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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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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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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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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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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검권천하] 제103화 -그의 목소리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1부 검권천하] 제103화


“천하제일무예대회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검권천하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모두가 잘 알 테지만, 그래도 총괄개발팀장님께서 내려주는 정의는 좀 더 깊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요.”


정인이 묻자, 윤진용이 답했다.


“무림인들이 바라는 건 의협심, 바로 명성입니다. 즉, 천하제일무예대회는 많은 무림인 사이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인 셈인 거죠. 검권천하가 론칭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올해는 플레이어들이 출전보다는 관전을 많이 하겠지만, 내년부터는 플레이어들끼리의 대결이 주를 이룰 것입니다. 어쩌면 플레이어 중에서 첫 번째로 무림맹주가 탄생할 수도 있고요. 천하제일무예대회는 모든 분들에게 열려있습니다. 언제든지 도전하세요.”


말을 마친 윤진용은 다시금 성진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인터뷰 내내 성진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말을 받아 적기만 했음에도 윤진용은 이따금씩 시선을 성진에게 고정시켰다.


그럴수록 정인은 윤진용이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한편으로는 성진을 향한 윤진용의 시선을 분산시키도록 질문을 이어갔다.

이렇게까지 진땀 흘리며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여실히 들 정도였다.


“이번 대회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은 없지만, 플레이어분들이 궁금해 하실 것 같은 내용에 대해서 질문할게요.”

“얼마든지요. 말씀하세요.”

“플레이어가 무림맹주가 되었다는 가정 하에요, 만약 무림맹주가 그릇된 선택을 한다면 어떻게 되나요? 예를 들어, 전쟁을 일으킨다거나, 혈교같은 사파와 손을 잡는다든지요.”

“이 역시 존중되어야 합니다. 개발팀이나 관리팀에서 개입하는 것은 극소수의 경우뿐이니까요.”

“극소수의 경우라 함은···?”

“기자님도 잘 아시겠지만, 제재 규칙에 의거해서 이를 어긴 플레이어의 처분 또는 비정상적으로 접속한 유저의 처리 등이 되겠네요.”


‘똑똑.’


직원 한 명이 노크를 한 다음, 윤진용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한창 진행 중이던 쉴 틈 없는 인터뷰가 처음으로 잠시 멈춰졌다.


“총괄팀장님, 무예대회 결과가 나왔습니다.”


직원은 윤진용에게 태블릿PC를 건네고는 곧바로 나갔다.

한동안 태블릿을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윤진용, 정인이 물었다.


“올해는 어떤 문파가 우승했나요? 전진교? 개방파?”

“의외의 결과네요. 조금 전에 답변 드렸던 내용을 살짝 바꿔야겠네요.”

“왜요?”


정인은 윤진용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전혀 모른다는 듯이 물었다.


“올해의 우승은 ‘무형문’이라는 소규모의 문파입니다. 창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문파네요.”

“와우, 그럼 생긴 지 얼마 안 된 문파가 우승했다는 말이에요?”

“그렇네요. 유저들은 개발진의 예상을 항상 뛰어넘는 모양입니다.”


성진은 마음속으로 피식 웃었다.

유저들이 개발진의 예상을 뛰어 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의 수까지 전부 예측하는 게 관리팀의 역할이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소규모 문파가 이름을 떨치는 것을 넘어서, 무림맹주가 된 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거대문파라 칭해지는 구파일방. 세력이 넓고 영향력이 막강하기에 모두가 거대문파의 소속이 되길 원한다. 천운에 의해 절대적인 무공을 익히지 않는 한, 거대 문파를 뛰어넘을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가장 중요한 건 검권천하 내에서는 절대적인 무공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성진이었기에, 태연한 척 말을 하는 윤진용의 태도가 극도로 신경 쓰였다.

우리가 피땀 흘려가며 만든 검권천하를 이딴 식으로 관리하고 있었어? 이럴 거였으면, 대체 왜! 우리를 배신한 거냐고!

당장이라도 쏟아내고 싶은 말들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물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생각.

설마 딴 데 정신이 팔려서? 라는 의문.

그 딴 데라 함은, 혹시 마법의 시대?

마법의 시대에 관여하기 시작해서 전략기획실장으로 승진했단 말이야?


성진의 의문과 확신이 짙어지는 사이, 인터뷰는 끝을 향하고 있었다.


정인이 소지품을 챙기며 말했다.


“수고하셨어요. 오늘은 여쭤볼 게 많아서 시간이 제법 오래 걸렸네요.”

“별 말씀을요. 기자님이 많이 물으셨다는 말은, 검권천하에 관심이 많은 유저들이 많다는 말이지 않습니까. 모쪼록, 좋은 기사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정인을 뒤따라 일어서는 성진, 그러자 윤진용이 이번에는 성진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김준호 기자님이라고 하셨죠? 앞으로도 최 기자님이랑 함께 오시는 건가요?”

“네.”

“검권천하 유저라고 그러셨는데, 궁금한 점이라든지 따로 물어보실 건 없나요?”


윤진용은 계속해서 김준호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유 없는 관심이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너무나도 많이 들어봤기에 익숙한 목소리.

이러한 윤진용의 의도를 눈치 챈 성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은······.”


정인이 중간에서 성진의 말을 낚아챘다.

약간은 후배를 나무라는 말투였다.


“준호 씨, 사적으로 기자 신분을 이용하면 안 돼요. 질문은 공적인 것만. 기자윤리강령 때 배웠죠?”


성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금 자물쇠라도 채워버린 것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들으려고 했지만, 들을 수 없는 상황.

김준호라는 기자를 조금 더 관찰하고 싶어서일까, 윤진용은 평소에 안 하던 호의를 베풀었다.


“오늘은 제가 가시는 길까지 배웅해드리겠습니다. 자, 가시죠.”


엘리베이터라는 좁은 공간, 그곳에서도 윤진용은 성진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조금은 불편함을 느껴서일까, 정인이 윤진용에게 말했다.


“총괄팀장님께서 우리 신입 기자한테 관심이 많이 가나 봐요?”

“보면 볼수록, 제가 아는 사람과 닮아서요. 단순히 아는 사람이 아닌, 많이 가까운 친구죠.”

“친구요?”

“요즘은 통 연락을 못 하고 지낸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두뇌는 영석하나, 순진해서 쉽게 속아 넘어가는 그런 바보같은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일순간, 성진의 목에 핏줄이 선명해졌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만약 이 공간에 정인이 없었다면 분명 살인이 벌어졌을 정도로, 성진은 분노하고 있었다.

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정인은 한 마디 말로 성진의 마음을 위로해줬다.


“저도 그런 친구 한 명 있어요.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한 건 같은데요, 그 친구는 마음이 넓어요. 배려심 깊고, 속는 게 아니라 그냥 속아 넘어가주기도 하고. 총괄팀장님의 친구분도 그런 게 아닐까요?”


윤진용은 가볍게 웃어보이고는, 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출입구 앞에 선 정인이 웃으며 인사를 했다.


“오늘 분에 넘치게 배웅까지 받았네요.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조심히 가십시오. 김준호 기자님, 또 뵙죠.”


정인과 성진은 가볍게 고개 인사를 한 후, 천천히 걸어서 유엔더블유 본사에서 빠져나왔다.

이윽고 윤진용에게서 안 보일 정도로 멀어지자, 정인이 거친 숨을 수차례나 내뱉으며 말했다.


“진짜 심장 터질 뻔했네. 뭣 좀 알아냈어요?”

“응······.”

“기분 많이 별로예요?”

“응······.”


정인은 성진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엘리베이터에서 윤진용이 한 말들, 그 말이 성진의 마음을 쥐어뜯어서일까, 성진의 표정이 슬퍼보였다.


우리 착한 순둥이를 어떻게 위로해줘야 하나, 정인은 살포시 성진의 손을 잡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느껴지자 성진은 정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정인 씨······.”

“오빠는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착하고 멋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기분 풀어요.”


치아가 보일 듯이 밝게 웃는 정인, 그런 정인을 보자 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누군가는 상처를 주고, 또 누군가는 상처를 치료해줬다.

마음이 어느 정도 회복된 성진이 정인에게 물었다.


“저, 정인 씨.”

“왜요?”

“아까 그랬잖아. 진용이가 나 쳐다볼 때, 잘 생겨서 영화배우랑 착각한 거 아니냐고. 그 말 진짜야?”

“그 말을 믿어요? 나참, 사람. 그냥 사람. 여기도 사람, 저기도 사람. 지극히 평범한 그쪽도 사람. 기분 풀린 것 같으니까 더 안 잡고 있어도 되겠네.”


속마음을 살짝 들켜서일까, 차분여왕 정인이 당황한 듯 얼버무리며 성진의 손을 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성진은 놓아주지 않았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알았으면 됐어요.”


차를 멀지 않은 곳에 주차한 게 후회될 정도로,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


한편, 정인과 김준호 기자를 배웅한 윤진용은 여전히 로비에 서 있었다.

성진이 말했던 것처럼 그는 의심이 상당히 짙은 사람이었다.


분명해, 그 목소리.


처음에는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정도로 생각했지만, 인터뷰 내내 머릿속에서 의심이 지워지지가 않았다.

요즘 세상에 키가 큰 사람이 많다지만, 190을 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목소리까지 비슷하다고?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었다.

윤진용의 머리에 남아있는 마성진의 마지막 모습은 비대했고, 뚱뚱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최정인 기자가 수습기자라고 데려온 김준호는 모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날씬했으며, 옷으로 가려졌지만 잔근육이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짙어지는 의심, 그렇다면 확인하면 될 일.


윤진용은 핸드폰을 꺼내서 자신의 수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호출을 받은 검은 정장의 남성 ‘리철준’이 곧바로 달려 나왔다.


“기획실장님, 부르셨습니까?”

“IT뷰, 신입기자 김준호. 조사해봐.”

“네.”

“아주 작은 단서라도 이상한 게 보이면 즉각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다시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돌린 그때, 한 남자의 모습이 윤진용의 눈에 들어왔다.

유엔더블유 회장을 보좌하는 김 비서였다.


김 비서? 회장은 안 보이는데?


마법의 시대에 대해서 알아오라는 회장의 숙제를 조금도 풀지 못한 윤진용, 뭔가 촉이 발생했는지 그는 김 비서의 움직임을 멀리서 관찰했다.

김 비서는 VIP전용 엘리베이터를 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경을 쓴 한 남자를 데리고 로비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유엔더블유 비밀 연구실의 수석 연구원, 김찬호였다.

윤진용으로서는 지하 깊숙한 비밀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김찬호를 본 적이 없었다.


김 비서는 오직 회장을 위해서, 그리고 회장의 명령으로만 움직이는 사람.

김 비서가 저 남자를 데려갔다면 분명 회장의 명령일 것이다!


윤진용은 리철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곧바로 돌아온 자신의 수족에게 추가 명령을 내렸다.


“김 비서와 함께 있던 남자도 알아봐. 그리고 지금 김 비서가 어디를 가는지도.”


마법의 시대를 찾는 추격전.

한때 의형제였던 성진과 윤진용은 보이지 않는 경주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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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1부 검권천하] 제98화 -성진의 면접 +4 21.02.19 510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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