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시와 노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완결

최리운
그림/삽화
최리운
작품등록일 :
2020.08.10 15:02
최근연재일 :
2021.01.08 11:52
연재수 :
106 회
조회수 :
4,089
추천수 :
12
글자수 :
712,227

작성
20.10.10 23:12
조회
38
추천
1
글자
17쪽

제19화 철웅성 전투(1)

DUMMY

#

철웅성의 성주 을무는 뒤로 물러난 도혼의 군대를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훗, 천하의 도혼도 이 철웅성은 뚫지 못할 것이다!”


이런 그에게로 한 병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성주님!”


“무슨 일이야?”


병사는 숨이 차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지, 지금 태랑 왕자의 군대가 이곳 철웅성으로 오고 있습니다!”


“뭐야!”


이미 태랑이 천천강을 타고 제가로 은밀하게 쳐들어와 텅 빈 것과 마찬가지인 세 개의 성을 함락했다는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철웅성보단 제가의 도성인 해우성이 더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기 때문이었다.


왕좌를 두고 경쟁하기 위해 제가를 표적으로 삼아 서로의 능력을 입증하고 있는 두 왕자이다.


이곳에서 전전긍긍하는 도혼보다 한발 앞서 태랑이 도성을 친다면 자연스럽게 대신들과 백성들의 민심을 한 번에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도성을 함락하고 제가를 몰락시켰을 때나 가능한 일이지만.


을무는 태랑의 속셈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무능한 왕자인 줄 알았는데 제법 정치를 할 줄 아는 자였군.”


“예?”


“그것보다 1만이라는 병력이 어디에서 나온 병력인지 파악이 되었느냐?”


“아, 예! 처음 군사 천 명과 후에 온 지원군 육 천, 나머지는 함락시킨 하연성과 중립성과 상연성에서 징집하여 모았다고 보고가 왔습니다.”


“뭐?!”


을무는 화들짝 놀랐다.


“미치지 않고서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의 나라인 백성들을 대상으로 징집을 하고 함께 이곳 철웅성으로 오고 있단 말이야?!”


“예.”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을무는 순간이지만 태랑을 과대평가했던 것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무모하다 못해 미친 왕자로구나. 지금 당장 후방에 이천의 군대를 배치해라!”


“도혼 왕자 때문에 이천을 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성주님.”


“화살받이가 있지 않느냐!”


“백성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을무는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고 그를 노려보았다.


“분부 받잡겠습니다, 성주님.”


을무는 도혼의 진영을 눈에 담고 그가 이번엔 어떻게 철웅성을 공격할지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슬슬 인해전술로 나올 때가 되었는데.”



#

같은 시각 도혼은 철웅성의 지형판을 내려다보며 불편한 심정을 표정에 드러내고 있었다.


5일 동안 무리한 작전으로 인해 1만의 병력을 잃었고, 뒤를 이어 5천을 더 잃었다.


도혼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했다.


“내일 동이 뜨는 대로 멀쩡한 공성병기를 앞에 세울 겁니다.”


대장군이 도혼의 생각을 잃고 화들짝 놀랐다.


“왕자님, 아직은 좀 더 지켜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아뇨,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곧 겨울이 올 겁니다. 그전에 끝내야 합니다.”


비호만 그의 뜻을 모르겠는지 물었다.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왕자님?”


“인해전술.”


“?!”


비호도 놀랐다.


인해전술로 함락시킬 수 있는 성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혼이 지형판 위에 있는 공성병기를 전방으로 옮기며 입을 열려는데 한 군사가 이곳으로 들어왔다.


“왕자님!”


허락도 없이 들어온 군사를 보고 대장군이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야?”


“태, 태랑 왕자님께서 철웅성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뭐?!”


“그런 보고는 받지 못했다. 지금 태랑 왕자님은 환국궁에 계시지 않느냐?!”


“그, 그것이....”


너무 은밀하게 움직여 제가만 태랑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수신 측에는 이제서야 태랑이 세 개의 성을 함락하고, 징집을 하여 자신의 군대를 포함한 1만의 병력으로 철웅성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군사에게 상세한 설명을 듣고 모두가 벙쪄하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도혼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철웅성을 본따 만든 모형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


쾅!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내일....”


도혼은 이를 뿌득 갈았다.


“.... 아니, 지금 당장! 전 병력을 깨워 배불리 먹인 후에 공성병기를 앞에 세우고, 진격할 준비를 하라고 하라!”


“왕자님! 지금은 지친 병사들을 쉬게 하여야 합니다.”


“대장군! 이건 명력이다!”


“.....”


비호가 대장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저희 혈천이 선봉에 서겠습니다.”


도혼은 전멸하는 한이 있더라도 저 철웅성에 자신의 군대가 태랑의 군대보다 먼저 발을 디뎌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윽고 그는 승부욕을 넘어 엄청난 광기에 사로잡히고 만다.


‘내가 왕이 되어야만 한다!’


또다시 왕을 향한 진념이 욕망으로 바뀌어 도혼을 집어삼켰다.



#

태랑은 선두에 서서 구불구불하게 펼쳐진 숲길을 눈에 담으며 말을 멈춰세웠다.


옆에 있는 유화에게 물었다.


“저곳에 매복하고 있는 적이 있나?”


“수색한 바로는 없지만 우리가 해우성이 아닌 철웅성으로 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 매복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어.”


“그렇다면.”


태랑은 멀리 떨어져 있는 혜아를 불렀다.


“혜아!”


그녀는 말을 몰아 그의 앞으로 갔다.


“부르셨습니까, 왕자님.”


“지금 당장 앞에 보이는 산속으로 들어가 매복이 있는지 없는지 수색을 시작해 줘.”


“철웅성까지 안전하게 왕자님의 군대를 저희 랑랑부족이 인도하겠습니다.”


“얼마나 걸릴 거 같아?”


“동이 뜨는데도 저희에게서 별다른 기별이 없으면 그때 출발해 주시겠습니까?”


동이 뜨기까지는 반 시진 정도가 남았다.


태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혜아는 랑랑부족을 이끌고 산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반 시진 정도 말위에서 군사들을 쉬게 하고 동이 뜰 때까지 기다렸다.


떠오르는 하늘을 보고 태랑이 고삐를 튕겼다.


“가자!”


랑랑부족을 선봉에 세우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이동했다.


길은 비교적 평탄했지만 원채 비좁은 산길이라 속도가 나지 않았다.


가연이 태랑에게 말했다.


“공성병기는 가져갈 수 없겠습니다.”


“어쩔 수 없지.”


공성병기를 뒤에 놔두고 계속 진격했다.


매복한 적들은 없었고, 무사히 철웅성 앞에 도착했다.


태랑은 철웅성과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우거진 숲을 깎아 진지를 세웠다.


“나무로 사다리를 만들어라.”


아까 버리고 온 공성병기를 새롭게 만들었다.


진지를 치니 어느덧 정오가 되었다.


태랑과 함께 있는 가연에게로 매가 한 마리 날아와 그의 앞에 착지했다.


“올 것이 왔습니다.”


“뭔데?”


“도혼 왕자님의 진영에서 온 서신입니다.”


매의 다리에 묶여 있는 서신을 풀어 읽어보았다.


가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왜 그래?”


“인해전술로 철웅성을 공격할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뭐?!”


태랑이 화들짝 놀라 가연의 손에 있는 서신을 낚아챘다.


“전방이나 후방이나 인해전술로 밀어붙여서 함락할 수 있는 성이 아닌데.”


전방의 전형을 지도로 봐서 잘 알고 있다.


지금 자신들이 있는 후방도 100명이 채 갈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좁아 공성전을 하기에는 매우 불리했다.


“무슨 생각인 거야?!”


가연이 매를 날려보내며 말했다.


“우리가 이곳에 온 걸 알고 있을 겁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신 거겠죠.”


그녀의 말을 듣고 태랑은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방패와 궁수 부대를 편성해야겠어.”


“예, 왕자님.”


방패부대 500명과 궁수 1000명을 소집하여 군사 배치를 했다.


태랑은 직접 지휘하려는지 말에 올랐다.


단월이 그의 모습을 보고 다가왔다.


“직접 하려고?”


“예.”


유화도 옆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태랑이 물었다.


“철웅성의 비밀 통로를 알아봐 줘.”


“힘들겠지만 알아볼게.”


태랑이 1500명의 군사와 함께 철웅성으로 달려갔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화살의 사정거리를 염두에 두고 대기시켰다.


나무로 몸을 숨기다시피 있어서 적들이 자신들을 공격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다.


태랑이 검을 뽑으려는 순간 철웅성에서 갑자기 불화살이 날아왔다.


“?!”


물론 사정거리가 짧아 닿지는 않았지만 비처럼 쏟아지는 불화살에 겨울로 접어들기 시작한 마른 나무들에 손쉽게 불이 붙었다.


화들짝 놀람도 잠시 태랑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고 공격 명령을 내렸다.


“쏴라!”


적들은 잘 훈련된 군사들인지 방패로 공격을 막았다.


‘이 정도 거리에서는 방패를 뚫지 못하는 건가?’


태랑은 검을 뽑아들어 진격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십 보 더 전진한다.”


“예!”


십 보 더 전진하여 쏘니 몇 군대에서 방패가 뚫려 적들을 죽일 수 있었다.


기세를 몰아 더 나아가려고 했지만 날아오는 불화살 때문에 더 이상의 접근은 불가능했다.


접근은 고사하고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태랑은 하는 수 없이 갖고 온 화살을 다 쏴보지도 못하고 퇴각 명령을 내렸다.


본진으로 돌아오자 가연이 발 빠르게 대처를 하고 있었다.


근처에서 물을 길어 불이 엉겨 붙기 시작하는 전방에 뿌리고 있었다.


힘 좋은 부족들은 땅을 파 흙을 모아 불을 끄기 시작했다.


태랑은 말에서 내려 혀를 찼다.


“쉽지 않겠어.”


숲을 태우면 철웅성에도 피해가 가겠지만 그전에 자신들이 끌 것을 알고 무자비하게 불화살을 쏘아댔다.


불비처럼 쏘아대던 불화살은 이내 잠잠해졌다.


그러나 연기 때문에 애써 자리를 잡은 진영에서 제법 떨어진 곳으로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태랑은 산불을 진압한 후 비상소집을 했다.


태랑이 모두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분명 공격을 하면 숲의 지형을 이용해 불화살을 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소모전을 치르는 수밖에 없었다.


가연이 말했다.


“전면전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 역시 비밀 통로를 발견할 수 밖에 없는 건가?”


유화가 고개를 저었다.


“애석하게도 비밀 통로는 없었어.”


“뭐?”


“성벽 겉으로 자연이 뿌리를 내려서 빈틈은 물론이고 더 견고하게 구축이 되어 있더라고.”


그럼 어떻게 하지?


단월이 소리쳤다.


“뭘 걱정해?! 우리 혈천이 그때처럼 성문을 부수고 들어가면 되지!”


유화가 혀를 찼다.


“방금 뭐 들었어? 자연이 뿌리를 내려서 더 견고해졌다니까. 공성병기 없이는 사람의 힘으로 부술 수 없어.”


도저히 대안이 나오지 않았다.


밤이 깊어가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도 인해전술로 갈 수 밖에 없는 건가?”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태랑의 머릿속으로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만!”


모두가 화들짝 놀라 졸음이 달아났다.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 강이 있지 않나?”


“있습니다. 그건 왜 묻는 것입니까?”


“지금 당장 그 강으로 간다.”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아까 벤 나무를 모조리 그 강에 던져서 강물을 넘치게 할 거야.”


“예?!”


얼토당토않는 말을 하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연은 지도를 펼쳤고, 유화가 지형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말했다.


“잘하면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될 거 같기도 한데.”


태랑은 2000명을 데리고 강으로 갔다.


산속에 있는 것치고는 제법 강물의 폭이 넓고 깊이가 있었다.


강물은 철웅성까지 뻗어 있었다.


뒤늦게 온 단월과 혈천이 오늘 벤 나무를 양쪽에 끼우고 도착했다.


“지금 당장 뺌을 만들어 강물을 막으세요.”


태랑의 작전은 이러했다.


지형이 높은 곳에 있는 강줄기를 막아 성문까지 물을 흘려보내 나무를 적셔 불화살로 인해서 오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


“얼마나 걸릴까요, 형님?”


“이 정도면 한 시진이면 막고도 남지.”


“그럼 새벽 안에는 강물이 자연스럽게 성문까지 흘러가겠군요.”


유화가 그의 작전에 살을 붙였다.


“그러려면 몇 군데 손을 봐야 해.”


“그건 너한테 맡길게. 시간만 맞춰줘.”


“말은 쉽게도 하네. 나한테 500명만 붙여줘.”


“응.”


막혔던 부분이 풀리자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걸 느꼈다.


태랑은 가연과 함께 내일 있을 전투를 대비하기 위해 본진으로 돌아갔다.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자 가연은 다리가 아픈지 다리를 툭툭 두드렸다.


“많이 피곤하지?”


“괜찮습니다.”


“좀 쉬도록 해. 전술은 내가 알아서 세워볼 테니.”

“혼자서 되시겠습니까?”


“해보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못 믿겠습니다. 차라리 둘 다 잠시 쉬고 함께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난 괜찮아.”


“그럼 저도 괜찮습니다.”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데 누군가 이곳으로 찾아왔다.


“왕자님?”


못 들어본 목소리에 두 사람은 실랑이를 멈추고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밖에 찾아온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태랑은 가연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나가서 보니 징집으로 모인 전 제가의 백성들이었다.


앞에 있는 청년이 태랑에게 다가와 고개를 조아렸다.


“늦은 밤에 송구하옵니다.”


“무슨 일로 왔느냐?”


“다름이 아니옵고.....”


쉽게 입을 떼지 못하자 어려운 청을 하러 왔음을 느꼈다.


그가 입을 뗄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 내일 있을 전투에 저희만 참전하고 싶습니다.”


“뭐?!”


생각지도 못한 청이자 태랑이 화들짝 놀랐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청을 하는 것이냐?”


“그것이....”


또 입을 쉽사리 떼지 못하자 이번엔 책망하듯 물었다.


“빨리 말하거라!”


청년이 두 눈을 찔끔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보잘것없는 저희를 굽어살펴주시고, 이렇게 왕자님의 군대로까지.....”


“감언이설로 말하지 마라!”


태랑이 청년의 거짓말을 단숨에 꿰뚫어보고 세게 후려쳤다.


“소, 송구합니다.”


“본심을 말하라.”


“사실.... 왕자님께서 오시기 전에 을무라는 철웅성의 성주가 저희에게 한 모든 만행들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습니다.”

“복수?”


제가는 역사가 짧아서 그렇지 언젠가는 지금 청년이 말한 것처럼 복수가 됐건 뭐가 됐건 반란이 일어나 망할 나라였다.


“저희가 그간 받은 핍박과 서러움을 갚고 싶습니다! 허락하여 주십시오!”


태랑은 청년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딱 봐도 자신의 또래이거나 한두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자였다.


“얼마가 되었건 너희는 수신의 백성들이고, 나의 군대이다. 미안하지만 훈련도 안 된 너희들을 무작정 사지로 내몰 수는 없다.”


“왕자님!”


모두가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거라.”


“허락하여 주실 때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참.... 마음대로 하거라!”


태랑은 가연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어련히 알아서 물러가겠지 생각했지만 어느새 제가에서 징집한 모든 사람들이 찾아와 무릎 꿇고 청을 하기 시작했다.


태랑은 밀려오는 두통을 참아가며 그들을 애써 무시했다.


가연이 말했다.


“그냥 허락해 주심이 어떻겠습니까?”


“가연이 너까지 왜 그래?”


“뭐가 되었건 저들은 저들 나름대로 충심을 보이고, 복수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닙니까?”


“그렇게 보면 맞지만 난 저들을 사지로 내몰 생각은 없어.”


“저희가 후방에서 지원을 하면 되지 않습니까?”


“후방에서 지원을 해줘도 저들을 앞세우는 것은 안 돼.”


태랑은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결정을 하기로 했다.


여명이 뜨기 시작할 무렵 태랑이 밖으로 나왔다.


아까 직접 청을 한 청년에게 물었다.


“지금도 뜻을 굽히지 않고 있구나.”


“예.”


“너희의 복수가 끝나면 홀가분해질 거 같으냐?”


“그렇습니다, 왕자님.”


태랑은 청년과 무릎을 꿇고 있는 제가의 백성 3000명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가 제가에서 벌레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오며 살아왔음을 지금에서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좋다!”


그의 말에 청년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너희 모두에게 조금 잇다 있을 전투의 선봉을 맡기겠다. 단, 명심해야 한다. 난 죽고 싶은 녀석은 필요 없다. 살아서만 돌아와라. 그럼 수신의 백성으로써 나의 군대로써 인정을 해주마!”


“왕자님....”


백성들이 일어나 양팔을 하늘로 뻗었다.


“만세! 태랑 왕자님, 만세! 정말 감사합니다!”


이날 제가가 자랑하는 철웅성은 이들 3000명의 손에 최초로 성문이 뚫리게 된다.


오늘 이 순간은 여러 각도에서 비춰보아 시와 노래만큼이나 역사에 기리기리 남을 만한 사건이 된다.


동시에 백성의 민심을 사지 못하는 나라는 곧 패망함을 절실히 보여주는 역사적인 교훈을 낳기도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원한 시와 노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6 제31화 파란(3) 20.11.25 35 0 15쪽
75 제31화 파란(2) 20.11.24 30 0 15쪽
74 제31화 파란(1) 20.11.23 29 0 15쪽
73 제30화 단월 VS 적안(2) 20.11.22 27 0 14쪽
72 제30화 단월 VS 적안(1) 20.11.20 28 0 14쪽
71 제29화 악연 혹은 인연(2) 20.11.19 27 0 15쪽
70 제29화 악연 혹은 인연(1) 20.11.18 28 0 15쪽
69 제28화 치국으로부터의 초대(2) 20.11.17 26 0 15쪽
68 제28화 치국으로부터의 초대(1) 20.11.16 26 0 15쪽
67 제27화 중추절, 태랑과 가연의 사이(2) 20.11.07 25 0 14쪽
66 제27화 중추절, 태랑과 가연의 사이(1) 20.11.06 29 0 14쪽
65 제26화 4년 후(2) 20.11.05 26 0 15쪽
64 제26화 4년 후(1) 20.11.04 33 0 15쪽
63 제25화 치국과의 첫 전쟁(2) 20.11.03 31 0 14쪽
62 제25화 치국과의 첫 전쟁(1) 20.11.02 30 0 15쪽
61 제24화 왕이 된 태랑 20.11.01 29 0 14쪽
60 제23화 수월의 여로(2) 20.10.31 24 0 14쪽
59 제23화 수월의 여로(1) 20.10.30 37 0 15쪽
58 제22화 가연의 주사 20.10.29 33 0 14쪽
57 제21화 잿더미가 된 제가와 환국궁으로의 귀환(2) 20.10.28 29 0 14쪽
56 제21화 잿더미가 된 제가와 환국궁으로의 귀환(1) 20.10.19 25 0 15쪽
55 제20화 영면한 자들을 위한 애가(3) +1 20.10.16 36 1 14쪽
54 제20화 영면한 자들을 위한 애가(2) +1 20.10.15 33 1 15쪽
53 제20화 영면한 자들을 위한 애가(1) +1 20.10.14 34 1 14쪽
52 제19화 철웅성 전투(4) +1 20.10.13 31 1 15쪽
51 제19화 철웅성 전투(3) +2 20.10.12 35 1 15쪽
50 제19화 철웅성 전투(2) 20.10.11 26 0 15쪽
» 제19화 철웅성 전투(1) +1 20.10.10 39 1 17쪽
48 제18화 세 개의 성 함락과 태랑의 선택(2) 20.10.09 31 0 15쪽
47 제18화 세 개의 성 함락과 태랑의 선택(1) 20.10.08 29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