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3국 정상회담(1)
등장인물과 배경, 권력기구와 부대 편제, 주둔지와 무기 체계, 그 성능. 그리고 역사적 사건 등등은 모두 작가의 상상에 의해 창조된 것으로 현실과는 다르고, 또 현실이 아니므로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날 저녁 6시 대동강 수산물 식당 2층 민족료리식사실에서 다시 수진을 만났으나 우리 둘만이 아니라 국방부 장관 서진성 등과 총참모장 김진성, 민은정 등이 배석한 자리였다.
우리 자리 뒤쪽과 옆쪽으로는 남북의 기자들이 자리했고, 평양 일반 시민들이 앉은 자리도 드문드문 있었다.
물론 그사이에는 호위총국이 경호를 서고 있었고 말이다.
“그래, 국방부 장관께서는 우리 총참모장에게 퇴짜만 맞았다고요?”
“예, 위원장님. 그래서 말인데, 다시 부탁합니다.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하도록 조처해주십시오. 이는 비단 우리 한국 공군에게만 이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 공군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로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위원장님이 직접 허락해주십시오.”
국방부 장관 서진성이 열변을 토하는 순간 기자들이 몰려들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취재에 열을 올렸으니 다들 내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내 대답보다는 총참모장 김진성의 말이 먼저 터져 나왔다.
“서 장관, 내가 안 된다고 했으면 안 되는 것이지 위원장 동지께 이 무슨 무례한 짓이오.”
“총참모장이야말로 남북한이 모처럼 하나가 될 절호의 기회를 왜 놓치려고 하는 것이오?”
“절호의 기회는 무슨 절호의 기회!”
북한 총참모장 김진성과 한국 국방부 장관 서진성, 두 진성이 싸우는 모습을 보니 왜 그렇게 귀여운지.
이마도 민재인 대통령과 나의 협잡도 모르고 그것에 놀아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귀여워서 잠깐 보다가 끼어들어 이렇게 말했다.
“자자, 그만! 그만들 하시오. 그리고 내 여기 강수진 양과 오전에 제법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이 문제를 생각해봤소.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렸으니 총참모장은 내 결정을 따라주시오.”
“명령만 하십시오. 위원장 동지. 그럼 목숨으로 따르겠습니다.”
“그럼 남북공군 합동훈련을 하시오. 여기 강수진 양의 청원을 나도 읽어보았는데, 육군은 기갑부대끼리 이미 우의를 다졌으니 이제 공군도 합동훈련으로 우의를 다지고, 신뢰를 쌓아 이후에는 북남이 무모한 대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만에 하나라도 다시 그런 대치가 일어난다고 해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사태의 확전은 막아야 한다는 그 말에 나도 동의할 수밖에는 없었소. 그러니 합동훈련을 하시오.”
내가 합동훈련을 하라는 말을 하자마자 기자들의 카메라가 일시에 터졌고, 짧은 환호성을 터트리는 이도 있었다.
특히 수진에게 카메라가 집중되는 것을 보면서 드디어 기회가 온 것 같아 김진성이 합동훈련을 하겠다고 대답하자마자 이렇게 말을 이었다.
“위원장 동지의 명령을 받아 북남 공군의 합동훈련을 실시하겠습네다. 그러니 심려하지 마십시오.
“그러시오. 그리고 총참모장, 공군 합동훈련을 하는 김에 해군 훈련도 같이하면 어떻겠소? 여기 강수진 양과 이야기를 하다가 공군만이 아니라 해군까지 같이 훈련하면 좋겠다고, 건의하기에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럴 것 같아서 말이오. 즉 북남 공군이 편대를 이루어 독도까지 비행 훈련을 하고, 그 밑 바다에서는 북남 해군이 독도까지 순항 훈련을 하고, 사격 훈련도 하면, 참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겠소. 그러니 공군은 물론 해군까지 같이 합동훈련을 하시오. 강수진 양 이제 됐소?”
“예, 예, 위원장님.”
내가 묻자 수진이 얼떨결에 이렇게 대답했는데, 약간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말을 보탰다.
“그럼 나는 강수진 양의 청원에 답을 했소. 민재인 대통령도 답을 했기에 여기 서진성 장관을 보냈을 것이나 해군 합동훈련은 계획에 없던 것이니 이제 묻겠소. 서 장관도 찬성이오?”
“민재인 대통령님께서도 강수진 양의 청원에 답하시면서 해군 합동훈련까지 하시자고 했으니 저도 당연히 찬성입니다.”
“하하하. 그럼 됐네. 됐어. 자, 모두 잔을 드시오. 여기 강수진 양의 청원이 이루어진 기념으로 건배합시다. 북남을 위하여! 북남 공군과 해군을 위하여! 건배!”
이것으로 민재인 대통령과 나의 협잡스러운 쇼로 말미암아 수진은 남북공군과 해군의 합동훈련을 성사시킨 장본인이 됐다.
그러니 내가 바라는 것처럼 5급이 아니라 3급으로 특채해도 딴죽을 걸 야당이나 그런 세력은 얼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일 말고도 또 하나의 쇼가 준비되어 있었으나 그건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어떻든 그렇게 남북 합동 공군과 해군 훈련이 잡히고, 서진성 국방부 장관과 수진 등이 서울로 돌아오기도 전에 온 언론이 나서서 수진을 이번 남북 공군과 해군 합동훈련 성사의 주역으로 만들어 놓고야 말았다.
그 바람에 민재인 대통령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때를 보고 있었으니 내가 전화로 협박도 병행했기 때문이다.
3급 이상 행정관으로 특채하지 않으면, 바로 희토류 채굴에 딴죽을 걸겠다고 말이다.
“이 정도 공을 세웠으면 당연히 5급이 아니라 3급 이상으로 특채해야 하는 것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러지 않을 시에는 희토류 채굴 없던 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니 뭐 알아서 하십시오.”
“도대체 강수진 양과는 무슨 관계요?”
“아무 관계도 아니니 제발 그놈의 뒷조사는 이제 그만하시죠. 그리고 반드시 3급 이상으로 채용해야 합니다. 아니면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협박도 좀 그럴싸하게 하시오.”
“어떻든 3급 이상으로 채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민은정 대좌 아니지 이제는 소장으로 진급시킬 것이니 민은정 소장과 협상 상대가 되죠. 그러면 그림 좋을 것 같지 않습니까.”
“하긴 우리 둘이 마주 앉는 것보다는 둘이 만나서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이 더 좋기는 하겠군요. 그런데 그러면 산삼은 어떻게 되는 것이오?”
“드릴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다면 내 진지하게 한번 고민해보겠소.”
“고민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그런데 강수진 양은 잘 도착해서 고향으로 무사히 갔습니까?”
“무사히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와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감시가 아닌 경호는 하지요?”
“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하면 이만 끊습니다.”
“그러시오. 그러나 곧 제주에서 다시 봐야 하니 그때 기대하고 있겠소.”
***
수진은 이때 평양 다녀온 이후와 이전이 완전히 바뀐 현실에 잘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마음을 다잡아 먹고 친구 이수영과 함께 서울 광화문 인근의 아파트를 둘러보고 있었다.
“수진아, 여기 좋다. 저기 청와대도 바로 보이고, 광화문, 경복궁, 정부종합청사, 서울지방경찰청, 저 멀리는 북한산도 보이는데, 어때?”
“네가 마음에 든다면 이 아파트로 하자.”
“그럼 그래. 그런데 진짜 청와대에서 일할 거야?”
“그러기로 마음을 먹었으니까 이렇게 아파트 구하러 왔지.”
“학교는?”
“취업하는데,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 안된다면, 휴학하고.”
“하긴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하시는 높은 분인 될 것인데, 안 해주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겠지.”
“그렇겠지. 그리고 춘천 아파트는 팔 것이니까 나 보려면 여기 자주 와라.”
“춘천 아파트는 그냥 두면 집값이 지금보다 훨씬 오를 것이니까 팔지 말고 전세를 줘. 그리고 춘천 자주 안 올 거야?”
“자주 못 갈 것 같아서 그래. 그러니 네가 자주 놀러 와. 그리고 나도 춘천 아파트 팔기 정말 싫지만, 22살짜리를 3급으로 특채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 22살짜리가 아파트를 2채나 소유하고 있어 봐. 네가 좋아하는 야당에서 뭐라고 할까. 안 봐도 비디오 아니냐. 그래서 팔려는 거야.”
“그 사람들도 거의 아파트나 건물 그도 아니면 상가 등 해서 부동산 부자들이야. 그러니 그냥 가지고 있어.”
“그 사람들이 그렇다고 나까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으니 팔려고 하는 거야.”
“참, 너도.”
평양에 다녀온 이후 민재인 대통령에게서 준비되는 대로 특채하겠다는 말을 듣는 바람에 수진은 이렇게 춘천 아파트를 팔고, 광화문에 아파트부터 구하려고 했는데, 장소는 종로구 필운동이었다.
그리고 말한 것처럼 청와대와 광화문 등이 바로 보이는 곳으로 전세가 10억 원, 매매가는 11억이 조금 넘었기에 고민하다가 전세가 아닌 매입하기로 했다.
현 정부 정책 덕분에 아파트 가격이 1억이나 떨어졌다는 중개사의 말과 주변의 평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어떻든 그렇게 방 3개, 주방과 거실, 욕실 2개, 파우더룸과 베란다가 있는 40평형 아파트를 구매하기로 한 수진은 그 길로 학교로 가서 담당 교수를 만나 청와대에서 일하게 된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교수님도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청와대 국민청원 때문에 북한에도 다녀오고, 그 과정에 남북한 공군과 해군의 합동훈련을 성사시켰다는 작은 공(功)도 세웠다는 평가에 곧 청와대에서 일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휴학하고자 하는데, 교수님 생각은 어떠세요?”
“나도 언론에서 봤다. 그리고 그건 작은 공이 아니라 아주 큰 공이고, 그동안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네가 성사한 거야. 언론보도를 보니 북한 총참모장이 국방부 장관에게 처음에 거절했다면서. 그런데 네가 김정은 그 사람을 만나 담판을 지었다던데, 정말 그랬다면 대단한 공을 세운 것이야. 그리고 학교는······.”
나는 그때 호위사령부에서 민은정 어깨에 진짜 별을 달아주고 있었다.
물론 대좌 계급장에도 별 4개가 박혀 있고, 북한군 소위 이상의 계급장에는 다 별이 박혀 있지만, 위관급은 가운데 빨간 줄 하나, 영관급은 가운데 빨간 줄 두 개가 그어져 있다.
그러나 장군은 가운데 빨간 줄이 없는 순수한 별 판만 박혔기에 그런 계급장과는 격이 달랐다.
“민은정 소장! 소장 진급을 축하한다. 그리고 별 하나 다니 태가 난다. 태가 나!”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지.”
“자식. 지금처럼만 해라. 알았어.”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좋아. 좋아. 그리고 정말 열심히 하면 별 하나 더 달아서 중장으로 진급시켜 준다. 하고 일주일 휴가 줄 테니까 집에 다녀와라. 그럼 할 일이 제법 있을 거다. 하고 이건 휴가비다! 그러니 가라. 휴가!”
"감사합니다. 위원장 동지."
“그래. 그리고 휴가 가자마자 전화기부터 꺼. 그리고 실컷 놀다가 와라. 그래야 남조선 제주도부터 가고, 북, 남, 미 정상회담도 해야 하는 등 일이 아주 많을 것이니 다시 힘을 내서 열심히 달리지.”
“지금도 힘이 넘칩니다. 위원장 동지.”
“좋겠다. 힘이 넘쳤어. 그래도 휴식은 필요하니 휴가 가서는 일은 잊고 잘 놀아. 부모님과 맛있는 것도 먹고, 고향 친구들도 만나고. 그렇게 말이야.”
이 말과 함께 한국 돈 1,000만 원이 든 봉투를 주었다.
민은정의 고향 개성은 이즈음 달러보다는 한국 원화가 자유롭게 통용되고 있었으니 다 개성 공단 때문이었고, 개성 관광을 오는 한국 사람들 때문이었다.
- 작가의말
현실과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고, 그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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