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66)
여기에는 사심이 별로 없는 용이 자신에게 할당된 기진이보를 훈련에 대한 포상으로 풀어준 것도 큰 몫을 하였다.
용은 여인들뿐만 아니라 용병당 사람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는 별 필요가 없는 안배였지만, 용병당 인물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안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에 상인들이나 일반 백성에게 좋은 감정이 생길 수 있게 하려고 용병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교육을 받아도 개선이 잘 안 되는 인물들이 있었는데, 그런 인물들에게는 교육해 보았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억지로 교육을 하지는 않았다.
*****
조금 전 열정 때문인지 침상은 열기로 덮여 있었다.
여운을 즐기는 것인지 용은 석지란을 꼭 껴안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 있던 용은 그녀를 놓아주며, 그녀의 가슴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석지란은 그를 흘겨보았다.
“ 오기만 하면 즐기시면서, 떨어져 있을 때 제 생각을 하시긴 하나요? ”
그 투정에 용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아니. ”
토라진 모습을 보이며 석지란이 답했다.
“ 흥, 다음부터는 제 옆에 오지 마세요. 정말 미워. ”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만지면서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용이 말했다.
“ 싫은데. ”
자신의 가슴에 있던 그의 손을 떼 내면서 코웃음을 치며 석지란이 말했다.
“ 흥, 제가 뭐 당신 이부자리나 데워주는 사람인가요? 다음부터는 국물도 없어요. ”
의미 없는 웃음을 띠며 용이 말했다.
“ 글쎄? 난 답답한 것 없는 것 같은데. 아야! ”
그의 옆구리를 꼬집으며 석지란이 말했다.
“ 어휴, 이제 능구렁이가 되어 말로도 안 되겠군요. 빈말이라도 그냥 생각한다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하나요? 정말 미워요. ”
“ 후후. ”
석지란은 바보가 아니었으므로 용이 자신을 놀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전과 달리 용이 석지란을 사실상의 아내로 인정하는 것 같아 석지란을 기쁘게 해 주었다.
가끔, 자신의 아내를 생각하는지 자신만의 생각 속에 빠지는 예도 있었지만, 흘러가는 이야기로,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는 것이 그녀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 하는 것을 봐서는 아마도 둘이서 무슨 일이 있어서 만날 수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내라는 여인에게 미안한 생각이었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여인과 용이 만나게 되면, 자신이 들어갈 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석지란은 그동안 나름대로 수련을 많이 하여 무공도 늘었지만, 심혼술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여, 천요각에서 자신에게 금제한 것을 완전히 풀어낼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행여 그렇게 되면 문제가 있을까 생각하여서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외에도 그 분야에서 많은 진전을 얻고 있었다.
그동안 광동에서 다른 일반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추정하게 되었지만, 자신이 금제된 것은 자살과 관련된 부분과 마존방 사람들을 공격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금제가 풀린다고 해도 석지란은 자살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여인과 달리 용과만 인연을 맺었으므로 야합(野合)을 했다는 것을 빼고는 별다른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석지란은 용이 마존방에서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이 정도 사람이라서 그런 것보다는 마존방이 추구하는 것이 마도 천하라, 결국 용에게도 좋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석지란은 심산유곡에 용과 들어가 조용히 살고 싶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정도의 천하에서도, 마도의 천하에서도 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
호북 무한에 집결한 무림맹은 여전히 여러 지역에 흩어져 대기하고 있었고, 마존맹의 이목을 피하려고, 도착 즉시 단마다 지점을 정하여 따로 이동했다.
전 단이 도착하고 나자, 무한에서 다시 수뇌부들끼리 모여 회의를 했다.
적의 이목에 걸릴 수도 있었으므로 회의시간을 단축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군사인 천기수사가 이야기하고, 그것이 전부 명령이 되는 형식이 되었다.
“ 현재 호남에 상주하고 있는 마존방의 사당은 맹호당, 청룡당, 현무당, 주작당입니다. 각 당은 약 이천에서 이천오백 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4당 중 군산 부근에 맹호당과 주작당이 있고, 청룡당은 군산과 장사 사이에 있다고 합니다. 현무당은 태청(太淸) 부근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최근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로 구성된 부대가 호남으로 이동하여 왔다고 하는데, 절반은 군산 부근에 있고, 절반은 이곳저곳에 분산되어 있습니다. ”
군사인 천기수사는 지도를 가리키며, 마존방 세력들에 관한 이야기를 한 다음, 공격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 공격은 이틀 후에 이루어질 것입니다. 최대한 빨리, 최대의 효과를 누리고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적입니다. 따라서, 천붕단(天鵬團)과 봉황단(鳳凰團)은 맹호당을 공격하고, 천무단(天武團)과 복마단(伏魔團)의 공격대상은 주작당입니다. 물론 각 공격대상과 같이 있는 혹은 주위에 있는 비밀세력들도 책임지고 괴멸시켜야 할 것입니다. 주의하실 것은 아무리 적의 숫자가 적다고 하지만, 뜻밖에 고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료 등은 확실한 것이 아니니 무조건 고수가 있다고 가정하고 공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 ··· ”
그는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좌중을 한 번 둘러보고 나서 계속 이야기했다.
“ 일단 두 개의 당을 공격하여 괴멸시키고, 매복하고 있다가 구원 소식 등에 달려오는 청룡당을 여유가 있는 곳에서 공격합니다. 그리고 우왕좌왕(右往左往)하는 순간을 노려, 현무당도 공격하여 네 개의 당을 전부 괴멸시키도록 할 예정입니다. ”
천기수사가 막, 말을 마치는 시점에서 무진대사에게 한 승려가 와서 귀엣말했고, 다 듣고 난 무진대사가 이야기했다.
“ 아미타불, 본사의 후속 부대가 방금 무한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공격 시에 약간의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천기수사가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좋은 소식입니다. 그 후속 부대는 내일 공격 시에 달려올 수 있는 마존방의 후위 부대를 저지하는 매복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무진대사도 천기수사의 의견에 찬성했다.
“ 그렇게 합시다. 아미타불. ”
천기수사는 각 단주을 바라보며 말했다.
“ 각 단주는 공격준비에 만반을 다하시고 그때까지는 휴식을 취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
“ 알겠습니다. ”
수뇌부들은 맹주에게 인사하고 각자 자신들의 부대로 돌아갔다.
천기수사는 무진대사에게 이야기했다.
“ 아무래도 제가 이틀 후 공격 시에 직접 전투지역에 가봐야 겠습니다. ”
깜짝 놀라며, 무진대사가 말했다.
“ 아미타불, 위험합니다. 만약 군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무림맹에 있어서 커다란 손실입니다. ”
천기수사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 변수가 너무 많아서 불안합니다. ”
그런 천기수사를 보며, 무진대사가 권했다.
“ 그렇다고 할지라도 수적으로 압도적입니다. 변수가 생기더라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움직일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
무슨 이유인지 천기수사는 계속 고집했다.
“ 아닙니다. 아무래도 불안합니다. ”
천기수사의 뜻을 꺾을 수 없다고 판단을 하였는지, 무진대사가 말했다.
“ 정 그러시다면 제 사손 중에서 뛰어난 아이들이 있으니 그들 백팔 명을 대동하고 가십시오. 이것만은 소승도 양보를 못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
“ 휴, 알겠습니다. 맹주님의 보살핌 잊지 않겠습니다. ”
“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
천기수사의 얼굴은 수적인 우세라는 상황에 비해 밝지 못하였다.
아직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림맹이라 불안한 요소가 한둘이 아니었다.
*****
왕안두(王安斗)는 무림맹 복마단(伏魔團)에 속해있는 사람이었다.
복마단은 안휘, 호북, 절강, 강소의 정도 문파 사람들이 포함된 곳으로, 왕안두는 강소 천지문(天地門)의 향주였었다.
그의 친구인 나운태(羅雲太)도 같은 곳에 있었던 자로, 무림맹에서 복마단을 만들게 되었을 때 함께 들어왔다.
비록 천지문에서는 나름대로 중간 정도의 위치였던 사람들이었지만, 복마단에서는 가장 무공수준이 떨어지는 편에 속했다.
그동안 열심히 훈련을 받은 그들은 한 달 전에 출동명령을 받고, 호북의 무한으로 흩어져서 이동했으며, 그곳에서 다시 군산의 한 지점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군산이 있는 호남은 마존방이 장악한 지역이라 아주 은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고,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죽을 가능성이 컸으므로 조심에 조심하고 있었다.
군산의 정해진 모처에 도달하자, 그들이 속한 복마단이 공격할 대상은 마존방의 주작당임을 알게 되었으며, 당문에서 전해진 해독약을 단주가 지급하여 먹었다.
각 대(隊)가 천 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으므로, 대마다 200명씩 나누어 소대(小隊)라 하였고, 소대는 다시 40여 명씩 나누어 조(組)라고 하였다.
두 사람이 속한 조의 조장(組長)은 이마승(李麻昇)이라는 사람이었다.
공격전에 이마승은 자신의 조를 불러놓고 주의사항을 이야기했다.
“ 오늘 먹은 해독약은 당문에서 보내온 것인데, 독 전부를 막아주는 것이 아니지만, 최소한 독의 위력을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라 한다. 혹 적들이 펼친 독에 중독되었다고 할지라도 당황하지 말고 즉각 경고하기 바란다. 그동안 여러분들은 열심히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실전에서도 당황하지 말고 일을 잘하리라 생각한다. 내일 공격에서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자. ”
전 조원이 힘차게 대답했다.
“ 잘 알겠습니다. ”
공격 당일 인시(오전 3시부터 오전 5시 사이) 말경, 복마단은 천무단(天武團)과 더불어 마존방 주작당이 있는 군산지역 근처를 급습했다.
그러나, 마존방도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있었으므로, 공격을 받은 초기에는 다소 당황을 했지만, 이내 습격에 대응을 시작하여 결과적으로 기습의 의미는 사라지게 되었다.
양측 모두 진을 중점적으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전투가 벌어지자 각각 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하여 전투 양상이 진과 진의 대결이 되었고, 숫자 면에서는 천무단과 복마단이 주작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오랫동안 훈련을 받은 마존방의 진이 더 위력적이었다.
진들끼리 충돌을 일으키자, 마치 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주 듣기 거북한 소리였다.
“ 키 - 기 - 긱 ”
“ 으악 ”
“ 큭 ”
왕안두와 나운태도 하나의 진을 형성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진과 대결을 했는데, 진 간에 우열이 확실하게 차이가 나, 한 번의 충돌로 상대 진의 기파에 자신들이 형성하였던 진이 파괴되어 버렸다.
순식간에 진을 형성하고 있던 사람 중 두 명이 사망하여, 다시 진을 형성하기가 어렵게 되었고, 결국 개별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복마단의 진들은 대체로 그와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수적인 면에서 워낙 압도적이라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존방의 진들도 한 번의 충돌로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두 번, 세 번 무림맹의 진들과 충돌을 하다 보니 구성원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진이 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어, 시간이 지나자 개별적 싸움이 늘어가고 있었다.
왕안두와 나운태는 처음에 개별적으로 싸울만한 적이 없어서 진 간의 충돌을 구경 아닌 구경 하고 있었는데, 전투가 벌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흑의인들이 무림맹을 공격해 들어왔다.
아마도 근처에 있던 적의 응원부대인 것 같았다.
이렇게 되자, 수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전투가 길어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진이 깨어지면서 개별적인 싸움이 잦아졌고, 왕안두와 나운태도 그런 싸움에 끼어들었다.
왕안두가 처음 싸운 상대가 흑의인이었는데, 가까이 직접 싸움을 하게 되자, 상대에게서 이상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흑의인이 하는 행동과 모습이 제정신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그들이 펼치는 진을 보면서 느낀 것과는 달리, 그들의 무공실력이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제정신도 아니고 실력도 떨어져, 전안두는 여유롭게 그를 상대했고, 다섯 수만에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다.
그가 흑의인을 제압하는 순간, 옆에서 다른 흑의인을 상대하던 나운태도 상대방을 제압하였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