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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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냐
작품등록일 :
2020.10.1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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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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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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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DUMMY

▶▶▶

“저희 이제 친구예요."

"그렇게 됐습니다, 이라님."

"진작 그러지. 나한테도 편하게 해라."

"제가 어떻게..."

얘도 답답이네?


"넌 귀족이랑 친구라며. 그럼 원래 내가 높임말을 해야지."

"감사합니다, 이라 누님. 저랑 우리아를 이해해주셔서요."

"둘 다 놀리느라 재미있었으니. 선물이라고 생각해."

잠깐.

"근데 누님이 뭐냐? 나이 많다고 놀리는거지?"

먹다가 수저를 멈추고 손사래를 치네.

"알았어. 다 먹고 얘기 해. 체할라."


▶▶▶

"잘 부탁드립니다."

"네."

"조나단이라고 했지? 이거 받아."

쌍둥이 중에 여자애가 뭘 하나 주네?

"제가 이런 걸 받아도 될까요?"

"할아버지가 주라고 하신 거야. 내가 조금 다듬기는 했지만."

에계, 겨우 한 뼘 만한 나뭇가지?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거야. 잡고 나뭇가지가 길어진다고 생각해봐."

"와아!"

조니가 탄성을 지를 만 하네.

나뭇가지에서 빛이 나와? 검 날처럼 맺혀있네! 진짜인가? 눈속임?

"무게가 전혀 없어요!"

"대신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형상도 사라질테니까 조심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언니도 받으세요. 우리 오오를 해치려고 한 건 조금 밉지만 조나단을 잘 챙겨줘요."

나무를 깎아 만든 화살과 반지.

엄청 정교하게 다듬어진 것 같은데? 내가 만든 화살은 애들 장난이구나.

"한 번 쏴보세요."

뭐지? 뭐든 뚫을 수 있을 것 같아.

기왕이면 저놈을 맞추고 싶은데.

"으악! 나한테 왜 그럽니까!"

"에이브 형 바지가 축축한 것 같다구."

"아냐!"


와.

쏘는 즉시 표적에 박히는 것 같은 느낌인데?

"바람하고 연계하면 더 대단할 거에요. 그리고 그 반지를 해 뜨는 방향으로 돌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와!!!"

다들 왜 그래? 허.


"대단하네요! 화살이 돌아오다니!"

"그 때 투창이 계속 사라지던 것도 이런 원리였나?"

"네. 그러니까 이런 장난은 하지 마세요."

"이번엔 반지를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고 생각해보세요."

"화살이 둘이 됐어요!"

"아냐."

"그래요. 반대로 돌리면 화살의 형상을 만들 수 있어요. 실제는 아니지만. 그 형상은 반지와 떨어지지 않으니 조심하세요."

대단하네, 정말.


그런데.

뭐. 또, 왜 다들 나를 쳐다봐?

뭘 기다리는 표정인데? 뭐 또 있어?

"부끄러워하지 말고요."

뭐가?

"자, 선물을 받았으면 뭐라고 해야하죠? 꼭 해야 하는게 있잖아요!"

대체 뭐? 뭐라고? 입모양이···

"고... 맙··· 고맙다고 할 줄 알았냐!"


"사실 저 친구한테 줄 건 못정했는데... 여기서 골라봐."

무슨 주머니길래 안에서 자꾸 나와!

"저도 주시는 겁니까?"

"조나단하고 친구라며! 그럼 우리랑도 친구야! 그렇지?"

"네, 레이첼님."

"왜 레이첼'님'이야? 친구잖아."

"다음에... 다음에 만나면 반말 할게요. 그래도 태어날때부터 나실이신 선배님이신데..."

"사실 별 거 아니라구. 레이첼도 가만 보면 맨날 나 괴롭히는... 미안, 미안! 취소! 취소한다구! 살려줘! 조나단!"

"하하... 앞으로도 존댓말 하는 걸로..."

조니랑 쌍둥이도 사이가 좋네.

"그럼 저는 이 팔찌를 골라도 되겠습니까?"

"오! 보는 눈이 있네? 정화의 팔찌야. 주변의 기운을 모았다가 그 기운과 반대되는 기운이 들어오면 막아줘. 정말 중요한 순간에 목숨을 구해줄 수 있을거야."


지도도 구했고, 말도 안되는 선물...도 받았으니 이제 떠나야지.

"갑니다."

"네. 얼른 가버리세요."

"어? 어? 에이브 형 울지 말라구?"

"내가 뭘 울어!"

"조나단을 잘 부탁해요."

"의뢰는 잘 완수할게요."

괜히 찡 하네. 이게 아쉬움인가?

아니, 내가 아쉬운게 뭐 있다고.

귀찮기만 하지.

"까아아악! 깍, 깍!"

덩치 큰 까마귀가 웬 반짝이는 돌을?

"오오가 주는 선물이래요. 위급할 때 보석을 부수면 다른 보석의 색이 그 색으로 빛날거에요."

나는 빨간 보석, 조니는 검은 보석, 우리아는 파란 보석.

"고··· 고마워요."

“뭐라구요? 잘 안들렸는데?”

“됐습니다. 갑니다.”

세 사람과 한 까마귀의 배웅을 받으며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

“좀 더 벌려요."

"참아요."

"더 할 수 있잖아요, 누나!"

"난 아직 느낌도 안온단 말이에요!"

"저 끝나면 우리아도 해주셔야죠."

"내가... 왜... 해줘!"

"해줄 사람이 누나 밖에 없잖아요!"

“차라리 죽여··· 날 죽이라고!”

미치겠다.

이것들이 조금 친해지니까 신나서 하루종일 미친듯이 하자고 해...


사람들도 지나다니는 마을 어귀 공터에서. 지금 벌써 50번은 더 한 것 같은데. 내가 지치면 둘이서 하고.

둘 다 두 눈을 가리고 거의 10분에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나는 화살을 쏘고 저 녀석들은 그걸 피하거나 막는 연습. 눈을 가리고 대치하고 있다가 내가 기습적으로 쏘는 화살에 반응하는 연습.

당기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알아채서 미리 당기고 있어야 하는데...

죽을 맛이네, 진짜.

내가 지쳐있으면 자기들끼리 눈 가리고 대련을 하는데 진짜 정신나간 것 같아. 진짜 무슨 마음의 눈이라도 있는건가. 짜고 해도 저런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공방은 힘들 것 같은데.

진짜 저 둘이면 제국 최고 검사랑 붙어도 해볼 만 한 거 아냐?

드래곤 숨결도 막는 방패에 공간도 베는 검이라.


이제 내가 검을 배우고 있는 중.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몸의 긴장을 푼 상태에서 양 손을 모은 자연스러운 위치에 검을 준비시키고...

아!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거야!

"좀 더 벌려요!"

"잠깐만! 내가 왜!"

"누나! 그래서 자기 몸을 지킬 수 있겠어요? 검술은 자기 몸을 지키는 거라고요!"


아리테를 떠난지 사흘만에 알게 된 사실은 조니가 검을 가르칠때나 대련할때는 가차없다는 것. 딴 사람이 된 것 같아. 설마, 이게 본래 성격?

"그러다가 다른 사람이 이렇게 달라 붙으면 제압할 수 있겠어요?"

얘가 갑자기 왜 이렇게 힘이 쎄?

목검으로 내가 든 검을 날려버리고.

한 손으로 두 손목을 잡아 못움직이게 하고 입술을 가져다대려고...

퍽!

이게 미쳤나! 정강이를 확 까버려!

"아야! 죄송해요. 스승님께 배운대로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도대체 어떤 놈에게 배웠기에 자연스럽게 성추행을...

"도련님, 아니 조나단이 많이 당했죠. 정말 무서운 분이셨는데."

"그렇지! 역시 날 이해해주는 건 너 밖에 없어."

"도대체 누구길래..."

"그 이야기는 그만하는게 좋겠어요. 안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몸까지 부르르 떠는 걸 보면 빡세게 구르긴 했나보네.


"그럼 요즘 왜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붙여? 너무 그러는 것도 안좋아."

"이제 지켜야 할 소중한게 생겨서요."

어쭈?

얼굴 빨개지는데?

"설마 그게 나는 아니지?"

"서... 설마요."

옆에 니 친구가 한심하게 쳐다보는데?

"우리 친구 된 기념으로 솔직하게 한마디만 해도 돼?"

"뭔데?"

"참 거짓말 못하는구나. 재수없어."

푸하하하.

“우린 친구잖아··· 심한 말 하면 안돼.”

“이제 시작이야.”

“조니, 벌써 후회하는 거 아니지?”

“하하··· 조금요?”

애가 눈 둘 곳을 못찾네.

"근데 의뢰 받은 건 나거든? 내가 널 지켜주는게 맞는 거 아냐?"

"서로 도우면 더 좋잖아요."

"너 나 못미덥지. 맞지?"

"아, 아니에요!"

자신감 없이 고개를 떨구는데?

"거짓말 할 때 항상 땅을 쳐다보고 말하니까 참고하세요."

"우... 우리 친구잖아! 이러기야?"

"그러게 내가 친구하지 말자고 했잖아."

오. 이제 반말하는 것도 익숙해진건가.

"이럴수가. 내가 알던 우리아가 아냐!"

"너무 착하면 재미없어. 그러다가 나한테 뺏긴다?"

"뭐...? 뭘 뺏겨? 뭘? 착한 우리아야, 제발 돌아와!!!"

무릎까지 꿇고 절규하네? 귀여워.


그건 그거고.

"그래서 내가 못미덥다, 그거지?"

"그러니까... 원거리에서야 최고시지만 기습이 들어오면 조금··· 걱정되죠."

손가락 꼼지락 꼼지락 거리네.

"그건 활잡이는 다 그런거야."

"그러니까 더 걱정이죠. 온 세상이 다 아는데."

"네가 지켜주면 되지."

쉽네. 얼굴 또 새빨개진 거 봐.

"그... 그래도 안돼요. 내일도 검술 연습 해야해요."

쳇. 안넘어오나.


▶▶▶

“제일 즐거운 건 힘들게 배운 검술로 칭찬받는 거 였어요."

마을을 벗어나 숲속에서 야영을 하게 됐다. 모닥불에 둘러앉아··· 어우, 벌레!

“사실 검만 들고 있어도 다들 칭찬해주셨던 것 같아요. 어린애가 검을 다루면 얼마나 잘 했겠어요.”

대련은 그렇게 잘하면서 어떻게 토끼 한 마리 손질은 못할까.

"검술이라는게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거라고 해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가 조금 크고 의문이 들었죠. 검술이라는게 결국 내가 살려고 남을 해치는거잖아요?"

"설마 그 남이라는게 지금 저 토끼도 포함되는 건 아니지?"

"헤헤. 맞아요. 농사도 마찬가지죠. 농사를 지으려고 전에 있던 풀과 나무를 불태우고 거기에 살던 동물들과 곤충들을 쫓아내는거잖아요. 과연 내가 그만큼 가치가 있는 존재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꼬맹이 인 줄 알았는데 더 어릴 때 부터 그런 고민을 하면서 살았구나...


꽁!

"토끼 손질하기 싫어서 그러지! 니 몫은 니가 해."

“그... 그럼요. 지금은 정리가 됐어요. 이 세상은 창조주가 우리에게 정복하고 다스리라고 주셨으니까요.”

말은 그런데 지금 토끼랑 30분째 눈싸움 중인데.

"줘. 내가 해줄게."

"진짜? 고마워! 소중한 내 친구야."

그럴 줄 알았어. 우리아한테 은근슬쩍 떠넘기려고 그랬구만?

“이제 잔머리도 쓸 줄 안다?”

“다 이라 누나 덕분이죠.”

“그거 칭찬 맞지?”

"크흠. 그러다가 점점 클수록 검술은 즐겁기보다는 부담스러워졌어요. 저한테 기대하시는 분들도 너무 많고. 신이 내린 재능이라고 하기도 했는데. 한 10살때였나? 사실 저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모닥불을 바라보는 눈길이 무슨 세상 다 달관한 현자같은데.

"저보다 나이가 많은 형들과 대련에서 이기려면 정말 많이 굴러야했죠. 많이 맞기도 했고. 그 나이에서 대련은 울면 끝나거든요. 아무리 목검에 맞아도 꾹 참았어요. 잘 안되는 동작은 정말 될 때 까지 했어요. 그게 재능이라고 하긴 좀 그렇잖아요."

될 때 까지 하는게 진짜 재능이지, 바보야.


잠깐의 정적.

오, 우리아는 가죽이랑 얼마 안되는 살도 잘 분리하네? 난 귀찮아서 대충 자르고 구워버리는데.

“현재 우리아 호감 상승.”

둘의 희비가 엇갈리는데. 우리아가 나름 우쭐대는게 재미있어. 종으로 어떻게 살았나 몰라?

"그래서... 대련이나 검술이 싫었어요. 딱 하나만 빼고."

갑자기 우리아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쳐다보네?

"우리아랑 대련은 정말 즐거웠어요."

"도련님, 아니 조나단이랑 대련을 하면 항상 10번 중에 5번은 이기고 5번은 졌죠. 귀족 자제들이랑 할때는 한 번도 진 적이 없으면서. 아마 제가 주눅들까봐 봐주신 것 같아요."

"아냐, 아냐. 워낙 어릴 때 부터 같이 대련을 해서 그런지, 내 약점이나 습관을 너무 잘 알아서 늘 고전했지. 내 도박수가 통하면 이기는거고, 막히면 지는거고. 한번 당하면 두번은 당하질 않아서 하루 종일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만 고민했다니까."


"다 익었다. 먹자."

해체한 내장은 밤에 짐승들이 올 수 있으니 떨어진 곳에 묻어서 덫을 만들고.

"저는 진짜 우리아가 진짜 재능있는 천재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자고 먹는 시간 외에 전부 검술 연습만 하는데 우리아는 심부름이며 집안일이며 다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항상 무승부였죠."

우리아가 볼일을 보러 잠깐 자리를 뜬 사이. 둘이서 찌꺼기들을 불태운다.

"제가 아무리 남들에게 우리아 이야기를 하고 저보다 뛰어나다고 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더라구요. 사실 진짜 용병왕 후계자에 어울리는 건 제가 아니라 우리아인데."


작가의말

맞춤법 지적 환영합니다.



에이브: ***

에이미: ♥♥♥

이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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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2화 20.12.09 16 0 13쪽
42 41화 20.12.07 16 0 12쪽
41 40화 20.12.05 14 0 12쪽
40 39화 20.12.03 18 0 12쪽
39 38화 20.12.01 16 0 12쪽
38 37화 20.11.29 17 0 12쪽
37 36화 20.11.27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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