지우는 그것이 신경 쓰여서 아주 혹시라도 마법의 커피 머신이 유출되고 이에 흥미를 끄는 다른 고객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다.
‘비밀로 하라고 서약서를 쓴다 해도 소용없을 거야.’
원래 인간이란 비밀이이라고 말하면 더욱 궁금해 하는 법이다.
지우는 그 인간의 본성을 우습게보지 않았다.
설사 임금을 높게 쳐준다고 해도, 비밀이 꼭 지켜진다는 보장을 하지 못했다.
‘영혼을 걸고 하는 서약서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예전에 심심풀이로 읽었던 소설책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주인공이 어떤 상인과 거래를 했는데, 그 내용을 발설하면 곤란하기에 무슨 마법을 사용해서 서약서를 만들었다.
그 서약서는 특이하게도 계약을 위반할 시에 생명을 잃는다.
“잠깐만! 그럼 사면되잖아!”
지우가 무릎을 탁 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에겐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는 기적의 앱스토어가 있다.
물론 영혼의 서약서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에 견주는 물건 정도는 있을 터.
지우는 얼른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어플을 키곤 상품을 물색했다.
하지만 이내 지우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없는 건 아니지만…….”
영혼의 서약서(written oath of soul)
- 상품을 구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주의. 본 상품은 엄중히 다를 것을 요구합니다.
- 오직 개인과 개인만이 표기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약속 이행을 표기하신 뒤, 혈액으로 서명하시길 바랍니다.
- 작성 방식은 간단합니다. 약속의 이행 기간을 표기해주시고 원하는 약속을 기록해주시면 됩니다. 되도록 자세하게 기록하시길 권장합니다.
- 서약서에 표기된 약속을 불이행시 영혼은 지옥의 아귀(餓鬼) 혹은 상위 악마에게 돌아가 최소 천 년 이상 동안 고통 받습니다. 약속이란 지키라고 있는 것. 부디 고객분들 께서는 엄중하게 여기고 있으시길 바랍니다.
- 본 서약서는 강제적인 물리력으로 훼손되지 않습니다. 분실할 경우, 서약서를 떠올리시면 어디에 있건 눈앞에 돌아오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단, 상위 상품인 서약 종료(Pledge exit)를 구입할 경우 강제로 파기할 수 있습니다. 허나 서약 종료의 경우 약속의 숫자만큼 배수로 비싸니 이점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 가격 : \100,000,000,000
십억, 백업도 아닌 천억.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평소에 있던 질 나쁜 장난도 없이 진지하게 적힌 상품 설명서를 보고 지우는 그 가격에 나름 납득했다.
구입을 하기 전부터 주의하라고 경고문이 가득했으며, 내용 또한 무시무시했다.
약속을 어기면 죽는 것을 넘어, 지옥에 끌려가 천 년 이상의 고통을 받는다.
무조건적으로 약속을 지켜야하는 서약서였다.
아무리 커피 머신 때문에 비밀을 지켜야한다고 해도, 지우는 설사 영혼의 서약서의 가격이 낮았다고 하여도 절대로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중에도 계약을 해제하는 상품이 있다고? 진짜 돈에 환장했어. 나보다 독한 놈들이야.”
고객을 지옥으로 보내는 주제에, 기적의 앱스토어는 더 비싼 값에 계약을 종료하는 상품도 이와 중에 광고하고 있었다.
솔직히 존경심을 넘어 무서워질 정도였다.
내심 있기를 기대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니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별 수 없나……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금만 찾아보자.”
눈을 크게 뜨고 액정 화면을 샅샅이 살펴보는 지우.
약 십여 분 정도 찾았을까, 그의 눈에 띄는 메뉴창이 보였다.
“어? 이차원고용?”
이차원고용(二次元雇用)
메인 메뉴의 아래 측에 떡하니 자리 잡은 목록을 보고 지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 보니 지우는 그간 메뉴에서 기타용품을 제외하곤 잘 살펴보지 않았다.
솔직히 마법 서적이나 검이나 창이 있는 병장기, 그리고 갑옷류가 가득한 방어구 따위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마법에 필요한 재료 역시 필요 없었으며, 돈을 벌 도구인 기타용품에만 신경 썼기에 다른 메뉴는 보지도 않았다.
마침 자신 대신에 일할 사람이 필요했던 지우는 혹시 아르바이트생도 구할 수 있나 싶어 이차원고용이라는 목록을 터치했다.
“우와아아…….”
- 작가의말
<기적의 앱스토어>는 2일에 1회 11시경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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