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116)
그동안 전 중원의 자료나 소문 등을 통해 얻은 것을 종합하면, 자신의 아버지보다 뛰어난 사람은 4군과 대문파의 수장에 불과했다.
그 외에 마존방의 방주와 부방주, 그리고 용 정도였다.
그중에서 자신을 아는 사람이라면 용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경혜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 저,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죠? 아니 당시 정황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
그녀는 용이 자주 안면을 바꾸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정황이 궁금했다.
“ 글쎄,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는구나. 근데 어딘지 모르게 본 적이 있다는 느낌이 들더구나. ”
그리고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 얼마나 황당하던지. 여염집 여인, 그것도 기절한 여인에게 입맞춤하다니. 분명히 너를 아는 사람일 거야. ”
이야기를 들은 당경혜는 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죽은 척하고 사라질 수 있으니, 그 사람이 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급히 그녀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안 것만 하더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는 분명히 만날 수 있으리라.
아직도 자신을 잊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아무리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아버지인 당 가주가 그걸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딸의 표정을 보니 누구인지를 아는 것 같았다.
자신도 대충 감을 잡을 수가 있었다.
그녀의 과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그였으므로 그 남자가 당경혜가 잃어버린 과거의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가 그렇게 무공이 강하다는 것은 처음 알았기에 상당히 놀랐다.
자신의 딸이 지혜로우니 알아서 잘하리라 생각하고 더 이상의 것은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날 있었던 사건에 대한 것은 세가 내에서 함구하도록 했다.
그 날 공격하였던 인물들이 전부 죽었기 때문에 마존방에서도 누군가 개입했다는 것을 알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그만큼 당문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것이므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
용은 당경혜를 그녀의 아버지에게 넘겨주고, 그 자리를 떠나,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한참 동안 그녀의 모습을 쳐다보며 있었다.
다행히 자신이 사천에 온 시점에서 일이 벌어져서 그렇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주 큰 일 날 뻔한 상황이었다.
아마도 이제부터는 당문에서도 더 조심할 것이므로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염려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여인들을 사천 전장에 데려다 놓았으므로 그들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지분거래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여인들이었지만, 지분거래를 하다가는 잘못하여 마존방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은 하지 못 하게 했다.
대신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도록 주선을 해 두었다.
얼굴을 변형시키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발각될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있어서 약점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해 두었으므로 걱정 없이 생각한 바를 해 볼 생각이었다.
용은 미처 그녀의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치료하면서 보았지만, 당시에 그녀의 상처에 너무 놀라,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
마뇌는 사천에서의 일을 보고받고는 허탈해졌다.
집마당의 고수들이라면, 충분히 당문 사람 몇 명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30여 명의 고수로도 소수의 당문 사람들을 어떻게 하지를 못한 것이다.
그가 들은 바로는 거의 성공할 뻔하다가, 어떤 조력자가 나타나 실패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 조력자 역시 무림맹의 사람이라고 할 때, 과거의 전투로 무림맹이 많은 타격을 받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특급고수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되었는데, 방주에게는 그 말이 먹혀 들지 않았다.
그나마 아직 무림맹과 충돌이 없었던 것은, 마뇌가 중간에서 많이 노력한 덕분이었다.
마뇌는 지금의 상황이라면 전 중원을 장악한다고 할지라도,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현재 녹림당이 외부의 일을 전담하고 있었는데, 마뇌가 조사한 바로는 여기저기서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었다.
지금도 그런 상황인데, 중원 전체를 장악하게 되면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 뻔했다.
그나마 지금은 무림맹이라는 적이 있다 보니, 그나마 자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마뇌는 고수들을 좀 더 많이 키운 후에 무림맹을 공격하는 것이 더 좋다고 보았다.
물론 그만큼 시간을 벌기에 무림맹의 저력도 어느 정도 커지겠지만, 정공과 마공의 특성상 마존방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중원을 장악한 다음에도 고수가 많아야 장악력이 강해, 부하들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바닥의 조직까지 확실하게 장악을 해야지, 자신의 주인이 원하는 마도 천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하부조직은 장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온갖 비리가 발생하여 조직의 근간을 흔들리게 할 수 있으므로 철저하게 장악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런 생각을 하는 마뇌의 입장에서는, 녹림당 하부조직의 행위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으므로 알면서도 두고만 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나중을 위하여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자들의 행동을 조사해 두고 있었다.
중원 전체를 장악하게 되는 시기에, 그들을 희생양으로 하여, 하부조직을 확실하게 장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뇌는 금천현의 성격과 원하는 바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 이용하면 자신의 주인이 원하는 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려되는 것이 있다면 금천현에게 반골 기질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이, 무림을 통일하여 왕처럼 군림하는 것인데, 자신의 주인이 방해된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주인을 해치려고 할 가능성이 있었다.
자신의 주인이 변했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고, 금천현도 잘 알고 있으므로 다소 위안이 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될 수 있는 대로 금천현과 자신의 주인이 부딪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었다.
그 문제만 없다면 금천현은 이용하기에 어려운 인물은 아니었다.
적당한 아부만 하면 될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사천의 일만 잘되었다면, 무림맹이 자금 면에서 고전하게 되어 좀 더 긴 시간을 얻을 수가 있었는데 참 안타까웠다.
마뇌는 무림맹이 감숙에서 후기지수들을 훈련하고 있다는 것도 간자의 활동으로 잘 알고 있었다.
무림맹이 급했는지 자신들의 무공을 공개하면서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한다고 당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가 나오겠지만, 무림맹에게 그만큼의 장기간의 시간은 없으리라 판단했다.
그 후기지수들이 훈련받는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미래에 가장 골치 아픈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큰 이들이었으므로 전투가 벌어지면 제일 먼저 손을 봐야 할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마뇌의 노력으로 이미 일천 명의 후기지수들의 행동은 전부 그에게 파악이 되고 있었다.
무림맹이 하는 것처럼, 다음 대를 위하여 마존방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금천현은 전 중원을 장악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하여 일단 미루어진 상태였고, 마뇌도 그리 급한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생각만 해 둔 상황이었다.
*****
무림맹과 마존방의 세력을 살펴보던 용은 마존방의 힘을 좀 더 줄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가 알고 있는 금천현의 성격상, 당연히 곧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을 좀 더 빨리 진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결과적으로 그 피해가 늘어나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도 큰 피해가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용이 조사한 바로는, 현재 섬서에 있는 세력은 무림맹 5개 단이었다.
그리고 섬서와 접하고 있는 지역에 마존방의 5개 당이 있었다.
용은 그중에서 하남의 집마당을 공격하기로 했다.
이미 사천에서 고수들이 많이 당한 집마당이라, 공격하기가 쉽다고 판단했다.
섬서에 종남단과 곤륜단이 있으므로 그들의 무공을 적당하게 사용하면, 조작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는 하남으로 이동하여 집마당이 있는 하남의 서평 근처에 머물렀다.
용은 미리 준비한 심혼단을 극히 미세한 가루로 만들어 집마당에 풀었다.
주로 음식과 식수에 풀었는데, 용의 기척을 알아챌 수 있는 고수가 없었으므로 쉽게 처리했다.
그 날 해시(오후 9시부터 오후 11시 사이) 경에 일단 집마당의 주위에 아주 큰 진을 설치하여, 외부와의 왕래를 끊어버린 다음에, 용은 내부로 침입하여 그나마 있던 약간의 고수들을 곤륜파와 종남파의 무공으로 사살했다.
“ 컥! ”
이미 심혼단에 당한 상태라 별 어려움이 없었다.
죽은 시신들은 가지고 있던 약물로 처리하여, 심혼단의 성분이 발각되지 않도록 했다.
그런 다음에 하수들을 공략했는데, 음공을 시전하여 사방에서 공격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했다.
“ 으아악. ”
“ 크윽. ”
그렇지 않아도 심혼단에 당한 상태에서 이런 공격을 받자, 집마당의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 서로를 죽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상황이 거의 정리가 되자, 용은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남아 있는 심혼단의 성분을 처리했다.
그러고 나서 외부에 설치했던 진을 풀었다.
*****
금천현은 하남의 군림당에게서 지급의 충격적인 보고를 받았다.
그는 무림맹이 이미 모든 것을 잃은 쥐새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무림맹이 은밀하게 하남으로 들어와 집마당을 괴멸시킨 것이었다.
비록 고수들이 많이 빠져 전력에 문제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쉽게 괴멸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순식간에 괴멸을 당한 것이었다.
군림당의 보고에 의하면 집마당이 괴멸을 당했는데, 죽은 시신들을 살펴본 결과 종남파와 곤륜파의 짓이라는 것이었다.
생존자들은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전부 제정신이 아니고, 횡설수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금천현은 생존자니 뭐니 하는 것보다 무림맹이 공격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재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면, 마존방의 위세에 문제가 생긴다고 보았다.
그래서 빨리 무림맹을 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뇌는 이에 대해 생각을 달리했다.
무림맹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바보짓을 했을 리가 없다고 보았다.
문제는 중원 내에 이런 일을 저지를 만한 세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고수가 적다고 할지라도, 집마당 전체를 상대할만한 단체는 무림맹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했다.
따라서, 뭔가가 이상했지만, 무림맹의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마뇌의 머리를 괴롭혔다.
자신이 모르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다.
좀 더 두고 보면서 확실한 단서를 찾자는 마뇌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금천현은 공격준비를 시켰다.
그의 성격상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확실하게 준비하여 완전히 초토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지금의 준비만으로도 충분히 괴멸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녹림당으로 하여금 후방을 맡도록 한 다음, 전 전투집단을 섬서의 공격에 투입하기로 했다.
섬서를 공격하게 되면, 사천의 무림맹 세력도 섬서로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섬서만 장악하게 되면, 섬서와 사천 모두를 장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 것으로 판단했다.
닷새 동안의 준비 기간이 끝난 후에 마존방은 섬서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녹림당을 제외한 5개당과 친위세력인 전마단이 전부 투입되었다.
*****
무림맹도 하남에서의 일을 알게 되었고, 당황했다.
자신들이 공격한 것도 아니었으므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존방에게 자신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믿어주지도 않겠지만 사실 통쾌한 면도 있었다.
하남에서의 일을 들은 혹자들은 마존방이 무림맹을 공격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마존방의 마뇌처럼 걸피종도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짓을 할만한 단체는 무림맹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분명히 무림맹이 한 짓이 아니었다.
결국, 자신도 모르는 제3의 단체가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도저히 그들에 대한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마존방의 자작극이라 치부할 수도 있었지만, 자작극이라고 한다면 자신이 마존방의 사람이라도 그렇게 심하게 괴멸시키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드러나는 집마당의 피해가 너무 엄청났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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