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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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을
작품등록일 :
2014.06.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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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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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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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쪽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5

DUMMY

Channel 1. 로키


1623년 4월 4일


아침이 되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우편함으로 어기적 어기적 거리며 걸어간다. 오늘도 내 우편함에는 신문이 담겨져 있었다. 우편함에서 신문을 꺼내 응접실로 들어오니, 어느덧 머그잔에는 검은색 액체가 하얀색 김을 내며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나는 한 손에는 신문지, 한손에는 커피잔을 챙겨들고, 응접실 소파에 앉는다.


이스트민스터 부속 교아원 원장수녀 토리스토아 테펠리나 오늘 발인........ 기사의 1면에는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려있었다. 표제 아래에는 검은 상복을 입은 수녀들이 입을 가린 채 흐느끼고 있는 것을 찍은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 수가 많아서 하나 하나의 면면을 살펴보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나는 어렵지 않게 어리버리한 수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녀의 왼 팔에는 ‘상주’를 가리키는 하얀 천이 달려있었다.


사진속의 사람들은 다들 눈물로 두 뺨이 번들번들해져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자국이라든지, 아니면 아랫입술을 꽉 깨문다든지 하는 인간에게 있어 ‘슬픔’을 나타내는 일련의 기색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참 사진 속 그녀를 보면서 사진 속에 숨어있을 지도 모르는 일련의 ‘감정’의 단서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문득 내가 왜 그래야 하는가?’라는 회의감이 든 것도 한 몫 하긴 했었다. 나는 사진에서 눈을 떼고 본문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기사문에는 고인의 여러 가지 선행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기사의 내용의 일점일획에 거짓이 가해지거나, 진실이 누락되지 않았더라면 기사를 읽은 이들은 그녀를 성인으로 추대하자고 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적어도 그녀의 모습을 본딴 동상을 세우자고 타협안을 낼지도 모르지, 그들은 그렇게 소리 지르고 화를 냄으로써 그녀를 자신의 돈독한 ‘친구’로서 편입시킬 것이다. 이 기사를 읽기 전에는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했으며, 3일 전에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걸 전혀 알지도 못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가 돌본 사람 중 몇몇은 정말로 사회의 건실한 일꾼으로 자리매김을 한 모양이긴 했다. 그중에는 라스알게티 시장도 포함되어 있어서, 그녀는 자신의 사비를 털어 원장수녀의 장례식에 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상주로서 나서지도 않았을 뿐 더러, 시민들에게 그녀의 장례식을 양보하고자 상주와의 합의 끝에, 원장수녀의 장례식을 시민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 이르러서, 나는 신문을 더 읽지 못하고 덮어버렸다. 도저히 불편해서 신문을 읽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실제로 존경받을 사람이었는지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녀는 죽은 뒤에도 망령이 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는 나를 괴롭히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그녀는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살았을 뿐이겠지,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이 켜켜이 쌓여......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나를 불편하게 한 것은 그녀의 삶의 결과로서 창출된 ‘부수적인 효과’였을 뿐이었겠지만


만약, 내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 불편함을 뭐라고 정의 내렸을까? 이걸 정의 내릴 수 있는 어떠한 배경지식도 없으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한동안은 이 불편함에 시달리지 않을까 싶다.








Channel 2. 아이리스


1623년 4월 4일


3일간의 장례식에는 정말로 ‘물밀 듯이 사람이 몰려왔다.’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장례식을 방문한 사람들....... 물론 몇몇은 원장수녀님께 도움을 받은 원생출신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아마 시장님(그분이 원장수녀님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은 저도 기사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의 후광 때문에 어떻게든 비벼보려고 온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어요.


원장수녀님께서 살아생전에 저를 두고 공공연히 ‘내 수양딸’이라고 불러오셨기에, 상주 노릇은 자연스럽게 제 몫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장례식장에 찾아와 그녀의 사진에 추모를 하는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건 온전히 제가 맡게 되었었죠........


빈소를 찾는 사람이 어떤 의도로 왔던 간에, 그리고 제가 무슨 일을 하던 간에 그런 건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기분이 뭔가........ 참 이상했답니다. 추모객들은 하나같이 눈물로 두 뺨이 범벅이 되어 제 손을 잡는데, 정작 저는 눈물이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더라구요. 발인이 얼마 남지 않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이들은 저를 두고 ‘상주가 굳세게 중심을 잡고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동안, ‘상주 봤어? 진짜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더라. 이래서 터럭이 검은 동물은 거두지도 말고 가르치지도 말라고 하는건가봐?’라는 뒷 담화를 듣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말을 들어도, 여전히 제 눈은 소금기 하나 없이 메말라있을 뿐이었습니다.


전 눈물기 하나 없는 눈으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문상객들의 얼굴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했었냐고요? 아뇨. 이런 말을 하면 저를 아마 미친 여자로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전 은발머리 남자를 찾고 있었어요.


그 사람을 원망하냐고요? 물론입니다. 정황상 그는 원장수녀님과 마리아 수녀님의 죽음과 관련이 있을 가장 유력한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다른 이들처럼 마음껏 눈물을 흘리고 그들을 원망하며, 심지어는 저주의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어요........ 그 죽음의 사자를 이곳 원장수녀님께 데리고 온 것은 바로 저였으니까요. 아마 그에게 있어서 저는, 오디세우스의 목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거에요.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그날 밤 뒤척이며 원장수녀님과 마리아수녀님을 원망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독점욕 때문에 말이에요.


생각해보면, 이 3일동안 그토록 눈가가 촉촉해지지 않는 이유는 제 마음속에 있는 최후의 염치 때문일 지도 모르겠어요. 전....... 제 스스로의 입장을 되돌아보면, 상주란 자리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기 보다는, 감히 빈소에 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하는게 맞을 거에요.


전....... 정황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사실상........ 공모자였으니까요.








Channel 1. 로키


책상 위에 놓인 신문을 덮고서 나는 그것을 한참동안 쳐다본다. 물론, 덮여진 신문은 말이 없다. 다만, 내 머리가 재빠르게 사고를 펼칠 뿐이었다. 사고는 벽을 맞고 튕겨져 나가는 핀볼처럼 좌로 우로 위로 아래로 정신없이 튀겨져 나간다. 튕겨져 나간 핀볼은 벽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난다. 그리고 그것은 작은 공으로 갈라져 또 다시 튕겨져 나간다. 생각의 갈래가 점점 많아져 나가고, 핀볼은 이제 물이 되어 지표를 뚫고 아래로 내려간다. 수 만 갈래의 지하수가 아래로 침전되다가, 이윽고는 기반암을 만나 하나의 지하수맥을 이른다.


나는 말라붙은 눈을 감았다가 뜬다. 눈에는 이제 막 가라앉은 딱지를 거칠게 잡아 뜯은 것처럼 강렬한 통증이 엄습한다. 저절로 눈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고통이, 갈라진 생각을 하나로 엮어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 응? 왜 그래?”


날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는지, 내가 일어나자 토라와 펜릴은 화들짝 놀란 표정이다.


“내 양복이 어디에 있지?”

“양복? 양복은 왜? 어디 약속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근데 입어야 해.”


나는 응접실 계단을 타고 내 방으로 달려가 옷장을 홱 하고 연다. 마른 나무 특유의 냄새를 훅 끼치며 뱃속을 드러낸 옷장은 텅 비어있었다.


“오빠는 생전 양복이라곤 입지도 않잖아.”

“그래, 근본적으로 사지를 않았는데 옷장 문을 연다고 없던 양복이 짠하고 나오겠냐?”


어느새 뒤 따라 왔는지, 두 바퀴벌레는 내 등 뒤에서 비아냥거린다. 펜릴이라면........


“야.”

“왜?”

“너 양복 있지? 그거 좀 빌리자.”

“뭐?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토 달지 말고, 양복 내놔!”


내놓으라는 양복은 주지 않고 자꾸 토를 다는 녀석의 말이 너무나도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하고 질렀다. 방에는 내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고, 펜릴과 토라는 완전히 얼어붙은 채로 나를 바라봤다.


“너....... 너 지금.”

“몰라. 나중에 이야기하자.”


나는 녀석을 떼밀고 펜릴의 방으로 들어간다. 역시나 녀석의 장롱에는 양복이 들어있었다. 난 녀석의 얼굴에 내가 입고 있던 속옷을 던져버림으로써 녀석이 걸만한 테클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녀석의 양복을 갈아입는다. 넥타이가 생각한 모양대로 매지지 않은 게 흠이었지만, 몇 번 정도 끙끙거린 끝에 얼추 ‘매듭’이라고 할 만한 것이 넥타이 중간에 또아리를 틀게 되었다.


“다녀올게. 금방이면 될거야.”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날 보는 두 녀석을 등지고 문을 나선다.


“야 이 미친놈아! 깜빡이도 안 넣고 이렇게 막 치고 들어오면 어쩌자는 거냐고!!”








Channel 2. 아이리스


열 한시 즈음이 되어 염장이들이 저를 부릅니다. 이제 발인을 위해 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마리아 수녀님도 같은 시각에 발인을 해야하기에, 그녀와 원장수녀님의 염을 한꺼번에 하기로 했답니다. 그들의 생각에는 원장수녀님도, 마리아수녀님도 수녀원의 한시구이니, 한 자리에서 하는 것이 도리에 맞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여긴 모양입니다만........ 저로서는


염장이의 안내에 따라 저는 수녀님들과 함께 염을 하는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그곳에는 마르다수녀님이 먼저 와 계셨습니다. 그녀의 두 눈은 눈물로 퉁퉁 불어있었죠.


원장수녀님이야 워낙에 덕망이 높으셔서 많은 이들이 빈소를 방문했지만, 같은 날 같은 이유로 죽음을 맞이했던 마리아 수녀님은 젊은 나이에 덕망을 쌓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그녀의 죽음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거의 잊혀져버렸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에요. 오로지, 그녀의 친언니인 마르다 수녀님만이 빈소에서 홀로 슬픔을 삼키며 자신의 동생을 이승에서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르다 수녀님은 자신의 동생이 들어가야 할 관을 한참동안 쓸어내리다가 우리가 들어온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게 되어버렸어요........ 이 순간만큼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는데........ 결국 인과율의 방향추는 저를 이 상황으로 불러들이고 말았습니다.


“...........”

“...........”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제게 있어서는 지금이 억만년처럼 긴 시간동안 지속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저는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 천 번도 더 머리를 땅에 찧고, 제 옷을 찢으며 머리에 먼지를 뿌리면서 그녀에게 ‘정말 잘못했어요.’라고 울부짖었습니다만........ 그녀의 퉁퉁 불어버린 눈은 아무런 감정 없이 저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 눈에선, 원망도 그리고 용서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결국 저는 힘없이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서들 오십시오.”


늙은 염장이가 들어오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모두 그쪽으로 쏠렸습니다. 저는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죄책감을 애써 눌러가면서 염장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제 망자에게 마지막 옷을 입혀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거즈를 꺼내 능숙한 솜씨로 원장수녀님의 몸을 씻겨드렸습니다. 일이 마친 뒤에는 수의를 입혀드렸죠. 원장수녀님의 입관을 하는 동안, 수녀님들은 눈이 벌게진 채로 소리 없이 눈물을 삼켰습니다. 이윽고, 원장수녀님의 입관이 끝나고 난 뒤에, 그녀는 마리아 수녀님에게로 옮겨갔습니다. 그녀의 시신을 본, 염장이는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원........ 츳츳 불효녀로구먼.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았어.”


내뱉듯이 한 그 말이 도화선이 된 것일까요? 마르다 수녀님은 마리아 수녀님의 품에 쓰러져서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동안....... 장례식을 진행하면서 많은 이들의 눈물을 보아왔지만, 이토록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슬픔이 담긴 울음은 처음 보았습니다. 그 소리를 듣노라니 꽁꽁 감추어두었던 죄책감으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끝내 눈물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Channel 1. 로키


어찌어찌해서 양복을 갖춰 입긴 했지만, 발인 행렬을 찾기까지는 쉽지가 않았다. 문 밖을 나서자마자 아낙들이 집안청소를 끝내고 으례껏 창밖으로 버리는 허드렛물을 뒤집어 쓸 뻔했고, (시 자치단체에서는 그걸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하려 했지만, 그들의 ‘불만이면 니들이 청소하던지.’라는 저항이 너무 거세 포기했다고 한다.) 그걸 피하다가 차도로 지나가는 마차에 치일 뻔 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차치해둘 정도로 결정적으로 나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하고 싶은 감성적인 순례객들이었다. 아니, 감성적이라기보다는, 충동적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그들은 깃발도, 상복도 걸치지 않았지만, 뭔가 매우 뜨겁고, 일관되며, 그닥 지속성이 없어 보이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쨌거나 그들이 골목 어귀 어귀에서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는 통에, 평소에는 막히지 않아야 할 곳조차도 인파로 인해 북새통을 이루었다. 아까 나를 치고 갈 뻔 한 마차 역시, 이 순례자들과 마주친 뒤로는 거의 한 발자국도 나아가질 못하고 있었다.


신문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발인 행렬은 아마 이스트민스터로 갈 것이다. 그곳에는 그동안 이스트민스터에서 숨을 거둔 모든 성직자들이 안치되어있는 무덤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곳으로 가야 할 진데........ 인파가 워낙 많은 바람에 방향감을 상실해,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의 파도를 헤치고, 근처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들어간다. 옥상에서 보면 행렬이 어디쯤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로비에서 나를 제지하는 경비원을 뿌리치고, 나는 비상계단으로 뛰어 들어간다. 경비원들은 ‘어, 어, 어!’하다가 나를 놓아주는 것으로 보아, 나를 수 많은 ‘순례객’중 하나로 여긴 모양이다. 계단은 꽤나 가팔라서, 몇 층을 오르니 어느덧 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양복은 이게 좋지 않다. 물을 먹으면 무거워지고, 내 몸을 휘감기 때문에 내 행동에 제약이 걸린다. 어쨌거나, 이제는 계단뿐만 아니라 땀을 먹은 이 옷과도 사투를 벌여야 한다. 계단만 바라보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노라니, 시간감각은 사라지고 ‘얼른 이 고통이 끝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마지막 계단을 힘겹게 올라 이젠 옥상 층이다. 여기 있는 철문을 열어 제끼면 내가 원하는 풍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이익! 빌어먹을 문이 굳게 닫혀있는게 아닌가. 이런 빌어먹을, 이런 곳에 사람이 오면 얼마나 온다고 문을 걸어 잠가버리다니........ 이대로 돌아서기엔 내가 이제까지 흘린 땀과, 피로로 덜덜거리는 근육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니, 난간의 장식 쇠에 잔뜩 녹이 슬어있었다. 그래, 저걸 사용하자. 나는 난간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 난간쇠를 겨냥해, 내 발을 날린다. 깡 소리와 함께, 내 발에 짜르르하고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통증이 일어난다. 죽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장식 쇠는 꿈쩍도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는 씩씩 거리며 장식쇠를 바라본다. 아까 펜릴과 토라에게 소리를 지를 때와 흡사한 감정이 든다. 이상하지? 평소에는 이런 식으로 감정의 기색이 보이면 어김없이 ‘비정한 마음’에서 해시시가 흘러나와 나를 마취시켜버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고 있다. 아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나를 마취 시켜버리는건, 내가 달성하려는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자율적으로 판단을 내린 걸까? 뭐가 되었든 간에 아무튼 신기한 노릇이다. 그저 수정덩어리인줄 알았는데, ‘의식’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좋다. 지금의 이 ‘감정’이란 것이 내가 추구하려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게 확실한 모양이다. 나는 이 감정이 내 핏줄을 타고 흘러내려가 내 온몸의 근육을 뜨겁게 만들어버리도록 내버려둔다. 나는, 이 감정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몸을 들어 난간 장식 쇠를 걷어 차버린다.


쇠가 부서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장식 쇠가 떨어져나가 버린다. 어찌나 힘이 세었는지, 그 옆에 있던 난간 지주도 찌그러져버렸다. 나는 땀으로 범벅이 된 이마를 훔치고, 반대편 계단으로 내려가 장식 쇠를 주워든다. 길이도 굵기도, 그리고 내구도도 이정도면 적당하다. 나는 기다란 쇳덩이를 들고, 굳게 서있는 철문의 문고리를 겨냥한다.


문고리를 뜯어내는 건 아까와 같이 큰 고통이 없이 수월하게 진행이 되었다. 우선 문고리를 내리쳐 뜯어버리고 난 뒤에, 뜯겨진 문고리의 구멍 사이로 거칠게 쇠막대를 쑤셔 반대편의 문고리도 뜯어내 버렸다. 이제 문이 열렸다.


옥상에 올라올 때면 늘상 느끼는 생각이지만, 바람이 진정 거칠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지 그 자세한 과학적 원리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이 바람이 땀으로 끈적거리는 내 온몸을 훑어줌으로써, 나를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은 확실하다. 나는 잠깐 바람이 내 몸을 말리는 기분 좋은 느낌에 눈을 감았다가, 이내 목적을 생각하고 빠르게 옥상 난간으로 향한다.


의도치 않게 들어갔지만, 제법 마천루 축에 드는 건물에 들어가서 그런지, 왕도의 전망이 한 눈에 들어왔다. 북쪽 무르짐 산맥 아래에 견고하게 자리하고있는 왕궁이 눈에 보이고, 그 왼편에는 기사단의 요새가 자리하고 있다. 그 맞은편, 그러니까 왕궁의 오른쪽에는 이스트민스터의 높은 첨탑이 하늘에 닿을 듯이 솟아있다. 검은색 상복의 물결은 왕궁의 맞은편, 그러니까 남편에서부터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 저 무리에 끼어들어가면 될 것이다. 발인의 물결은 그 거대한 규모에 걸맞게 꽤나 느린 속도로 올라오고 있어서, 내가 이 건물 아래로 내려가면 아마 행렬의 초입과 마주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속단하기는 이르겠지만, 행렬은 뉴빌리지를 거쳐서 가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분석은 끝이났으니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인 것 같다. 옥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나를 좀 더 이곳에 있으라고 손짓하지만, 언제고 이곳에 죽치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이제 저 열기와 땀, 그리고 슬픔이 가득한 지상으로 내려가야 할 때이다.








Channel 2. 아이리스


원장수녀님과 마리아 수녀님의 시신은 두 대의 운구차에 옮겨집니다. 이제, 이곳을 떠나 이스트민스터로 떠나야 할 때입니다. 장례 지도사님이 저와 마르다 수녀님께 ‘상주 되시나요?’라고 신분을 확인한 뒤에, 제는 원장수녀님의 영정사진을, 그리고 마르다 수녀님께는 마리아수녀님의 영정사진을 건네줍니다. 이제 저는 이 사진을 들고 운구차를 쫒아서 이스트민스터로 향하는 긴 여정을 떠나야 합니다.


운구차가 출발하기 전에 비는 짬에, 저는 영정사진을 돌려 사진을 살펴봅니다. 혹시나 어떤 사진일까 궁금했었거든요. 액자 속 사진은 다름 아닌 ‘아이리스’의 팻말에 붙은 사진이었습니다. 원래 이 사진속에서 활짝 웃고 계신 원장수녀님의 왼편에는 저 역시 함께 웃고 있었죠. 하지만, 제가 있던 그 자리를 도려내고 원장수녀님만 덩그러니 남아있었습니다. 그 웃음이.........


운구차가 쿨럭거리는 소리를 몇 번 내더니 느릿느릿하게 출발합니다. 저는 사진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운구차를 따라갑니다. 검은색 운구차는 라스알게티 병원의 정문을 나서, 마르카프 대로를 향합니다. 원래 이 길로 가면 이스트민스터까지 뱅 돌아서 가게 됩니다만, 아무래도 시민장으로 치러지기에 더 많은 시민들이 원장수녀님의 죽음을 추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시장님이 권유를 했고, 저는 이에 동의를 했답니다.


마르다 수녀님은 저희가 이렇게 합의를 하는 동안, 묵묵히 계셨고 저희는 그녀에게 이것저것 더 말해보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그녀의 침묵을 동의의 뜻으로 의역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저도 시장님도 그녀의 퉁퉁 불어버린 눈을 보면서 더 이상 말을 해 봤자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구요.


추도 행렬은 병원의 정문에서부터 물밀 듯이 몰려와 있었습니다. 어찌나 그 수가 많았던지 기사단에서 라인을 세워 그들을 통제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시장님이 시민들에게 권고를 했었는지, 아니면 추도 위원회(그들의 존재는 신문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에서 그렇게 하자고 결정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결정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들의 손에는 하나씩 종려나무 가지가 들려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나타나기 전까지 그것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냐고요? 글쎄요........ 그 감정은 도저히 인간의 언어로 번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언어는 하나의 측면만을 비추지만, 지금 느낀 그 감정은 복합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마치, 우리가 환조상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동시에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그들은 종려가지를 흔드는 것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호산나!!!!”


누가 그 외침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가 그 짧은 단어를 외쳤고, 그것과 동시에 종려나무 가지가 운구차 앞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가 되어, 수많은 이들이 저희 행렬 앞에 종려나무가지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마르카프 대로는 마치 종려나무 숲에 온 것처럼 푸른색 카펫이 깔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운구차가 즈려밟으면서 나는 바사삭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습니다.


저는 고개를 숙이는 대신에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은 울고 있었고, 동시에 웃고 있었습니다. 그 모순된 감정을 이어주는 것은 바로 ‘감동’이라는 끈이었을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감동이 그들을 모순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사실, 장례의 행렬에 호산나라고 외치는 것 자체가 모순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돌아가신 원장수녀님에게 ‘바라오니, 구원해 주소서.’라니......... 죽은이에게 구원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것이겠습니까. 모순된 상황이 만든 모순된 감정, 원장수녀님은 자신의 몸을 던져, 이 도시의 모순을 낳은 셈입니다.


이 모순의 한가운데에서, 저는......몸을 떨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자에 대한 축복이 아닌, 축복을 바라는 민중의 외침이 저에게는......... ‘원장수녀님을 죽인건 바로 너다.’라고 꾸짖는 것처럼 들려왔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던지는 종려나무 가지는 제 마음에 돌이 되어 날아왔고, 제 발에 밟히는 으스러진 종려나무 가지는 달궈진 숯불처럼 뜨거웠습니다.


물론, 그들이 의도한 것은 아닐겁니다. 저를 벌주고자 하는 것은 아닐거에요.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더군요. ‘지옥은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라고요. 같은 사건도 누군가에게는 축복, 누군가에게는 저주가 되듯이 저는 제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다면, 이들의 이런 것이 제게는........ 그지없이 괴롭게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울고 싶지만 눈물이 나지 않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내 눈을 찔러 피라도 내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영정사진을 내팽개치고, 운구차를 멈춘 다음 사람들에게 ‘저에게 돌을 던져주세요. 이 괴로움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덜덜 떨리는 손을 애써 다잡아가며 영정사진을 놓치지 않도록 꽉 붙잡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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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1층으로 내려오니, 예상한대로 발인 행렬이 내 눈앞에 지나가고 있었다. 운좋게 제 자리를 찾은 순례객들은 통제라인 너머에서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발인 행렬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종려나무 가지를 나누어주는 자원봉사자에게 종려나무 가지를 하나 얻고서, 그들을 따라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두 대의 운구차 뒤에는 그녀와, 처음 보는 수녀가 뒤 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타깃’의 사진을 들고 있었고, 처음보는 이는 다른 여자의 사진을 들고 있었다. 아마, 두 사람이 상주노릇을 하는 모양이다. 두 사람이 두 사람의 장례를 치르는데, 그 모습은 사뭇 달랐다. 후자의 여자는 애간장이 녹아내려 눈에 흘러들어갔는지, 두 눈이 퉁퉁 불어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다 타버린 재와 같았다. 하지만 전자의 여자, 그러니까 어리바리한 수녀의 두 눈은 마치 눈물을 애초에 품고 있지 않은 것처럼 메말라있었다.


운구차가 내 눈앞을 스쳐지나갈 즈음에, 사람들이 운구차를 향해 ‘호산나!!’라는 단어를 외치며 종려나무 가지를 던졌다. 순식간에 초록색 카펫이 대로변에 깔리고, 운구차는 느릿느릿하게 그것을 즈려 밟으며 앞으로 움직인다. 나도 분위기를 탔는지 얼떨결에 ‘호산나’를 외치며 종려나무가지를 집어던졌다.


호산나라는 단어는 무슨 의미를 가진 단어인 것일까.......


어쨌거나, 사람들이 종려가지를 던지는데, 운 나쁘게 타이밍을 놓친 사람은 늦게라도 의식에 참여하고자 그것을 집어던지고, 몇몇의 종려나무가지는 어리바리한 수녀와, 두 눈이 퉁퉁 불어버린 여자의 머리를 맞춰버린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왠지 그녀들에게 돌팔매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말이다.


그녀의 머리에 종려나무가지가 떨어진다. 아무리 어린가지를 골랐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맞으면 꽤나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녀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는 대신에 고개를 수그린다. 마치, 자신은 그것을 맞아도 마땅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글쎄......... 그 모습을 보노라니, 호기심이 든다. 왜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그녀의 죽음에 자신이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물론, 따지고 본다면 그녀는 나를 타깃에게 데려다주었기에 어느 정도는 타깃의 죽음에 기여를 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나에 대한 그녀의 호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는가? 애초에 내가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저런 기분을 느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이 통제선을 넘어가서 그녀의 멱살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멍한 그녀를 정신없이 흔든 뒤에 ‘너에게는 잘못이 없어.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주고 싶다. 왜 저런 식으로 답답한 생각으로 자신을 혹사시키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한참을 그렇게 그녀의 답답한 생각을 비난하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종려나무 가지가 그녀의 머리로 떨어진다. 이번에는 그녀가 그 쪽으로 돌아본다. 이런 제기랄, 어떤 띨띨이가 내 근처에 있었는지, 그녀의 머리로 떨어진 종려나무가지는 내 근처에서 날아온 모양이다. 그녀가 내 쪽을 돌아본다. 나는 황급하게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을 피한다.


혹시, 그녀가 나를 본 것은 아닐까?








Channel 2. 아이리스


제가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면, 그건 은발머리 사내였습니다. 아마 그였을 거에요. 아니, 그 일겁니다. 그 사람이 여길 방문했어요.


그 사람의 존재를 느낀 것은 그 사람이 나를 의식한 것 보다 훨씬 전이었습니다. 발인 행렬은 뉴 빌리지를 지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여전히 쏟아지는 종려나무가지 사이를 지나면서 제 마음을 스스로 괴롭히고 파괴하고 있었습니다. 제 마음은 갈갈이 찢어지고 갈려서, ‘제 마음’이라고 정의내릴 것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피폐해져 있었어요.


그들의 축복은 제게 저주였고, 그들의 추모는 내게 책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문득......... 그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축복이라기 보다는 방관의 느낌, 그리고 추모라기 보다는 관찰의 느낌이 드는 시선이 느껴졌어요. 저는 이 모순의 한가운데에서 질서의 느낌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이 어디에서 연유한 것일까?’하고 주위를 살펴보고 싶었지만, 돌팔매를 받는 창녀가 감히 고개를 들 수가 없어 저는 운구차의 표면을 거울삼아 추모행렬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운구차 트렁크의 오른편에서.......... 은발머리를 발견했습니다.


몇 번이고 살펴보았지만, 그였습니다. 원장수녀님과 마리아 수녀님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 그의 손에도 종려나무가지가 들려있었지만, 그건 더없이 어색해 보였습니다. 순간 피가 끓어올랐어요. 통제선을 넘고 싶었고, 그를 한 대 후려치고 싶었습니다. 입에 담기 힘든 욕을 하고 싶었고........ 그리고....... 그의 멱살을 잡은 채 엉엉 울고 싶었습니다. 왜 나를 끌어들였냐고 그 이유를 묻고 싶었습니다. 왜 나를 이렇게 더럽혔는지...... 그 까닭도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죄책감이 저를 짓눌렀습니다. 나는 그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그건 자기방어에 비롯되는 비겁함이라는 생각이 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너는 누군가를 위해 울 자격이 없다고, 수많은 울음이 있지만, 지금 네가 흘릴 눈물은 위선이라고 제 마음속의 양심이 잔인하게 채찍을 휘둘렀습니다.


결국....... 저는 차마 그 쪽을 바라보지 못하고, 앞으로 가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던진 종려나무가지가 내 머리를 쳤고, 저는 그 바람에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쳐 버렸답니다.


그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할 자격이 된다면, 저는....... 그에게 이렇게 말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선을 넘어오라고, 그래서........ 나와 함께 이 영정사진을 들자고........ 나 혼자서는 도저히 이 무거운 짐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런 제안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가 거절을 할 것은 분명하고, 저 역시 그럴 용기가 없기에, 저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운구차를 뒤따릅니다.


그런데 말이죠. 참....... 우스운 게, 그가 여기에 지금 있음을 알고 나니까, 아주 조금이지만,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왜 그런지, 그리고 그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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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두행렬을 보내고 그 뒤를 따라오는 후발주자들이 몰고 오는 제 2의 물결에 합류했다. 제 2의 물결은 형형 색색의 깃발을 앞세우고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이 이채적인 색채를 만들고 있었다. 아마, 그들이 뒤따르는 깃발은, 사람들이 속한 집단을 대표하는 상징이 아닐까싶다.


우선, 이 장례식의 실질적인 리더인 ‘라스알게티 시 기’가 앞장을 섰다. 그리고 그 뒤를 붉은 방패 휘장과 십자가에 고대어를 아로새긴 깃발이 나란이 이어갔다. 그렇게 3대 깃발이 선두를 차지하고, 마이너 집단이라고 이름 붙일만한 집단, 예컨대 ‘다사랑 모임 알게니브지부’ 라던지, 지역 축구팀 ‘레알 라스알게티’라던지 말이다.


나는 그녀를 내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또 한편으론 펄럭이는 깃발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왕도라고 불려지는 이 도시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둠살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수많은 깃발들 사이에 둘러싸이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역사를 하나의 긴 노끈으로 비유하자면, 이 노끈에 매듭을 지을 만한 3개의 혁신적인 발명품을 꼽으라면, 나는 ‘정치’, ‘경제’, ‘종교’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IATP연수에서 들었던 ‘인류학’ 강의 한 토막에서는 인간의 3대 발명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강사는 ‘종이’ ‘화약’ ‘나침반’이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지금 이 깃발에 둘러싸여보니 그 말은 틀렸다는 생각이든다. 물론........ 강사의 의견은 그 사람의 사견이 아닌 공견이고, 내 의견은 한낱 사견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갈 내 의견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려도 상관은 없다.


인간이라는 단어를 풀이하면 ‘사람 사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단어 자체에 ‘관계적’인 의미가 내포된 텍스트라고 할 수 있겠지. 이는,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중점을 둔 자연과학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두는 사회과학적인 관점에서 이 단어를 해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종이’, ‘나침반’, ‘화약’과 같은 자연과학의 산물보다는, ‘정치’, ‘경제’, ‘종교’와 같은 사회과학적인 표상이 인간의 3대 발명품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자연과학의 산물들이 인간의 삶을 놀라울 정도로 윤택하게 만들어준 것에는 이견을 낼 생각은 없다. 하지만, 내가 제시한 사회과학적인 표상들은 인간을 인간이라 ‘규정’지어주었다는 것에서 전자의 것과는 차별화된 의의가 있다. 내가 알기로는 이 대륙에서 오로지 ‘인간’이라는 종(種)만이 정치, 경제, 종교라는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역으로, 규모와는 상관없이 인간이 모둠살이하는 집단에서는 모두 그들 나름대로의 정치, 경제, 종교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아차, 잘못 말했군. 딱 하나 인간의 모둠살이 집단 중에서 유일하게 정치, 경제, 종교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우리’가 그랬지. 등잔 밑이 참 어둡다. 내가 속해있는 집단이 바로 그 명제의 반레가 된다는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쨌건, 깃발을 보며 이런저런 공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내 발걸음은 이스트민스터에 다다랐다. 저기 낡은 돌담에 있는 녹슨 철문이 장례식 행렬을 맞이하기 위해 활짝 열려있다.








Channel 2. 아이리스


운구차는 여전히 느릿느릿하게 걷고, 제 눈앞에는 여전히 종려나무가지가 쏟아지고, 제 귓가에는 여전히 호산나 하는 외침이 들려오고, 제 신발아래에는 여전히 종려나무가지가 부스러지는 촉감이 느껴집니다만,


이 모든 오감들이 제게는 거짓말이나 환상처럼 느껴집니다. 음...... 그러니까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실제감이 없다.’라고 해야할까요. 아니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하자면 그러니까........ 제가 온 몸에 고무수액을 뒤집어 쓴 것처럼 이 모든 감각들이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현실의 세계에서 걷고 있는지, 아니면 꿈속에서 허우적거리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그냥 앞서가는 운구차의 꽁무니만을 뒤 쫒을 뿐입니다. 왜 그렇게 멍해졌냐구요? 지금 제 머릿속에는 오로지 하나의 생각만이 가득 차 있고, 제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 모두가 어느 한 곳을 향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까요?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도통 알 도리도 없습니다만, 한가지는 확실합니다. 저는 결코 그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는거죠. 마치, 몸에 아로새겨진 문신처럼, 손가락으로 아무리 피부를 벅벅 긁어도 그 그림은 지울수가 없을 겁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까, 도저히 앞을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목 뒤에 무거운 덤벨이 매달린 것 같아요. 왜 지금 이 순간에 그에 대한 생각을 하고, 그리고 그걸 지워버릴 수가 없냔 말입니다. 이런 저를 도저히 용서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에 대한 형벌로서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꽉 깨물어버립니다.


“괜찮아요 아이리스 자매님?”


마르다 수녀님은 그런 제 모습이 퍽 걱정스러웠는지, 추모객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저는 움직여지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달싹거려 괜찮다고 말하기 위해 그녀를 바라보려는데........ 그런데.......


“!!”


순간 찾아온 현기증에 머리가 핑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그녀의 얼굴은......그러니까, 그녀의 얼굴이


“왜.......왜 그래요?”


그 자리에 있어야할 눈 코 입 귀가 모두 사라져 있었습니다. 마치.........하얀 공 처럼요. 저는 뭔가 이상하다 싶어 저를 부축하려는 그녀의 손길을 제지하고, 원장수녀님의 영정사진을 고쳐잡아 바라봅니다. 그런데, 참 기절할 노릇이죠? 액자에는 원장수녀님 대신에,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이 목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습니다. 제 눈앞에 벌어진 이 기이한 일에, 전 결국 손이 풀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와장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액자는 땅바닥으로 떨어져 그 유리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제 다리는 풀려버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죠. 앞을 가던 운구차는 길을 멈추고, 쏟아지던 종려나무가지와, 귓가에 웅웅거리던 호산나 소리가 멎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확인을 하기 위해 덜덜 떨며 고개를 들어보았습니다.


안전라인 너머에는 수많은 하얀 공들이, 사람들의 목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들의 눈은 볼 수 없었지만, 모두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이는 손으로 ‘입’이 있다고 추정되는 곳을 가리고 있고. 어떤 이들은 안전라인에 손을 대고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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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민스터 본관에는 하얀 법복을 입은 사제 몇 명이 장례식 행렬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황금색 향이 들려있었다. 복사들의 도움을 받아, 사제는 향을 운구차 앞에 흔들었다. 향에서 나오는 하얀색 연기가 차를 부드럽게 훝어냈다.


이 의식에서 풍기는 엄숙한 분위기 탓에, 사람들은 소리를 죽였다. 물론, 종려나무가지도 더 이상 운구차 앞에 떨어지지 않았다. 사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운구차 앞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선언했다.


“너희는 흙에서 나서, 흙 위에서 살아갔으니, 이제 다시 흙으로 돌아가리라.”


촌철살인이라는 말을 아는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짧은 말 한토막이라는 뜻인데, 나는 신부의 이 선언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하고 생각해보았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의 기색을 살펴보니, 그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흙에서 나고, 흙에서 살아가고, 흙으로 돌아가는 것. 한 사람이 위대한 사람으로 칭송을 받든, 아니면 추악한 존재로 저주를 받든 모든 부차적인 것을 제하고나면 바로 이 말만 남는게 아닐까? 어쩌면 그걸 ‘본질’이라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제는 향을 피우며 행렬의 선두로 앞장을 서고, 우리들은 더욱 더 천천히 그의 뒤를 따른다. 깃발이 파란 하늘 아래 펄럭이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오늘은 참 죽기 좋은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행렬은 이제 이스트 민스터 공동묘지의 한 구석에 다다른다. 그곳에는 파르란 잔디가 깔려있고, 미리 파놓은 구덩이와, 다른 비석과는 다르게 새로 만든 것 같은 테가 나는 비석이 놓여있었다. 운구차가 열리고, 인부들이 관을 꺼낸다. 관은 하얀 천에 들려 조심스럽게 땅속으로 들어간다.


그때부터였을까? 위태위태하게 쌓여있던 침묵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면서 사람들이 어께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린다. 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더 이상 소리 죽일 필요를 느끼지 못한 탓에, 저마다의 리듬에 맞춰 흐느낀다. 나는 그 규칙 없는 소리가 꽤나 산만하며, 한편으로는 불편하게 느껴진다.


가장 큰 오열을 터뜨린 것은 아마 두 번째 운구차에서 나온 관을 끌어안은 여인일 것이다. 아마 내 손에 숨을 거둔 또 다른 여인의 일가친척인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니, 그녀에게 내 상황을 변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잘못이 아니다. 다만 그녀는 운이 없었을 뿐이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한때 타깃이었던 원장수녀의 관이 땅속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결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제, 그녀는 땅속으로 들어가 흙으로 돌아갈 테니, 더 이상은 내 생각을 뒤흔들 수가 없을 것이다. 이제, 내 의지와 상관이 없었던 마음의 탈선은 끝이 날 테고, 나는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Channel 2. 아이리스


원장수녀님의 관이 땅에 묻히고, 흙이 덮이고, 비문이 제 자리로 돌아옴으로써, 장례식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시장님을 비롯해서 장례식에 참석했던 여러 사람들이 제게 악수를 청하며 위로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손과 위로의 물결이 한 차례 지나간 뒤에 어느 정도 짬이 나서, 저는 사람들에서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봅니다. 하얀 조각구름이 태양을 가려, 하얀 빛을 내뿜는 동그란 원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태양에서 고개를 돌려보니, 떼지어있는 양떼구름 위로 뭉게구름이 궁궐처럼 솟아있습니다.


이런 일이 아니라면, 잔디밭에 누워 구름을 감상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문득, 원장수녀님과 마리아 수녀님의 영혼이 하늘위의 저 구름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바보 같은 생각이 드네요. 한참 하늘을 멍하니 보고 있다 보니, 목 근육이 어느덧 뻣뻣해집니다. 이제 더는 하늘을 바라볼 수가 없을 것 같아, 목을 주무르며 시선을 내려보니까, 그 넓던 묘지가 한산해졌습니다. 이스트민스터 정문에는 묘지를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문득 이 넓은 땅에 저만 남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자 가슴팍이 시려워 지면서 차갑고 거대한 손이 저를 움켜잡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는 덜덜 떨면서 생활관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제 머릿속에는 ‘이 추위를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라는 생각만이 가득합니다. 제 방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어도, 목욕탕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도 그 추위는 가시지 않고 오히려 제 뼛속깊이 새겨지는 것 같습니다.


어디로가야 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걸까요?


덜덜 떨던 제 발걸음은 원장수녀님의 집무실에서 멈춰졌습니다. 저는 홀리듯이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갑니다. 원장수녀님의 집무실은 그때의 급박했던 상황이 정돈되지 않은채 그대로 보존되어있었답니다. 채 서명을 받지 못한 서류들은 어지러이 바닥에 널려있었고, 의자에는 말라붙은 피웅덩이가 고여 있었습니다. 저는 덜덜 떨며 집무실의 소파에 걸터앉았습니다. 상에는 성전이 펼쳐져있었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부활한 뒤, 그의 제자 베도가 그를 찾았다. 그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사람의 아들은 베도의 죄책감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물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베도는 조그맣게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대답을 들은 사람의 아들은 아까와 같이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었고, 베도는 더 조그맣게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사람의 아들이 또다시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었고, 베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차라리 저를 죽여주십시오. 지옥에 저를 떨어뜨려서 영원히 고통 받게 해주십시오.’라고 울부짖었다. 사람의 아들은 그제 서야 그를 안고 말했다. ‘나도 너를 사랑한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숨을 쉬기가 힘들어집니다. 입에는 단내가 나고 침이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그리고....... 마치 눈시울에 누군가가 발간 숯불을 가져다 댄 것처럼 뜨거워집니다. 그동안 제 눈을 찔러서라도 내고싶었던 눈물이 이제야 떨어집니다.


제 가슴속에 맺혀있던 ‘아이리스’라는 사람의 시체가, 그토록 이기적이고 음흉했던 여자의 찌꺼기가 눈물이 되어 제 몸에서 흘러나갑니다. 저는 가슴을 치며 꺽꺽 거리며 오열을 했지만, 제 마음은....... 더없이 기쁘고 홀가분해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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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고단한 아버지 - 02 18.07.04 111 0 30쪽
68 고단한 아버지 - 01 18.06.06 123 0 28쪽
67 고단한 아버지 - 0 18.05.24 135 0 18쪽
66 구름의 아이들 - 15 18.05.13 124 1 37쪽
65 구름의 아이들 - 14 18.05.02 135 0 33쪽
64 구름의 아이들 - 13 18.04.19 153 0 33쪽
63 구름의 아이들 - 12 18.03.31 134 0 32쪽
62 구름의 아이들 - 11 18.03.20 128 0 33쪽
61 구름의 아이들 - 10 18.03.06 122 0 36쪽
60 구름의 아이들 - 09 18.02.21 131 0 33쪽
59 구름의 아이들 - 08 +2 18.02.12 169 1 43쪽
58 구름의 아이들 - 07 18.02.02 153 1 34쪽
57 구름의 아이들 - 06 18.01.03 140 0 44쪽
56 구름의 아이들 - 05 17.12.20 494 0 23쪽
55 구름의 아이들 - 04 17.12.14 138 0 44쪽
54 구름의 아이들 - 03 17.11.21 437 0 34쪽
53 구름의 아이들 - 02 17.11.07 166 0 32쪽
52 구름의 아이들 - 01 17.10.24 167 0 21쪽
51 사막의 어금니 - 06 17.10.07 181 0 35쪽
50 사막의 어금니 - 05 17.09.14 197 0 40쪽
49 사막의 어금니 - 04 17.09.01 157 0 15쪽
48 사막의 어금니 - 03 17.07.30 168 0 23쪽
47 사막의 어금니 - 02 17.07.20 197 0 24쪽
46 사막의 어금니 - 01 17.07.17 202 0 26쪽
45 당랑포선 황작재후 - 10 17.06.21 225 0 22쪽
44 당랑포선 황작재후 - 09 17.06.06 340 0 31쪽
43 당랑포선 황작재후 - 08 17.05.06 226 0 21쪽
42 당랑포선 황작재후 - 07 17.03.22 299 0 25쪽
41 당랑포선 황작재후 - 06 17.01.29 377 0 25쪽
40 당랑포선 황작재후 - 05 16.11.24 380 0 27쪽
39 당랑포선 황작재후 - 04 +2 16.11.07 615 1 22쪽
38 당랑포선 황작재후 - 03 16.10.18 546 1 25쪽
37 당랑포선 황작재후 - 02 16.09.26 565 1 25쪽
36 당랑포선 황작재후 - 01 16.09.11 499 0 30쪽
35 실마리 - 06 16.08.11 520 0 35쪽
34 실마리 - 05 16.07.21 580 0 30쪽
33 실마리 - 04 16.06.27 402 0 23쪽
32 실마리 - 03 16.06.09 396 0 28쪽
31 실마리 - 02 16.05.29 322 0 19쪽
30 실마리 - 01 16.05.23 470 0 13쪽
29 운터 브룩에서 - 04 16.05.22 303 0 12쪽
28 운터 브룩에서 - 03 16.05.08 465 0 28쪽
27 운터 브룩에서 - 02 15.11.04 531 0 21쪽
26 운터 브룩에서 - 01 15.10.10 480 0 11쪽
25 운터 브룩으로 가는 길 - 03 15.04.30 429 0 24쪽
24 운터 브룩으로 가는 길 - 02 14.07.18 625 0 19쪽
23 운터 브룩으로 가는 길 - 01 14.07.10 435 0 25쪽
22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7 14.07.09 422 0 14쪽
21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6 14.07.08 541 1 22쪽
20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5 14.07.07 475 0 24쪽
19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4 14.07.06 680 1 17쪽
18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3 14.07.05 605 0 17쪽
17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2 14.07.04 563 0 32쪽
16 뉴 빌리지와 뉴 빌리지 - 01 14.07.02 841 0 21쪽
15 운터 브룩과 무르짐 산맥 - 02 14.06.30 721 1 40쪽
14 운터 브룩과 무르짐 산맥 - 01 14.06.29 630 0 36쪽
13 이븐타운과 무르짐 산맥 - 03 14.06.28 576 2 43쪽
12 이븐타운과 무르짐 산맥 - 02 14.06.27 773 0 30쪽
11 이븐타운과 무르짐 산맥 - 01 14.06.26 522 0 14쪽
10 피아제와 비고츠키 14.06.25 572 0 13쪽
»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5 14.06.24 705 1 45쪽
8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4 14.06.23 352 0 37쪽
7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3 14.06.20 516 0 32쪽
6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2 14.06.19 389 1 10쪽
5 이스트 민스터와 이스트 민스터 - 01 14.06.14 597 3 23쪽
4 운터 브룩과 이스트 민스터 - 02 14.06.13 409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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