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85)
일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것 중에서 중요한 점이 이런 현금보유비율(現金保有比率)이었다.
전문투자자들은 절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금을 투자하지 않았다.
항상 자기 재산 중 특정 비율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렇게 현금을 보유하는 이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우발적(偶發的)인 상황을 대비하긴 위한 것이었다.
아주 좋은 기회가 발생하더라도 현금이 없으면, 그 기회를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양수철은 항상 삼 할(30%)의 현금 보유를 투자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서 전 자금을 투자하는 예가 있었지만, 보통 그런 경우는 아주 일시적인 경우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곧 지분을 매도하여 3할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매도 대상인 지분은 매수 후 자신의 판단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지분들이었다.
그의 경험상 이런 지분들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지분을 매입한 후, 보름이 지나자 해룡상단의 가격을 계속해서 지켜본 사람이 아니라면 느끼기 힘들 정도의 가격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근 열흘 동안 매일 조금씩 상승했다.
그 사이에 지분가격이 금 1냥 5돈에서 금 1냥 8돈이 되었다.
그러다가 이틀 동안 큰 하락을 보여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미 이런 가격변화를 자주 경험한 그는 이와 같은 지분가격 흔들기에 속지 않았다.
지분시장에서는 매일 상승과 하락을 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 이를 각각 상한가(上限價)와 하한가(下限價)라고 했다.
전날의 마지막 거래가격(= 종가)에 상하(上下) 이 할(20%)이 가산된 금액이 그날의 상한가와 하한가가 되었다.
예를 들어, 전일 마지막 거래가격이 은 20냥인 경우에 상한가와 하한가는 각각 은 24냥과 은 16냥이 되었다. 즉, 그날 가격은 은 16냥과 24냥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양수철의 생각과 같이 그런 지분가격 흔들기가 나타난 다음, 해룡상단의 가격은 급격한 상승을 보이기 시작했다.
열흘 정도가 지나자 소문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대충 소문들은 해룡상단의 교역이 아주 성공적이라 큰 수익을 올린다는 것들이었다.
그런 소문이 나돌자 일반 투자자들이 해룡상단의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 광분하기 시작했고, 가격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상승했다.
이렇게 되자 해룡상단의 지분가격은 불과 한 달 만에 지분당 금 15냥까지 올라, 거의 10배가 상승했고, 그 상승세는 광분한 투자자들에 의해 지속하였다.
두 달이 지나고, 해룡상단의 지분가격은 최고 금 20냥까지 상승하였다가, 지금은 금 18냥 부근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양수철은 자신이 고점이라고 판단한 시점에서 매도를 시작하여, 지분가격이 세 번째로 7일 이동평균선을 뚫고 하락하는 시점에서 마지막 물량을 매도했다.
이 매매의 결과로 양수철은 모든 물량을 평균 금 15냥에 매도하게 되었고, 금 1만 5천 냥을 받아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어깨에서 매도하라는 명언을 지켜 매매했는데, 최고가에 비해서는 낮은 매도가격이었지만, 이미 지난날의 경험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최고가에 매도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매매에 만족했다.
이번 기회를 준 누군가에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앞으로 상당한 피해를 볼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런 지분시장의 특성도 모르면서 투자를 하러 온 사람들은 그 정도의 피해를 당연히 보아야 하다고 생각했다.
‘ 지분시장의 특성을 모르면서 투자한다는 것은 마치 호랑이의 앞에서 재롱 피우는 먹잇감에 불과하지. 그에 대해서는 투자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
그는 그동안의 투자생활 중에 많은 일반 투자자들을 보았다.
처음 자신과 같이 투자를 할 사람들은 그나마 이전에 많은 이익을 본 사람들이 있었다.
워낙 초창기였던 시절이라 남들보다 조금 더 아는 것이 바로 수익률로 나타나던 시절이었으므로 남들보다 좀 빨리 투자를 시작한 것이 큰 이익을 준 것이다.
게다가 남들과 달리, 그는 나름대로 시장에 대한 것들을 공부해 다른 사람들과 차별을 시도했는데, 그것이 지금의 자기를 만든 것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초반 좋은 시절에 벌어들이는 이익에 혹하여 그다음에 왔던 아주 지독한 시절을 감당할 수 없었다.
일반 투자자들이 지분시장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이 어려운 시기가 지나고 난 다음이었다.
이 당시에 지분시장에 참가한 이들도 잘 모르기는 이전의 사람들과 다름이 없었고, 그들 역시 잠시의 행복한 시절 이후 엄청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지분시장의 특성을 잘 몰랐던 것이다.
그 이후에 지분시장에 들어온 사람 중에서도 지분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들어온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운이 좋아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은 투자자 중에서 소수만이 그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사람 중에서 지분시장에서 성공한 사람이 다소 나왔다.
그나마 요즘에는 자료와 정보가 매매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에게 지분시장의 특성을 이야기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지만, 그것을 보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달랐다.
아마도 대부분 사람은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양수철은 보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보다 좋아진 것만은 확실했다.
양수철이 자신의 보유지분을 모두 매도하고 나서, 한 달 동안 대충 금 17냥 부근을 오르락내리락하던 해룡상단의 지분가격은 갑자기 하락을 시작하더니, 소문이 거짓임이 판명된 후에는 엄청난 폭락을 보이기 시작해, 가격이 은 2냥까지 폭락했다.
폭락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지나친 과잉반응을 한 것이다.
양수철은 다시 폭락한 해룡상단의 지분을 평균적으로 은 10냥에 오만 개를 매입했다.
아무리 문제가 생긴 해룡상단이라고 할지라도 원래 가치보다 하락한 가격은 너무 내려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의 생각처럼 해룡상단의 지분가격은 양수철과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의 매수에 의해, 다시 은 50냥까지 상승하게 되었고, 양수철은 또다시 큰 이익을 볼 수 있었다.
결국, 해룡상단의 지나친 가격변화는 양수철에게 엄청난 수익을 준 셈이었다.
양수철은 얻은 이익 일부를 아무도 모르게 항주에 있는 불쌍한 아이들을 위하여 사용했다.
많은 사람이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이야기만 하고 있을 때, 그는 스스로 그것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가 그런 일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어려운 시절을 생각한 것도 그중의 하나였고, 또 그 아이들이 나중에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남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자기만족의 이유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들에게 이익 일부를 베풀어야만 자신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온다는 자신만의 사상이 그에게 있었다.
비록 그의 의도가 모두 순수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말로만 의(義)와 협(俠)을 외치는 자들과는 달랐다.
어느 날 그를 아는 지인이 물었다.
“ 돈 많이 벌었다며, 나도 돈 좀 벌게 해 주게. ”
그러자, 양수철이 말했다.
“ 사람들은 지분거래를 하나의 도박처럼 생각하지. 그냥 돈만 넣으면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돈을 잃으면 자신에게 운이 없었다고 생각을 하지, 자신이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네. 나는 자네처럼 돈을 벌 것이라 덤비는 사람들을 보면 안쓰럽다네. 내가 보기에는 자네 같은 사람들의 돈은 우리 같은 전문가들에게 먹히기 위하여 덤비는 먹이라네. 어떻게 보면 나 같은 전문가들에게는 고마운 존재지. ”
그리고는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 지분투자도 장사와 마찬가지네. 자네도 상인이니 잘 알겠지만, 장사하기 위해서 상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가? 무엇이 잘 팔리는지를 알아야 하고, 어디의 상품이 좋은 것인지 등 알아야 하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지. 그런 엄청난 노력을 하고도 한순간의 잘못으로 큰 손해를 보는 것이 장사라고 생각하네. 지분투자도 마찬가지라네. 투자하기 위해서는 미리 그에 관한 공부와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네. 자네가 보기엔 내가 그냥 투자하여 돈을 벌고 있는 것 같은가? 천만에 나는 투자를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네. 나 스스로 투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를 않네. 장사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 그래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네. 내가 자네를 친구라고 생각해서 말하네만, 지분투자를 쉽게 생각하지 말게나. 엄청나게 어려운 것이 지분투자라네. 알려고 노력하면 끝없이 노력해야 하지. 자신의 돈을 남에게 주고 싶으면 그냥 주게. 그럼 좋은 말이라도 듣지. 아무 생각 없이 지분투자를 하는 것은 자기 돈을 우리 같은 전문가에게 그냥 주는 것과 같다네. ”
지인은 양수철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양수철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더 하였다.
“ 장사하는 것처럼 열심히 할 생각이 있다면, 나도 도와줄 생각이 있네. 자네처럼 자신의 생업이 있는 사람은 될 수 있으면 하지 않거나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네. 생각이 있다면 장기투자에 대해 조언은 해 줄 수 있네. ”
“ 아닐세. 자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군.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보겠네. ”
두 사람은 지분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그만두고, 다른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와중에 양수철은 미처 지인에게 하지 못한 말을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 나와 같은 전문투자자들도 세력들의 눈에는 장기판의 졸로 보일 것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들이야 뭐로 보겠나?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남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싫어하지. 그러나 말일세, 지분시장에서의 일반 투자자들은 어떻게 보면 전부 이용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네.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하면 결국 이용당하는 것에서 벗어날 수가 없겠지. 그런 것을 알면서도 자기 이익을 위해서 대응하지 못하는 나는 어떻게 보면 작전세력들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지. 휴~.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얻은 이익을 남들에게 조금 베푸는 것이겠지. 그렇게 되어 그 사람이 나중에 큰 사람이 되거나 훌륭한 일을 하게 된다면 내가 빚진 모든 것들을 어느 정도 갚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네. ’
*****
무대포가 해룡상단에 대한 소문을 들은 것은 운이 좋게도 남쪽에서 온 사람들을 만난 덕분에 다른 투자자들보다 조금 빠른 시기였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대포 자신이 분석해 보니, 해룡상단의 수익은 최소한 15배가 넘었고, 대충 20배 정도인 것 같았다.
임시 상단의 경우, 이런 소문이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고, 그 소문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구별하지 않고 지분가격이 움직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히, 임시 상단에 대한 소문은 한 번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지속해서 나오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처음 소문이 난 경우에 투자실패를 하더라도 나중에 다시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무대포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 기회다. 내 일생에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열 배만 벌고 팔자. ’
그가 해룡상단의 지분을 매수하고 나서 곧 지분가격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그가 먼저 안 소문이 그가 지분을 매수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무대포는 매일 가격상승에 따른 이익을 기쁜 마음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너무도 행복한 나날이었다.
가격상승은 거침없이 이어졌고, 한 달 만에 열 배가 상승했다.
이 시기에 다시 최소한 50배는 상승할 것이라는 소문이 다시 돌았다.
무대포는 자신도 모르게 그 소문을 사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량도 나오지 않으면서 가격상승이 워낙 거세게 일어났으므로 점차 그에 말려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다가 가격상승이 이어지자, 처음 추정한 것이 20배였으므로 점차 확신으로 변해갔다.
‘ 처음 내가 계산한 것이 최소 열다섯 배였다. 그렇다면, 다른 투자자들이 광분하는 경우, 소문으로 돌아다니는 오십 배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이십 배만 벌고 팔자. 그 이하로 파는 것은 손해 보는 짓이다. 이런 기회는 내 일생에 다시 없을 것이다. 후회할 짓을 하지 말아야지, 암. ’
금 20냥까지 갔던 지분가격이 금 18냥을 기준으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지분가격이 건강한 조정을 보인다고 생각한 무대포는 그것을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보통 지분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에는 적어도 두, 세 번의 조정이 나왔다.
그래서 이 시기에 일반 투자자들의 대부분은 해룡상단의 지분가격 흐름에서 처음 나온 조정이므로 더 상승하리라는 것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았다.
조정이 길수록 더 많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으므로 조정이 길어져도 무대포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지분시장에 대한 경험이 적은, 다른 사람들이 최소한 50배 이상 간다고 이야기할 때, 무대포는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 그래, 너희들은 오십 배 갈 동안 기다려 봐라. 나는 스무 배만 벌고 팔 것이다. ’
그동안의 경험상 소문의 반 정도 상승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을 무대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지분가격이 조금씩 하락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던 그는 약간씩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리 조정을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하락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큰 상승이 한 번 나왔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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