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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M
작품등록일 :
2013.02.05 00:08
최근연재일 :
2013.08.1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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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7,857

작성
13.02.0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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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1쪽

1장 - 초인의 목을 벨 상인

DUMMY

제 1장, 7화 - 단기 대결


아델 성이 이런저런 준비에 바쁜 사이, 매정하게도 해가 지기 시작했다. 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작은 태양인 아이안만이 하늘을 관장하게 된다. 그런 탓에 해가 금방 저물 뿐만 아니라 한 번 지고 나면 매우 금방 어두워진다.

“이건 뭐… 이제 겨우 8시쯤인데 벌써 한밤중이구만.”

칸은 성벽 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투덜거렸다. 다행히 준비는 어느 정도 다 마쳐두었다. 칸의 전술 계획대로 병력이 모두 배치되었을 뿐만 아니라 보급 물자들도 모두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경로가 만들어졌다.

‘시간이 하루만 더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별 수 없지. 나로서는 소식을 듣는 대로 왕실에서 최대한 빨리 온 거니까.’

거의 하루 만에 준비했다 보기에는 나름 선전한 감이 없지 않다. 아델 성의 모든 세력가들로부터 지원을 받아내고 베니스 남작을 설득해 전술을 펼치기로 했으니 일을 못하지는 않았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투석기를 다 수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병들이 최선을 다해서 투석기를 수리하기는 했지만, 워낙 오랜 시간 동안 방치가 되어 있다 보니 수리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기존의 투석기 8대 중 4대만이 작동 가능하게 되었다. 조립식 투석기까지 합하면 총 16대인 셈이다.

“오호라.”

칸은 사막 너머를 응시하며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멀리서부터 붉은 모래먼지가 웅장하게 일어나고 있다. 갑작스러운 모래폭풍이 불지라도 않는 한, 그럴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적이다아아!”

초소 위에서 초병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성벽 곳곳에서 종이 요란하게 울렸다. 경계태세에 있던 병사들이 본격적으로 전투태세에 들어갔으며 곳곳에서 할 일을 맡고 있던 지휘관들이 성벽 위로 올라왔다.

{만약 이 모든 짓이 쓸모없는 짓거리였다면… 만약 지기라도 한다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 죽여 버리겠습니다.}

{귀찮게 뭐가 좋다고 지구 끝까지 쫓아와요. 여기서 다 같이 죽으면 되죠.}

화기애애하게 베인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던 도중, 베니스 남작이 성벽 위로 올라와 칸의 옆으로 다가왔다. 칸이 이번 전술의 고안자여서 그런지 아니면 왕실에서 보낸 지원군이기 때문에 해주는 대우인지는 모르겠지만, 칸은 별로 상관없다는 듯 딱히 반응을 하지 않았다.

“드디어 적이 오는군.”

베니스 남작의 말투가 존대에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작전회의 때 겪었던 충격을 모두 떨쳐낸 모양이다. 칸은 그저 어깨를 으쓱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베니스 남작의 말투가 어떠냐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지만, 블랙 스콜피언 길드는 순식간에 아델 성 앞까지 포진해왔다. 블랙 스콜피언 길드 측에서 빠른 리듬의 북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에 질세라 아델 성 측에서도 북이 부지런하게 두드려졌다.

아델 성의 공격 사정권까지 접근한 블랙 스콜피언 길드는 실제 훈련을 받아 전쟁에 참가하는 병사들처럼 진열과 대오를 갖추기 시작했다. 반면 아델 성 측에서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훈련이 매우 잘 되어있군. 정말이지… 두려울 지경이야.”

베니스 남작이 옆에서 우울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칸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칸 덕분에 아델 성의 병력이 많이 충원되기는 했지만 레벨이나 훈련도에 있어서는 블랙 스콜피언 길드에 비해 뒤쳐질 수밖에 없다. 전투 경험이 없으니 별 수가 없다.

블랙 스콜피언 길드는 순식간에 군대의 정비를 마쳤다.


[공성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적의 적습을 막아내십시오!]


칸의 머릿속에서 급박한 알림 음성이 울렸다. 그로서는 처음으로 겪어보는 공성전이다.

“모두 동요하지 말도록! 비록 적의 수가 더 많을지는 몰라도 우리에게는 성벽이 있다!”

성벽 곳곳에서 지휘관들의 외침이 들려오는 가운데, 수백 개의 횃불과 붉은 흙먼지가 아델 성을 향해 빠른 속도로 진군해왔다. 그러나 성벽 가까이까지는 오지 않았다. 단지 성벽을 포위하는 진형으로 대오를 변경했을 뿐이다.

“역시 예상대로군요. 성문과 북측 성벽을 동시에 공략하려는 모양입니다.”

칸은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블랙 스콜피언 길드의 이동을 분석했다. 누가 보더라도 블랙 스콜피언 길드가 우세한 상황이다. 게다가 아델 성의 성벽은 그리 두껍다거나 높지 않기 때문에 굳이 더 취약한 점을 노리고 할 부분도 없다.

진열이 재정비된 뒤 블랙 스콜피언 길드 측에서 갑주를 걸친 거구의 남자 한 명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누구인지는 굳이 누가 옆에서 소개를 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자가 아이벤…….”

끝마디를 흐리는 베니스 남작의 표정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히 드러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델 성의 전력 전체가 긴장에 휩싸인 가운데, 전장 한가운데에 홀로 선 아이벤이 입을 열었다.

“나의 이름은 아이벤이다. 블랙 스콜피언 길드의 대원 중 한 명으로 대륙 9인의 초인 중 한 명이다! 본인은 아델 성을 상대로 단기 대결을 제안하는 바이다. 내게 맞설 자는 당장 나오라!”

묵직하면서도 심금을 울리는 음성이 공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사뭇 위엄스럽기까지 하다. 칸은 살짝 웃으며 공책을 펼쳐 펜으로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 정보상인이다. 초인이 마나를 실어 내뱉은 사자후를 겪었으니 그 경험으로부터 정보를 분석할 시간이다.

“이제 시작이군요.”

성문 쪽에서 대기를 하고 있던 기수 한 명이 아이벤을 향해 달려갔다. 본래 단기 대결은 말을 타고 이루어지는 법, 아이벤이 말을 타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도 말에서 내리라는 법은 없다. 상대방의 실력이 비교 불가의 정도로 뛰어날 경우에는 더더욱.

“아이벤이 단기 대결을 요청할 거라는 자네의 추측이 옳았군.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건가?”

베니스 남작이 탄성을 내지르더니 지친 목소리로 물었다. 성문에서 단기 대결에 나갈 기수가 대기를 하고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칸이 그러라고 시켰기 때문이다.

“정찰을 하고 돌아오면서 고민을 해봤죠. 중부 대륙의 다른 길드들을 견제하는 데에도 바쁠 블랙 스콜피언 길드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초인과 부길드장, 그 외의 정예 전사들을 빼돌릴까. 그래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베니스 남작이 설명을 듣고 나지막이 신음을 흘렸다. 칸은 설명을 계속했다.

“블랙 스콜피언 길드가 단기 대결에 나선 이유를 추측하기 위해서는 원인보다 결과를 보셔야 합니다. 초인이 단기 대결에 나가면 무슨 이득이 있을까?”

“초인이 있어야 전력이 강화되기 때문이 아닌가? 그래야 더 적은 병력의 희생으로 승리를 이끌 수 있을 테지.”

베니스 남작의 자신 없는 추측에 칸은 고개를 내저었다.

“틀렸습니다. 공성전은 개인의 힘보다는 다수의 병력이 힘을 발휘하는 전투입니다. 만약 저들이 빠르고 확실한 승리를 원했더라면 초인 대신 더 많은 길드대원을 출정시켰겠지요.”

한 번 틀렸다는 말을 듣자 베니스 남작은 입을 다물었다. 이번 정찰 임무를 달성한 인물은 칸 본인이다. 이번 전투의 전술을 계획한 사람도 그다. 베니스 남작으로서는 경청할 수밖에 없다.

“이번 침공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랙 스콜피언 길드의 현재 사정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현재 이들은 초인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길드, 그만큼 명성이 드높아졌으며 그 영향력도 무시무시해졌습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좋기만 한 점일까요?”

친목을 위해 모인 소규모 길드라면 모를까, 서로 순위를 경쟁하고 이익을 독점하는 길드의 세계는 상당히 복잡하고 험난한 편이다. 무력 길드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사항이다.

“대륙 중부에는 일류 길드가 여럿 있습니다. 밑바닥에서 치고 올라오는 블랙 스콜피언 길드를 좋게 생각할 리가 없고… 분명 여러 길드가 연합을 해 블랙 스콜피언 길드를 견제하고 있겠죠. 그게 초인과 무슨 상관일까요? 길드 연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시죠.”

“블랙 스콜피언 길드를 어떻게든 눌러버리고 싶겠지. 초인이 있으니 그러기도 애매하겠군. 자칫했다가는 초인한테 보복을 당할 수도 있으니…….”

길드 연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았다면 이번에는 블랙 스콜피언 길드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길드의 영향력을 확장을 하고 싶은데 이미 중앙 대륙은 포화 상태다. 확장을 하기는커녕 다른 길드들로부터 제재만 받고 있다.

뭔가 깨달았는지 베니스 남작이 손뼉을 짝 쳤다.

“블랙 스콜피언 길드는 본거지를 중심으로 확장하려는 것이 아니군. 아예 남부로 본거지를 이전해버릴 속셈인가!”

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블랙 스콜피언 길드의 본거지는 중부 대륙도, 남부 대륙도 아닌 애매한 중간 위치입니다. 확장을 하자니 방향은 정해야겠는데 중부 대륙은 이미 포화 상태에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해 이를 갈고 있지요. 이들은 중부의 용 싸움에 끼어드느니 남부의 뱀 대가리가 될 계획입니다.”

영역 확장과 본거지 이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애초에 블랙 스콜피언 길드의 공격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었으니 아델 성 입장에서는 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초인이 온 게로군! 현재 블랙 스콜피언 길드의 가장 중요한 사람은 길드장 본인보다도 초인인 아이벤, 길드 연합이 뒤를 칠 여유를 주지 않고 재빨리 남부로 이동을 해오기 위해 가장 먼저 초인을 출정시킨 게야.”

“이길 것이 확실한 전쟁에 초인을 출정시킴으로써 길드 연합의 이목을 속여 초인을 빼낼 수 있으니 일석이조지요. 다시 말해 블랙 스콜피언 길드의 입장에서는 초인이 최대한 부각되고 드러나야만 합니다. 초인을 최대한 드러내면서도 초인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뭘까요?”

“초인이… 단기 대결에 직접 나가 승리를 거머쥐게 하는 거군.”

베니스 남작님. 참 잘했어요.


작가의말

오늘 연재를 3편하면 10편이 넘어서서 홍보글을 쓸 수 있게 되는데..

게다가 두 분께서 재미가 있으실 것 같다고 10편이 연재되면 그때부터

보시겠다고 하셔서...

3편 연재를 하느냐가... 매우 유혹적이군요... ^^;;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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