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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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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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2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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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th 10. 균형자(5)

DUMMY

어라... 이 수도에서 당당하게 나에게 반말을 할 수 있는 존재라니...?


“자네도 장보러 나왔나?”


게다가 이 친근하게 말을 거는 사람은.......


“누구신지?”


붉은 수염을 기른 붉은 머리카락의 중년남성. 젊었을 때는 꽤 잘생겼을 것 같은데, 저 수염이 덥수룩해서 별로...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어허... 나를 모른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본 느낌도 들고...


“으음......”


“아빠~ 재료 다 구해왔어~”


토도도...


그리고 저 뒤에서 달려오는 붉은 머리카락의 10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


“......설마...”


이 모든 조건에 맞는 사람이 하나 생각났다.


‘설마... 그럴 리가...’


그러나 상대는 내 기대를 간단하게 깨버리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렇네. 황제네.”


“에에엑?!”


어째서 황제가 이 곳에?


“자네, 모르고 있었나?”


“황제가 이런 시장에 온단 말이야?!”


어라, 너무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반말을...


“어허... 매일 점심, 저녁은 나와 세린이 직접 만들어 먹는데 말이지...”


“......”


거 참 소탈하군. 나보다 더.


“라드. 누구야?”


여신이 나를 건드리며 눈치를 줬다.


“아, 반갑습니다. 파이온 티라스 게론 1세라고 합니다.”


황제는 레이디에 대한 예의까지 보이며 인사했다.


“......”


지금 이거, 여신인 줄 알고 그러는 건가?


“그런데... 레이디는...”


‘몰랐군’


“이쪽은 슈발로이카 여신.......”


여기까지 말하다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


‘일났다’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라드래...”


“잠깐, 저렇게 어려?”


“그 자식이겠지! 라드 Jr이라던가.”


여러분... 본인 맞습니다... 내가 이 나이대의 자식을 가지고 있으려면 12~3살에 사고쳤게?


“화, 황제?”


“말도 안 돼! 이번에 깎아달라고 해서 거절했다고!”


“나는 황제에게 반말을...”


몇몇 상인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고 있었다.


“이거 꽤 난감한 상황인걸.”


황제도 지금에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것 같았다.


“일단 자리를 피하지.”


“알겠습니다.”


나는 여신과 티엘의 손을 잡고 앞서가기 시작했고, 황제도 자신의 딸과 함께 식재료와 생필품을 들고 따라왔다.


웅성웅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다 무시하고 우리는 그나마 조용한 식당을 하나 찾아서 들어갈 수 있었다.


“딸꾹!”


인사 대신 딸꾹질을 하는 이 주인은... 왠지 우리가 여기서 어떤 얘기를 해도 괜찮다는 암시를 주고 있었다. 딸국질 하느라 관심이 없어 보이니까.


“후우..... 어떻게 놓친 사람 없지?”


마사, 티엘, 여신.


“음. 다 있군.”


황녀도 어찌어찌 잘 따라온 것 같았다.


“아까 그 아저씨 없어졌는데.”


“뭐?”


지금 황제만 낙오되었다는 얘기인가?


“세린! 세린이 없어졌네!”


황제는 거의 울 듯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왔다.


“세린이......”


그러나 그가 찾고 있던 딸은 탁자에 짐을 내려놓고 쉬고 있었다.


“......있구만.”


황제도 머쓱했는지 헛기침으로 표정을 가다듬으며 딸과 같은 탁자에 앉았다. 이제야 자신이 딸을 잃어버린게 아니라 스스로가 미아가 되었다고 깨달은 것이다.


“여신님. 애들 데리고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있어요.”


“뭐 시켜먹어도 돼?”


난 잠시 주인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딸꾹!”


지금 당장이라도 술 과다섭취로 죽을 것 같이 보이는데...


“그러시던지...”


저런 주인이 뭘 만들기나 하겠어? 그냥 술에 취해서 딸꾹거리기나 하겠지. 결국 돈은 굳는다는 소리...


벌떡.


“음? 뭐 먹는다고?”


“......”


상인 정신이 정말 투철한 주인이군.


“세린도 뭐 먹을 것이냐?”


“아뇨. 됐어요.”


황녀는 장보기가 힘든지 탁자에 엎드려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의외인데요. 이런 평범한 시장에서 황제를 만나다니.”


그냥 귀족집인 우리도 케이안이 하인들 시켜서 사온 재료로 만든 요리를 받아먹는데...


“심심하니까.”


“......”


참 이유도 단순하다.


“그런데 저쪽 아가씨는?”


“아... 그게...”


사실대로 말해도 되려나.


“애인?”


황제씨. 그런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묻는 건 자제해주지... 그보다, 나보다 겨우 몇 살 많잖아? 왜 꼭 내 아버지 같은 얼굴을 하냐고.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럼...... 부인?”


“......그것도 아니고.”


“아! 그렇군.”


황제는 드디어 알았다는 표정이었다.


“신아양이 많이 컸...”


“아닌데요.”


“어라? 그런가?”


신아도 금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신의 머리카락보다는 약간 덜 빛나니까 확실히 구분이 가는데 말이다.


“그럼 누군가?”


황제가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


-숨겨서 뭐하게. 그냥 말해-


여신은 마사와 티엘을 데리고 간단한 간식거리를 먹고 있었기에 입으로 말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가게에서 만든 것을 안심하고 먹어도 될까...


“여신이요.”


“여신?”


황제는 잠시 내 말의 뜻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후후... 그렇군. 자네의 여신인가?”


아니, 잠깐. 근데 이 웃음은 뭐야?


“자네의 심정을 이해하기는 하지만 진짜 여신을 내버려두고 저런 아가씨를 여신이라고 하면...”


“아니, 진짜 여신인데...”


아무래도 황제는 여신이 인간계에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저쪽 두 아이는...”


한 명은 황제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마계공작이지만...


‘정신 연령은 그냥 애니까...’


넘어가자. 어차피 본인도 아이라고 불려도 아무런 신경을 안 쓰고.


“그냥...... 맡아서 키우는 애들인데요.”


어쩌다보니 정말 맡아서 키우게 된 애들이지.


“음. 귀여운 남매군.”


황제는 푸근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남매......’


티엘은 누가 봐도 사내아이로 보이는구나. 자세히 보면 여자아이라고 알 수 있을 텐데. 아, 아직 어려서 그런가?


“어쨌거나 안 돌아가요?”


“아, 돌아가야지. 필요한 것은 다 샀으니까.”


그런데 황제는 웃기만 하고 움직이려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왜 안 움직...”


“그런데 영지는 언제 다스릴 건가?”


윽.


“그거야......”


집안일 처리하기도 바쁜데...


“아, 자네는 영지가 없었지.”


“......”


장난하나!!


“뭐, 있기는 하지만 다 황무지에 숲이니까.”


“......어디 길래...”


“남쪽 죽음의 사막으로 가는 협곡 전부.”


“......”


넓기는 정말 넓군. 공작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야.


“영지민은 그곳에 있는 할머니 한 분이 전부지.”


아, 예전에 자르카와 나에게 사기쳤던 그...


“......그런데 거길 어떻게 다스리라는 말인지...”


“농담이네.”


“......”


황제는 이상하게 나를 가지고 놀려는 것 같았다.


“후우......”


갑자기 웬 한숨?


“요즘 괜히 내 권위를 세운다 뭐다 해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더군.”


“아......”


오로스가 말했던... 그?


“솔직히 나는 귀찮아. 자네가 조금만 권력 욕심이 있더라도 황위를 넘겨주고 조용히 작은 영지에 내려가서 살 것이네.”


“아니, 황제가 그렇게 욕심이 없어서...”


“사실대로 말하자면...”


황제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황제라고 해서 좋은게 뭐 있나?”


“......?”


아니, 좋은게 없다니?


“사실 게론은 거의 망하다시피 해서 재건하느라 일만 죽도록 하고 있지. 게다가 끊어진 도로를 잇고 계속해서 나타나는 마물을 처리해야 하고 영지에서 보내오는 특산품들 적당히 시장으로 배출해야지... 으으윽. 한마디로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부귀영화라고는 쥐뿔도 없고 일만 죽도록 많은 정말 맡기 싫은 자리가 현재 게론의 황제네.”


“하하......”


듣고 보니 그렇다. 뭐가 있어야 부귀영화를 누리지...


“그나마 내 아이에게는 이런 일을 넘겨주기 싫어서 일하고 있을 뿐... 최소한 내 자식에게는 이것보다 좋은 상황에서 물려줘야 되겠지.”


“......”


황제의 비애가 느껴진다.


“아니, 솔직히 나는 그들이 내 자리를 노린다면 양보해 주고 싶네.”


“그런데...?”


“내 자리를 노리지는 않고 나만 위대하게 만들려고 하니까 문제지!”


“......”


어쨌거나 황제는 나를 숙청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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