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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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복
작품등록일 :
2014.01.22 13:19
최근연재일 :
2016.04.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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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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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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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河北彭家) 3

DUMMY

하북팽가의 안쪽 구석진 곳에 마련된 자그마한 정원. 그 정원 안에 마련된 정자 안에서 한 청년이 지는 저녁해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흑발의 긴 머리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조용히 움직이며 그 외모는 미남이라고 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노을 빛을 받아 생기는 청년의 그림자 뒤로 팽무쌍이 나타났다.


척!


팽무쌍은 애병인 맹호도를 굳건히 붙들고는 혼원벽력신공(混元霹靂神功)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곤 맹호대도의 도첨(刀尖)을 청년을 향해 치켜세웠다.


단지 도를 들었을 뿐임에도 그의 몸에선 태산과 같은 기세가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 기세는 그대로 맹호대도를 향해 집중되었다. 태산과 같은 기세가 하나의 도에 집중되고 도강과 하나가 되니 그 위력은 보는 것 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다. 이것이 도황 팽무쌍의 최고절기 일도무쌍도(一刀無雙刀)다.


등 뒤에서 엄청난 기세가 몰려옴에도 청년은 그저 노을을 바라볼 뿐 전혀 미동이 없었다.


"하압!"


쿵!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팽무쌍의 신형이 돌풍처럼 날아 청년의 등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도격의 범위 안에 청년이 들어왔을 때, 팽무쌍의 도가 청년을 향해 내리쳤다.


그 때였다. 청년의 신형이 한순간에 회전하여 반전한 것은.


청년은 쇄도하는 일도무쌍도를 향해 손에 들린 자신의 도를 내뻗었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나 그 결과는 생각과 달랐다,


쾅!


도와 도가 맞부딪혔다고는 믿을 수 없는 폭발음과 경력이 정좌를 뒤덮었다. 그리고 잠시 뒤 폭발의 여파가 가라 앉았다.


"좋은 일격이구나."


놀랍게도 청년은 팽무쌍의 도를 정면으로 막고서도 멀쩡했다. 아니, 멀쩡한 정도가 아니라 너무나 여유로웠다. 오히려 청년과 도를 맞대고 있는 팽무쌍의 얼굴에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땅!


청년은 무심하면서도 또한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더니 도를 살짝 튕겨 팽무쌍의 맹호도를 튕겨냈다.


"윽!"


가벼운 기교였으나 실상 그 안에 담긴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무림백대고수에 속하는 팽무쌍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정좌 밖까지 밀려난 것이다.


쿵!


"헉, 헉."


정좌 밖에서야 겨우 몸을 가눈 팽무쌍이 맹호대도를 땅에 박고는 소모된 진력에 숨을 골랐다. 아니, 고르려했다. 하지만 땅에 맹호대도가 박히는 순간 팽무쌍은 쇄도하는 청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쾅!


다시한번 도와 도가 만나 폭발음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반동에 팽무쌍의 신형이 한걸음 뒤로 물러난다.


쾅!


제이격. 또다시 울리는 폭발음과 한걸음 물러서는 팽무쌍의 발걸음.


쾅!


제삼격. 다시금 폭발음이 울리며 팽무쌍의 발걸음이 뒤로 물러났다.


제사격, 제오격, 제육격.


쾅! 쾅! 쾅!


청년의 도가 휘둘러질 때마다 팽무쌍의 신형이 한걸음씩 뒤로 물러나며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깨지는 도강의 파편들로 인해 팽무쌍의 몸에 상처들이 늘어갔다.


그렇게 열걸음을 물러났을 때 팽무쌍의 신형이 쾌속으로 한바퀴 회전하며 제십일격을 날리던 청년의 도를 피했고 그와 동시에 거력이 담긴 도를휘둘렀다. 팽가의 구명절초 중 하나 회륜참(回輪斬)이었다.


쾌속으로 휘둘러지는 회륜참의 도가 목 지척에 이르렀을 때 청년의 도가 섬광처럼 회수되며 회륜참을 막아섰다.


쾅!


다시금 도와 도가 부딪히며 폭음을 만들어냈다. 다만 이번에는 팽무쌍의 신형은 굳건하며 청년의 신형 또한 물러섬 없이 굳건히 서있었다.


그 상태로 얼마나 있었을까? 정원을 비추던 노을을 완전히 떨어지자 청년이 도를 거뒀다.


"열걸음... 조금 좋아졌구나."


청년의 입에서 여전히 팽무쌍을 향해 하대를 했다.


팽무쌍은 그런 청년의 음성을 당연하다는 듯이 들었다. 그도그럴 것이 환골탈태를 통해 80의 나이에도 40대로 보이는 팽무쌍이지만 눈앞의 청년은 그런 팽무쌍의 경지를 넘어선 절대경지를 개척한 무인이었다.


팽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무인이 바로 그였고 당금 팽가가 천하제일문으로 불리고 있는 것도 바로 눈앞의 청년으로 인해서였다.


청년의 이름은 환. 도로서 천의 이름을 얻은 도천(刀天)이 바로 그다.


"얼마전 조금의 성과가 있었을 뿐입니다."


"조금의 성과라... 지금의 네 경지에서 그 정도 성과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지. 네 노력이 충분히 짐작가는구나."


"감사합니다."


도천의 칭찬에 팽무쌍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모양새로 본다면 가주가 일개 무인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으나 도천은 팽가의 성을 이어받지는 못했어도 팽무쌍보다 연장자였고 그의 어머니는 팽무쌍의 아버지의 누나였다. 게다가 팽가 역사상 제일의 무인이니 그가 도천을 높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도를 거두어 들인 후 두 사람은 처음 도천이 서있던 정좌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초반에 팽무쌍의 일도무쌍도가 정좌안에서 터지긴 했지만 도천의 기로 보호받고 있었기 때문에 일도무쌍도의 강렬한 여파에서도 어느것 하나 부서진 것 없이 무사할 수 있었다.


정좌에 앉은 두 사람은 가볍게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 시간에 무슨일로 찾아온 것이냐? 단순히 도를 부딪혀보겠다고 온 것은 아닐테고..."


"아, 그것이..."


순간 팽무쌍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음?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아주 잠깐 동안의 변화였지만 도천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도천은 팽무쌍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하아..."


팽무쌍은 아무말 없이 한숨만 쉴 뿐이었다. 이미 각오를 하고 나왔건만 쉽게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 것이냐? 어서 말해보거라!"


계속되는 재촉에 팽무쌍은 결의의 찬 표정을 짓으며 도천을 향해 입을 열었다.


"몇일 전 무림맹주 제갈효 대협이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형님을 만나기 위해 사람을 보낸다고 되어 있더군요."


"나를?...!"


도천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다가 어느한 순간 뭔가 생각났는지 눈에 기광을 띄우며 팽무쌍을 노려봤다.


"뭔가 생각나시는 것이 있으시군요."


"그래. 그럼 무림맹에서 보낸다는 놈은 그놈이겠구나."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도천은 이미 짐작하는 것이 있는 듯 했다.


"예. 검천대협이십니다."


콰과과!!!


팽무쌍의 말이 끝나는 순간 도천의 몸에서 태풍과 같은 기세가 뿜여져 나오며 정좌를 뒤덮었다.


너무나 엄청난 기세는 그 자체만으로 막강한 경력을 만들어 내며 정좌를 뒤흔들어댔고 정좌 안에 있는 물건은 찻잔이건 탁상이건 종류불문하고 모두 부서져 파편으로 휘날렸다.


"으윽!"


너무나 막강한 힘은 팽무쌍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었다. 무림백대고수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도황이지만 지금이라도 시전 중인 천근추(千斤錘)를 해제하는 순간 정좌 밖으로 튕겨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래... 검천 그놈이란 말이지..."


기광을 띄우던 도천의 눈빛은 이제 폭발적인 투기(鬪氣)를 띄우고 있었다. 이것만 봐도 도천이 검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능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언제 도착한다더냐."


"개, 개방에 연통을 해보았지만 알지 못한다는 연락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허, 허나 서신을 보낸 날짜가 나흘 전이니, 무림맹과 본가의 거리를 생각해 보면 나흘 후 쯤에야 도착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 있습니다."


팽무쌍은 압도적인 기세를 겨우겨우 받아내며 도천의 질문에 답했다.


도천은 팽무쌍의 대답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훗, 검천의 대해서 아는게 없으니 그리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그러더니 조용히 눈을 감고 기세를 거두어 들였다.


털썩.


"허억, 허억"


온 몸을 짓누르던 기세가 사라지는 것을 느낀 팽무쌍은 고개를 올려 도천을 바라봤다. 눈을 감은 그의 모습은 바로 지금까지 엄청난 기세를 발산하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내일이다."


"예?"


"검천말이다. 내일이면 도착할 것이다."


팽무쌍은 도천의 말에 어리둥절해 했다. 무림맹에서 팽가까지의 거리는 말을 타고 달려도 이레는 걸리는 거리였다. 그런데 그런 거리를 닷세만에 도착한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도천도 그런 것을 아는지 추가로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보통이라면 이레는 걸리는 거리지. 하지만 검천은 그런 보통의 범주에 속하는 놈이 아니야. 검천은 행선지가 정해지면 절대 걷지 않는다. 그러니 그 혼자라면 짧아도 사흘, 혹 누군가 대동하고 온다면 닷새면 충분하겠지."


"아!"


그제서야 팽무쌍은 도천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경우라면 무림맹에서 팽가까지 이레가 걸리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무림인은 경공을 사용할 수 있다. 경공이 생긴 이유가 무엇인가? 먼 거리를 짧은 시간만에 주파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닌가? 그런 면에서 검천은 경공을 가장 잘 사용하는 무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십년 전 신검문의 멸문 후 그 소식을 들은 검천이 남림에서 호남성까지의 그 먼 거리를 닷새만에 주파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소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급히 준비시키겠습니다."


"그래, 가보거라."


팽무쌍은 급히 몸을 일으켜 정원을 벗어났다.



팽무쌍이 떠난 후 도천은 감았던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봤다. 팽무쌍이 왔을 때 노을이 지고 있던 하늘은 이제 검은 하늘에 달빛을 뿌리고 있었다.


"검천..."


달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뭐라 표현할수 없는 투지를 담고 있다.


===


작가의말

도황이 약한 거 절대 아닙니다.

천자 붙은 인간들이 괴물인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0 소악
    작성일
    14.03.24 14:08
    No. 1

    재밌습니다. 잘 읽히고 등장인물도 확실해서 좋네요. 요기 앞에, 검천이 경공이 뛰어나 빨리 온다고 했는데, 문구 하나만 넣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 혼자라면', 짧아도 사흘? 누군가 대동하고 온다면 닷새? ^^ 응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14.03.27 06:59
    No. 2

    그렇군요. 도천과 싸우려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태귀련
    작성일
    16.02.04 13:45
    No. 3

    정좌>x 정자>o 입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화천애
    작성일
    16.03.13 14:40
    No. 4

    감사합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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