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제대로 놀아보자고.
선추코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그냥 해주고 싶으실 때 해주세요. 헤헷!)
일어선 채로 재가 되어 사라지는 병사를 무시하고 지나가 나무에 박혀있는 창을 뽑는다.
- 대체 시리님은 못하는 게 뭘까?
- 시리님. 혹시 창 다뤄보셨음?
- 아니면 이런 게 말이 되나;;
“아뇨. 창은 처음 다뤄봅니다.”
물론 이번 생에서지만.
천마 때는 검, 창, 도, 활, 언월도, 부 등 많은 병기들을 다루며 무공을 정립했었으니까.
- 그런데 시리님. 반지 능력 확인 안 하셨는데.
- 맞네. 원래 그게 목적 아니었음?
“아···.”
오랜만에 잡아보는 무기에 너무 들떠서 반지는 완전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 ㅋㅋㅋㅋㅋ 시리님도 실수를 하시네 ㅋㅋㅋㅋ
- 이러니까 사람 냄새가 나시네 ㅋㅋㅋㅋ
- 지금까지 너무 완벽해서 인외인 줄 ㅋㅋㅋㅋ
- ㅇㅈ ㅋㅋㅋㅋ
“끄응. 다음에는 정말 확인해보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신음을 내며 창으로 어깨를 툭툭 친다.
“그런데 저기 공터 중앙에 있는 건 보스인가?”
- 튜토리얼 보스 아니겠음?
- ㅇㅇ 보스 맞음.
- 와 가만히 서 있는데 포스 봐라;;
- 저거 이길 수 있긴 함?
입구에서 보니 공터 중앙에는 3m는 넘는 엄청난 거구에 육중해 보이는 갑옷을 입고 거대한 핼버드를 들고 있는 기사가 있었다.
“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 이거 시작한 사람들 중에 저거 보스 못 넘어서 환불한 사람들도 있음 ㅋㅋㅋㅋ
- 기사로 시작한 스트리머도 저 보스 공격 두 방에 죽던데 ㅋㅋㅋㅋ
- 헐. 기사면 갑옷 입고 있지 않음? 그런데 두 방?
- 지금 시리님이면 한 방이면 골로 가겠네.
- 스쳐도 피 거의 사라질 듯;;
“괜찮습니다. 안 맞으면 되니까.”
- 자신감 쩐다.
- 시리님이면 왠지 될 것 같은데
- 그렇다면!
「KimKang님의 1,000원 후원 감사드립니다.
- 녹슨 직검으로 1트, 노 히트로 보스 클리어하면 50,000원.」
- 이건 안전 자산인가?
- ?? 녹슨 직검이 어디 있음?
- 저기 땅에 있잖음 ㅋㅋㅋㅋ
“네? 녹슨 직검이 어디···.”
채팅을 보며 땅을 훑었을 때 정말 병사들이 쓰러진 자리들 중에 검방 병사가 있던 곳에 녹이 슬어 완전히 변색되어있는 검이 있었다. 그와 함께 창병이 있던 곳에는 낡은 창이, 궁병이 있던 곳에는 활이 보였다.
- 녹슨 직검 설정 보여주세요!
- 설정 보면 안전 자산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다.
포수들의 부탁에 내심 ‘제발’이라고 속삭이며 녹슨 직검을 집어 든다.
「녹슨 직검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보급형 직검이나 너무 녹이 슬어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장식용으로도 못 쓸 정도로 무기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전투 기술은 ‘베르사 식 검세’
베르사 왕국의 병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검세로 검세에서 이어지는 공격은 더욱 강해진다.
물리 공격력 – 25 내구도 – 30
제한 – 힘 10」
물리 공격력은 주먹에도 붙어있는데 주먹의 공격력은 힘과 똑같다. 즉 맨주먹이 공격력 10이라는 이야기. 즉 이 녹슨 검은 주먹의 공격력과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무기에는 힘의 보너스도 붙어서 실질적인 공격력은 35이지만.
“검이 방어를 위한 무기라고는 해도. 이건 좀 심한데.”
낡은 창이랑 공격력 차이가 두 배나 나다니. 거기에 왜 내구도는 같은 거냐.
- 이건 안전 자산이다 ㅋㅋㅋㅋ
- 녹슨이라고 붙은 게 가장 낮은 무기임 ㅋㅋㅋㅋ
- 창도 녹슨 창이라고 있음 ㅋㅋㅋㅋ
“아, 그런거라면 이해가 가네요. 그래도 심각하지만.”
마뜩찮은 표정으로 녹슨 검을 쳐다본다.
「KimKang님의 1,000원 후원 감사드립니다.
- 그럼 미션 포기하시나요?」
“KimKang님. 천 원 후원 감사드립니다. 아뇨. 제가 포기한다고는 안 했잖습니까?”
- 오오오! 그럼 나도 참여한다.
- 나도! 나도!
“으음. 이러면 그냥 미션창을 만들어 드릴게요.”
그냥 소수의 포수들이 미션을 거는 걸로 굳이 미션창을 만드는 건 귀찮았기에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너도나도 하겠다고 하면 미션창을 만드는 게 훨씬 좋았다.
「미션 : 녹슨 검으로 1트, 노 히트로 튜토리얼 보스 클리어.」
미션을 만들자 우후죽순 미션 밑으로 금액이 커져 간다.
“아니. 잠시만요, 잠시만요. 이게 뭐라고 이렇게 많이 주시는 거죠?!”
순식간에 미션금이 무려 10만원을 돌파하더니 31만원이 되어서야 멈춘다.
“어우. 그럼 31만원 잘 먹겠습니다.”
- ??? 벌써 이긴 듯이 말하시네;
- 이거 안전 나산 아닌 거 아님?
- 시리님이 저렇게 자신만만해 하시니까 불안;;
- 에이. 아무리 그래도 녹슨 검으로 1트, 노 히트할 수가··· 있나?
- 안 돼앵! 내 간식 값이!
내 말에 불안에 떨며 포수들이 아우성을 쳤고 나는 피식피식 웃으면서 낡은 창은 인벤토리에 넣고 녹슨 검을 쥔 채 공터 안으로 들어간다.
“그대도 탑을 오르기 위해 온 건가?”
공터 안으로 들어가자 기사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물론.”
“··· 괜한 것을 물었군. 여기까지 왔다면 그것은 당연하건만.”
쿠웅.
기사는 핼버드의 대 밑부분으로 땅을 찍어 울린다.
“허나, 그대가 탑을 오르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저 인공지능임에도 신념이 가득 묻어있는 목소리와 그 눈빛에 나도 모르게 마법사 때에 보았던 강직한 기사가 떠올랐다.
“··· 하나 물어보지.”
“무엇이지?”
- ??? 엥?
- 보스랑 대화가 된다고?
- 뭐야? 뭐야?
- 대화가 되는 거였어?
- 아··· 지금까지 다른 스트리머들은 보스라고 닥돌해서 몰랐을 수도;;
- 맞네.
“그대는 왜 이곳을 지키고 있지?”
“··· 나와 같은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희생자라니?”
내 말에 기사는 말없이 나를 보다가 핼버드를 내게 겨누며 자세를 잡는다.
“이 이상 그대에게 말을 해줄 권한이 내겐 없는 모양이다.”
“그렇군.”
기사의 말에 녹슨 검으로 기사를 겨누며 자세를 잡는다.
“나의 이름은 알베르토. 한때 베르사의 기사였다.”
“시리우스. 그저 방랑자다.”
마치 대장전을 하기 전에 서로 자신을 소개하는 듯 서로에 대해 알려준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든다.
후우웅.
알베르토의 핼버드가 육중한 무게를 나타내듯 묵직한 소리를 내며 빠르게 내리찍어온다.
천마무(天摩武)
천마비신법(天魔飛身法)
전투에서는 보법을 써야하지만 보법인 천마군림보는 내기가 동반되거나 압도적인 신체능력이 있어야 전반 삼보까지 사용할 수 있는 보법이었기에 대신 경신법인 천마비신법을 사용한 것.
내기나 신체능력이 받혀주지 않아 본래의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몇 m는 거뜬히 움직일 수 있었기에 손쉽게 알베르토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쿠우웅.
핼버드가 내리찍은 땅이 박살나며 먼지 구름을 피웠고 그 먼지 구름으로도 알베르토의 거구를 감출 수는 없었기에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다시 비신법을 펼치려는 찰나에 이정도의 물리 엔진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알베르토가 달려오는 것을 기다린다.
후우우웅.
달려오는 가속도를 합해 내 허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핼버드.
핼버드의 움직임을 똑똑히 보며 녹슨 검을 핼버드의 경로에 가져간다.
스으윽.
녹슨 검에 핼버드가 닿는 그 순간 녹슨 검을 당기며 핼버드의 힘에 올라탔고 핼버드의 밑으로 녹슨 검을 움직이며 자세를 낮췄고 핼버드의 힘에 편승해있는 검을 이용해 핼버드의 경로를 머리 위로 틀어버린다.
후우우웅.
알베르토 본인의 힘에 내 힘이 더해져 핼버드가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힘으로 휘둘러지며 알베르토에게 큰 틈이 생겨났고 즉시 틈을 파고 들어 무릎을 베어간다.
촤악.
“칫.”
무릎을 베고 지나왔지만 알베르토에게 파고든 그 짧은 순간 알베르토가 억지로 몸을 틀며 다리를 움직였기에 살만 베었을 뿐이었다.
“나도 멀었군.”
다시 핼버드를 통제하며 몸을 돌리는 알베르토.
“겉모습만 보고 지래짐작을 하다니. 사과하마. 내가 그대를 얕봤군.”
“이제 제대로 할 마음이 들었나?”
알베르토가 고개를 끄덕이며 핼버드를 두 손으로 잡고 자세를 잡는다.
“전력으로 가겠네.”
“좋아. 제대로 놀아보자고.”
천마무(天摩武)
천마멸검(天魔滅劍) 멸겁(滅劫)
알베르토를 향해 달려가 녹슨 검을 휘둘렀고 녹슨 검은 금방이라도 알베르토를 공격하기 위해 이를 드러낸다.
“후으읍.”
알베르토는 핼버드를 휘둘러 공격채로 내 몸을 짓뭉개려했지만 마치 환영이라도 되는 것처럼 지워져 핼버드를 흘려보낸다.
천마무(天摩武)
천마멸검(天魔滅劍) 충천(衝天)
그 사이 들어난 짧은 틈으로 알베르토의 무릎을 노리고 녹슨 검이 빛살처럼 찔러간다.
푸욱.
녹슨 검은 정확하게 알베르토의 무릎을 찔렀고 그 즉시 검을 회수하며 알베르토의 옆으로 돈다.
후우웅.
내가 있던 자리로 알베르토의 주먹이 육중한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갔고 그 사이 알베르토의 옆으로 이동한 나는 오금을 향해 녹슨 검을 휘두른다.
촤악.
“큭.”
쿵.
무릎과 오금을 당해버린 알베르토는 신음을 내며 무릎을 꿇는다.
이 이상 공격을 진행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어 뒤로 빠지기 위해 몸을 물린다.
후우웅.
거리를 벌리려 하자 바로 한손에 쥔 핼버드를 휘두른다.
천마무(天摩武)
천마비신법(天魔飛身法)
몸을 띄워 아래로 지나가는 핼버드의 대를 밟았고 대를 타고 알베르토를 향해 달려간다.
“무슨?!”
이런 묘기를 부릴지는 몰랐는지 알베르토가 크게 당황하며 핼버드를 흔들어 나를 떨어뜨리려 한다.
하지만 이미 알베르토의 행동을 읽고 있었기에 핼버드를 흔들기 전에 날 듯이 뛰어 알베르토의 머리 앞에 도달한 나는 녹슨 검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다.
천마무(天摩武)
천마멸검(天魔滅劍) 단천(斷天)
녹슨 검이 당황하고 있는 알베르토의 머리로 내리쳐진다.
파카앙.
“크윽!”
“이런 젠장!”
천마무(天摩武)
천마비신법(天魔飛身法)
땅에 착지한 나는 다급하게 경신법을 펼쳐 신속하게 알베르토에게서 거리를 벌린다.
“하하하하! 대단하구나. 그대의 검이 그렇게 형편없지 않았더라면 그 공격으로 죽었을 테지.”
“칫.”
알베르토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내게 말했다.
그의 앞에는 두 쪽으로 쪼개진 투구와 함께 깨져버린 녹슨 검의 잔해들이 있었다.
방금 전, 알베르토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서 녹슨 검이 알베르토의 투구를 베며 내구도가 다해 깨져버린 것이다.
“내가 졌네.”
하는 수 없이 주먹을 쥐고 자세를 잡을 때 알베르토가 털썩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지?”
“내가 졌다고 했네.”
알베르토가 나를 보며 쓰게 웃는다.
“그대의 검이 일반 검이기라도 했으면 이미 난 죽었을 테지. 그러니 내가 졌다는 거지.”
그의 눈을 살피니 더 이상의 적의는 없었기에 자세를 거뒀다.
“그대는 탑을 오르려는 이유가 뭔가?”
“··· 이 세계의 구원을 위해.”
“이 세계의 구원을 위해라···.”
나를 보는 그의 눈에서 안쓰러움과 혹시나 하는 희망의 빛이 보였다.
“그렇다면 하나 충고를 해주지. 이 탑을 믿지 말게.”
“탑을 믿지 말라니?”
“그 뜻은 그대가 탑을 오르며 알아내야 하는 거지.”
그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그만 지나가게.”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를 지나 공터를 벗어나 탑의 입구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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