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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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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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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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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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3. 총사라 불리는 사나이.

강호




DUMMY

‘기관으로 움직이는 것이 분명할 텐데도,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부드럽게 작동한다는 것은 기관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손보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의미겠지.’

또한 그들은 분명 이 통로를 따라가면 만나게 될 거라고 암혼객은 확신했다.

어둠 속을 조심스럽게 이동하며, 암혼객은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고 사방을 살폈다.

적지의 한복판(?)에 들어온 지금, 그가 추적하던 미지의 흉수가 어둠 속에 숨어 있다 기습하지 말란 보장이 없는 상황이었다.

“......!”

그러나 기습 같은 것은 없었다.

그 대신 그는 저 멀리 은은하게 비치는 희미한 불빛을 발견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암혼객의 얼굴이 신중하게 가라앉았다.

저 불빛이 있는 곳에 가면, 아마도 그가 쫓던 미지의 흉수나 혹은 그의 일당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암혼객 그가 아무리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적의 전력은 미지수인 상황에서 새삼 신중하지 않을 순 없었다.

불빛에 가까이 가자, 암혼객은 그곳이 거대한 일종의 광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넓은 광장 곳곳에 커다란 횃불이 드문드문 있었는데, 횃불의 불빛만으로는 광장을 구석구석 다 비추기가 어려워 광장은 전체적으로 어두침침하고 안력을 돋구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어디선가 공기가 통하는지, 광장에 위치한 횃불의 불길이 바람에 흔들려 일렁이고, 그때마다 광장에 깔린 그림자는 몸부림치듯 요동쳤다.

암혼객은 그 사이를 통해 잠시 비추는 광장의 바닥에 뭔가 괴이한 문양 같은 것이 잔뜩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도대체 뭐하는 곳이지?’

황량하기도 하고 기괴한 이 장소는 도대체 무얼 하는 공간인지 그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덕분에 천하의 암혼객도 마음속 깊숙이 꺼림칙한 느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음!’

광장을 비추는 횃불의 빛이 잘 미치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 몇 명의 사람이 있는 것을 암혼객은 뒤늦게 발견했다.

‘말도 안 돼!’

천하의 암혼객이다.

그만한 고수가 아무리 어둡고 기괴한 환경이라고 해도, 저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총 세 명으로 한 명은 가부좌를 틀고 등을 보인 채 바닥에 앉아 있었고, 다른 두 명은 바닥에 앉은 사람의 양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

갑자기 우두커니 서 있던 두 명이 휙 고개를 돌려 암혼객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 암혼객을 바라보던 그들의 시선에 약간의 짜증과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들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자리에 앉아 있는 사내를 응시하며 조용히 속삭였다.

“총사님. 불청객이 이곳에 찾아왔습니다.”

“불청객?”

“그렇습니다. 도대체 무슨 냄새를 맡은 건지 저의 뒤를 끈질기게 따라붙더니... 중간에 놈을 따돌렸다 생각했는데 기어이 여기까지 따라붙은 것 같습니다.”

“... 재밌군.”

그러나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고개를 돌려 암혼객을 살피지조차 않았다.

무시를 당하는 기분에 발끈한 암혼객이 곧장 매섭게 소리쳤다.

“너희들은 누구냐? 이곳에 숨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 거지?”

매서운 추궁이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반응이 없는 건 아니었다.

총사라 불린 사내는 여전히 돌아보지도 않은 채, 옆에 선 사내들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처리해라.”

“알겠습니다. 총사님.”

두 사내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암혼객을 바라보더니. 기괴한 웃음을 지은 후 흐느적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딜 감히!”

암혼객은 선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즉시 암기를 떨쳐냈다.

그는 암기로 천하에서 세 손가락에 든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

그가 출수한 암기들은 한 줄기 섬광이 되어 그를 향해 흐느적거리며 다가오던 두 사내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갔다.

팍! 하는 괴이한 파육음과 함께 주먹 하나 정도는 통과할 큼직한 구멍이 두 사내의 가슴에 뚫렸다.

누구라도 즉사할 치명상!

암혼객은 즉시 총사라 불린 사내에게 연이어 출수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가슴에 주먹 하나 정도가 들락거릴 큰 구멍이 뚫린 사내들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흐느적거리며 암혼객에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엇?”

더구나 그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더니, 돌연 질풍 같은 속도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이게 무슨?”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당황하면서도 그는 즉각 보신경을 펼쳐 피하며 다시 암기를 출수했다.

그것도 이번엔 회(回)자결을 운용하여, 암기가 허공에서 나선을 그리며 크게 회전하게 쏘아냈다.

그렇게 쏘아진 암기는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며 그 권역 안으로 들어온 두 사내의 몸을 인정사정없이 찢어발겼다.

사내들의 팔이 찢겨 나가고, 몸에 구멍이 뚫리고, 다리가 너덜너덜하게 찢겨져 나가며 사방에 육편이 뿌려졌다.

가슴에 그만한 구멍이 뚫리고도 쓰러지지 않는 기괴한 자들이라고 해도, 이렇게 전신을 갈가리 찢어버리면 배겨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곧 암혼객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육편이 난 사내들의 잔해들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닭이나 생선 같은 것들이 머리가 잘려나가고도 움직이는 그런 광경을 연상시켰다.

이 역겹고 끔찍한 악몽 같은 장면에 암혼객은 순간 아연실색해 말을 잃었다.

“이런... 그렇게 간단히 당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는데 대단하군요.”

갑자기 들려온 한 마디에 멍하니 그 끔찍한 광경을 바라보던 암혼객은 퍼득 정신이 들었다.

그때까지 등을 보인 채 앉아 있던 사내가 마치 전부 다 보았다는 듯 던진 한마디였다.

“흥, 이젠 네 차례다!”

암혼객은 일단 그를 쓰러뜨린 후, 도대체 이 괴기스런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헤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자 그 말에 반응하듯, 총사란 사내가 가부좌를 한 자세 그대로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헛?”

부공삼매의 공력은 무림에서 보기 드문 것.

암혼객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스쳤다.

그렇게 떠오른 총사는 허공에서 빙글 돌아 암혼객을 보더니 그대로 일어섰다.

“......!”

단정하고 잘생긴 얼굴이었다.

길을 걸어가면 지나가던 여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입에 손을 올리고 힐끗 쳐다볼 것 같은 준수한 얼굴, 하지만 그 얼굴은 암혼객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의 시선은 총사란 사내의 눈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불덩이처럼 타오르는 총사의 눈, 그것은 차가운 광기와 증오로 타오르는 소름끼치는 흉안(凶眼)이었다.

그는 불타는 눈으로 암혼객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선언했다.

“그 실력이 탐이 나는군. 내가 가져야겠다!”

“뭐라고?”

총사에게서 느껴지는 그 광기는 천하의 암혼객조차 섬뜩하게 만드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런 기분을 털어내기라도 하듯, 암혼객은 한 줄기 기합과 함께 전 공력을 다해 암기를 출수했다.

그가 가장 애용하는 절기 중 하나인 암혼탈명의 일초였다.

정면으로 날아가는 암기에 더해 동시에 출수한 다른 암기가 시야의 사각부분을 돌아 날아드는 초식으로 피하기도 막기도 까다로운 절초였다.

정면으로 날아드는 암기는 빠르고 강렬하고, 시야의 사각에서 암중에 숨어 은밀하게 날아드는 암기는 독랄하다.

암혼탈명의 일초를 펼치며, 암혼객은 이 한 수로 저 총사란 자의 몸에 암기 하나 정도는 박아넣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암혼탈명에 저 총사란 자가 맞는 순간, 연환공격으로 재차 출수해 단숨에 쓰러뜨린다.

암혼객은 이미 거기까지의 수순을 머릿속에 다 그리고, 다음 동작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총사가 그만! 이라는 듯 왼손바닥을 앞으로 내밀고, 다른 손으로는 저리가! 라는 듯 옆으로 휘저었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동작, 그러나 그 동작이 일으킨 효과는 절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암혼탈명의 일초에 펼쳐 총사에게 쇄도하던 암기들이 허공에 우뚝 멈춰서는 것이 아닌가.

“헛?”

그 순간, 총사는 내민 손을 더 앞으로 쳐냈다.

동시에 퍼엉! 하는 굉음과 함께 암혼객의 가슴팍 부근의 옷이 갈가리 찢겨나가며 피가 튀었다.

“이... 이게 무슨.”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은 암혼객이 뭔가에 홀린 표정으로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었다.

그런 그의 앞에 총사가 기이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말했잖나. 네 실력이 탐이 난다고. 그 실력, 내가 가져가겠다.”

“크윽!”

암혼객은 거대한 힘이 자신을 미동도 하지 못하게 옭아매는 것을 느꼈다.

“......!”

아무리 그가 타격을 받은 상태라고 해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라는 것을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경악으로 일그러진 암혼객의 얼굴 위로 총사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서 괴이하게 꿈틀거리는 벌레 같은 것이 스물스물 새어 나오더니, 암혼객의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우으... 으... 우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암혼객은 처절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몸 전신의 혈관이 지렁이처럼 굵게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가늘게 경련하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괴이한 기음과 함께 그의 몸에서 무럭무럭 김이 피어나왔다.

푸들푸들 경련하는 암혼객의 눈에 실핏줄이 전부 터져나갔는지, 그의 눈은 삽시간에 혈안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암혼객의 눈이 온통 혈안이 되는 그 순간...!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새우처럼 휘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전신에 불룩불룩 튀어나왔던 핏줄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가라앉고, 암혼객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총사가 의미를 알 수 없는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일어나라.”

총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암혼객이 유령처럼 불쑥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때였다.

돌연 총사의 그림자에서 검은 무언가가 아무런 징조도 없이 불쑥 튀어나온 것은!

검은 안개 같은 것으로 전신이 뒤덮인 달걀형의 괴이한 형상이 점점 길어지더니, 그것은 이내 사람 만한 크기로 변했다.

그것은 총사에게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총사시여. 마안당(魔眼堂)에서 보낸 긴급정보입니다. 마안당에서 감지한 바에 의하면 운명록의 새로운 사용자가 근래 다시 탄생했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운명록 사용자가 정확히 언제 운명록의 힘을 얻었는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뜻밖의 말을 듣자, 총사의 눈에 다시 광기로 불타올랐다.

“운명록의 새로운 사용자라고...? 재미있군. 하지만 이번에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크흐흐흐.”

총사의 불길한 웃음이 이 괴기스런 광장에 조용히 퍼져가고 있었다.





운명록


작가의말

중요한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총사.

그리고 이걸로 1권 분량이 연재되었네요.

그럼 재밌게 읽어주세요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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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1. 신녀공을 전수받다. +6 18.12.02 5,093 70 12쪽
24 20. 신오진의 고민(2) +6 18.12.01 5,008 71 11쪽
23 20. 신오진의 고민 +4 18.11.30 5,241 68 12쪽
22 19. 운명록 특별 임무 +6 18.11.29 5,449 72 12쪽
21 18. 추교를 얻다. +4 18.11.28 5,331 75 13쪽
20 17. 첫 실전(2) +8 18.11.27 5,292 68 10쪽
19 17. 첫 실전 +4 18.11.26 5,329 67 11쪽
18 16. 칩입자 +5 18.11.25 5,445 74 11쪽
17 15. 손 숙의 이별 선물 +12 18.11.24 5,492 81 13쪽
16 14. 운명록 특전 +3 18.11.23 5,715 75 12쪽
15 13 무월보를 배우다. +9 18.11.22 5,758 70 12쪽
14 12. 하수수의 과거 +3 18.11.21 5,774 75 11쪽
13 11. 신오진의 항변 +11 18.11.20 5,859 81 12쪽
12 10. 육합기공을 전수받다. +5 18.11.19 6,097 75 12쪽
11 9. 신오진의 승부수 +6 18.11.18 6,055 77 11쪽
10 8. 생각지도 못한 사실(2) +8 18.11.17 6,240 8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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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 치명적인 오산 +5 18.11.15 6,825 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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