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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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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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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도일도(劍刀一賭) 1

DUMMY

팽가 한켠에 마련된 오직 도천만을 위한 정원. 세간에서 도천지원(刀天之園)이라 불리는 정원. 그곳에 마련된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정좌에서 도천은 명상을 취하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가라앚게 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만으로 주위를 잠잠하게 만드는 그 모습은 마치 도천이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몽롱한 기분을 만들어낸다.


그런 그에게 조용히 다가온 이가 있었다.


"백부님."


도천을 부르는 조용한 목소리. 그 부름에 도천이 가만히 눈을 떴다. 그리고 조용하던 정원이 투기로 채워진다.


"왔느냐."


"예."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짧막하기 그지 없는 대화. 그러나 그런 대화만으로도 뜻은 통한 듯 했다.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조용히 몸을 일으킨 도천. 고개를 조용히 돌려 멀리 놓인 도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와라."


정원 한켠에 놓여있던 도는 그 부름에 답하는 것처럼 도천의 손으로 날아들어 손에 잡혔다.


"가자."


"예."


도천이 먼저 움직이고 그 뒤를 중년인이 따랐다.


둥!둥!둥!


그저 조용히 움직이는 발걸음을 뿐이건만 방금전까지 고요했던 공간이 도천의 걸음걸음마다 울림소리를 만들어 낸다.


===


두리번. 두리번.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모르는 성이 쭈볏쭈볏 거리며 눈알을 돌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천하제일문이라 불리는 하북팽가. 그 안에 들어오니 도데체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가만히 앉아 있을 뿐임에도 느껴지는 위압감이 성을 절로 움츠러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정점은 바로 눈 앞에 서있는 중년의 사내. 하북팽가의 주인이자 도황이라 불리는 팽무쌍이 그 기세를 줄기줄기 흘리며 위압감을 만들어내니 안그래도 소심한 성을 보는 것만으로 몸이 굳어버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 성의 옆에 앉아 있는 사내. 검천은 그 도황이 앞에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볍게 차를 한모금 마시더니 팽무쌍에게 말한다.


"치워라."


그 말 한마디에 그 무시무시하던 도황의 기세가 씻은 듯이 사라진다.


"이제 좀 낫군."


그리고 다시 찻잔을 드는 검천이다.


"오랜만이군."


"허허, 정말 오래되었습니다. 제가 도황의 이름을 얻은 후 만난적이 없으니 말입니다. 어디 그 동안 강녕하셨습니까?"


"보는바와 같이."


자연스러운 하대. 그리고 그 하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도황이다.


백대고수와 천외천간의 차이. 짧은 대화 안에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그런데 이 소년은?"


그제서야 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팽무쌍. 아니, 검천과 함께 팽가의 문턱을 밟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으나 이제야 표현하는 것이었다.


"일행이다."


한마디로 대답하는 검천이다.


"일행입니까. 저는 검천께서 제자라도 받으신 줄 알았습니다."


"..."


팽무쌍이 농을 던졌으나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것인지 검천은 아무말 없이 차를 들이켰다. 팽무쌍도 성도 그 침묵에 조용히 찻잔을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적.


검천은 검천대로 도황은 도황대로 성은 성대로 아무말 없이 시간이 지난다.


그렇게 반각쯤 지났을까.


화아아아악!


쨍그랑!


"악!"


"...!"


"..."


갑자기 들이닥치는 어마어마한 투기에 성이 비명을 지르며 찻잔을 깨뜨리고, 팽무쌍은 몸을 움찔했다. 오직 검천만이 반응도 없이 찻물을 입에 머그문다.


부들부들.


성의 몸이 밀려드는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린다. 느껴본적 없는 무시무시한 투기, 그것은 현재의 성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황이라 불리는 팽무쌍조차 이 투기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요란스럽군."


마지막 찻물을 들이킨 검천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그리고 그의 몸에서 소량의 기세가 뿜어져 나와 투기에 대응한다. 그 힘이나 양으로 보자는 밀려드는 투기의 십분지 일도 되지 않는 기세, 그러나 그 것만으로 충분했다. 밀어내지 않고 흘려낸다. 꼭 정면으로 맞설필요가 없다. 소량의 기세를 뿜어내어 투기를 흘려내는 것만으로도 운신의 자유를 얻기엔 충분했다.


"가지."


운신의 자유가 확보되자 검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 뒤를 성과 팽무쌍이 따랐다.


가주전 밖. 그 앞에 서있는 자는 역시 도천이었다. 검천이 가주전 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 무시무시한 투기를 감쪽같이 거두어버린다.


"오랜만이군. 검천."


"오랜만이군. 도천."


서로를 바라보며 거의 동시에 말을 걷내는 두 사람.


"제발로 본가에 찾아오다니. 무슨 생각이지?"


"오고싶어서 온 것이 아니다."


"네 의지건, 의지가 아니던. 지금 팽가 안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것인가."


"각오는 되었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쿵!


그 외침과 함께 진각을 밟는 도천. 오른손의 들고있는 애도 천양신도(天陽神刀)가 검천을 향하며 언제든지 뻗어나갈 태세를 갖춘다. 거두어들였던 투기가 다시 불타오르며 검천을 압박해 들어간다.


그러나 도천의 도는 검천의 한마디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나는 맹주의 명으로 왔다."


우뚝.


"이익!!!"


무림맹주의 명. 하북팽가가 무림맹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한 도천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굳이, 무시하자면 못할 것도 없으나 그리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하나 없다. 눈앞의 검천을 두고도 검을 휘두룰 수 없는 이유다.


철컹.


도천의 도가 다시 등뒤로 돌아갔다.


"용건은?"


매섭게 쏘아붙이는 도천. 그러나 검천은 담담할 뿐이다.


"이미 알고 있을 터."


"쳇!"


노골적으로 불만을 들어내며 도천은 손을 품속에 집어넣어 작은 함을 꺼냈다.


"네가 원하는 건 이거다."


"내용물이 뭐지?"


"알려 줄 수 없다."


"..."


"직접 봐라. 볼 수 있으면."


"무슨 뜻이냐?"


"검을 뽑아라. 그리고 이 함을 부수지 않고 가져가봐라. 단, 나도 내 도로 이 함을 지킬 거다. 네가 이긴다면 가져가라. 그러나 네가 진다면 안에 있는 내용물까지 부숴버리겠다."


과격한 언사가 아닐 수 없었다. 어찌보면 맹주령이라 할지라도 무시해 버리겠다는 뜻이 아닌가.


그러나 검천은 정녕 감정이 없는 듯했다.


"부순다? 쓸데 없는 짓이군."


"쓸데 없다? 이게 필요하지 않은가 보군."


"그것은 필요하다. 허나, 그걸 부순다고 네게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네 제안 받아들이겠다. 단, 내가 지더라도 물건은 넘겨라 지는 대신 다른 것을 내놓겠다."


"다른 것?"


검천의 말에 의문을 표하는 도천이었다. 그런 도천에게 검천은 시선을 돌려 도천 뒤에 서있는 사내를 보며 말했다.


"소가주가 많이 부족해보이는군."


"...!


"흐흡!"


그 말 한마디에 도천 그리고 검천 뒤에 팽무쌍의 안색이 바로 변했다. 검천의 말, 그것은 천하제일문이라 불리는 하북팽가의 유일한 약점을 지적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하북팽가. 명실상부한 천하제일문으로 팔대세가 전체 위에 군림하며 구파일방을 눈 아래로 둔다. 천마신교나 사황성의 일익 혈룡방이 아니고서야 팽가를 대적할 단일문파는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현 하북팽가의 위세는 대단하다.


그러나 팽가에도 단 한가지 약점이 있으니, 바로 다음세대를 이어받을 인물의 부재다. 도천과 도황이란 절대고수들을 배출하여 천하제일문의 칭호를 얻은 팽가이나 그들이 은퇴하고 난 후에도 그 칭호가 유지될지, 아니 지금의 성세가 유지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 때문에 필요한 것이 다음세대를 이어갈 절대고수의 존재. 그리고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 바로 현 팽가의 소가주 팽일성인데, 그의 무공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무력만 빼고 본다면 누구보다 우수한 가주의 자질이나, 그 무력이 언제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의 무재가 떨어지냐고 한다면 그것은 또 아니다. 소가주 팽일성의 무재는 도천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뛰어나다. 단지, 그 무재가 중(重)의 요결을 따르는 팽가의 무공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것 뿐. 모르긴 몰라도 쾌공(快功)을 익혔다면 지금 쯤 백대고수가 되고도 남았을 정도로 그의 무재는 뛰어나다.


스스로 팽가의 무공을 쾌공식으로 변형하여 어딜가도 부족함 없는 절정고수가 되었으나, 모두가 중의 무공을 사용하는 곳에서 혼로 쾌공을 연성하고, 마땅히 가르침을 내려줄 스승이 없어 팽일성의 무공은 벌써 5년 가까히 답보상태에 빠져 있었다.


검천은 그 모든 상황을 꿰뚫어보고 말을 꺼낸 것이었다.


"내가 진다면 소가주의 무공을 손봐주겠다. 어떤가?"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무기는 다를지 모르나 쾌(快), 중(重), 환(幻)의 모든 이치를 자유자제로 구사하는 검천의 가르침이라면 팽일성을 답보상태에서 꺼내줄 수 있을 것이다.


전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좋다. 그걸로 하지."


바로 제안을 받아들이는 도천. 그가 바로 뒤돌아서며 말한다.


"바로 시작하지. 따라와라."


검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 뒤를 따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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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검도일도(劍刀一賭) 2 +3 14.01.29 4,140 124 8쪽
» 검도일도(劍刀一賭) 1 +6 14.01.28 4,691 131 9쪽
7 하북팽가(河北彭家) 4 +7 14.01.27 4,320 123 13쪽
6 하북팽가(河北彭家) 3 +4 14.01.26 4,200 117 10쪽
5 하북팽가(河北彭家) 2 +2 14.01.25 4,472 122 10쪽
4 하북팽가(河北彭家) 1 +2 14.01.24 5,754 128 9쪽
3 검천출두(劍天出頭) 2 +2 14.01.23 7,161 171 7쪽
2 검천출두(劍天出頭) 1 +5 14.01.22 10,002 190 10쪽
1 서장(序章) +2 14.01.22 9,717 18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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