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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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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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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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4th 06. 부활하는 마족사냥꾼(4)

DUMMY

“......”


그녀는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다.


주륵.......


하지만 꿈속에서도 무언가 슬픈 일이 있는지, 자면서도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세아님......’


바로인레스, 카레시안, 시드린. 이 셋의 친위대가 아세니카르의 레어에 모여 있었다.


“깨워야 하지 않을까요?”


카레시안의 물음에 시드린이 고개를 저었다.


“인간의 모습으로 지난 2달간 잠들지 않으셨어.”


“그렇다면...”


“그래. 이대로 내버려 둬.”


용족은 용족 원래의 모습으로는 잠을 안 자고 몇 년이라도 버틸 수 있었지만, 인간의 모습이라면 인간과 비슷한 수면을 취해야 했다. 그런데 아세니카르는 그런 수면을 거부하고 지금까지 참아왔던 것이다.


“가지 마......”


아세니카르의 잠꼬대에 시드린이 조용히 이를 갈았다.


‘어째서... 그 녀석에게...’


단지, 본능일지도 모른다. 알에서 태어난 새가 처음 보는 존재를 부모로 믿고 따르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것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설명하기에 부족한 것이 있었다.


주르륵......


결국 시드린이 참지 못하고 아세니카르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뚜둑!


“꺄악!”


순간적으로 시드린의 몸이 넘어가고, 시드린이 정신을 차렸을 때 아세니카르는 눈물이 맺힌 얼굴로 시드린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미안. 방어본능은 나도 어쩔 수 없는 거야...”


아세니카르의 사과에 오히려 시드린이 고개를 숙였다.


“바로인레스. 에이져에 대한 정보는 알아냈나?”


바로인레스는 아세니카르의 물음에 무릎을 꿇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들의 로드, 함부로 서서 얘기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찾았습니다.”


“얘기해.”


바로인레스는 자신의 만년에 달하는 기억을 되짚으며 지금 말해야 할 내용을 정리했다.


“일단, 그는 용족의 계보에는 없는 존재입니다.”


“뭐?”


“용족이 아닌 것으로 사료되며...”


“잠깐, 잠깐. 라드와 자르카, 이 둘이서 분명히 ‘드래곤’이라고 말했다고.”


아세니카르의 말에 바로인레스는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색이 이상합니다. 하늘색의 드래곤은 없습니다. 미르계열이라면 모르겠지만, 미르계열은 예전에 이 세계에서 사라졌으니......”


“.......”


용족은 원래 드래곤 계열과 미르 계열로 나뉘어져 있었다. 미르계열의 용족은 원래 얼마 되지 않았다. 색으로 나누어진 드래곤 계열과는 달리 용족 전체에서 단 한 핏줄만이 전해져 내려오던 그들은, 후손이 귀해 결국 새끼를 남기지 못하고 예전에 멸망해버렸다. 그것이 바로인레스가 태어나던 시기, 즉 10000년 전이다.


“로드께서 말씀해주신 다른 특징으로서는......”


바로인레스는 다른 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푸른색의 번개라면... 확실히 미르족의 번개와 비슷하지만, 그는 드래곤의 모습이고......”


결국 에이져의 정체는 알 수 없다는 얘기였다.


“바로인레스. 그거 정확한 정보인가?”


“당연한 얘기입니다. 알의 상태에서 죽은 드래곤까지도 전부 기록이 되어 있으니까요.”


“......”


아세니카르는 그 말에 이마를 찌푸렸다.


“혼혈이 아닐까?”


아세니카르의 조심스러운 의견에 카레시안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됩니다. 용족에서 누가 이종족과......”


거기까지 말하던 카레시안은 살짝 불쾌한 듯 인상을 쓰고 있는 아세니카르의 표정에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생각하시는지?”


“블루 드래곤과 미르의 혼혈... 그 정도라면 얼추 그런 색과 힘이 나올 것 같은데.”


끝까지 말을 들은 시드린이 아세니카르의 의견을 부정했다.


“힘듭니다. 비록 몰래 이종족과 자손을 퍼트린 용족이 있었지만, 그들은 대부분 상대 종족의 특성을 따랐으며...”


“잠깐.”


아세니카르는 시드린의 말에서 뭔가 찾아낸 것 같았다.


“대부분?”


“네. 대부분...”


시드린은 자신이 한 말에 무슨 이상이 있느냐는 표정이었지만, 아세니카르는 뭔가 잡아낸 표정이었다.


“용족의 기록에 ‘대부분’이라고 남아있다는 것은, 예외가 있었다는 얘긴데?”


“그건......”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시드린은 아세니카르의 말에 잠시 정신을 집중해 자신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그런 기록을 봤기는 봤지만......”


“무슨 기록?”


“그게 거의 바로인레스보다 훨씬 전 시대의 이야기라......”


수만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미르와 드래곤 사이에 혼혈이 태어났는데, 그 혼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용족과 시비가 붙어 죽었다고 합니다.”


바로인레스의 말이었다.


“죽었다면 아니잖아. 로켄과 같은 죽은 것을 억지로 살린 모습도 아니었고.”


아세니카르는 굉장히 실망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바로인레스의 이야기는 끝난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 혼혈이 그 전에 마물과의 사이에서 새끼를 나았는데......”


“마물?”


“마물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군요. 인어였으니.”


“그래서?”


“그 자손에 대한 기록은 당연히 없습니다. 그 혼혈에 대한 기록도 겨우 남아있었으니까요.”


“설마......”


아세니카르는 다시 라드와 자르카에게 들은 정보를 생각해보았다.


“하늘색의 전격... 그 하늘색이 물의 힘이라면...?”


“.......”


여기까지 결론을 내리고 아세니카르는 다시 지도를 펼쳤다.


“물과 가까운, 그리고...... 하늘과도 가까운 곳...”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속성과 비슷한 곳에 레어를 만들게 되어있다.


“어디지?”


아세니카르가 찾지 못하자, 바로인레스가 한 곳을 짚었다.


“이곳이 제일 유력합니다.”


바로인레스가 가리킨 곳을 본 아세니카르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여기는...”


그곳은 바로 성도 근처의 산이었다. 정상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는데, 물이 깨끗하고 시원하지만 산이 너무 험해 들어가기 힘든 곳이었다.


“바로인레스. 다른 곳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사실 이 곳을 추정한 근거는...... 이곳 근처에 있는 호수에 인어가 살고 있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그렇다면, 아세니카르의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곳이 맞다는 얘기였다.


“우연인가, 아니면......”


아세니카르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해져 있었다.



“응?”


집에 에페레오스를 가져다 놓고 유랑극단 마차가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는데, 왠지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린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만... 뭐, 그냥 유랑극단이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도구 냄새겠지요.


“그런데 그거 아나?”


“뭐?”


“요즘 주변 마을이 마물들에게 습격 당하고 있다던데.”


아저씨들이 말씀하시는 말들이 귀에 걸려서, 저도 모르게 훔쳐듣고 있었습니다.


“글쎄, 소문 아니었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 마을에 가보니 별 이상이 없어서 말이야.”


“그럼 소문이겠지.”


“하지만 그 생존자들의 말을 들어보자면... 분명히 마을 사람들이 죽는 것을 봤다고 하던데.”


“결국 그 생존자도 마을로 돌아갔지 않은가.”


“그런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음... 뭐였더라...’


왠지 생각나는 것이 있었지만 주변이 시끄러워서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아, 도플갱어.”


그 마물은 인간의 모습을 따라하는 마물로, 만약에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도플갱어가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그 모습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한 두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렇게 다수가... 게다가 도플갱어는 전투력이 없는데.’


도플갱어는 전투력이 없습니다. 그냥... 변신한 상대와 비슷한 정도랄까. 그러니 마을에 한꺼번에 누가 들여놓지 않는 이상... 하지만 반 정도가 도플갱어로 변했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생존자가 전부 도망친다면 그 이렇게 헛소문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뭐 그냥 아니겠지’


성전이 끝나고 마물들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시골 마을에 뭐가 있다고 습격하겠습니까.


“어라......?”


선배가 밖에서 뭔가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저기 뭔가가 오는 것 같지 않아?”


다시 말하지만, 이 주변은 완전히 평지라 저 멀리 있는 것들도 볼 수 있습니다.


“으음.......”


찌직-


뭔가 뒷덜미에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기분은......’


다시 시선을 그곳으로 집중하니......


“......선배. 문 닫아요.”


“응? 왜?”


“저건......”


찌직- 찌지직-


“마물......”


게다가 마물들은 엄청난 속도로 이곳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마물이라고?”


“네. 확실해요.”


선배도 잠시 평원을 응시하더니,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문으로 내려갔습니다.


“이봐, 그쪽 손잡이를 당겨.”


“네.”


치안대는 우리 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일도 우리가 전부 해야 했습니다. 선배와 함께 문을 닫고 빗장을 걸자, 선배는 안심한 것 같았습니다.


“휴우... 이제 다행이군.”


“그런데 어쩌죠.”


“어쩌긴. 이 위에서 열심히 화살을 날려서......”


“......둘이서 저 수를요?”


마물은 적게 보더라도 100단위는 넘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관문이 뚫리지 않는 이상......”


“뚫려요. 마물의 힘은 사람의 힘과는 비교도 안 되니까.”


이렇게 작은 마을의 관문은 우습게 뚫릴 것입니다.


“역시 그건 아니었구나.”


비린내를 맡고 설마 했는데...... 저 마물들의 냄새였나 봅니다.


“무슨 말이야?”


“아니에요. 어쨌거나 빨리 사람들을 대피...”


몇몇 아저씨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들?”


“......”


찌직-


아저씨들을 보자 다시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선배. 저건......”


“저거라니. 에른. 버릇이 없구나.”


행동도 같고, 목소리도, 외모도, 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하는 버릇도 같지만...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거슬려!!’


푹.


“이봐! 에른!”


선배가 놀라서 저에게 창을 들이밀었지만, 저는 조용히 아저씨의 배에 박아 넣은 창을 비틀었습니다.


“에른... 왜...”


“선배. 보세요.”


“......!”


아저씨의 배에서는 붉은 피가 아니라 끈적끈적하고 투명한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 유랑극단은... 이미 도플갱어...’


하지만 도플갱어가 뭉쳐서 움직이고, 이런 전략을 쓰다니... 말도 안 되는데... 누군가 조종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


문으로 다가가는 몇몇 도플갱어를 베었지만, 선배가 앞을 가로막아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선배! 이것들은 마물이라고요!”


“잠깐, 그러다가 진짜가 섞여 있으면 어쩌려고!”


“그건......”


마족사냥꾼의 능력이라면 바로 알아낼 수 있는데... 그것을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끼이이...


그렇게 선배와 싸우는 동안 어느새 관문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선배!”


선배를 떨쳐내고 도플갱어들을 베어 관문이 완전히 열리는 것은 막았지만, 이미 마물들은 근처에 다가와 있었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선배는 정신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하기야 자신이 알고 지내 사람들이 전부 도플갱어가 되어 찾아온다니... 무섭겠지요.


“빨리...... 도망쳐요!”


콰광!


반쯤 열려있는 관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마물들. 다행히 그 마물들은 도플갱어를 사람으로 착각했는지, 도플갱어를 먼저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후우......”


선배는 그 모습을 보더니,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먼저 가라.”


“네?”


“먼저 가. 아까 내가 실수로 너를 말리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잖아.”


“선배......”


선배는 창쓰는 방법도 모르면서...


“게다가 너같이 어린 녀석을 앞세울 수는 없잖아! 빨리 가서 사람들을 대피시켜!”


“......”


마음은 고맙지만...


턱.


덜덜 떨리고 있는 선배의 창을 뺐었습니다.


“선배. 잘 들어요.”


“으, 응?”


“지금 저희 집으로 가면, 큰 검이 하나 있을 거에요. 양손검 아시죠?”


“아니...”


“그럼 할아버지에게 달라고 해요. 어쨌거나, 그걸 가지고 와 줘요!”


그렇게 말하고 선배를 뒤로 밀었습니다. 선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제가 다가온 마물의 목을 창으로 꿰뚫자 어느 것이 진짜로 나를 돕는 일인지를 깨달았는지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길! 에른! 절대로 죽지 마!”


“......알았어요.”


마물들은 어느새 도플갱어들을 다 제거하고 저에게 다가오는 중이었습니다.


찌지직!


게다가 이 감각은... 마족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족사냥꾼의 감각과는 조금 다른 느낌도 느껴졌습니다.


‘좋지 않은 상황이군’


하지만, 이 정도 고난쯤이야... 예전에 비하면 우습지요.


“캬아아!”


달려드는 마물의 배에 창을 꽂고, 그대로 앞으로 달렸습니다.


촤아악!


“캬악!”


창날에 의해 마물의 배는 그대로 갈라졌고, 저는 마물들에게 더 가까이 가게 되었습니다.


“후후......”


‘이 정도 고난쯤이야, 예전에 겪었던 일들에 비하면 별 것 아니지’


“......응?”


그런데 제가 이런 고난을 겪었던 적이 있었던가요? 대부분 형이 처리하고 전 뒤에서 구경만 했었는데......


부웅! 붕!


“깨갱!”


“캬아악!”


정신 없이 창을 휘두르다 보니 자루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역시 싸구려 창으로는 마물을 상대하기 힘든 모양입니다.


“칫......”


뒤로 몸을 물리며 바닥에 놓아두었던 선배에게서 뺐은 창을 들었고, 다행히 마물들은 제가 창을 주울 때까지 덤벼들지 않았습니다.


“와라.”


“컁!”


푸욱!


선두로 달려오던 마물의 눈을 찔러 뇌를 관통시키니 달려오던 마물의 움직임이 멈췄습니다.


“후아... 후아... 다음은 누구......”


저는 그대로 멈춰야했습니다.


“......당신은...”


제 꿈속에 나왔던, 검은 머리카락의 여인......


“당신이 어째서?”


그녀는 마물들의 사이에 서 있었습니다.


찌직- 찌지직-


묘한 기분이 들고 있었지만, 무시하고 그녀를 계속 바라보았습니다.


-봉인이 풀린 생활은 즐거우셨나요?-


“......무슨 말이죠?”


요즘 따라 왜 다들 알 수 없는 말만 죠?


-당신이 원해서, 저는 카이룬의 불의 재생으로 당신이 살아나는 순간에 어둠의 봉인을 풀었습니다-


어둠의... 봉인? 불의 재생?


-그 결과 봉인 안에 가둬져 있던 당신의 일부와, 봉인 밖에서 탄생한 당신의 일부가 하나가 되었고... 그 결과, 둘은 태초로의 복귀를 선택하였습니다-


“......복...귀?”


-세이드. 마족사냥꾼으로서, 형을 위해 죽은 자-


내... 이름이잖아?


-바네인 카레스. 뱀파이어로서, 주인을 위해 죽은 자-


그건......


-라드. 한 아이의 오빠로서, 동생을 위해 죽은 자-


찌릿.


그래... 이 느낌은... 마족사냥꾼의 감각이 아니었군요. 신.관.으로서의 감각......


-그리고... 에른. 평화로운 시골의 병사로서 살고있는 자-


에른......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거죠?-


선택...?


-봉인이 풀린 이상, 당신은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예전처럼 바네인과 라드로 남아있지 않고, 모든 것은 하나가 되어있습니다-


봉인... 그래...


-그리고... 당신의 선택에 의해서......-


“나는......”


어느새, 나는 정신을 차렸다.


‘그래...... 좋은 꿈이었구나’


평화로운 생활. 하루 하루가 즐겁고 지루한 생활. 그것이 내가 바랬던, 그리고 내 동생이 바랬던 생활이었다.


-당신은 누구죠?-


“나는 라드 슈발로이카.”


어느새 내 머리는 밝게 빛나고 있었다.


-.......라드 슈발로이카...-


그녀는 내 이름을 마음속에 새기기라도 할 듯, 가슴을 꼭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여신의 신관.”


하지만, 내 머리는 예전과 같이 길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눈동자도 파란색으로 돌아가지 않고 검은색으로 남았다. 그래, 난 세이드이면서 바네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라드다. 과거에는 평범한 용병이었지만 지금은 신관인 것처럼, 이제는 라드 슈발로이카였다. 아무리 과거에 마족사냥꾼이었어도, 세컨드 뱀파이어였어도. 현재의 내가 라드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렇군요......-


내 결정이 마음에 든 것일까? 그녀는 따뜻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니, 알 수 있었다. 내가 어떤 것을 골라도, 그녀는 기뻐했을리라는 것을.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위험하니까요-


“그랬나?”


확실히, 지금은 모든 것이 멈춰 있어서 차분히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진짜 위험했네.”


내 등에는 어느새 다가온 마족이 손톱을 찔러 넣고 있는 중이었다.


“뭐, 따지고 보면 지금도 신관이라고 하긴 힘들지.”


신관이면 금욕, 절제해야 하는데... 신관이 된 이후에도 아란과 이런저런... 으흠!


-그럼 뭐죠?-


“글쎄요... 굳이 말하자면......”


나는 주변에 있는 마물들을 보고 웃었다.


“지금은 마족사냥꾼이랄까.”


-.......-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


마치 눈을 다쳐서 한동안 눈을 뜨지 못한 사람이 눈을 뜨듯이...


“......”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 그리고...


펄럭-


검은 깃털을 가진 날개...


“혼족......”


“저의 이름은 네리스...”


그녀가 눈을 뜨자 귓가에 울리던 그녀의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들리고 있었다.


“기억하고 계시나요?”


“응. 당연하지.”


네리스... 기억하고 있다. 세키에게 줄 선물도 네리스가 만들어줬었지.


“그렇군요......”


그녀는 잠시 웃더니 곧 흐릿하게 변했다.


“네리스?”


“전 이제 떠나야 합니다.”


“그게 무슨......”


“당신에게 어둠의 봉인으로 머물었지만... 이제는 봉인이 필요 없으니까요.”


“......”


그럼... 나 때문에?


“괜찮습니다. 어차피... 이래야 할 운명이었으니까요.”


그녀의 몸은 어느새 거의 사라져 있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후회하지 않습니다......-


툭.


어느새 나도 모르게... 슬프다는 느낌이 치밀어 올라왔다.


주륵...


-그럼 안녕히......-


그녀의 모습이 사라지고,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웅!


“......!”


잊고 있었다. 뒤에 마족이 손톱을 찔러오고 있었다는 것을...


“응? 갑자기 모습이 변......”


게다가 봉인이 풀린 부작용도 한꺼번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역시 봉인이 풀리니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


지금까지, 세이드로서, 바네인으로서 살아온 모든 기억이 지금 새겨지고 있었다.


“......칫.”


“캬아악!”


“크릉...!”


하지만 이 마물들을 남겨둘 수는 없었다. 이대로 남겨두면 나뿐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전멸할지도 모르니까. 머리가 부서질 듯이 아파 왔지만, 움직임을 멈추면 안 된다.


“여신님.”


내 부름에 빛이 마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빛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다시 만나서 기쁘다고.


“잠깐만... 빌릴게요.”


내가 정신을 잃자, 모여있던 빛이 주변으로 퍼졌다.


‘응......’


그리고, 모두의 기억이 머릿속에 나타났다.


-하하하! 네 이름은 세이드, 세이드다!-


세이드... 반그림자... 카시드(진그림자) 주변의 그림자...


-네 이름은 바네인으로 하지-


세키님... 바네인... 그건 마물 이름이잖아요. 그것도 꽤 추잡한.


-그래. 네놈의 눈빛을 보니 라드라는 이름이 어때?-


신영... 라드는... 눈빛이라는 뜻이잖아. 하여간...


“이름들하고는...”


풀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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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4th 05. 질병의 유타인(2) +4 12.01.17 258 6 9쪽
222 4th 05. 질병의 유타인(1) +1 12.01.16 386 7 13쪽
221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6) +2 12.01.16 367 8 15쪽
220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5) +1 12.01.16 322 8 9쪽
219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4) +1 12.01.14 345 8 8쪽
218 4th 04. 신을 죽이는 병기(13) +3 12.01.14 297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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