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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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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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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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검천출두(劍天出頭) 1

DUMMY

챙!


한 자루의 검과 한 자루의 창이 만나 더할 나위 없는 공명을 일으킨다.


검객의 검은 빠르고 날카로우며 형용할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킨다. 창수의 흑창은 강맹하며 빠르고 정확하여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찔러 들어온다.


검영은 천하를 뒤덮으며 창영은 세상은 꿰뚫는다. 검이 천하를 뒤덮으려 할때 창은 세상을 꿰뚫고 창이 세상을 꿰뚫을 때 검은 그 빈자리를 메꾼다.


두 사람은 그렇게 수백초를 나누었고 그들의 주변은 이미 퍼져나가는 파장에 황폐화된지 오래였다. 하지만 정작 그들에게선 작은 생채기 하나 찾을 수 없다.


챙!


다시 한번 검과 창이 부딪히며 두 무인의 신형이 각기3장 밖으로 물러섰다. 그리곤 숨을 몰아쉬며 가만히 서로를 노려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검객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철컹!


검객은 검을 조용히 회수하더니 바로 검집에 넣어버렸다. 그리곤 몸을 조용히 움직였다.


오른발은 앞으로 구부리며 왼발은 반대편으로 구부린다. 그리곤 상체를 앞으로 숙인다. 왼손으론 검집을 오른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굳건히 움켜쥐어 언제든지 검을 뽑을 수 있도록 만든다. 그 자세는 바로 발검이었다. 검을 쥔 모든 이들의기본 자세이지만 검객이 발검을 취하자 천하가 베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처억!


검객의 몸이 움직인 순간 창수도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용히 움직인 그의 몸은 어느순간 굳건한 바위처럼 자세를 잡고 그의 창은 검객을 향한다. 창수의 자세는 다름아닌 거창. 모든 창수들의 기본이나 그가 거창하자 백의 무인조차 감히 대하지 못할 기세가 폭발했다.


두 사람의 신형이 최고의 자세를 취했을 때 그들의 검과 창이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 순간 검객과 창수의 신형도 마치 유령처럼 사라졌다.


채애애앵!


검과 창이 부딪히는 소리가 천지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와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서로 등을 보이며 검으로 베고 창으로 찌른 자세로 다시 나타났다.


"흐음..."


창수가 자세를 펴더니 오른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그의 턱은 자그마한 생채기가 생겨 약간의 핏기를 보이고 있었다.


"..."


검객도 자세를 폈다. 그리곤 쓰고 있던 죽립의 줄을 만져 보았다. 죽립의 줄은 칼로 벤 듯 잘려있었다.


"와아아아!"


두 사람이 가만히 턱과 죽립 줄을 메만지고 있을 때 멀리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승부는 다음으로 미뤄야 겠군."


창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창을 왼쪽 어깨에 걸치고는 신법을 펼치며 걸음을 옮겼다. 검객은 그런 그를 붙잡지 않았다. 다만 검을 검집으로 회수하곤 함성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볼뿐이었다.


"네 이름은?"


멀어져 가는 창수를 향해 검객이 중얼거리 듯 물었다. 마치 혼잣말을 하는 듯하여 다른 사람이라면 듣지도 못할 정도로 작은 음성이었다. 하지만 창수는 그 음성을 듣고는 똑같이 작은 음성으로 답했다.


"그냥 창천(槍天)이라고 부르도록. 다음에 보도록 하지 검천(劍天)."


그렇게 스스로를 창천이라 말한 창수는 장내를 떠났다.


"창천..."


검천이라 불린 검객은 창천의 이름을 조용히 되내일 뿐이었다.


===


"으음..."


따사로운 햇살에 조용히 잠에서 깨어났다.


"꿈인가?"


잠에서 깨어난 방금 전까지 꿈을 꾸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벌써 오년이나 지난 일이 꿈에 나오다니. 무슨 의미지?"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미묘한 감정으로 중얼거렸다. 오년전에 있었던 결투가 갑자기 꿈에 나타나다니, 무슨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검천 대협. 일어나셨습니까?"


막 침상에서 일어나려고 할때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소년의 목소리.


'이 목소리... 성아구나.'


굳이 누군지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다. 이곳에 처음 들어올 때 시종으로 들인 성이라는 아이다. 문 넘어에 존재하는 기운은 그 아이만의 것이었다.


"무슨일이냐?"


문 밖에서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예. 맹주께서 일어나시는 대로 뵙기를 바란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그래? 알았다. 조금만 기다리거라."


집주인이 만나자고 하는데 식객이 되어 거절할 순 없는 법. 바로 몸을 침상에서 일어났다.


일각 동안 모든 채비를 끝마치고 방문을 열었다. 방문 앞에는 아직 16~17세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 사내를 기다리고 있다.


"가자."


"예."


그렇게 말하고는 앞서 걸음을 옮겼다. 소년은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등 뒤의 성의 걱정하는 눈빛이 느껴진다. 천으로 가린 눈 때문에 혹시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리라.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사실은 성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 아마도 자신의 그러한 눈빛을 알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 하다.


눈을 천으로 가린 것은 수련의 일환이 아니다. 그저 볼 필요가 없기에 보지 않는 것일 뿐이다.



"하나!"


"어힛!"


건물 밖으로 나서 걸음을 옮기던 사내의 귓가에 근처 연무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단체 훈련의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청룡단(靑龍團)이군.'


사내는 보지도 않고 기합소리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무림맹 소속 사방신단(四方神團) 중 하나인 청룡단이다.


사내는 발걸음을 옮겨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왜 그러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그냥 발걸음이 움직였다.


"누구...! 헛!"


청룡단주(靑龍團主) 검패(劍覇) 소철은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다 헛바람을 들이켰다.


눈 앞에 나타난 비단으로 눈을 가린 사내가 누구인지 안 것이다.


"거, 검천 대협!"


소철의 목소리는 있는대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음성을 들은 청룡단원들의 입에서 일제히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검천?!"


"저분이?!"


순간적으로 모든 청룡단원들의 시선이 사내를 향했다. 그들의 시선엔 사내 뒤에서 따르고 있는 소년과 다르지 않은 무한한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처, 청룡단 단주를 마, 맡고 있는 거, 검패 소철이라고 합니다."


떨리는 가슴을 겨우겨우 붙잡으며 소철은 포권을 취했다. 사내 또한 묵묵히 포권을 취해 소철에게 답했다.


"검천일세. 소 대협과는 지난번에 한번 만난적이 있던 것 같군."


"기, 기억해 주시다니! 여, 영광입니다!"


사내의 말에 소철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그가 검천을 만난 것은 몇달전 무림맹주가 연 환영회에서 잠깐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검패 소철이라하면 무림 어딜가나 대접받을 수 있는 고수이지만 지금 앞의 서있는 사내와 비교하면 티끌조차 되지않는 명성이었다. 검패라는 별호조차 부끄러울 지경이다. 때문에 기억할 것이라고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건만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니 감격이 몰려든다.


"진법 수련인가?"


사내는 고개를 청룡단쪽으로 돌리며 물었다.


"예. 청룡단의 4진 중 청룡망라진(靑龍網羅陣)의 수련 중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열심히군."


"무인으로서 당연한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소철은 상기된 얼굴로 검천의 질문에 힘차게 답했다.


"청룡망라진이라... 그렇다면 건(乾)쪽의 무인들 중 한명을 리(離)쪽의 무인 중 한명과 교체하게. 너무 힘에 치우쳐 있군."


"...!"


사내의 말에 소철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방금 검천이 말한 것은 방금전까지 소철이 풀지못하고 있던 문제였던 것이다.


"그럼 이만 가보지."


자신이 할 말을 마친 사내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 그의 등을 향해 소철과 청룡단원들은 일제히 외쳤다.


"충!"


"충!"


그렇게 사내가 연무장을 떠나자 청룡단원들이 일제히 단주인 소철 곁으로 모였다. 그들 중에서는 소철이 가장 사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까닭이었다.


"단주님! 저분이 정말?"


"보고도 모르나! 저분이 바로 검천 대협이시다!"


"하지만 너무 젊으셔서..."


"반로환동조차 모르는 겐가? 저분은 이미 나이 같을 것을 초월한 분이다. 외형은 젊어 보일지 몰라도 난 저분의 기세조차 받아낼 수 없어."


"저 눈을 가린 천은 무엇입니까? 소문대로 정녕 맹인이신 겁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 분명 소문엔 수련의 일종이라는 말도 있고 맹인이라는 말도 있지. 하지만 모두 검천 대협을 본 적도 없는 나부랭이들이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다."


"그, 그럼 진짜는 뭡니까?"


"검천 대협의 눈은 심안을 수련하시는 게 아니라 이미 눈으로 보지 않아도 천하의 모든 것을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욱 정확히 느끼고 보실 수 있기에 폐안하신 것 뿐이다. 내가 아는 사실로는 백장 내에서는 개미 새끼 한마리조차 그분의 심안을 피할 수 없지.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


"한 마디로! 그 천의 의미가 무엇이든 이미 그분은 눈으로 볼 필요가 없으신 것이란 말이다."


"...!"


소철의 마지막 말에 청룡단원들은 놀라 말을 잃었다. 눈으로 볼 필요가 없는 경지. 그것은 그들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였다.


"자자! 모두 정신 차려라! 다시 수련을 시작한다! 검천께서 말씀하신대로 건과 리에서 한명씩 자리를 바꾸도록!"


소철은 말을 잃은 단원들을 깨워 다시 진법 수련에 들어갔다.


"예!"


소철의 고함에 정신 차린 단원들은 바로 제위치로 돌아갔다.


"하나!"


"어힛!"


"둘!"


"어힛!"


잠깐 동안의 소란을 뒤로 하고 청룡단은 다시 진법수련에 들어갔다. 검천의 등장으로 시간을 소비하긴 했으나 그 덕에 계속해서 조금씩 어긋나던 팔괘의 균형을 잡을 방법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검천은 그렇게 무림맹 한켠에서 자그마한 일을 만들고는 사라졌다.


===


작가의말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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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검도일도(劍刀一賭) 2 +3 14.01.29 4,140 124 8쪽
8 검도일도(劍刀一賭) 1 +6 14.01.28 4,691 131 9쪽
7 하북팽가(河北彭家) 4 +7 14.01.27 4,320 123 13쪽
6 하북팽가(河北彭家) 3 +4 14.01.26 4,200 117 10쪽
5 하북팽가(河北彭家) 2 +2 14.01.25 4,472 122 10쪽
4 하북팽가(河北彭家) 1 +2 14.01.24 5,754 128 9쪽
3 검천출두(劍天出頭) 2 +2 14.01.23 7,161 171 7쪽
» 검천출두(劍天出頭) 1 +5 14.01.22 10,003 190 10쪽
1 서장(序章) +2 14.01.22 9,717 18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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