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공포·미스테리

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3,200
추천수 :
502
글자수 :
841,325

작성
20.05.12 08:53
조회
55
추천
4
글자
18쪽

증거물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자신이 본 것을 확인하려 고개를 숙이려는 순간, 집돌이가 줄을 팽팽히 당기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워워워워워!


“허...왜 그래?”


한 번도 듣지 못한 짖는 소리다. 단발로 짧게 경고음을 내뱉거나 주위를 환기시키려는 듯 역시 짧게 컹! 하고 짖기만 할 뿐이던 집돌이다. 그는 집돌이가 이렇게 울어주길 바라며 데리고 왔었다. 원하던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런 짖음은 그의 집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자들을 향해 내뱉어야 했다. 지금처럼 통행량은 적지만 사람이 없지 않는 도로가에서 행해선 안 될 일이었다.


“왜 이래!”


-워워워워워!


짖는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꼬리는 뒤로 말려 있었고,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도대체 뭘 보고 그러는 것일까 그는 집돌이의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그곳에는 주차된 차들이 네 대 있을 뿐이었다. 그중 한 대의 차량만 운전석 창문이 조금 내려가 있었다. 정차된 차량에는 운전자가 타고 있음을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이 녀석...”


집돌이가 계속 짖기에 그는 급히 줄을 당겼다. 버티려던 집돌이를 강제로 끌고 움직였다. 집돌이의 짖는 소리에 행인들이 몸을 움찔거리며 비켜서자 그의 부끄러움과 걱정은 더 커졌다.


“조용히 해!”


잘해주겠다 다짐하던 생각도 이 순간 사라졌다. 그가 목소리를 높이자 불만 가득한 눈으로 보던 집돌이는 이내 고개를 돌리고 그보다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더는 짖지 않지만 집돌이가 자신과의 산책을 즐겁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그는 느꼈다. 집에 도착하자 미안함은 더 커졌다. 줄과 입마개를 풀어주자 집돌이가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화났어?”


집을 들여다보고 물었지만 발 사이에 얼굴을 숨긴 집돌이는 눈조차 감고 있었다. 그가 말을 걸면 살랑거리던 꼬리도 미동이 없었다.


“...화났구나. 그렇지만... 네가 너무했어.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규칙이라는 것이 있어.”


그는 집 앞에 주저앉아 말했다.


“그 규칙들은 서로 지켜야 하는 약속이야. 상대가 그런 규칙들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안심할 수 있어. 안 그러면, 위험하니까.....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타인을 쉽게 죽일 수도 있거든... 그래서 서로 죽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려줘야 해. 보통은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지만.... 그래서 음침하게 굴면 사람들이 피하게 돼. 싫어도 말도 걸고, 인사도 하고... 쓸데없는 농담에도 웃어주고.... 그게 사는 방식이야. 내가 너와 다르지 않다... 그런 것을 보여줘야 해.”


어느새 그는 자신이 사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를 자각한 듯 잠시 말이 없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개는 분명 사람에게 친숙한 생물이야. 하지만 개는 본래 야성을 지니고 있어. 늑대의 후손이잖아. 후손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동종의 다른 생물... 갈래라고 봐야 하겠지만. 이젠 전혀 다른 종이 된 것일 수도 있지... 아무튼, 그 야성 때문에 걱정해. 개는 사람을 물어 죽일 수 있거든. 현시대의 사람들은 개의 공격에 무방비해. 과거에는 들개를 만나면 대비하고 방어하지만, 정말 날 죽일까? 그런 생각 때문에 더 당황해버려. 그래서 물려 죽는 사람이 발생해.... 이건 네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찾다가 깨달은 점이니 정확하지는 않을 거야.... 아무튼, 집돌아... 너 듣고는 있지?”


귀는 살짝 들려 있었다. 그를 보고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네 행동에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껴. 넌 서면 내 어깨에 머리를 올릴 수 있을 정도로 크잖아. 못된 개새끼들이 사람 물어 죽인 사고들은 더 크게, 그리고 빠르게 전해져. 사람은 스스로 위대하다 여기니까. 그런 위대한 사람이 가축에 불과한 개에게 물려죽었다니 놀라운 거야. 그리고 더한 공포를 느끼지.... 선입견이 주는 두려움은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지... 네가 한 행동은 옳지 않았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어. 큰 소리 낸 것은 미안해....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줬잖아? 길에서 그렇게 큰소리로 짖고.... 널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못 봤어? 그 눈빛은 금세 바뀌어. 증오로....”


스스로 지은 죄가 두려워 합리화하다 이내 증오의 눈빛을 보내던 이들을 떠올리며 그는 입술을 잠시 깨물었다.


“안 좋은 형태지. 최악이야... 자존심 때문이겠지. 개에게 겁먹은 자신을 용납하기 힘든 것이지.”


난 개가 아닌데. 같은 사람인데. 어린아이였는데.


“사람은 위대하다고 믿으니까. 그래서 자신의 두려움조차 그 원인을 제공한 네게 전가하지. 증오하고... 널 나쁘게 몰아가지. 그곳이 우리집 근처였다면, 그래서 아는 사람들이 있다면 신고가 들어갈 거야. 성질 나쁜 개가 있다... 그걸 키우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자신의 잣대에 맞춰 우릴 평가할 거야. 단 한 번의 짖음조차, 그 뜻도 헤아리지 않고.... 뭐, 네가 왜 그랬는지 모르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네? 음.... 다행인 건 그쪽은 잘 안가니까. 멀기도 하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사람들은 금방 잊어. 잘 잊어버려. 너무도 잘....”


어느새 집돌이는 눈을 떠 그를 보고 있었다.


“내 진심이 네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난 네가 행복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아무도 널 미워하지 않고, 사랑만 받고 살았으면 좋겠어.”


그는 이루지 못한 소망이었다. 젊기에 시간이 많지만, 자수를 결심했기에 더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 여긴다.


“앞으로는 그러지 마. 사람들 앞에선 되도록 바보같이 굴어. 꼬리를 물려고 빙글빙글 돌거나, 다리를 쩍 벌리고 늘어지게 하품이라도 해. 꼬리를 힘차게 흔들고, 표현을 해. 난 위험하지 않다고.... 사람은... 자신보다 못해 보이면 더는 경계하지 않아. 약해 보이면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로 보호해주려고 해. 나처럼 무조건 싸우면 결국 네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아.... 아무도.”


개집 안으로 손을 뻗어본다. 멀리 있어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는 자신을 위로해줄 온기를 쫓아 본다. 곧 거둬진 손끝을 집돌이는 가만히 따라가 본다. 주머니로 들어가 버린 손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


집돌이의 밥과 물을 챙겨주고 그는 집 옆 땅에 묻혀 있는 간이 욕조를 보며 생각했다.


‘연못을 만들까?’


상상만으로 그의 기분은 좋아졌다. 그는 소유해본 경험이 적다. 어린 시절 그의 소망 중 한 가지는 어항을 갖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생물, 자신의 소유인 어떤 것을 갖길 원했던 그였다. 그러나 남의 집에 얹혀사는 처지라는 자각이 있기에 욕심내지는 않았다. 그저 속으로 어떤 형태라면 소유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었다.


개나 고양이는 그래서 그 리스트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크기도 했고, 조용하지 않았다. 먹이려면 자신이 먹는 것을 나눠야 하는데 그럼 둘 다 배가 고프게 된다. 이모가족이 동물을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 집이 좁아 기를 형편도 되지 않았다. 어린 그가 도달한 곳에는 열대어가 있었다. 학교 교실에 놓인 어항에서 키우는 열대어는 작은 물속에서도 잘 사는듯했다. 좁쌀보다 작은 먹이를 먹고도 배가 불렀다. 그중 한 마리라면 밥그릇 크기의 어항에서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오래도록 했었다.


간이욕조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집돌이의 물웅덩이로 쓸 생각이었다. 오래지 않아 고인 물이 썩는다는 상식을 떠올릴 수 있었다. 집돌이가 홀로 집에 갇혀 지내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고인 물을 먹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법이 없을까 찾던 중 떠올린 것이 물을 정화하는 식물이다. 연못의 수초들이 어떤 작용을 해 연못을 썩지 않게 유지 시키는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자료를 찾던 중 물을 썩게 하는 요소들을 알아냈다. 태양, 미생물, 유기물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빛을 차단하고 산소를 계속 유입하거나 미생물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방법이 있다. 모두 관리가 필요한 일로 개방된 장소에 놓인 간이욕조의 물을 썩지 않게 하려면 계속 지켜봐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수초를 길러도 자정활동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그 식물들이 미생물을 더 많이 발생시켜 빠른 산소 고갈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공폭포를 만들어 산소공급을 유지하는 방법도 떠올렸지만, 그 장치를 유지 관리해야 한다.


“집돌이가 코드 꽂는 것은 못하겠지? 전기요금도 내야하고...어라... 뭐지. 뭔가 중요한...흠...”


순간 기시감이 들었지만 그는 별 일 아니라 여겼다. 공기 주입기 버튼을 누르는 훈련을 시키면 어떨까, 상상하고 그는 실없이 웃었다.


“정신이 점점... 아참, 전기는 어떻게 하지? 수도랑... 장기간 비게 되어도 기본요금은 꼬박꼬박 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럼... 복역하고 나왔을 때, 내 통장 잔고가 빵원이면....”


평생 나오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별 생각을 다한다며 그는 또 피씩 웃고 말았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온 찬 공기가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갈 때, 죽은 이의 얼굴이 떠올라 그 웃음은 빠르게 사라졌다.


“요새 날씨가 추워서 물이 얼 수도 있고... 포기다.”


노트북을 덮고 바닥에 앉았다 누워버린 그는 멍하니 천장을 보았다. 죽은 이의 가족에 대한 생각이 들려하자 그는 급히 다른 곳으로 생각을 집중했다.


“간이욕조 그냥 두면 안 되겠지. 일차 범죄현장... 아니, 뭐라고 부를까. 유기현장? 그런 곳이니... 치워두는 것이 좋겠어. 괜히 내가 사이코패스니 그런 소리 듣게 될 테니까. 난 예우해준다고 아끼던 간이욕조 쓴 것이지만... 누가 알아줄까. 유아용 풀장 썼다고도 사람들이 욕하겠지... 그럼 어디 냉장고에 넣어야 했나? 칫... 젠장... 에이! 치우자!”


벌떡 일어난 그는 뒷마당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의 방에만 존재하는 쪽문인데, 밖에서도 안에서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도 도배지를 새로 붙이며 발견한 곳이었다. 쓰지 않으려 막아버리려 했으나, 그가 이사를 왔던 시기가 여름이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낡은 집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몰랐던 그는 좁은 창에 비해 바람도 잘 들어오는 문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창고에서 연장을 꺼낸 그는 삽으로 땅을 꾹 눌러 보았다. 그 순간 뒷마당에도 좁지만 흙바닥이 존재함을 깨달았다.


“...고양이 여기에 묻어줄걸.”


고양이는 이미 수거된 후였다. 삽을 들고 마당에 나오자 집돌이가 집에서 나와 돌아다니다 그를 보고 경계심을 보였다. 그는 그런 집돌이가 더 긴장하지 않게 반응하지 않았다.


“전에는 잘 안 파졌는데...”


삽을 꾹 찔러본 그는 너무 쉽게 들어가자 눈을 깜빡이며 놀랐다.


“...추위가 가셨나.”


고개를 든 그는 너무 밝은 빛에 눈을 찌푸렸다. 낮이었고, 태양에 노출되어 있어 얼었던 땅이 일부 녹아 있음을 그는 곧 알게 되었다. 아래쪽에는 얼음덩이와 함께 단단해진 땅이 나왔다.


“삽으로는 무리겠는데... 음? 크! 이런 멍청이.”


그는 왜 간이욕조를 온전히 꺼내려 했나 자책했다. 그 후론 간이욕조를 뜯어내는데 집중한 결과 손쉽게 간이욕조를 땅과 분리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쉬운 일인데...어...어어!”


실수였다. 그는 지금 범죄행위에 사용한 도구를 스스로 파기한 것이다. 이는 범죄행위를 감추려는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다.


“미친놈... 총 맞았나.. 이런 미친놈....크아아... 미치겠네.”


또 공황상태가 된 그는 급히 집으로 뛰어 들어가 밥을 퍼서 들고 나왔다.


“밥...?”


간이욕조가 부서졌다. 범행은폐 시도로 여겨진다. 다시 원상복구 해야 한다. 간이욕조를 붙여야 한다. 붙이는데 밥풀을 종종 썼다. 밥이 필요하다.


이런 일연의 사고 후에 얻어진 결과였다.


“밥으로 어쩌....자고. 종이가 아니잖아!”


이를 깨물며 스스로에 대한 화를 내리 누르고 그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접착제를 들고 나왔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져선지 그는 또 엉뚱한 것을 가지고 나왔을까 접착제 뒷면에 작게 쓰인 글을 읽으려 눈을 잔뜩 찌푸렸다.


“순간 강력 접착제니까...되겠지?”


주저앉아 깨진 간이욕조의 플라스틱 조각을 하나씩 맞추기 시작한 그는 집돌이가 다가와 물끄러미 볼 때 정신을 차렸다.


“....너도 내가 한심해 보이지? 나도 그래.”


한숨을 쉬며 손을 내밀자 집돌이가 그 손의 냄새를 맡았다. 깜짝 놀랐지만 그는 집돌이가 놀랄까 싶어 조용히 지켜보았다. 손의 냄새를 맡은 후 집돌이는 뒤로 물러나 앉았다.


‘날... 기억해주려나.’


강한 접착제 냄새에 급히 물러났음을 그는 인지하지 못했다. 만약 그의 생각처럼 집돌이가 그를 냄새로 기억한다면 접착제 냄새로 기억 될 것이다. 그를 모른 채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일어난 그는 맞추다 만 간이욕조를 한 곳에 모았다. 그리고 큰 김장봉투를 들고 나와 그곳에 담았다.


“...증거물 일호가 되겠군.”


그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간이욕조가 부서진 이유와 그 이후 자신이 한 행동을 간단히 적었다. 그 용지를 김장봉투에 함께 넣어 봉인한 후, 작은방에 가져다 두었다. 증거물 1호가 될 중요한 물품을 두고 돌아 나오려던 그의 눈에 벽에 걸려 있는 정장 한 벌이 눈에 띄었다. 그가 빨아서 말리고 꿰맨 것이었다. 다시 입히려는 생각에 수선한 것이었지만, 입히지 못했다. 만세를 하는 자세로 굳어버린 사체의 형태 때문만은 아니다. 자른 형태로 다시 입히고 입힌 상태에서 꿰매는 방법도 있었으니까. 그보다 큰 문제는 옷이 찢어져 있다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지워지지 않은 얼룩들도 문제였다. 엉덩이 부위의 검게 얼룩진 곳은 몇 번이나 비누칠을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찢긴 부위는 그가 잘라낸 것이 아니다. 옷에 난 그 특징들을 그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담을 넘다 걸려 찢어졌거나, 집돌이의 공격으로 만들어졌다 여겼다. 빨았음에도 거지도 안 입을 것 같은 형태였기에 그는 사체의 품위를 위해 입히지 않기로 결정했다.


“저건 증거물 이호가....”


중얼거리려던 그의 입이 다물어졌다. 갑자기 떠오른 장면 때문이다.


‘그게 왜...?’


그는 자신이 떠올린 것과 양복이 무슨 관계인지 생각해 보았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연관성은 없었다. 하지만 쉽게 놓아버릴 수 없는 생각이었다. 답답함이 밀려오자 그는 방으로 달려갔다. 노트북을 켜고 그 앞에 앉아 그는 정리를 시작했다.


“그건... 눈이었어.”


집돌이가 좋아하는 눈이 아니다. 우수관에 쌓인 쓰레기더미에 눈 모양의 무언가가 있었다. 재질은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불투명한 플라스틱, 혹은 유리 위에 부착된 스티커, 혹은 칠해진 눈 모양이었다. 왜 그 장소에 그것이 있었는지 그는 확정짓지 못했다. 집돌이가 짖는 바람에 더는 생각할 수도 없었으니까. 다만, 그것을 보고 처음엔 어둠속에서 빛나는 눈이구나 싶어 놀랬다. 이후엔 장난감 조각인가 싶으며 보았지만 어째선지 계속 눈에 들어왔다. 마치 메두사의 눈이라도 된 것처럼, 그를 현혹했었다.


“눈...모양의 장난감 조각...유리였나... 재질을 잘 모르겠네. 유리면 장난감은 아닐 텐데...아! 병인가? 눈 모양의 마크가 있는 술병? 술집이 근처에 많으니 그럴지도 모르겠어...”


왜 그 눈이 계속 떠오를까. 왜 양복을 보고 그 눈을 떠올렸을까.


‘이해할 수 없네... 뭐지...뭐기에...’


눈을 감고 떠올려 보아도, 눈을 뜨고 뭐라도 적으려 손가락을 움찔거려보아도 아무런 단서도 잡히지 않는다.


‘이것도...내 잘못에서 회피하려고 발버둥치는 것일까.’


어쩌면 이 또한 현실도피의 일환이려나 싶으며 노트북을 덮으려 할 때였다. 그의 손이 거듭 노트북을 만졌다. 눈이 계속 그런 손을 쫓았다. 오래 쓴 노트북은 이사를 온 후 떨어트린 적이 있다. 플라스틱 케이스로 된 것이었는데 깨진 플라스틱 조각을 찾아 방을 뒤졌던 경험이었다. 찾아낸 플라스틱 케이스에 3개의 조각을 붙이기 위해 산 것이 오늘 쓴 순간 접착제였다.


“플라스틱!”


그는 급히 달려 나갔다. 방 옆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간 그는 배수구 뚜껑을 들어 올렸다. 그가 이사해 들어와 교체한 배수구 거름망까지 꺼낸 그는 바닥에 그 안의 내용물을 쏟았다. 머리카락과 하얀 시멘트 조각들 사이에 조각난 플라스틱 조각들이 섞여 있었다. 사체의 옷을 빨 때 나왔던 것들이었다.


“플라스틱! 아니, 유리?”


그는 조각들을 따로 수집해 들고 나왔다. 책상위에 그를 올려놓고 가만히 보던 그가 돌연 방의 전등을 껐다. 그리고 창을 열고 조각하나를 태양빛에 비춰 보았다.


“....색이 변한다.”


각도에 따라 색이 변했다. 또 다른 특징도 있었다. 그가 조심스레 다른 손가락으로 만지자 만진 부위의 색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온도...변화?”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아직 확증되지 않았기에 그는 속단하지 않았다. 급히 점퍼를 입고 밖으로 나온 그는 집돌이를 보았다.


“...넌 기다려. 다녀올게.”


계단을 뛰어 올라간 그가 사라지자 집돌이가 달려가 대문 앞에 섰다. 기다렸지만 멀어지는 발소리만 들릴 뿐,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집돌이는 꼬리를 내리고 그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개 짖는 소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카센터 1 20.05.25 19 3 14쪽
31 참치 2 +2 20.05.24 19 5 26쪽
30 참치 1 +2 20.05.24 20 5 19쪽
29 변태라서 나쁘지 않아 2 20.05.23 22 4 21쪽
28 변태라서 나쁘지 않아 1 20.05.23 21 4 15쪽
27 주차장 2 +4 20.05.22 27 6 18쪽
26 주차장 1 20.05.22 20 4 25쪽
25 만세형 20.05.21 22 5 23쪽
24 관2 20.05.21 22 5 29쪽
23 관1 +2 20.05.20 26 6 21쪽
22 또 다른 단서 +3 20.05.20 30 9 23쪽
21 국밥집 2 20.05.19 29 6 25쪽
20 국밥집 1 20.05.19 32 5 21쪽
19 행복은 아프지 않다 3 20.05.18 29 7 16쪽
18 행복은 아프지 않다 2 20.05.18 24 5 14쪽
17 행복은 아프지 않다 20.05.17 26 3 17쪽
16 외출에는 신발이 필요하다 20.05.17 35 4 14쪽
15 호박이 찾아준 다서 20.05.16 34 5 19쪽
14 굴러온 복덩이를 걷어차는 방법 20.05.16 38 8 19쪽
13 급발진 2 20.05.15 38 9 26쪽
12 급발진 1 20.05.15 45 6 19쪽
11 오래된 집 20.05.14 53 6 20쪽
10 그들의 일탈 20.05.14 48 4 15쪽
9 수상한 여인 +2 20.05.13 56 7 15쪽
8 유품 20.05.13 50 5 21쪽
» 증거물 20.05.12 56 4 18쪽
6 유서는 반송처가 필요하다 20.05.12 72 7 20쪽
5 떠나기 위한 준비 20.05.11 94 7 17쪽
4 다락과 세혼 +1 20.05.11 109 8 22쪽
3 공존 +1 20.05.11 130 14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