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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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냐
작품등록일 :
2020.10.1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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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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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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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DUMMY

***

"왜 돌덩이 같은 용들이 시간의 용이라 불린지 아나? 모두 사람의 숭배를 받다가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졌기 때문이다. 이제 과거를 그리워하는 이 보다 미래를 기다리는 놈들이 많아진 탓이지."

치열한 싸움 속에서도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속삭인다.


"하지만 그거 아나? 신의 관점에서는 미래도 이미 존재한다는걸. 너희는 공간에 갖혀 시간의 한 점만 보며 살아간다. 신의 시점에서는 시작과 끝이 모두 보이는 한 줄기 강물과 같은 것. 내가 이제 거슬러주마!"


얼음이 돌을 감싸고 독이 흘러내려 녹인다.

번개가 일으키는 불꽃이 액체를 끓이고, 바람이 되어 돌에 깃든다.


"바람이 어디서 불어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듯이 시간도 언제부터 흐르고 언제까지 흐를지 알 수 없지."


으윽!

왼쪽 발목인가.

한 번 더 준비하던 창을 놓쳐버렸다.

어느틈에...


"놀랐나? 놀랄 것 없다. 잠깐 시간을 멈추고 다녀온 것 뿐. 역시 모조품이라 그런지 멈출 시간이 길지 않군."

빙글빙글 돌리는 단검의 날을 타고 피가 흘러내린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제 다음은 누구로 할까."

단검을 핥는다.


철커덕!

열쇠로 뭔가를 잠그는 소리.

"이거 참. 그런 권능 함부로 써도 되는건가? 한 공간의 시간을 통째로 잠궈버리다니. 과연 열쇠를 가진 자는 다르다 이건가."

레이첼의 왼손에 금빛 열쇠가 들려있었다.


"이건? 개인의 시간을 돌리는 건 막을 수 있을까?"

"허어억..."

모르드카이!


모르드카이의 봉이 헤이먼의 정수리 위에 놓이는 순간.

일렁이는 움직임과 함께 머리칼이 순식간에 하얗게 셌다.

달그락.

봉을 놓치고 말았다.

구부정한 노인이 주저앉아 자신의 두 팔을 껴안고 떤다.


철컥!

노화가 멈췄다.

저게, 정말 모르드카이···?


"재미있다, 재미있어. 신은 이 재미난 걸 혼자만 독차지하고 있었던거야?"

온다.

끄으윽.

뼈가 압축되고 물과 피가 타버리면서 온 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

몸이 작아진다?

이대로라면...

안돼!


"오빠! 정신차려!"

철컥!


풀썩 주저앉았다.

내가... 어려진건가?

원래 입고 있던 후드가 너무 커져 눈을 가렸다.


"더 이상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 널 심판하겠다."

"허락은 받은 거냐구!"

레이븐의 외침에도 외면하는 레이첼.


점점 외형이 변하더니 어마어마한 기운을 뿜어내는 붉은 갑주. 그걸 입은 늑대 니우프가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달려들었다가 사라졌다?

손짓 한 번에 늑대 니우프가 지워졌다.


"네 시간은 통째로 증발시켜주마!"

큰일이다!

레이첼의 주변이 일렁거린다.


레이첼이...

"뭐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게 크로노스의 시간은 없어. <그 분>의 통치를 받는 카이로스만 있을 뿐."


쩌저적.

노란 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안돼! 내가 창조력을 얼마나 들였는데 벌써!"

꽈드드드득!

멀리서 초록 시체를 응시하던 레이첼이 손을 움키자 초록 시체도 한 점으로 압축되기 시작한다.

"후... 나도 이제 모른다구."


***

하늘을 가린 원반이 깨진다.

그 사이로 검은 하늘과 밝은 달이 비친다.


“이럴 순 없다!!! 아... 안돼!"

리주의 뿔에서 작은 뿔이 하나 더 솟아났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건...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레이븐이었나? 네 공간 지배는 과연 경이롭더군.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네가 검은 용?"

{알아봐주니 고맙군. 네 공간에 갇히면 나도 곤란해서 말이야.}


하늘을 삼키는 검은 하늘과 달이 주춤한다.

{나도 비슷한 걸 할 줄 알거든.}

검은 연기가 땅에서 부터 올라와 검은 하늘이 둘러싸는 것을 막는다.


{아가씨도 곤란해. 그 힘은 지금 쓰라고 주어진게 아닐텐데? 착한 아이라면 마지막까지 기다려라.}

리주의 그림자가 땅을 집고 몸을 일으킨다.


악마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그림자가 악마의 형상을 갖췄다.

{그림자가 있는 것은 날 이길 수 없다.}



서걱.

레이첼의 그림자에서 일어난 악마가 뻗은 검이 찰랑이는 머리칼을 잘라냈다.

레이첼의 검은 허공을 가른다.

{그림자를 자르겠다고? 재미있군.}

설마 그림자의 일부만 실체화 할 수 있는 건가.


카강!

검 끝을 막아내자 검 끝이 흐려지며 가로막은 검을 통과한다.


안돼!

뭐 저런...

통과한 뒤 다시 실체화 된 검 끝이 눈을 노렸다.

레이븐의 방어막으로 위기는 막았지만 저런 건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이 틈에 재미 좀 볼까?}

검은 하늘을 본 뒤 주저앉아 실금을 한 헤이먼에게 다가간다.

뿔 위에 난 작은 뿔 하나를 부러뜨려 헤이먼의 머리에 심는다.


"끄아아아아아!!!"

온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왼쪽 발만 다치지 않았더라면.

이제 모르드카이마저 위험하다.

{자, 레이븐? 너의 공간 지배와 나의 검은 연기, 이 뚱보의 마법과 너의 권능을 한 번 겨뤄보자. 불공평하다 원망하지마라. 세상을 이렇게 만든 건 너희들의 신이니까.}

"<그 분>을 더러운 입에 망령되이 담지 마라."


하얀 달이 붉게 물든다.

하늘이...

둘둘 만 양피지 처럼 말린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하지?


쿠구구구궁!!!

바닥이 갈라지고 지반이 요동친다.

한 곳은 솟아오르고 어느 쪽은 내려앉는다.

{크하하. 대단하군. 전력을 다하면 본체로 싸워도 장담 못하겠어. 제한이 걸렸는데도 이 정도인가? 저 쪽도 마찬가지고?}

레이첼은 어느새 수백의 그림자와 싸우고 있다.


저게 레이첼의 진가인가?

온 몸을 휘감은 빛에 닿는 즉시 그림자가 소멸한다.


{그래. 아무리 너희라도 마음대로 남의 생명을 빼앗을 순 없겠지. 신의 꼭두각시들. 그 잘난 계획에 다 맞추려면 참 피곤하겠어. 근데 난 말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단다. 크크크크크.}


"으아아아아."

헤이먼이 자해하기 시작했다.


"하..."

하늘과 땅의 움직임이 멈췄다.

어느새 레이븐은 헤이먼의 손을 막고 뿔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것봐. 이런 돼지 하나 치워버려도 그만인 것을. 신의 계획표에는 아직 죽으면 안되나보지? 그럼 어쩌나. 나는 더 죽이고 싶어지는데.}

푸욱.

헤이먼의 그림자가 스스로의 목을 베었다.

덥썩.


***

"레이븐!"

"잘했다구!"

성공했다.


사실 레이븐이 움직이기 직전, 내게 눈짓을 했다.

우월감에 도취된 검은 용이 방심한 사이.

레이븐이 열어준 검은 통로에 손을 넣어 붉은 돌을 탈취했다.


"오빠. 깨지지 않게 잘 챙겨. 그거 깨질까봐 아무것도 못했으니까."

뚜두둑.

자신의 목을 한 차례 꺾은 레이첼의 신형이 흐려졌다.


{크악!}

놈의 뿔 3분의 1이 잘려나갔다!

{아... 안돼! 2호도 잃을 순 없다!}

레이첼의 손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기가 들려있었다. 순수한 빛의 결정체. 무엇인지 몰라도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다.


{<그 분>이 계신 곳의 열쇠를 그렇게 함부로 꺼내도 되는 것이냐!}

“때가 되었어.”

{나도 당하고 있지는 않겠다! 내 전부를 걸고서라도!}

안돼! 내 그림자가 멋대로 움직인다.


{너를 저주한다! 너는 너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네 손으로 빼앗기 전 까지 어떤 능력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내 그림자가 두 손으로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순간.

내 몸에서 빛이 뿜어져나왔다.


“저런. 안됐네. 완전히 잘못짚었어.”

“후. 이제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다구.”

{뭐··· 뭐냐! 대체 왜···}


“우리 에이브 형은 <그 분>께서 임명하신 ‘복’ 그 자체. 이미 형을 저주하는 자는 그 저주를 본인이 받는다고 선언하셨다구.”


리주의 그림자가 움직인다.

{안돼! 이럴 순 없어!}

이제 그림자에게 벗어나려고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 그림자는 평생 그를 따라갈 것이다.


{내가 이런다고 아무것도 못 할 줄 아느냐!}

바사삭.


리주가 가진 노란 돌이 부스러졌다.

{성공이다. 잘 가라 애송이들아.}


나, 레이븐, 레이첼.

발 밑에서 노란 빛이 나와 우릴 집어삼킨다.


!!!

이상하다.

제국 수도 한복판의 가장 큰 집.

제국 2인자 헤이먼의 집이 통째로 날아갔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의아해하는 이가 하나 없다.

심지어 그 날 전사한 병사들의 가족들도 그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나의 늙은 모습 또한 모두 당연히 여긴다.


!!!

내 기억도 희미해져간다.

우릴 구한 세 사람.

그리고 머리에 뿔이 있던 남자.

며칠 전 까지도 생생한 기억이...

그들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

내게 남은 건 이 나무 봉 한 자루 뿐.


이 봉만 잡으면 뭔가 기억이 날 듯 한데...

가슴이 아리다.


!!!

어제는 꿈을 꾸었다.

붉은 달이 뜬 정오.

이쪽은 비가 내리고 저쪽은 해가 내리쬐는.

검은 하늘이 세상을 덮고, 땅이 진동하며 뜨거운 불에 녹아내리는.

그림자가 일어나 움직이고, 빛을 보자 흩어져버리는.

검은 연기가 온 몸을 휘감고, 죽은 사람이 움직이는.

얼음 장미 한 송이와 끝없이 어딘가로 내달리는.


그런 꿈.


!!!

나는 궁궐의 문지기다.

비록 내 고국은 아니지만 내게 맡겨진 사명에 최선을 다하리라.

언젠가는 우리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

재상 헤이먼에 절을 하라니.

내가 절 할 대상은 오직 한 분.

황제 폐하라 해도 꿇을 수 없다.


!!!

일이 잘못되었다.

보복이라면 나 하나로 족하지 않은가?

내 민족을 전부 멸하려하다니!


!!!

"모르드카이님, 황후께서 보내신 의복입니다. 이제 그만 일어나시지요."

"내가 일어나게 생겼소?"

"대체 무슨 일이기에 상복을 입으십니까. 황후께서 걱정이 태산이신지라 날로 얼굴이 수척하고 있으니 황제께서 아시기라도 한다면 진정 큰 일입니다."


"재상 헤이먼이 나와 우리 민족을 모두 말살하기로 작정하고 은 1만 탤런트를 황제 폐하의 금고에 드리기로 했네. 자, 이걸 가져가 황후에게 알리고 황제 폐하께 자기 겨레를 살려주시기를 탄원하라고 일러주게."


!!!

초조하다.

내가 죽게 되어서?

아니다.

나와 이 민족 때문이다.

전능자께서 천하 만민 중 선택하신 우리들.


지독하게 불순종하고 <그 분>의 명령을 거역했으니 우릴 버리실 만도 하다.

고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셨지만 이 땅에 남기로 한 자들.

황무지가 된 고국에서 <그 분>의 이름으로 불리울 성전을 재건할 기회를 외면한 사람들.

이 땅에서 가진 것이 너무 많았음일까.

이 곳의 편리한 문명과 혜택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인가.


각종 채소와 기름진 고기와 수많은 볼거리와 찬란한 건축물들.

온 세상에서 모여드는 여러 민족들과 몰려드는 온갖 물건들.

천하 각지의 물건들을 이 곳에서 볼 수 있다.

이런 즐거움을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은 황무지와 바꿀 수 있을까?


!!!

정녕 우리를 버리셨는가.

분명 우리 조상에게 하신 약속이 있을터인데.

하늘의 별과 땅의 모래 같은 민족이 되리라고.

허나 약속을 파한 것은 <그 분>이 아니라 우리이니.

구하옵나니 우릴 불쌍히 여겨주소서.


!!!

황후 에스터.

내 사촌.

내가 기르고 가르친 아이야.

네게 너무도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 같아 미안하구나.


식사를 마다하고 애가 끓는 심정으로 지내기를 사흘. 곧 황후가 목숨을 걸고 황제께서 기거하시는 안뜰로 들어갈 터. 이제 우리 민족을 어찌 하실지 기다리는 수 밖에는···

답답한 마음에 늙은 몸뚱이를 이끌고 궁전 앞으로 향한다. 항상 저 문 앞에서 황제의 안위를 지키고 있었는데··· 아니, 저런!


후드를 뒤집어 쓴 자가 감히 황실을 넘본다는 말인가! 내 당장··· 아니, 난 지금 제국 2인자의 눈 밖에 나 자신 뿐 아니라 민족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 자가 아닌가. 늙은 내가 무얼 할 수 있는가.


침입자는 보통의 수준이 아닌 듯 한데. 우리 군사 여덟을 상대로도 여유만만한 모습이 어디선가 겪었던 것 같은데···


엇! 후드가 벗어지고 침입자의 얼굴을 본 순간 두통이!


작가의말

맞춤법 지적 환영합니다.


에이브: ***

에이미: ♥♥♥

이리나: ▶▶▶

므두셀라: ^^^

모르드카이: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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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20.12.07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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