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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음여류
작품등록일 :
2012.11.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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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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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1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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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프가니스탄 [바토리 vs 학살조장..부셰]

DUMMY

‘적아[敵我]가 확실해지면 불필요한 자부터 신속히 처리한다.’ 학살조장은 또 하나의 룰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기이할 정도로 쉽게 적의 약점을 찾아내는 감각과 초월적 육체능력만으로도 괴물이었건만, 그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육체를 단련하고 자신의 신체를 파악해서 활용하니.. 지금껏 극소수를 제하고 그의 일격을 견뎌낸 자는 없었다. 이 공격이 세상의 이면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였지만, 어리숙했던 문지기는 분명히 일격에 무너졌다. 그와 비슷한 힘을 가진 보디가드도 공격을 피할 수 없을 거라 판단했고 역시 옳았다.


전투의 시작점을 잡지 못한 부셰의 가슴에 구멍이 뚫렸고 심장은 여지없이 파괴됐다. 한데, ‘이놈은 또 다르다?’ 학살조장의 눈에 서린 건 득의의 감정이 아닌 당혹이었다.


심장을 파괴당했음에도 적의 생명력이 크게 줄어들지 않자 그는 당연히 반격해올 거라 여기고 방어태세[態勢]를 갖췄다. 적의 가슴에 틀어박힌 오른손을 움직일 수 없어 어느 정도의 데미지는 감내해야 되리라 여겼는데, 적이 움직이질 않았다. 눈을 한 번 깜빡일 정도의 긴 시간이 흘렀는데도 말이다.


‘뭐지?’


슬쩍 고개 들어 적의 얼굴을 살핀 그의 얼굴에 옅은 조소가 걸린다 싶더니, 방어태세를 순식간에 공격태세로 전환했다.


‘어리석은..’


부셰는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적에게 일격을 가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것조차 인지 못하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 전신을 강타한 충격에 얼어붙고 말았으니.. 그도 그럴만한 것이, 자그마치 가슴에 구멍이 뚫렸는데 이성을 유지하며 반격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이곳은 패배자를 위한 변명을 들어줄 이 없는 전장이었다.


‘자신의 육체도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로 전투에 임하다니.’


심장이 파괴되고도 죽지 않고 서 있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하나 식욕에 허덕이며 방심하던 금수나, 자신의 육체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축생이나 형편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심장으로는 부족하단 말이지?’


그는 적의 가슴을 꿰뚫다시피 한 오른 주먹을 살짝 당긴 상태로 손바닥을 활짝 펴서 그대로 휘저었다. 손가락에 걸린 장기가 짓이겨지고 뼈가 부서지며 터져 나온 파편이 핏물에 섞여 주르륵 바닥으로 흘러내렸지만, 적의 생명력에는 여전히 큰 변화가 없었다.


‘내부장기도 아니라면 뇌?’


그는 아직도 적의 몸 안에 있는 오른손으로 갈비뼈를 하나 잡아서 그대로 뽑아냈다. 내장 조각과 핏물이 딸려 나오며 그와 주변을 적실 때, 그를 멍하니 보고 있던 부셰는 그제야 상황을 인지했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자신의 피와 내장으로 사방이 더럽혀졌건만, 실제로 느껴지는 통증은 미약해 없다시피 하였고 육체도 문제없이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다.


‘바보 같이..’


주인이 자신을 왜 무한의 방패라 칭했는지 드디어 자각함과 동시에 그는 적의 무릎을 목표로 오른발을 휘둘렀다.


'그 얄팍한 다리를 아예 끊어주마!'


성인의 1.5배에 달해 쇠기둥 같은 다리가 적의 무릎을 강타하려는 찰나, 학살조장은 반사적으로 왼 손바닥을 휘둘러 적의 턱을 가격했다. 감전이라도 된 듯 뒷골이 뻣뻣해지고 온몸의 평형감각이 흔들리자 부셰는 헛발질을 하며 휘청거렸다. 일시적으로 유발된 뇌진탕은 그의 육체에 아무런 손상도 주지 못했지만, 절로 눈이 감기며 적의 공격에 찰나 간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더할 나위 없이 강인한 육체가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자 그는 즉시 몸의 중심을 잡고 본능적으로 팔을 모아 방어 자세를 갖췄다. 그리곤 눈을 떠 흔들린 초점을 바로 잡는 순간, 새하얀 물체 하나가 포착됐다.


‘저게 뭐지?’


턱을 강타당한 적이 휘청거리는 순간 학살조장은 오른손을 한껏 뒤로 젖혔다가 눈을 노리고 휘둘렀다. 그의 손에 들리고 부셰가 본 갈비뼈는 동공을 두부처럼 뚫고 들어갔다.


'눈으로도 부족해.'


해서 그는 갈비뼈를 틀어서 두개골을 깨고 뇌에 틀어박았다.


‘끝이다.’


심장에 이어 장기, 갈비뼈, 눈 그리고 뇌까지.. 세상 어떤 생명체도 견디지 못할 치명상이라 승부가 났음을 예감할 때, 자신의 눈에 꽂힌 갈비뼈를 쥐고 있어 활짝 열린 적의 오른쪽 공간을 본 부셰가 강렬한 니킥을 날려 학살조장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놈!”


더는 인간이 아님을 인지한 부셰가 드디어 구울다운 전투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학살조장은 옆구리를 가격한 공격에 실린 파괴력을 근육의 조절과 약간의 움직임만으로 분산시켜버렸다.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충격의 대부분을 흘렸지만, 그 여파까지는 어쩌지 못하고 밀려나는 와중에 발을 휘둘러서 적의 오른쪽 무릎에 강렬한 로우킥을 박아넣었다.

무게를 싣지 못한 공격이었음에도 무릎 뼈가 어긋나며 섬뜩한 비명을 질렀지만, 부셰는 몸의 균형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성큼 다가서며 적의 얼굴로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그를 본 학살조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가드를 쳐 주먹을 막아내고는, 그 힘을 이용해서 적의 공격반경 밖으로 가볍게 물러났다.

초 단위의 공방이 삽시간에 일어난 뒤 잠시 소강상태가 되고 나서야 상황을 인지한 바토리는 조잡한 공격으로 적을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화인이라도 터트리고 싶었지만, 진혈에 새긴 법문은 이미 소모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시전하려면 시간이 너무 걸려. 그러면 무엇으로 저 괴물을 잡지?’


사실 법에는 특정한 명칭이 없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시전 된 몇몇 마법을 본 호사가들이 후일 이름을 갖다 붙였을 뿐이다. 시전자의 능력에 따라 형상과 위력이 천차만별이라 더 무서운 게 바로 마법이라는 무기였는데, 지금 바토리의 경지로는 저 괴물을 어찌할 만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젠장.’ 그래서 머릿속 역사까지 뒤적이다가 마침 하나가 떠오르자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명중할 수만 있다면야, 이 보다 좋은 공격도 없지.’


그녀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악몽조차 소멸시킬 수 있는 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과 완벽한 타이밍만 잡아낸다면, 설혹 상대가 신이라 해도 죽일만한 기술이었다.


‘이것도 시전하려면 조금 걸리지만, 부셰가 제법 호각으로 싸워주니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결정하고 조용히 수인을 짚어갈 때, 그녀의 바람과 달리 부셰는 절망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차이라니?’


짧았던 공방 중 얼굴을 노린 스트레이트는 막혔다지만, 니킥은 분명히 직격했는데 커다란 물주머니를 때린 것만 같았다.


‘놈은 어떤 데미지도 입지 않았어.’ 그는 여유롭게 서서 자신을 훑는 적을 보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총격도 웃으며 견딜 육체를 파괴해버리는 공격력, 자신이 가진 맨손 타격기로는 조그만 상처조차 주지 못할 방어력에 인식범위를 벗어난 스피드까지 지닌 상대.


‘어디에서 이런 괴물이 나타난 거야?’


이런 압도적인 적과 맞설 때는 적에 관한 모든 정보를 비롯한 전투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무기와 전술을 완비하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한 상태로 습격해야만 했다. 한데 지금 자신은 주인에게 받은 육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아, 나는 주인의 방패다.’


그는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느끼며 두 주먹을 움켜 쥐었다.


'내가 지키겠다. 누구도 날 부술 수 없다. 나는 주인의 방패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전사가 가슴에 품어야 할 첫 번째 마음가짐이었다. 전장에서 패배를 지우면 남는 건 무엇이겠는가?


‘놈을 죽이고 승리를 쟁취하리라!’


초일류 전사들은 수세에 몰릴 때 따라오는 패배감을 억지로 외면하지 않는다. 그들은 적에 대한 투쟁심에 그를 녹여 전의를 극대화하는 마인드컨트롤 능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부셰는 그들 중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부대의 요원이었다.


‘와라, 나는 네놈이 두렵지 않다.’


핏빛 동공 속 혼란이 투지로 전환되는 것을 본 학살조장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진다.


‘그래, 너도 전사였단 말이지.’


이종에 대한 식욕 같은 걸 떠나서 그 역시 전장에 생을 걸고 전투를 위해 살아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전사인 게 분명한 학살조원들을 편견없이 대하는 것도 그때문이었다. 해서 그는 순수한 마음으로 적에게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이곳이 네 마지막 전장이다.”


그리곤 한 걸음 더 디디며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다 말고 간격 밖의 바토리를 슬쩍 바라봤다.


‘뭔가 있다.’


바로 눈앞에 전의를 불태우는 2미터 여의 덩치가 있건만, 무저갱이 위험하다고 속삭이는 상대는 뇌쇄적인 염기를 품은 나체의 여인이었다. 어찌 보면 우습고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했지만..


'그게 바로 전장이지.' 그런 생각이 들어 옅은 미소를 머금을 때, 보디가드가 달려들었다.


적에게 돌진해가며 왼쪽 눈에 박힌 갈비뼈부터 뽑아 던진 부셰는 상대의 가슴을 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신속한 공격은 더할 나위 없이 위협적이었지만, 얼굴로 날아오는 갈비뼈를 쉽게 잡아챈 학살조장은 뻗어오는 주먹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나아갔다.


‘죽일 수 없다면, 찢어야지.’


그리곤 미리 합이라도 짠 것처럼 갈비뼈를 적의 주먹에 박아넣고 휘돌아 상대의 오른팔을 온몸으로 휘감았다. 경악한 부셰는 그를 떨치려고 했지만, 회전력을 이기지 못한 팔과 어깨의 관절이 뒤틀리고 근육과 피부가 찢어지며 핏물을 토하는 게 먼저였다.


‘뭐가 이렇게 빨라!’


어느새 그의 측면으로 내려선 학살조장은 너덜너덜해진 어깻죽지를 발끝으로 차올렸다.


'오른팔은 찢었고..'


탈골된 상태로 겨우 붙어 있던 팔은 학살조장의 송곳 같은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끔찍한 소리를 내며 뜯어졌다.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고 자그마치 팔이 떨어져 나간 상황이라 당황할 법도 했건만 부셰는 즉시 반격했다. 반사적으로 적에게 다가서며 하나 남은 주먹을 휘둘러 적의 얼굴을 후려쳐버린 것이다.


‘이번에는!’ 온몸의 무게를 실은 타격이 여지없이 적을 강타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주먹을 타고 흘러온 감촉은 물주머니였으니..


‘빌어먹을!’


일순 좌절감까지 느껴져 이를 악물 때, 그 힘 마저도 회전력으로 전환한 학살조장은 뜯어낸 팔을 야구 배트처럼 휘둘러 그의 머리를 두들겼다.


쾅! 살과 살이 아닌 차량의 충돌 같은 굉음이 밀실을 메운다.


목이 반쯤 찢겨진 채 뒤로 꺾인 얼굴은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져 있었다. 뒤틀린 입으로 게워내는 피거품이 멈추지 않는 걸 보니 이렇게 승부가 갈린 듯했다. 아마도 축적한 생명력이 보잘것없어 재생이 더딘 것이리라. 그래도 정신은 잃지 않았는지 미약하게나마 신음을 흘리며 몸의 중심이라도 잡으려 할 때, 코앞에 불쑥 나타난 학살조장이 어느새 뽑아 든 갈비뼈를 그의 목에 꽂아서 그대로 그었다.


'이제 팔 하나랑 다리 두 개.'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부셰의 머리통을 보며 잠시 호흡을 조절한 학살조장은 다시 갈비뼈를 휘둘러 적의 왼쪽 어깨와 양쪽 다리의 대퇴부를 찢었다. 그리곤 갈비뼈를 되잡고 힘을 집중하는 순간, ‘이걸로 끝이다.’ 바토리의 손에서 핏빛 화염이 토해져 나갔다.




‘이걸로 끝이다!’


작가의말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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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아프가니스탄 [바토리 vs 학살조장..6] +1 16.12.16 620 15 10쪽
61 아프가니스탄 [바토리 vs 학살조장..5] 16.12.16 603 16 12쪽
» 아프가니스탄 [바토리 vs 학살조장..부셰] 16.12.16 534 11 12쪽
59 아프가니스탄 [바토리 vs 학살조장..4] +1 16.12.16 588 12 11쪽
58 아프가니스탄 [바토리 vs 학살조장..앵그르] +1 16.12.16 624 12 11쪽
57 아프가니스탄 [바토리 vs 학살조장..3] +1 16.12.16 593 15 11쪽
56 아프가니스탄 [바토리 vs 학살조장..구울] +2 16.12.14 724 10 14쪽
55 아프가니스탄 [바토리 vs 학살조장..2] 16.12.13 640 10 12쪽
54 아프가니스탄 [바토리 vs 학살조장..1] +2 16.12.13 625 13 13쪽
53 아프가니스탄 [붉은 여인.. 바토리, 인연] 16.12.12 694 11 13쪽
52 아프가니스탄 [붉은 여인.. 전운] 16.12.09 510 11 14쪽
51 아프가니스탄 [Soulmate..유린] 16.12.09 564 14 11쪽
50 아프가니스탄 [Soulmate..붉은 여인] +1 16.12.08 620 13 10쪽
49 아프가니스탄 [Soulmate..3] 16.12.08 531 11 12쪽
48 아프가니스탄 [Soulmate..2] +1 16.12.07 637 11 12쪽
47 아프가니스탄 [Soulmate..1] 16.12.07 621 13 13쪽
46 아프가니스탄 [바토리..의지] 16.12.06 628 16 15쪽
45 아프가니스탄 [바토리..성역] 16.12.06 588 14 15쪽
44 아프가니스탄 [학살조장..괴물] +2 16.12.05 635 13 14쪽
43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허무] +1 16.12.02 630 16 13쪽
42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8] +1 16.12.02 656 14 13쪽
41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7] +2 16.12.01 645 11 11쪽
40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6] +4 16.12.01 575 11 12쪽
39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5] +1 16.12.01 556 13 12쪽
38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4] +1 16.11.30 668 13 12쪽
37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격돌] +1 16.11.29 664 15 11쪽
36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3] +2 16.11.29 782 11 15쪽
35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2] +1 16.11.28 631 13 12쪽
34 아프가니스탄 [The Beast vs 학살조..1] 16.11.28 654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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