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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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어진
작품등록일 :
2020.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0.06.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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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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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주차장 1

이 글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DUMMY

김씨가 함께하며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지만, 첫날 배송에서 그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특수 부위를 추가 주문한 가게에서 물건이 배송되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고 그는 모든 지점에 전화해 바뀐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하필 가장 먼 곳에 위치한 점포에 물품을 두고 온 상황이라 그는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집 앞 삼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겨우 쉴 수 있겠다 생각하던 그의 앞에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었다.


“...아, 미치겠네.”


우측에 바짝 붙여서 주차를 해야 그가 몰고 다니는 트럭이 올라갈 수 있는 좁은 골목이다. 서 있는 다섯 대 중 한 대가 좌측으로 많이 나와 있어 지나가기 힘들었다. 그래도 한번 올라가보려고 움직였으나, 기어변속 미숙으로 경사로 뒤로 밀리기도 하고, 좌측 대문 앞 튀어나온 계단에 앞 범퍼가 닿기도 했다.


“각이 안 나오잖아. 어떤 미친놈이야!”


화가 나 소리를 질러보지만 지나가는 이가 매우 적은 폐촌의 골목 앞이다.


차량에는 연락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경사로에 댄 차량이기에 밀어 움직일 수도 없었다. 골목과 이어진 이차선도로는 불법 주정차 집중 단속 구간이라 그는 차량을 댈 곳을 찾아 동네를 돌아야 했다. 한 바퀴를 돌아도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아 그는 다시 돌아와 골목 앞 삼거리에 차량을 주차해야 했다. 한쪽 차선을 거의 다 차지한 자신의 차량을 보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에 나와서 빼자....”


아침 6시 반. 30분전부터 울린 알람소리에도 꿈틀댈 뿐 일어나지 못하던 그를 깨운 것은 집돌이다. 문을 열고 들어온 집돌이는 그의 얼굴을 마구 핥아 깨웠다.


“으으....왜...”


부스스 일어난 그는 집돌이가 문지방에 선 채 돌아보자 한숨을 쉬며 기어 움직였다. 마루문을 열자 집돌이는 용변을 보고 제 집으로 들어갔다.


“으, 추워.”


찬바람에 깨어난 그는 차를 떠올리고 옷을 걸치고 나갔다. 골목길에는 어제 잘못 주차된 차량을 제외한 차량들이 모두 빠져나가 있었다.


“게으른 새끼...”


화가 난 그는 어떻게 복수를 해줄까 싶었지만, 마땅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집으로 들어가 메모지를 가지고 나왔다. 주차 잘하라는 당부를 적고 그걸 와이퍼에 끼웠다. 다시 집에 갈까 생각하던 그는 트럭을 그냥 두면 안 된다는 것을 떠올렸다.


‘냉동기 업체나 찾아가봐야겠군.’


차라리 잘되었다며 그는 집으로 돌아가 집돌이의 사료를 챙겨주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골목길을 거의 빠져 나올 무렵 아래쪽 길에서 올라오는 이가 그의 눈에 띄었다. 지나치며 설마하며 그가 돌아보았을 때, 지나친 이는 자신의 차문을 열고 있었다. 역시나 잘못 주차한 차주였다. 차량에 다가서는 그를 보며 트럭으로 가던 그의 귀에 작게 욕이 들려왔다.


-어떤 새끼가...


울컥 화가 치솟았던 그가 돌아볼 때, 차주가 그를 보았다.


“당신이야?”

“...흐음.”


화가 날수록 냉정해져야 한다. 그는 자신을 달래며 그에게 다가섰다.


“차를 이렇게 대놓으면 어떻게 합니까.”

“내가 차를 어떻게 대든 댁이 무슨 상관이야?”

“상관있습니다. 나 저 안쪽 집 주인이고, 내 트럭이 이 차 때문에 못 들어갔습니다.”

“뭐?”


남자는 트럭을 힐끔 보며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초보냐, 이것도 못 빠져 나가게...”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에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달랬다.


“후우... 차 빼고, 다시는 여기에 대지 마세요.”


돌아선 순간 남자의 목소리가 커졌다.


“뭐? 미친놈 아냐?”


그가 싫어하는 말이 미친놈 소리다. 살며 참 많이 듣던 말이었다.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말에 그는 돌아섰다.


“미친놈?”

“여기가 네 땅이냐?”

“내 땅은 아니지.”

“그런데 니가 뭔데 차 빼라고 지랄이야?”

“... 또 여기에 대봐. 그럼 이유를 알게 될 거야.”

“그거 협박이냐?”

“그 놈, 참...”

“뭐 놈?”


욱했는지 남자가 다가서려 하자 그가 입 꼬리를 올렸다.


“저기 카메라 있다. 잘 생각해.”

“무슨 카...”


고개를 돌리던 남자가 CCTV를 발견하고 주먹 쥔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겁 대가리 상실한 새끼. 카메라 있다고 보이는 게 없어?”

“카메라 없으면 뭘 할 수 있는데? 너 같은 놈이.”

“뭐? 이 새끼 주둥이 털고 있네. 확....”


그는 윽박지르는 남자가 우스웠다. 본능과 이성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가엾고 아둔한 생물처럼 느껴졌다.


“꺼져. 내 경고 무시하지 말고.”

“이... 허! 진짜 미치겠네.”

“화 낼 사람은 나야. 니가 카메라 때문에 폭력 안 쓰려고 애쓸 이성이 있다면 대가리 굴려서 생각을 해.”

“뭐 대가리? 이 새끼가.”


목소리가 커지려던 그는 앞으로 다가오려 몸을 흔들 뿐, 발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럴 것을 아는 듯 미동 없이 말을 이었다.


“멍청하기는.... 이 골목에 살지 않는 넌 여기에 주차할 권한이 없어. 거기에 넌 주민인 내가 주차하기 위해 움직일 동선을 막았고...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눈치네? 너 왜 여기 주차하는 사람들이 내 눈치 보는지 몰랐냐? 아, 몰랐나보군. 내가 신고하면 전부 불법주차로 견인되어 가기 때문이야.”


“무...거짓말하고 자빠졌네...”


남자의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었다.


“확인해보려거든 다시 대봐. 난 분명 경고했다.”

“무슨... 이 좁은 골목에 그럼 주민들 주차는 어디에 한다고...”

“저기 좌측 집들이 왜 집마다 대문 안에 주차장 하나씩 만들었는지 생각해봐. 그럼 답이 나올 거야. 그리고.... 너 여기 안 살잖아? 주민도 아닌 놈이 뭘 자꾸 떠들어?”


사람이 살 때에도 주차난이 심각한 동네였다. 이씨의 말에 의하면 좌측 집주인들과 그의 아버지가 주차문제로 다툼이 일었다고 한다. 시청은 아버지의 편을 들었다. 그건 우측에는 그가 사는 집뿐이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시청이 그의 아버지편을 들어준 다른 이유도 있다고 했다.


-예전엔 여기 공터까지 전부 자네 사는 집 소유였어. 산 전체가 본래 한 가문의 소유지였는데, 그게 나눠져서 다섯집인가로 분배되었다고 했던가? 뭐 그건 아주 옛날이야기고.... 저기 계단 길 시작하는 달동네 첫 집 옆에도 숲이 있었는데 전부 우물집 소유였지. 이 골목도 다 우물집 땅이고. 길 낸다고 어르신이 기증했다고 했던가? 무상으로 영구임대를 했다던가. 시에서 싸게 공터를 매입해서 지금 모습이 되었다는 말도 있었고. 옛날엔 이 골목길도 없었어. 나 어릴 적엔 물 기르러 다니는 작은 소로가 있었지. 나머진 다 숲이고. 나무도 많았고, 도토리나무가 많았어. 다 우물집 소유라 배고프면 도토리 얻어가서 묵해 먹고 그랬었지. 큭! 멍청한 놈들이 것도 모르고 덤비다가 깨갱했지. 자네 아버지가 그런 점을 잘 알았는지 시청공무원에게 몇마디 하니까 바로 주차장 문제 거론도 못하게 되었지. 하도 죽는소리하니 그럼 집 안에 주차장 만들라고, 크흐흑! 지원해주긴 했지만 지들 돈도 들이고, 집도 좁아졌지. 그래봐야 한 대 주차하고, 돈 번다고 집을 이층, 삼층으로 올린 덕에 주차할 곳은 여전히 없으니 밭에 주차장 만들고 떼돈 버는 사람도 생긴 거야. 기부 때문인지 뭔지, 자네 집 담장도 모두 시에서 만들어줬고, 대문도 만들어줬다는 말이 있었지.


그는 이씨의 말이 모두 거짓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냈었다. 대문 아래 주춧돌에 시에서 기증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는 토지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시청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시에 기증한 것이 아닌 길을 내기 위해 임의로 임대한 것임을 확인했다. 당시 달동네에 살던 주민들이 먼 길을 돌아 내려가야 했던 것을 딱하게 여긴 그의 증조부가 집인근 땅에 길을 내게 허락한 것이다.


그가 원하면 길을 언제라도 막아버릴 수 있는 입장이었다. 그의 부친도 모르고 있다가 건너편 주민들이 생떼를 부리자 시청에 사실 확인을 하며 알게 되었다. 확인 도중 건너편 집들의 담장이 골목길로 정해놓은 곳, 그가 상속받은 토지를 침범해 선 것을 확인했고 신고했다. 시청에서는 남의 땅위에 선 모든 것을 철거하라 지시했다. 그가 골목에서 당당하게 주차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바로 골목길의 주인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사실로 상대를 압박할 생각은 없었다.


“사람이 몇인데 집에 하나있는 주차장으로...”

“바닥에 선 왜 그려져 있는지 몰라?”


희미해졌지만 거주자우선 주차구역 표시가 되어 있다.


“여기 안사는 당신이 여기에 주차할 권한이 있을 것 같아? 저 집들 모두 비어 있지만, 주인들은 다 존재해. 이 주차장에 대한 권한도 그들이 가지고 있고. 좁은 골목에 차대면 계속 차 빼고 넣고 해야 하니 여기에 대는 거지? 당신 편의를 위해서고.... 내가 그냥 두니까 댈 수 있었던 것도 몰랐고? 뭐, 그런 점은 이해하겠는데.... 정중히 주차 잘하라는 말에 성질내고, 날 협박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남의 집에 들어와서 시끄럽다고 소리치는 꼴 아냐?”


“에이, 씨발...좆같아서...”


남자는 끝까지 사과 없이 차를 몰고 떠났다.


“눈치도 없는 놈이 성질만 나빠서...”


전에 만난 쓰레기 투기범이 얼마나 이성적인 사람인지 그는 새삼 깨달으며 차로 다가갔다.


*


‘드디어.’


냉동기업체를 찾아간 그는 삼일이 걸린다는 말에 그 시간을 단축할 방법을 찾아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그렇게 보조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동작하는 작은 냉동기를 설치할 수 있었다. 설치한 후 그는 다시 차 바닥을 만드는 공업사에서 소개해준 업체를 찾아가 전기회로를 손봤다. 외부전기를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를 차량 외벽에 만들고, 오작동을 일으키는 인버터도 새것으로 갈았다. 보조배터리까지 추가해 설치한 후 그는 제대로 동작하는 냉동기바람을 맞으며 기뻐했다.


“사장님... 사장님?”

“네? 저요? 저 사장은 아닌데...”

“개인업자면 다 사장님이죠.”


개인사업자로 등록했음을 기억하지만 그는 어색해 했다.


“아, 그런가... 네, 말씀하세요. 사장님.”

“하하, 네. 태양열 전지판은 설치하실 겁니까? 하신다고 해도 오늘 바로는 안 되는데.”

“비용이 많이 들겠죠?”

“크기에 따라 다르기에 얼마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메다당 이정도... 듭니다.”


상당한 금액이 적힌 핸드폰 계산기를 보고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당분간은 힘들겠네요.”

“나중에라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위로 선하나만 빼면 되게 제가 손봐두었으니. 되도록 빨리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왜..요?”

“배터리 나가도 전지판 달아두면 어느 정도는 돌릴 수 있거든요.”

“아... 그렇겠네요. 그럼 작은 거라도 달까요?”

“그렇게 달면 틀을 계속 바꿔야 해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작은 건 이정도...”

“비싸군요.”

“네, 아직은 그렇죠. 그래도 장기 주차하는 차량에는 이거보다 좋은 것도 없습니다. 캠핑카에 필수적으로 설치하는 이유죠.”

“차 달리면 배터리 채워지지 않나요? 전 거의 종일 돌아다니는데. 이틀에 한번 꼴이지만.”

“네, 그럴 겁니다. 그런데 제가 소개해주신 사장님에게 듣기로는 일주일에 세 번 일 나가신다고...”


그런 말도 했구나 생각하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쉬는 동안에는 차량의 배터리는 계속 소모됩니다. 안돌아가도 조금씩 사용되는 것이라. 이렇게 만들면 문제 생기는 부분이 배터리 나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겁니다. 깜빡 잊고 냉동기 켜두고 기사 부르는 분들도 잦고요.”


“...점퍼선하고 배터리 따로 사야겠네요.... 집에 뒀다가 시동 안 걸리면.”


“직접 하시려고요?”


“그 정도는 해봐서 할 수 있어요.”


“음, 노출되어 있으니 뚜껑 열지 않아도 가능하긴 하군요. 아, 그리고 스위치 전환 꼭 하셔야합니다. 특히 외부전기 땡겨 쓸 때는 빨간 버튼 눌러서 차단시키고, 옆에 스위치 올려야 냉동기 하나만 돌아갑니다. 안 그러면 차 다 망가지지 꼭 잊지 마십시오. 안전장치가 되어 있지만, 제일 좋은 것은....”


불안했는지 기술자는 운전석에 설치한 전력배전반 함에 달린 스위치에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


‘대출 받은 돈 다 쓰고, 추가로 이백이 들었네.’


큰돈이 들어갔지만 그는 만족했다.


‘이제야 집에서 발 뻗고 잘 수 있겠다.’


그의 입은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집으로 가기 위해선 시청 옆 삼거리에서 이차선 도로로 우회전해야 한다. 횡단보도신호로 사람들이 지나가길 기다리던 그의 눈은 대각선 방향에 선 편의점에 닿아 있었다. 인나와 처음 만난 장소였지만, 지금까지는 운전에 신경 쓰느라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가던 곳이다.


“잘 지내겠지.”


인나가 자국인을 만나 그곳에 정착해 살게 되어도 그는 크게 상심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기대가 적기에 실망도 작을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사람들이 거의 다 지나갔기에 그는 차량을 조금씩 움직였다. 그런 그의 눈에 다급히 달려오는 보행자가 보였다. 그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빵!


그 덕에 뒤에서 크락션 소리가 들렸지만 아직 신호가 바뀌지 않았기에 당당했다. 그렇게 서서 다시 편의점을 보려던 그의 눈에 정차한 검은색 차량이 보였다. 신호가 바뀌었기에 주정차금지 표지 앞에 당당히 선 차가 눈에 들어온 이유를 그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


“...미친놈이네.”


아침에 싸웠던 차량이 보란 듯 주차선을 넘어와 서 있었다. 그는 시간을 보고 공무원들이 퇴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시간을 노리고 주차했구나 싶으며 그는 차에서 내렸다.


그는 먼저 차량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앞뒤에 주차된 차량들에 전화를 걸었다. 연락을 받은 차주 셋이 나왔는데, 그 안에는 그에게 중요한 단서를 준 운전자도 있었다.


“신고한다고요?”

“네, 이 차 때문에 제 차가 못 들어갑니다. 오늘 신고접수해도 바로 견인되지 않을 것이고, 이 사람 경고했는데도 이러는 걸 보면 일부러 이러는 것 같네요. 며칠간 계속 신고해야 시청에서 움직일 겁니다. 문제는 이 차 때문에 거주자가 아닌 미등록된 선생님들 차량들도 단속반에게 걸린다는 겁니다.”


상황을 몰라 귀찮은 표정을 하던 이들이 정색한 순간이다.


“당연히 그러겠지. 거주자 지정주차구역이니.”


그에게 단서를 준 이는 금세 알아들었다.


“아시는군요.”

“알죠. 여기 거주자 지정 주차지역이잖아요. 사는 곳과 떨어져 있고. 단속 뜨면 바로 딱지 떼겠지.”

“전에 해봤는데, 몇 차례 경고 받고 그 다음이 견인이더군요. 저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안 그러면 제가 딱지 떼게 생겨서요.”

-아니, 그럼 안 세우면 되잖아?


누군가 말했다. 그는 그 남자를 힐끔 보고 말했다.


“제 집이 저긴데 제가 다른 곳에 주차해야 합니까? 이게 제가 불편해야 할 상황입니까?”


그를 만난 수행기사를 제하고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불러낸 운전자대신 나온 이도 있었고, 지나가다 사람들이 모여 있어 다가선 이도 있었다. 그들 모두 골목에 사람이 산다는 것을 처음 안 표정을 지었다. 표정을 살피던 그는 이 안에도 쓰레기를 던지던 이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저 이 골목 유일한 주민입니다! 사람 사는 집에 쓰레기 버리고! 이젠 불법 주차해서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고! 반드시 신고해서! 제가 이 골목의 주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내일부터는 다른 곳에 주차하십시오. 괜히 단속 걸려서 저 원망마시고. 아니면 여기 거주자 지정구역 주차장 권리 사세요. 월 몇 만원만 내면 되니까. 아, 십만원이던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었기에 월정비를 내는 주차장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는 지역이다. 가깝지 않다는 이유로, 또 몇 만원의 돈을 아끼려고 이곳에 주차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를 알면서 내뱉은 말이었다.


*


앙심을 품은 차주가 자신의 차량을 신고할 것을 대비해 그는 차를 가지고 내려갔다.


“하루 얼마입니까.”


주차장에선 큰 차를 받기 힘들다 고개를 저었고, 그는 하는 수 없이 큰길가 큰 차들이 선 곳을 발견해 그곳에 차를 주차했다. 덕분에 삼십분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게 무슨 꼴이야.”


심성이 삐뚤어진 사람을 대할 때는 더 조심해야 했다고 그는 자책했다. 그렇게 걷던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편의점 앞 큰 삼거리에서 돌아설 때 본 차량에 대해 뒤늦게 떠올렸기 때문이다.


‘벤츠였어. 분명....’


많이 팔린 차량이라 그도 몇 번이나 몰아보았다. 허나 차량의 앞쪽만 봐선 찾던 차인지 확실하지 않기에 발견한 곳으로 가는 것이다. 차는 그를 기다리지 않고 떠난 후였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나 실망은 작지 않았다. 멍하니 도로 건너편을 보던 그는 우수관 앞으로 다가섰다.


‘여기가 사고 장소일까.’


삼거리는 확 트인 공간이다. 편의점도 있고, 그 앞에서 대기하는 택시기사들도 있다.


‘사고가 났다. 차에서 내린 사고자가 만세형을 차에 싣고 달렸다... 그리고 그 집에 만세형을 던졌다...?’


가정을 해본 그는 사고 장면을 목격한 이가 많을 것이라 뺑소니는 불가능하다 여겼다. 주변을 보니 CCTV도 설치되어 있었다.


‘여기서 사고가 난 것은 아닐 거야. 분명... 그렇다면 우수관에 눈(전조등 조각)은 흘러들어온 것이다. 눈이 흘러들어온 날은... 비가 온 날이겠지?’


그리 가볍지 않은 조각이라 보통의 물줄기로는 우수관안으로 들어가기 힘들겠다고 그는 예상했다. 큰 비가 온 날은 2월 중 이틀뿐이다.


‘그날은 비가 오지 않았는데...’


추리를 하던 중 그는 사고 난 날과 자신이 만세형을 만난 날이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비 오는 날과 사고 난 날도 결부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사고는 마지막으로 큰 비가 온 12일 이전 혹은 12일에 일어났다고 그는 확신했다. 눈이 물을 타고 우수관으로 들어가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12일 이전에 사고가 났다. 이건 분명해.’


그는 지금 가정에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눈을 누군가 발로 걷어차거나 일부러 넣었다는 가정을 그는 하지 못했다. 비가 흘러들어오는 곳이 우수관이라는 상식을 지니고 있었기에 비와 연관 짓고 있었다. 몰두한 나머지 다른 것을 잊은 채 그는 생각을 이어갔다.


‘만세형은 굳어 있지 않았다.’


처음 죽은 이를 만졌을 때 그는 딱딱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죽은 시체는 딱딱해진다는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신의 생각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그는 모르고 있었다.


‘죽어서 넘어왔는지는 아직 몰라...’


여러 오류를 범하며 추리해나가고 있지만, 만세형이라 부르는 이가 담을 넘는 순간 살아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확정짓는 오류를 그는 범하지 않았다. 집돌이에 대한 의심을 버렸지만 넘어 오는 순간 살아 있을 가능성도 염두 했다. 떨어지며 충격으로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는 물이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며 걸었다. 낮은 지대를 중점적으로 보며 우수관 가까운 곳을 살피던 중, 그의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길인데, 승용차는 여유롭게 지나갈 수 있는 골목이었다. 골목은 삼거리와 편의점으로 가는 횡단보도 사이에 있었다.


‘저긴 카메라 사각지대에... 방범등도 뒤쪽에만 존재하고...’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간 그는 좌우를 살폈다. 도로를 등지고 선 그의 우측에는 빌딩들의 뒷면이 2미터 높이의 담장으로 가려져 있었다. 좌측에는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커다란 철제문이 있었다. 큰 공사장에서 많이 보던 철제문 위에는 안전제일 마크가 있었고, 오래된 간판도 붙어 있었다.


‘신응처...신흥철강이구나.’


영업을 하는 곳인가? 철제 문 틈으로 안을 살핀 그는 오래전 폐업한 곳이라 생각했다. 오래된 자재들이 쌓여 있었고, 사람이 오랫동안 드나들지 않는 느낌이 났다.


‘CCTV가 있어도 작동하지 않겠지.’


반쯤 허물어져가는 가건물을 보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문 닫힌 자재상을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가던 그는 멀리 남녀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그가 온 방향이 아닌, 좌측으로 이어진 골목으로 들어갔다. 길이 어디로 이어졌는지 확인하러 다가간 그는 이내 나타난 화려한 조명을 보고 유흥가의 뒷골목임을 깨달았다.


‘먹자골목 뒤쪽이구나. 이 다음 골목이 먹자골목이지...’


화려한 불빛에 눈을 찌푸리며 돌아선 그는 다시 들어선 골목으로 향했다.


‘여기에 차를 주차하는 사람이 많군.’


아래쪽으로 20여대의 차가 서 있었다. 그 중에는 눈에 확 띄는 비싼 차량도 더러 보였다. 무슨 목적으로 돈 많은 이들이 찾을까 싶을 때, 그의 눈에 담배를 문채 걸어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나비넥타이를 맨 그들은 그의 행색을 눈여겨보며 굳었던 표정을 풀었다.


‘난 손님이 아니란 건가.’


그는 그들이 걸어온 또 다른 골목으로 나가보았다. 길은 활기차게 흥청거리고 있었다. 그는 가까운 곳에 젊고 잘 꾸민 남녀가 모여 선 곳을 눈여겨보았다.


‘여기였군.’


-왜 여기까지 왔어요?

-유명한 클럽 있잖아요.


그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곳이다. 자신과 인나가 얼마나 다른 삶을 살았는지 그 순간 깨닫기도 했다. 인나의 말을 떠올리며 그는 다시 주차장이 된 골목으로 돌아갔다. 담배를 다 핀 웨이터들이 그를 힐끔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저 꼴로 들어가려 했나?

-아니겠지. 딱 보니 지 애인 왔나 보려고...


수군거리는 목소리에 그는 수치심을 느꼈다. 무엇이 당당해서 남을 평가하는 것일까. 그가 제일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허나 돌아서 문제를 일으킬 생각은 없었기에 그는 오늘도 참아냈다. 그는 의식적으로 주차된 차들을 살폈다. 그가 찾으려했던 벤츠도 여러 대 서 있었다. 그 안에는 화려하게 도장되고 눈 모양의 헤드라이트를 단 차량은 없었다. 수행기사가 말했던 특정한 시리즈의 차량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비싼 차는 없나 싶으며 돌아설 때, 정장을 입은 한사람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지나갈 생각이었지만 상대는 그가 목적이었다.


“여기서 얼쩡거리지 말고 가라.”


척 봐도 자신보다 어려보이는 이였다. 그는 당황해 잠시 말을 못했다.


“가라고.”

“...왜.”


그는 애써 차분히 물었다.


“보면 모르냐. 손님들 주차하는 곳이다. 얼쩡거리면 내가 신경 쓰이잖아.”

“그래? 더 신경 쓰게 해줄까?”

“뭐... 까불지 마라.”

“웃기는군. 알았다. 돌아가서 불법주차 된 차들 때문에 길을 걷기 힘들다고 신고해줄게. 나 이 동네 사람이야.”

“신고? 큭.. 해봐. 미친 새끼.”

“어, 해줄게. 그럼 너도 편해지겠지?”


그는 돌아서서 주차된 차량의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 남자가 그에게 급히 다가왔다.


“사진 지워!”

“지랄.”


그는 웃으며 달렸다. 남자가 그를 쫓아 달려왔다.


“잡히면 너 죽여 버린다!”


그 순간 그가 멈춰 섰다. 쫓던 이는 그가 멈출 줄 예상하지 못했기에 머뭇거리며 섰다.


“죽인다며?”

“뭐... 이런 미친...”

“아... 살며 참 많이 듣네. 그 말? 진짜 미친놈이 어떤 건지 보여줄까?”


쌓였던 울분이 터지자 그도 더는 참지 않았다. 그는 오기와 독기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웃으며 그가 다가서자 남자가 주춤 물러났다.


“내가 너보다 열 살은 많아 보이는데 말 참 짧다? 내가 클럽 손님으로 갈수도 있잖아.”

“미... 저기 회원제다. 아무나 가는 곳도 아니고.”

“그래? 뭐 그렇다고 치고.... 저기 손님 나왔는데, 안가 봐?”


그의 말에 돌아본 그는 기다리는 이들을 발견하고 급히 뒷걸음질 쳤다.


“너... 다음에..”

“지금 하자니까? 나 따라가서 기다려줘?”

“무... 미친놈이네?! 저리 가!”

“큭... 알았다. 고생해라.”


그는 약속대로 불법주차에 대한 민원을 접수했다. 피곤함을 느낀 그는 접수를 하며 폐업한 도매상 철문 앞에 만들어진 경사로에 앉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가 바닥을 짚는 순간 느껴진 불쾌함에 눈을 찌푸렸다.


“똥...은 아니겠지.”


핸드폰 불빛으로 손을 비춰본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기름... 이었구나.”


그는 자신이 앉았던 곳을 살펴보았고 주변을 살폈다.


‘여기 입니까... 만세형.’


내부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포장되지 않은 흙에 스며들어 있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이 그곳에 앉았다. 취객은 곧 만세형으로 변해갔다. 엉덩이에 지워지지 않던 검은 얼룩은 그렇게 생긴 것이구나, 엉덩이가 축축해지자 일어났을까? 그 순간 그의 뒤로 차가 다가왔다. 매우 빠른 속도였다. 안에 탄 젊은 남자들이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가 비명을 질러보지만 그의 목소리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만세형과 차의 충돌 순간에 들려야 할 소리들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해진 가운데 차가 멈추고 차에서 사람들이 내려선다. 그들은 곧 그처럼 주변을 살핀다. 감시카메라도 없고 어두운 곳임을 확인한다.


‘차에 실었던 걸까.’


그대로 두고 가지 않은 이유가 뭘까. 그의 고개가 멀리 있는 차량들과 그 앞을 서성거리는 덩치 큰 남자에게 향했다.


‘목격자가 있었나...’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단체등은 사실과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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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짖는 소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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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카센터 1 20.05.25 19 3 14쪽
31 참치 2 +2 20.05.24 19 5 26쪽
30 참치 1 +2 20.05.24 20 5 19쪽
29 변태라서 나쁘지 않아 2 20.05.23 22 4 21쪽
28 변태라서 나쁘지 않아 1 20.05.23 21 4 15쪽
27 주차장 2 +4 20.05.22 27 6 18쪽
» 주차장 1 20.05.22 20 4 25쪽
25 만세형 20.05.21 22 5 23쪽
24 관2 20.05.21 21 5 29쪽
23 관1 +2 20.05.20 26 6 21쪽
22 또 다른 단서 +3 20.05.20 30 9 23쪽
21 국밥집 2 20.05.19 29 6 25쪽
20 국밥집 1 20.05.19 31 5 21쪽
19 행복은 아프지 않다 3 20.05.18 29 7 16쪽
18 행복은 아프지 않다 2 20.05.18 24 5 14쪽
17 행복은 아프지 않다 20.05.17 26 3 17쪽
16 외출에는 신발이 필요하다 20.05.17 35 4 14쪽
15 호박이 찾아준 다서 20.05.16 34 5 19쪽
14 굴러온 복덩이를 걷어차는 방법 20.05.16 38 8 19쪽
13 급발진 2 20.05.15 38 9 26쪽
12 급발진 1 20.05.15 45 6 19쪽
11 오래된 집 20.05.14 53 6 20쪽
10 그들의 일탈 20.05.14 48 4 15쪽
9 수상한 여인 +2 20.05.13 55 7 15쪽
8 유품 20.05.13 50 5 21쪽
7 증거물 20.05.12 55 4 18쪽
6 유서는 반송처가 필요하다 20.05.12 72 7 20쪽
5 떠나기 위한 준비 20.05.11 94 7 17쪽
4 다락과 세혼 +1 20.05.11 109 8 22쪽
3 공존 +1 20.05.11 130 1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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