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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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작품등록일 :
2012.08.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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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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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28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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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전기 10.세라딘 덴발크(1)

DUMMY

10. 세라딘 덴발크 (1)


세라딘 왕궁.

대개의 왕궁은 화려하고 웅장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세라딘 왕궁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프레드릭 영지의 성보다 더 작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서 세라딘 왕궁을 평가하면 나중에 자신의 어리석음을 처절히 깨닫게 된다.

세라딘 왕궁은 지상에 드러난 부분보다 지하에 감춰진 부분이 두 배는 더 넓었다. 왕궁은 지상 2층, 지하 3층으로 지어졌다. 세라딘 왕궁의 지하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왕궁의 지하에 관련된 일은 극비였고 비밀을 발설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을 받았다. 비밀을 들은 자 또한 영원히 격리 당했다.

왕궁의 지하 1층에는 넓은 식당과 밀실, 무기고 등이 있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주방장은 하루에 5천 명이나 되는 식사를 매일 준비했다. 식사시간에는 식당에 식사를 준비해 두고 밖에 나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식당 안에서 누가 식사를 하는지 주방장은 물론 30명이나 되는 주방보조 인원들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들은 호기심이 생겼지만 인내심을 발휘하여 호기심을 눌렀다. 만약 알려고 하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었다. 이미 몇 명의 주방보조가 그렇게 죽어갔다.

세라딘의 국왕 덴발크는 비밀이 많은 왕이었다. 그는 알려진 부분보다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았다. 덴발크는 적발에 당당한 체구를 가진 남자였다. 눈썹이 짙고 코가 컸으며 눈이 부리부리했다.

그가 왕궁의 지하 1층에 나타나자 키메데스 공작과 스타르코스 공작이 벌떡 일어서며 덴발크를 반겼다.

“국왕폐하! 저희를 부르셨습니까?”

키메데스 공작은 큰 키에 우람한 근육을 가진 40대의 남자였다. 각진 얼굴에 꽉 다문 입매는 고집스러운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반면 스타르코스 공작은 작은 키에 온화한 얼굴을 한 60대의 노인이었다. 얼굴은 지극히 온화했지만 번뜩이는 눈은 정치판에서 잔뼈가 굶은 여우를 보는 듯 했다.

“두 공작은 소문을 들으셨소?”

“예? 소문이라뇨?”

“알프레드 영지의 영주가 프레드릭 백작령과 산타리아 백작령을 점령했다는 사실 말이오.”

덴발크의 말에 두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은 들었습니다마는 특별한 문제가 있겠습니까? 국왕폐하께서 이미 영지전을 허락한 상태라 알프레드 영지의 영주에게 빼앗은 영지를 다시 돌려주라고 하지도 못합니다.”

스타르코스 공작의 말에 덴발크는 비웃듯 피식 웃었다.

“난 알프레드 영주에게 빼앗은 영지를 다시 돌려주라고 협박할 생각은 추호도 없소. 그가 이번에 스타르코스 공작의 영지를 침범할 것 같은데 대비는 되어 있소?”

“고작 두 개의 영지를 빼앗았다고 겁도 없이 덤비는 놈은 산드로스 가문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주먹을 불끈 쥐는 산드로스 스타르코스 공작을 보며 덴발크는 속으로 비웃었다. 스타르코스 공작은 정치적인 능력은 뛰어났지만 전쟁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자신에게 속한 10개 영지의 힘이라면 알프레드, 프레드릭, 산타리아가 힘을 합쳐 공격 해와도 간단하게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명심하시오. 내가 영지전을 허락한 이상. 알프레드 영주에게 영지를 모두 뺏기면 공작이 바뀌게 될 것이오.”

덴발크의 말에 스타르코스 공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 힘들 것 같으면 키메데스 공작에게 도움을 청하시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무식한 네이아스 가문 따위의 힘은 필요 없습니다.”

“흥! 나도 고고한 척 뻐기는 산드로스 가문 따위는 도와줄 생각이 없습니다.”

두 공작가문은 서로 앙숙 관계였다. 그러니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일 따위는 기대할 수 없었다.

“두 공작은 지금 영지로 가서 충분히 대비하시오. 결코 상대방을 얕잡아 보면 안 될 것이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저희들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덴발크는 두 공작이 물러가고 나자 피식 웃었다.

“병신 같은 놈들. 아직도 자신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도 모르고 있다니… 알프레드 영주! 어떤 놈인지 무척 기대가 되는군. 네놈을 꼭 죽인다는 약속 때문에 이 좁은 땅에서 10년간이나 칼을 갈며 기다렸다. 네놈을 죽이고 나면 넓은 대륙으로 진출할 것이다.”

덴발크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알프레드 영주를 생각하자 몸에서 호승심이 끓어올랐다.

“가볍게 몸을 풀어야겠군.”

덴발크는 즉시 왕궁의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는 마법진으로 차단되어 있었지만 덴발크가 입구로 들어서자 인지능력이라도 있는 듯 그대로 통과시켰다.

과거 이곳으로 들어섰던 주방보조 인원 두 명이 마법진 안에서 생기를 모두 빼앗기고 말라 죽은 적이 있었다. 덴발크가 마법진을 통과하자 곧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왕궁의 지하2층은 광장이었고 광장의 정중앙에는 라이트 마법이 걸린 둥근 구체가 광장의 구석구석을 비쳐주고 있었다. 광장에는 덴발크가 고르고 고른 정예 병사들이 무술수련을 하고 있었다.

덴발크가 광장 안으로 들어서자 병사들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있던 몇몇이 놀라운 신법으로 달려왔다.

“황제폐하! 드디어 출병이옵니까?”

“아니, 아직 아니다. 그냥 몸을 좀 풀려고 왔다.”

덴발크의 말에 앞쪽에 있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제가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스파니크! 너라면 나를 상대할 자격이 있지.”

스파니크는 평범한 체격에 평범한 얼굴을 한 20대 후반의 남자였다. 하지만 덴발크와 마주 서자 폭풍 같은 기세가 뻗어 나왔다.

“많이 발전했군.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이야.”

덴발크가 손을 뻗자 광장의 한쪽 벽에 보관 되어 있던 칼이 번개같이 날아와 덴발크의 앞에서 멈췄다. 덴발크는 자신의 손에 들려진 은빛 광채를 뿜어대는 칼을 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세라딘 왕국에 대대로 전해지고 있는 제왕의 검이었다.

제왕의 검은 지금은 전설로만 존재하는 화이트 드래곤의 뼈로 만들었다는 위대한 검이었다. 오브의 별에서 지상 최강의 생명체 드래곤이 언제 멸종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이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가운데 지금도 지상 최강의 생명체였던 드래곤의 레어를 찾아 헤매는 모험가들이 팀을 이루어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알킨스 대륙에 가면 그런 팀이 수십 개가 넘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드래곤 레어를 찾아 헤매는 이유는 드래곤 레어만 발견하면 평생 먹고살 돈과 명예가 생기기 때문이다. 옛 문서에 의하면 드래곤 레어에는 수많은 황금과 마법서적이 있다고 적혀 있는데 지금까지 발견 된 곳은 없었다.

드래곤이 멸종한 초기에 이미 대부분의 레어가 발견되었던 탓에 수천 년이 지난 지금은 발견하기가 힘들었다. 워낙 드래곤의 개체수가 적었기에 레어의 수도 한정적이었던 탓이다.

수천 년 전에 이미 많은 레어들이 발견되었지만 드래곤이 남긴 마법서적은 한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옛 기록에도 드래곤의 레어가 발견되었다는 말은 있었지만 마법서적에 관련된 말은 없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덴발크는 제왕의 검을 조용히 응시하다가 스파니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공격해라!”

덴발크의 명령에 스파니크는 손에든 검에 진기를 주입했다. 순간, 검에 검강이 선명하게 맺히며 검 끝으로 2미터 이상의 검강이 쭉 뻗어 나왔다. 스파니크는 놀랍게도 상급의 소드 마스터였다.

검강. 즉 이곳에서는 오러 블레이드라고 부르는 오러를 2미터 이상 능숙하게 다루는 스파니크가 20대 후반이라는 사실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20대 후반이 상급의 소드 마스터라는 것은 알킨스 대륙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스파니크가 공격해 들어오자 덴발크가 들고 있던 제왕의 검 또한 찬란한 빛을 발하며 2미터 이상 쭉 늘어났다. 오러 블레이드가 뻗어 나온 것이다.

스파니크가 펼치는 검법은 놀랍게도 남궁세가의 창궁무애검법이었다. 그에 맞서는 덴발크의 검법 또한 남궁세가의 천풍검법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검법을 잘 아는 듯 공격과 방어가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무한보가 많이 늘었구나.”

“황제폐하의 천풍검법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파니크는 벌써 몇 번이나 덴발크의 검이 자신의 사혈에서 멈췄다가 물러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뼈를 깎는 수련을 했지만 아직 덴발크는 당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덴발크가 바로 그들에게 무공을 가르친 스승이기 때문이다.

대련이 끝나자 스파니크의 얼굴은 온통 땀범벅이었다. 그런데 몸을 풀러 왔다는 덴발크의 얼굴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호흡 또한 거칠어지지 않았다. 그것을 보면 덴발크가 스파니크 보다 몇 수 위의 고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덴발크는 자신과 스파니크의 대련을 뚫어지게 관찰하고 있는 충실한 부하들을 쭉 둘러보았다. 그들은 아직 젊었고 덴발크가 몇 번을 걸러내고 뽑은 정예 병사들이었다. 인원수는 정확히 4천 명. 이들이라면 당장이라도 이웃 섬인 엘란도 왕국을 점령할 수 있었다.

“황제폐하! 이제 엘란도 왕국으로 출병하는 것이옵니까?”

쇠로된 종을 울리는 것 같은 굵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스타뉴였다. 바스타뉴는 상체를 탈의하고 있었는데 얼마나 치열하게 수련을 했는지 몸 전체에 자잘한 검상이 수도 없이 보였다. 적발의 머리는 하늘로 치솟아 있어 이상한 위압감을 느끼게 했다.

“아직, 아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너희들의 실력을 시험해 볼 좋은 먹잇감이 올 것이다. 먹잇감을 해치우고 엘란도 왕국을 정벌하러 갈 것이다.”

“세라딘 왕국에 저희들의 먹잇감이 될 만한 영주가 있겠습니까?”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 자는 안티랜드였다. 안티랜드는 은발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미남자였다. 눈썹이 가늘고 입술이 얇았는데 싸늘한 눈빛이 잔인한 성격임을 느끼게 했다.

“너희들이 충분히 만족할 먹잇감이다. 그러니 기대하도록!”

“누군지 모르지만 빨리 눈앞에 나타났으면 좋겠군요. 박살을 내 버리게.”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은 자는 지올드였다. 지올드는 오우거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하는 자였다. 덩치도 컸고 머리에는 머리카락 하나 없었다.

덴발크는 자신의 앞에 당당히 버티고 서있는 이들 4명을 흡족한 얼굴로 쳐다봤다. 스파니크, 바스타뉴, 안티랜드, 지올드는 자신이 처음으로 발굴하여 가르친 제자이자 부하였다.

이들 4명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인원들을 선발하여 무공을 가르쳤지만 모두 이들 보다는 못했다. 나중에 선발한 3천 명은 덴발크가 아니라 이들 4명이 무공을 가르쳤다. 덴발크는 이들 4명을 사천왕이라 불렀다.

세라딘 왕국의 왕인 자신은 나중에 알킨스 대륙의 엑시멈 제국까지 정벌하겠다는 의미에서 부하들에게 왕이 아니라 황제라 부르게 했다. 자신은 그들에게 황제란 말을 들을 충분한 자격과 야망이 있었다.

덴발크는 문득 나약하고 소심하던 자신이 바뀌게 된 계기가 떠올랐다. 만약 10년 전 그때의 일이 없었더라면 자신은 겉으로는 강한체했지만 속으로는 귀족들의 눈치나 보는 한심한 왕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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