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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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냐
작품등록일 :
2020.10.18 12:51
최근연재일 :
2020.1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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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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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DUMMY

♥♥♥

두 개의 빛무리가 긴 꼬리를 그리며 괴물들 사이를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강렬하게, 때로는 우아하게.

지금까지 좁은 문 입구로 들어오는걸 막기에 급급했지만, 이제 복도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미야, 이제 할아버지 찾으러 가자!"

"물 뿌릴게요!"

"어!"

곧바로 사람 크기만한 푸른 구슬이 튀어나와 물을 뿜기 시작했어요.


쏴아아아!!!

아리테에서 봤던 그 거대한 용의 숨결이 다시 재현되는 것 같아요.

물의 압력에 괴물들이 납작해져서 쓸려가버리네요!


드디어 문 밖으로 나왔어요.

오른쪽에는 두 개의 방만 있고, 왼쪽으로 해서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하는데... 굳이 돌아갈 필요 없겠죠?

"새미야, 이쪽으로 가자."

"천장이요?"

"응."


저 멀리서 떠밀려갔던 괴물들이 돌아오나봐요. 뛰어오는 발소리와 괴상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나요.

"해볼게요."

물기둥이 한 점으로 모여 천장에 쏘아지네요.

물이 사방으로 튀긴 하지만 점점 허물어지더니 뚫렸어요!

이제 크게 원을 그리는데...


또 왔네요, 이 징글징글한 것들!

달려오는 놈의 복부를 걷어차고, 옆에 놈은 빛이 관통하고.

동시에 달려오는 세 마리를 피해서 벽을 차고 공중에서 한 바퀴!

그 동안 돌아온 빛이 셋을 단번에 관통.


두 개의 빛 중 하나는 새미 곁을 지키고 하나는 함께 하고 있어요.

이제 빛이 베거나 관통한 자리는 다시 채우지 못하는데 문제는 다른 부위는 움직일 수 있다는 거죠.

심지어 팔 다리가 떨어지면 팔다리가 따로 움직여서 더 징그러워요.

분명 이 괴물들을 조종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


꽝!

"언니, 가요!"

지붕이 뚫렸어요!

"언니 어깨 밟아!"


일단 새미는 돌려보내는데 위에 뭔가 있으면 어떻게 하죠?

"위험하면 바로 말 해! 알았지?"

"아무것도 없어요."


이런, 분리된 팔 다리가 녹아내리면서 연기를 내뿜고 있어요!

"일단 올라가자!"

어? 자기를 붙잡으라는 건가?

빛의 검이 몸을 까딱까딱 움직여요.

손잡이를 잡으니... 몸이 떠오른다?


♥♥♥

위층으로 올라오긴 했는데 컴컴해서 잘 안보이네요.

아래층에는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여기는 불빛 하나 없네요.

빛의 검이 내뿜는 빛도 삼켜버릴 만큼 짙은 어둠이에요.


"언니, 빨간 구슬을 꺼내볼게요."

이글거리는 붉은 구슬이 떠오르자 확 밝아지는데...


으악!

천장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박쥐?

사람만한 덩치에 거꾸로 매달린 몸, 불빛이 반사돼 이글거리는 안광까지.

징그럽기 짝이 없네요.


짝.짝.짝.짝.

"여길 찾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조심하세요. 이 아이들은 피에 굶주려있거든요."


뚜벅, 뚜벅, 뚜벅, 뚜벅.

이 발 소리는,

역시.


"인간들을 조종하려면 일단 그 속에 있는 걸 비워내야 하죠."

검은 용, 니드호그라고 했었나요?

"물, 피, 지방, 그리고 영혼까지! 여기 있는 아이들은 각자 사람의 피, 물, 살을 먹고 사는 아이들이에요. 그리고 가장 맛있고 탐스러운 영혼은..."


갑자기 빛의 검이 움직여서 뭔가를 막았어요!

"아, 아쉽게... 이거 재미있는 걸 가지셨군요? 전 탐나는 건 모조리 챙겨야 하는데."

"그럼 가지든가!"


후욱!

질주하는 검 앞에 검은 연기가 솟아 장막을 쳤어요. 검이 꽂혀서 꼼짝도 못하다니...

"저는 제 말 끊는거 안좋아합니다. 이 아이들 다 깨우면 감당 됩니까?"

이번엔 박쥐인가요...


저 용을 이길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제발, 지혜를 나눠주세요! 어떻게하면,

아!


"하나만 물어봐도 되나요?"

"질문은 제가 합니다."

"혹시 그 하얀 옷 입은 언니랑 무슨 사이에요?"

"무슨?"

"둘이 너무 잘 어울리시던데, 혹시?"

"미첬습니까! 내가 그런 새대가리랑 뭐가 어쩌고 어째요?"


콰과광!

"누가 새대가리야, 이 지렁이 새끼가!"

쿵!


한 쪽 벽이 시원하게 무너지면서 천장의 박쥐가 후두둑 떨어지네요.

바닥에 떨어진 깃털을 봤거든요.

우릴 안내한 머리부터 발 끝까지 전부 하얀 색 옷과 장식으로 치장한 언니.

저 존재라면 용하고 승부가 되겠죠?


"미쳤군요, 미쳤어. 여긴 우리 왕께서 아끼시는 아이들이 있는 곳인데 어딜 닭 털 날리는 새가 들어옵니까?"

"새도 아니고 쥐도 아닌 놈이 뭐가 예쁘다고 감싸고 돌아? 그래, 맛은 좋더라?"

"어쩐지 아이들이 몇몇 사라진다 했더니 당신이었습니까? 이런 미친 새대가리가!"

"쪼잔하게 굴지 말자 지렁아. 어차피 할 수 있는건 연기 뿜는 것 밖에 없는데 뭘 어쩌려고? 지금 그 연기 설마 니 속 타들어가서 나오는거니?"

"도저히 못참겠습니다. 이건 왕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오늘 닭 털 전부 뽑아버릴테니 각오하세요!"

"왕 명예 운운하는 거 보니 정식 결투 신청으로 봐도 되지? 진 놈이 뿔 하나 내놓는거다?"

"하! 닭이 뿔도 있습니까? 그냥 죽으세요."

효과는 생각보다 굉장한 것 같네요.


휘이이익!

남자의 손 끝을 따라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하얀 언니가 깃털 부채를 휘두르면 돌풍이 일어나요.

쒜에엑!

부채를 얇은 면으로 휘두르니까 바람에 기둥이 잘려나갔어요!

"미쳤습니까! 우리 애들 다치잖아요!"

"지면 니 뿔이 날아가는데? 괜찮으니까 여유 부리는거지?"

"닭 무서워하는 뱀 봤습니까?"


연기가 압축돼서 채찍처럼 움직여요.

바람으로 베면 두개가 되고, 채찍에서 가시가 솟아올랐어요. 언니가 뒤로 멀찍이 물러나네요.

꽈드드득!

우드득!

뿌득, 뿌드득!


헉.

언니 몸이 뒤틀리더니 등에서 새의 날개가 나왔어요! 쏘는 가시는 날개로 막고 날개를 펄럭여 깃털을 날리네요!

"새미야, 숙여!"

그 와중에 새미는 또 구슬에 깃털을 가두고 있어요... 참 착실한 아이구나...


깃털이 지나간 자리는 무조건 텅 빈 구멍이 돼버렸어요. 연기로 만든 막도 깃털을 막지는 못하네요.

이번에는 연기가 가시로 변해서 뻗어가다가 날개에 가로막힐 때 쯤 연기로 변했어요!

와,

날개에 스며들고 다시 액체로 변했어요! 달라붙어서 불편한가봐요.


큰일이다!

큰 기술을 쓸 건가봐요.

주변 공기가 다 저 쪽으로...

꽈아앙!


천장이고 바닥이고 전부 무너지고 있어요!

"꼴에 박쥐 지킨다고 그러면 진짜 죽는 수가 있어!"

"이 정도는 간지럽지도 않습니다만?"

자존심 싸움이 대단하네요. 언니 쪽은 아예 날개에서 제일 큰 깃털을 뽑았어요. 무슨 검 처럼 예리해보여요.


남자 쪽도 만만치 않은데요? 연기가 뭉치고 뭉쳐서 장검이 됐어요.

“그래요, 뒷감당 안되면 검으로 승부를 보죠.”

“그나마 네가 유리한 쪽으로 해주는거야. 멍청아.”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구요?”

“냄새나는 연기, 더러워서 그런다!”

먼지가 자욱하게 한 쪽으로 빨려들어갈때!

"새미야, 잡아!"

천장에 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향해 손을 뻗었어요.


♥♥♥

겨... 겨우 살았다.

아직도 바람소리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싸우고 있나봐요. 둘이 무슨 애들처럼 싸우는데요?

할아버지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언니!"


아.

괜한 걱정 했네요. 높이 솟은 산 정상이 비스듬하게 잘려나가버렸고, 숲 중앙에는 큰 구멍이 생겼네요.

그러고 보니 숲이 아니라 큰 나무 한 그루 위였던가요?

"너흰 누구야!"


헉.

황금색 닭이 말을 하네요?

"이 몸은 이곳을 지키는 파수꾼. 침입자를 발견하는 즉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지! 어때, 한번 보여줄까?"

"아니요, 아니요. 저희는 침입자가 아니에요."

"그럴 것 같았어. 너희같은 소녀들이 뭘 하겠어. 여기는 이제 괴물들만 득실거리는 곳인데."

"옛날엔 아니었어요?"

닭이 표정도 있었나요? 아련하네요.


"먼 옛날, 오딘님이 직접 다스리시던 시절에는 이렇지 않았지. 오딘님이 계시면 항상 지혜롭게 일을 해결하셨거든. 밑에 저 검은 용이랑 하얀 새도 저렇게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어. 당시에는 용이 아니었지만."

쿠구쿵!

"또 시작이다, 또! 이제 나는 거인들이 아니라 저 놈들을 보면 울어야 할 것 같아. 거인들한테 입는 피해보다 저 놈들이 치는 사고가 더 많은 거 알아? 결국 이 현실을 해결할 열쇠는 오딘님 밖에 없어. 아아··· 오딘님 그립읍니다."

"오딘님을 잘 아세요?"

"물론이지! 깃털이 누리끼리하다고 따돌림 받던 나를 구해주신게 바로 오딘님이시지! 그 전에는 아무리 외쳐도 돌아봐주지 않으셨지만 붉은 머리 아가씨의 한 마디 덕분에 날 선택하신거야! 낭만적이지 않니?"

어디가 낭만적인진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 붉은 머리가 거짓말쟁이 붉은 뱀이라는 건 알 것 같아요.


"그 뒤로 그 아가씨 보신 적 있어요?"

"아니. 어느 순간 한 건물에 사람들을 잔뜩 몰아넣고 뭔가 하는 것 같더니 안보이더라고."

"어떻게 생겼어요?"

"음... 어깨까지 오는 붉은 머리칼에... 어? 뭐야, 너흰 누구야!"


어라?

"저희 모르세요?"

"이 몸은 이곳을 지키는 파수꾼. 침입자를 발견하는 즉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지! 어때, 한번 보여줄까?"

뭔가 심상치 않네요.


♥♥♥

이 닭도 므두셀라 할아버지 못지 않은 수다쟁이네요. 알아낸 건 세 가지에요.

첫째, 어떤 경로로 이야기를 해도 붉은 뱀에 대해 자세히 기억하려 하면 그 상황 자체를 잊어버려요.

둘째, 할아버지와 같은 시대에 신으로 불리던 사람이 몇몇 더 있고, 그들이 흩어진 이후 몸에 이끼가 낀 괴물들이 이곳에 올라오기 시작했대요.

셋째, 할아버지가 싸우시는 곳은 바로 저기, 동산 위라는 것.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닭을 제압한 방법은 바로...

새미의 구슬이었어요.

새미는 구슬 속 닭을 보면서 눈을 빛내고 있어요. 생각보다 얌전하네요.


이제 빛의 검을 타고 가는 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어요.

이런 방법, 상상도 못했는데. 검이 스스로 알려줬어요.

물론 몇번 떨어질 뻔 하긴 했지만요.

양쪽 발에 검을 하나씩 밟고 새미를 안고 가는 것도 쉽지는 않네요.

이 닭이 할아버지의 과거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 같아요.



구름 위를 뚫고 올라온 곳인데 위에도 구름이 있네요? 확실히 특이해요.

다른 구름이 양털 같다면 이 구름은 단단한 바위 같아요. 밀어도 밀리지 않고 들어가고 싶어도 불가능하네요.

여기, 할아버지가 계신다 그거죠?

"언니, 꼬꼬가 할 말이 있나봐요."

닭이 구슬 안에서 뭔가 소리치고 있어요.

벌써 이름도 지어준거니?


새미가 풀어주자 마자 우릴 향해 돌격... 하는게 아니라 울부짖네요.

"오딘님! 오딘님! 거기 안에 계신 것 맞죠! 오딘님!!! 제가 왔습니다!!! 제가 왔다구요!!!! 저를 잊으셨습니까!!!"

할아버지의 뭔가를 느낄 수 있는 걸까요?

"소녀들, 뭐하고 있어! 빨리 열어봐!"

"꼬꼬야, 또박또박 말해야지요?"

새미가 말을 거니까 움찔! 하네요.

저 말투, 메리 언니 말투인데...


“이. 공간은. 저희. 오딘. 님께서. 수련을. 하실 때. 사용하신. 곳입니다.”

“언니, 꼬꼬가 고장난 것 같아요.”

“새미야, 생물한테는 고장났다고 하는 거 아니야.”

“그럼요?”

어··· 그러게?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열쇠가. 없으면. 열 수 없.습.니.다.”

“그럼 할아버지 못나와?”

“그.렇.습.니.다.”


퍽!

“거짓말하지마! 할아버지 나오실거야!”

“거.짓.말.아.닙.니.다.”

퍽, 퍽, 퍽!

꽤에에에엑!!!

“열쇠! 열쇠만 있으면 됩니다요!”

한참을 맞은 꼬꼬, 아니 닭이 실토했어요.

“아니면 안에서 열 수 있는 방법이 딱 한가지 있는데···”


그러니까 이 공간은 할아버지가 수련할때 사용하던 공간이고 여길 여는 방법은 밖에서 열쇠로 열거나, 안에 있는 누군가의 생명을 바치거나. 둘 중 하나 밖에 없는 거네요.

밖에서 열 수 있는 열쇠는 바로...

저 닭이구요.


작가의말

맞춤법 지적 환영합니다.


에이브: ***

에이미: ♥♥♥

이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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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화 20.12.15 11 0 12쪽
45 44화 20.12.13 12 0 12쪽
44 43화 20.12.11 11 0 12쪽
43 42화 20.12.09 16 0 13쪽
42 41화 20.12.07 16 0 12쪽
41 40화 20.12.05 14 0 12쪽
40 39화 20.12.03 19 0 12쪽
39 38화 20.12.01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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