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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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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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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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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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검권천하] 제102화 -같은 생각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1부 검권천하] 제102화


야위디 야윈, 어쩌면 가볍게 톡 밀어도 쓰러져버릴 것 같다는 표현이 어울릴 여인이 겨우겨우 눈을 뜨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식사를 하지 않았으면 이런 모습일까, 아니면 얼마나 마음에 상처가 깊어야만 이런 모습일까.


"아······."


그런 그녀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오자, 줄곧 곁을 지키던 중년의 여성이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말했다.


"미련한 것아, 이 멍청한 것아! 어쩌자고 밥을 굶어! 굶어 죽으려고 밥을 굶어!"

"엄마······. 언제 왔어?"

"대체 왜 이러고 살아! 엄마 속 터져 죽는 꼴 보려고 그래!"


가만히 여인의 집을 치우던 그녀의 아버지가 다가오며 말했다.


"수영 엄마, 그러지 마. 수영이는 오죽 힘들겠어."

"아빠······. 미안해······."

"왜 말 안 했어? 류 서방 회사 그렇게 됐다고, 너네 이혼했다고 왜 말 안 했어? 아무것도 못 해준 아빠가 너무나도 미안하구나."

"미안해······. 말 할 수가 없었어. 말 못해서 정말 미안해······."


수영의 어머니는 애써 쑨 미음을 작은 그릇에 담아서 가져왔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했고, 자식 아픈 마음에 가슴 더 안 아픈 부모 없다고 했다. 지금 수영의 부모가 그랬다.


"수영아, 한 입만이라도 들자. 응?"


그러나 수영은 대답 대신 하염없이 눈물만을 흘렸다. 마음의 상처는 배고픔 자체를 잊게 만들었다.


"너 영양실조래.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정말 위험할 뻔 했대! 이번 주만 벌써 두 번이나 쓰러졌다며!"

"수영 엄마, 가만히 좀 있어봐. 그렇게 닦달하면 수영이가 어떻게 밥을 먹겠어?"

"에휴, 속 터져. 정말 속 터져서 죽을 것 같단 말이에요!"

"우리도 이런데, 수영이는 얼마나 힘들겠어······. 오늘은 절대 큰 소리 내지 맙시다. 알았지?"


수영의 어머니는 알았다는 듯이 찬찬히 고개를 끄덕인 후, 딸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한영과 원치 않은 이혼을 한 이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의지라는 것을 해서일까, 다시금 수영의 어깨가 떨려왔다.


"우리 딸, 울고 싶으면 펑펑 울어. 대신 다 운 다음에는 같이 이겨내는 거야. 알았지?"

"엄마, 미안해······."

"미안할 거 하나도 없어. 수영이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그런 생각 하지 마."


부모님의 지극하신 사랑 덕분일까, 수영은 눈물을 닦으며 미음을 한 수저 떠서 입으로 옮겼다.

그러나 오랫동안 식사다운 식사를 하지 못한 탓도 있었고, 다른 이유에서도 미음 한 수저조차 그녀는 먹지 못했다. 아니, 먹을 수가 없었다.


수영의 어머니가 딸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물었다.


“수영아, 어서 먹자. 응?”

“삼켜지지가 않아, 넘길 수가 없어······.”

“수영아. 어서.”

“먹을 수가 없어······. 어디서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오빠 생각하면 난 먹을 수가 없어. 오빠는 나보다 더 힘들 테니까······.”


수영의 아버지가 대신 숟가락을 들어 천천히 딸의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평소 자상한 아빠였고, 그런 만큼 어떻게 해야 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수영아, 우리 같이 기다리자. 류 서방이 다시 당당하게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자. 엄마아빠랑, 수영이 네 배에 있는 아이랑 같이. 그러니까 아이 생각해서라도 밥 먹자.”

“알고, 있었어···?”

“응. 그래서 엄마랑 아빠는 슬프지만, 슬프지 않단다. 지금은 아이만 생각하자. 어서, 한 입 먹자 수영아.”


어머니는 딸의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줬고, 아버지는 딸이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음식을 챙겼다.


수영이 작은 그릇에 담긴 미음을 전부 먹을 때쯤, 어머니가 가방에서 통장 하나를 꺼내서 건넸다.


“엄마, 이걸 왜 날 줘?”

“그동안 엄마랑 아빠랑 모은 거야. 많진 않지만, 너랑 류 서방 재기하려면 돈 필요할 거 아니니.”

“이걸 왜 줘! 이걸 주면 엄마랑 아빠는!”


부모란 참 신기한 존재다.

분명, 전재산이었다. 하지만 딸에게 가진 전부를 줘도 괜찮은, 부모는 참 신기한 존재다.

아버지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듯이 자신의 팔뚝을 두드리며 말했다.


“수영아, 이제는 함께 이겨내는 거야. 그러니까 슬프고 힘든 거 엄마랑 아빠한테 조금만 나눠주고, 수영이는 조금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있자. 알았지?”

“응! 감사하고, 미안해.”


수영이 아빠와 엄마를 눈물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아빠랑 엄마한테 한영 오빠는 어떤 사람이야?”


아버지가 말했고, 어머니가 거들었다.


“아들이지. 딸이 데려온 아들. 아빠는 류 서방 마음 이해할 것 같아. 만약 나한테도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렇게 할 테니까. 수영이 너에게 짐이 되기 싫은 마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떠난 그 심정, 아빠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수영이 네가 들으면 섭섭해 할 수도 있는데, 네 아빠가 어디 갈 때마다 사위 자랑을 그렇게 하고 다녔어.”

“진짜? 뭐라고?”

“류 서방 자랑할 게 어디 한두 가지니. 그래서 엄마랑 아빠는 류 서방 믿어. 미워할 수가 없어. 우리 딸 얼마나 사랑받고 살았는지 엄마아빠가 누구보다 잘 알잖니.”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천륜(天倫)이라고 한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

서로가 서로를 선택한 건 아니지만,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사랑하는 사이.


일반적으로 인간은 태어나서 단 한 번, 가족을 선택한다.

그것이 바로 부부다. 우리는 이를 천생연분(天生緣分)이라 부른다.


의도치 않게 잠시 멀어졌지만, 수영은 천생연분인 한영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천륜인 부모님 역시 딸이 다시 사위와 하나가 되기를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바라고 있다.


그리고 수영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천륜도 아빠를 간절히 기다렸다.


*****


대붕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리도 상념에 잠겼단 말이냐?”

“아니야. 그냥······.”

“또 수영이라는 여인을 생각했을 테지.”

“응, 맞아. 우리 수영이······.”


대붕이 한영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이제 네가 살던 세계로 돌아갈 시간이 머지않은 게로구나?”

“어? 왜 갑자기 그런 말을?”

“네 반응이 그러하니라. 이전에는 다시 만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면, 지금은 만남만이 아니라 관계 자체를 걱정하는구나.”

“맞아. 내가 좀 심했거든. 상처를 많이 받았을 거야.”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거늘, 분명 전달될 게야. 심려치 말거라.”


한영은 줄곧 의문스러웠고 답도 찾을 수 없었으며, 그럼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말을 대붕에게 물어봤다.


“내가 네가 사는 세계로 온 이유, 대체 뭘까?”

“신의 입장에서 물어보는 것이더냐? 혹은 친우의 입장에서 물어보는 것이더냐?”

“둘 다.”

“분명 어떠한 이유가 존재하겠지. 친우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해보고 싶구나. 아무리 가까운 사이더라도 가까이 있다 보면 소홀해지기 십상이지 않느냐. 잠시 멀어져서 너와 수영이라는 여인이 서로에게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계기인 게지.”


대붕의 말에 한영은 자신이 수영과 함께 했던 모든 기억을 되돌려봤다.

아낌없이 서로 사랑했지만, 한편으로는 싸우며 아낌없이 서로에게 상처를 준 기억도 있었다. 뒤돌아서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그런 순간들.


대붕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몸이 네가 사는 세계의 신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신의 입장에서 이유를 찾는다면 이 역시도 계기인 게지.”

“이번에는 어떤 계기?”

“너는 필시 높은 곳에도 머물러봤고, 반대로 가장 낮은 곳을 경험하기도 하였을 터. 너는 모든 순간에 최선이라는 것을 했을 게야. 이 몸이 겪은 너라면 필시 그리하였겠지. 그래서 네가 사는 세계의 신이 네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준 것일 테지. 네 것을 다시 찾을 계기 말이야.”

“······.”


정말 그래서일까? 정말 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한영이 살던 현실에서는 신을 만날 수 없기에, 이유를 들을 수도 없다.

그랬기에 대붕의 말은 어느 정도의 확신처럼 다가왔다.


대붕이 말했다.


“한편으로는 너와 이 몸이 함께하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로구나.”

“네 생각이 많이 날 거야.”

“추억이니라. 영겁의 시간을 보낸 이 몸도 영원히 너와 함께한 시간을 기억할 것이야. 그리고 도울 것이야. 네가 수영이라는 여인과 한 시라도 빨리 만날 수 있도록 말이야.”


진심이 전해져서일까, 한영은 고마운 마음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대붕은 한영에게 배운 인간들의 인사를 했다.


하이 파이브!


“휴식은 이만하면 되었다. 속도를 높일 이유는 이미 충분한 터.”

“응!”


한영과 대붕은 공력을 개방하며 몬스터 무리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


-칭호 ‘현자의 늪의 지배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효과로 재능과 운 능력치가 1씩 상승하였습니다.


기중의 화지, 라인마을, 화영마을, 초유마을, 화합의 터전, 불굴의 마을, 지도자들의 섬, 샘초마을, 현자의 늪에서 각각 지배자 칭호를 획득한 한영.

이전에 단적비연수의 두건을 획득한 의로운 섬에서 획득한 칭호까지, 지배자 칭호를 전부 얻자 차원이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지배자 칭호를 모두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지배자들의 지배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칭호 효과로 재능과 운 능력치가 10씩 상승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살짝 다른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플레이어들이 감지되었습니다.

“위치는?”

-위치를 표시합니다.


한영의 눈앞에 노란 글씨로 좌표와 거리가 나타났다.

여기서 약 40km라면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 한영은 재빠르게 그곳으로 움직였다.


이전에 'DiaSpoon'의 사유지에서 행해지던 것처럼, 도박을 목적으로 NPC들의 목숨을 건 사투가 자행되고 있었다.

분명, 제재를 주었다고 들었지만, 그렇다고 나쁜 짓이 쉽사리 근절되는 건 아니었으니.


신기하게도 각국마다 이러한 불법 투기장은 꼭 하나씩은 존재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한영이 재기하는 데 필요한 돈줄이 되었다.

게임 상이니까 불법은 아니라고 했지? 그러면 내가 너희들 아이템 뺏는 것도 불법 아니잖아?


한영은 한명 한명을 때려눕히며 그들이 떨구는 값비싼 아이템을 모두 챙겼다.

캐릭터가 죽을 때마다 플레이어들은 한영을 향해 억양이 상당히 센 말을 했고, 덕분에 전세계의 언어로 욕을 먹긴 했다.


암암리에 거래되는 아이템들.

개발자였을 때는 그런 어둠의 경로를 막아내고자 했지만, 정작 지금은 한영 자신이 그러한 어둠의 경로를 이용해야 하는 처지.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오늘 얻은 아이템만 성진이가 ‘잘’ 팔아줘도 십억은 가뿐히 넘을 테니까.


여기서 한영은 조금 더 욕심을 부렸다.

부르는 게 값인 아이템도 있지만, 아무리 불러도 살 수 없는 아이템을 팔아볼 생각이었다.

검권천하에서 가장 좋은 아이템,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소유할 수 없는 아이템이 있었으니.


휘황찬란한 검과 갑옷으로 무장한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의 플레이어는 결코 아니었다.

자, 경매를 붙이면 GM의 아이템은 과연 얼마에 낙찰될까?

뭐, 금방 알게 되겠지.


은신 스킬로 모습을 숨긴 한영은 ‘GM무림황’을 향해 파열권강을 내질렀다.


--------


이름: PLAYER38769155

레벨: 79

생명: 4773/4773(+970)

공력: 1247(+100)

소속: 보승장군(報勝將軍)

칭호: 지배자들의 지배자

--------

근력 233(+13) 체력 195(+21)

민첩 222(+33) 재능 172(+12)

운 194(+10)

분배 가능한 능력치 – 0

--------

대붕 레벨 79

활성화 능력:

운기조식 숙련치 보조+10%

경험치 보조+10%

속도 보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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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2부 AOM] 제1화 -이슈들 +4 21.03.15 530 13 13쪽
113 [1부 검권천하(완결)] 제113화 -불시착 +6 21.03.07 529 13 12쪽
112 [1부 검권천하] 제112화 -코드넘버원 +2 21.03.06 517 13 12쪽
111 [1부 검권천하] 제111화 -십만대산 +2 21.03.05 509 13 12쪽
110 [1부 검권천하] 제110화 -결전 +2 21.03.04 525 13 15쪽
109 [1부 검권천하] 제109화 -설계 +2 21.03.03 518 14 12쪽
108 [1부 검권천하] 제108화 -파천신군 +2 21.03.03 528 13 12쪽
107 [1부 검권천하] 제107화 -대붕금시조 +2 21.02.28 521 13 12쪽
106 [1부 검권천하] 제106화 -화경 +4 21.02.27 512 14 12쪽
105 [1부 검권천하] 제105화 -검권천하 +2 21.02.26 507 13 12쪽
104 [1부 검권천하] 제104화 -금단의 영역 +2 21.02.25 509 13 12쪽
103 [1부 검권천하] 제103화 -그의 목소리 +2 21.02.24 512 14 11쪽
» [1부 검권천하] 제102화 -같은 생각 +4 21.02.23 521 13 12쪽
101 [1부 검권천하] 제101화 -적의 심장부로 +2 21.02.22 526 13 11쪽
100 [1부 검권천하] 제100화 -천하제일무예대회(5) +8 21.02.21 504 14 12쪽
99 [1부 검권천하] 제99화 -성진의 첫출근 21.02.20 518 12 12쪽
98 [1부 검권천하] 제98화 -성진의 면접 +4 21.02.19 509 14 12쪽
97 [1부 검권천하] 제97화 -천하제일무예대회(4) 21.02.18 501 12 12쪽
96 [1부 검권천하] 제96화 -천하제일무예대회(3) 21.02.17 506 12 11쪽
95 [1부 검권천하] 제95화 -천하제일무예대회(2) 21.02.16 520 12 12쪽
94 [1부 검권천하] 제94화 -천하제일무예대회(1) 21.02.14 518 12 11쪽
93 [1부 검권천하] 제93화 -회군(回軍) 21.02.13 510 12 12쪽
92 [1부 검권천하] 제92화 -탄멸의 협곡(3) 21.02.12 526 13 13쪽
91 [1부 검권천하] 제91화 -탄멸의 협곡(2) +2 21.02.11 517 13 12쪽
90 [1부 검권천하] 제90화 -탄멸의 협곡(1) +2 21.02.10 525 14 12쪽
89 [1부 검권천하] 제89화 -황궁(2) +2 21.02.09 526 13 11쪽
88 [1부 검권천하] 제88화 -영광의 목초지(2) 21.02.08 523 13 12쪽
87 [1부 검권천하] 제87화 -영광의 목초지(1) 21.02.07 528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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