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랄 산맥에서 인민들은
일본의 술집에서는 독일의 모스크바 포위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한 청년이 외쳤다.
"이렇게 되면 독일이 중유럽과 동유럽의 패권을 거머쥐는거야!!"
"젠장! 이러다 독일 놈들이 시베리아까지 점령하는거 아냐?"
"시베리아쪽은 놈들에게 뺏기면 안된다고!"
"육군 녀석들은 뭘 하는거야! 빨리 쳐야지!!"
종수, 영환, 와타루 삼총사 또한 이번 소식에 열을 올렸다. 영환이 말했다.
"독일은 정말 강하군!"
"육군만 보면 세계 최강일지도 몰라!"
종수가 말했다.
"독일은 중유럽과 동유럽의 패권을 갖겠군! 이렇게 되면 일본은 동양의 패권을 쥐게 되지 않을까?"
술집에 있던 다른 사람이 말했다.
"해군이 빨리 남방으로 내려가던가 육군이 다시 소련을 치던가 결단을 내려야 해!"
그리고 독일의 모스크바 포위 성공이라는 급변하는 사태 속에서 일본 육군과 해군 양측 수뇌부가 참석하는 중대한 회의가 열렸다. 육군이 브리핑을 시작했는데, 해군의 나가노 군령부 총장은 역시나 이번에도 졸기 시작했다. 이걸 본 육군 장성들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저 망할 새끼가!'
'회의 때마다 우리 측에서 이야기를 할때는 졸더니 이번에도 조는군!'
일본 육군의 한 파벌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다시 소련을 침공하여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해군은 이러한 육군의 주장에 결사반대하고 있었다. 해군 장성들이 속으로 생각했다.
'국가 예산을 자기들만 계속 타먹겠다는 소리군...'
'여태까지 예산을 다 받아먹어놓고 중국에서도 소련에서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주제에 말이 많군.'
해군 쪽에서는 독일이 프랑스, 영국 등 서방과 전쟁을 벌이기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틈을 타서 해군은 남방 작전으로 가서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의 식민지를 빼앗을 수 있을 것 이었다.
프랑스에 주재하는 해군 측 인사들은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가 독일을 선제 침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군의 나가노 군령부 총장이 속으로 생각했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프랑스가 독일을 선제 침공할 확률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신속하게 태평양 쪽 전선을 열어야 한다. 필리핀만 건드리지 않고 인도차이나 등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의 식민지만 점령한다면 루스벨트는 전쟁을 선포하지 못할 것 이다...'
일본 해군 수뇌부는 현재 미국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었던 것 이다.
'루스벨트는 고립주의자들의 반대를 감수하고 소련에 막대한 지원을 해줬다...그런데 그 지원이 모조리 수포로 돌아갔으니 공화당의 공격을 받을터...이 상황에서는 일본 제국군이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의 식민지를 점령했다는 이유만으로 루스벨트가 일본에 선전포고할 수 없을 것 이다.'
하지만 해군 내부에서도 연합함대 사령장관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생각은 달랐다. 나가노 군령부 총장 입장에서 야마모토는 다루기가 극히 힘든 인물이었다. 그리고 해군에서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세력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기에 대본영 해군부 수뇌진은 골치를 썩고 있었다. 나가노가 속으로 생각했다.
'진즉에 저 자를 눌러놨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가노 군령부 총장은 더 이상 졸지 않고 육군의 브리핑에 집중했다. 육군의 브리핑을 분석해보면 결론적으로 육군은 해군 측에 자신들의 대규모 병력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육군은 소련을 재침공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다. 이는 해군이 태평양에서 작전을 벌이더라도 대규모 병력을 차출하지 않겠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해군이 태평양 전역에서 승리하여 인도차이나 등 식민지를 얻게 된다면 영토를 수비할 대규모의 육군 병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육군 측 장성은 해군이 태평양에서 다른 작전을 벌이더라도 그것을 위하여 병력을 대규모로 차출하는 것에 반대하였고 그에 대한 근거를 주장하고 있었다. 나가노 군령부 총장은 육군 측 주장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다시 꾸벅꾸벅 조는 시늉을 했다.
한편, 모스크바 포위에 큰 전공을 세운 하이에는 상급돌격대 지도자로 진급했고, 곡엽검 기사십자 철십자장을 받았다. 힘러가 직접 하이에에게 훈장을 수여하며 말했다.
"케르베로스 부대는 불타는 지옥에서도 볼쉐비키 악마들을 처단할 것 이다!"
하이에는 훈장을 받자마자 바로 최전선으로 돌아왔다. 루크가 외쳤다.
"축하드립니다!"
친위대원들은 하이에의 훈장 수훈 소식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하이에가 자신의 부대원들 앞에서 말했다.
"이 훈장은 제군들 모두가 받는 것일세."
오스카 바르크만 또한 이 상황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부대에 무기 지원이 늘어나겠군...'
바르크만은 조만간 모스크바로 진입해서 소련군을 사냥할 생각에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모스크바로 진입해서 시가전을 치르게 되면 여태까지 갈고 닦은 근접전투 실력으로 소련군을 학살할 수 있을 것 이었다.
그리고 상급돌격대 지도자 하이에는 앞으로의 작전에 대해 명령을 내렸다.
"조만간 명령이 하달될 것 이다. 전투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한편, 빌헬름 3세가 포츠담 상수시 궁전에서 두 명의 장성에게 원수봉을 수여했다. 이 두 장성들은 모두 한스 파이퍼 쪽 라인이었다. 이들은 원수봉을 수여 받자마자 곧바로 중부집단군 사령부로 돌아왔다. 이번에 원수봉을 수여받은 장성 중 한 명인 그라들에게 한스가 물었다.
"폐하께서 뭐라고 하셨나?"
최근 모스크바 포위전에서 힘러의 케르베로스 대대가 엄청난 전공을 세웠고, 앞으로 힘러의 친위대 세력이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었다. 당연히 빌헬름 3세 입장에서 자신의 국가에 국방군 외에 또 다른 군 세력이 커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었을 것 이다. 그것을 견제하기 위하여 빌헬름 3세는 자신에게 충성할 장성들이 필요했고, 한스 파이퍼 라인의 그라들과 다른 장성에게 이번 원수봉을 수여한 것 이었다.
그라들이 말했다.
"직접적으로 말씀하지는 않으셨지만 폐하께서는 프랑스와 전쟁을 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하였습니다."
한스가 말했다.
"역시 그렇군."
한스는 현재 중부집단군 사령부에 있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프랑스의 정치 상황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빌헬름 3세가 그렇게 암시했으니 프랑스와의 개전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일 것 이다. 한스는 중부집단군 회의실로 들어간 다음, 소련군이 포위망을 탈출하지 못하도록 기갑사단의 부대 이동에 관한 명령을 내렸다.
한편 OKH 독일 육군 최고 사령부에서는 앞으로 한스 파이퍼의 권력이 압도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프란츠 할더는 전술적인 부분에서 파이퍼와 반대 의견이 많았기에 할더 입장에서 이것이 썩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었다. 할더와 오랜 시절부터 전우였던 콘라트가 말했다.
"파이퍼 그 놈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겠군..."
한스 파이퍼는 딱히 정치 싸움에 열을 올리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남들이 뭐라 하건 개의치 않고 한스는 긴 시간 동안 오로지 전쟁을 위해서 달렸다. 그렇게 정치 싸움에도 끼어들지 않던 한스가 독일 육군에서 최정점의 위치에 오를 날이 머지 않았던 것 이다. 할더가 말했다.
"차라리 그게 나을 수도 있지. 현재 친위대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네."
최근 모스크바 포위전에서 힘러의 사냥개, 하이에의 케르베로스 대대의 전공이 상당히 컸다. 하이에는 상급 돌격대 지도자로 진급했고, 케르베로스 대대는 연대 규모로 커질 것이 분명했다. 세계대전때 한스 파이퍼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의 진급이었다. 콘라트가 말했다.
"친위대의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상층부의 능력 덕분이 아니네. 힘러 그 자식은 전술에 대한 이해도는 커녕 군사적 직관도 없네! 천재 하급 장교(하이에를 가리킴. 장성들 입장에서 하이에는 하급 장교)의 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데 그런 군 조직은 성장의 한계가 있네."
할더가 말했다.
"파이퍼 그 양반은 절대 남의 말을 들을 스타일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정치적 싸움을 하는 부류는 아닐세. 친위대 견제용으로는 나름의 역할을 할걸세."
한편, 모스크바 전선에서 일부 소련군은 포위망을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독일군의 포위망이 공고해져 가고 있는 상태였다. 아직 주코프의 부대는 도착하지 않았고, 결국 이 속도로 가면 독일군이 모스크바에 입성할 것 이었다.
로코소프스키 장군은 지휘 업무를 하면서도 독소전 주요 전투들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앞으로 모스크바 포위전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소련군이 어떻게 기갑부대를 운용해야 하는 지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들어가 있었다. 로코소프스키 장군은 소련이 모스크바를 상실하고 동부에서 계속 싸우더라도 이 보고서가 유용하게 쓰일 것 이라 믿었고, 자신의 삶이 헛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전세계의 수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수십년간 독소전을 연구할 것 이고, 로코소프스키의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었다.
로코소프스키 장군은 이 서류의 복사본을 자신의 참모들에게 전달하고, 모스크바를 잃더라도 소련은 계속 싸울 것 이라고 말하고 기갑부대 운용에 관한 지침을 내렸다.
"귀관들과 같이 싸워서 영광이었네."
로코소프스키와 장성들은 서로 경례를 했다. 로코소프스키가 회의실 밖으로 나오고 한 장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조만간 로코소프스키가 자살할 것 이라는 것을 모든 장성들이 눈치채고 있었다.
'정작 잘못한 자는 책임을 안 지고 엉뚱한 사람이 뒤집어쓰는군! 로코소프스키는 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로코소프스키 같은 명장에게는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 소련군 장성들 중에는 스탈린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스멀스멀 나오고 있었다.
'전시 상황만 아니었으면 쿠데타가 일어났어야 한다...'
'안타까운 일이군...'
그리고 로코소프스키는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가서 부관에게 사단 사령부에 서류를 전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부관이 서류를 들고 나가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로코소프스키는 서랍에서 권총을 꺼내어 탄약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부관이 말했다.
"이건 옳지 않습니다. 모스크바가 포위된 것도 병력들이 탈출하지 못한 것도 각하의 잘못이 아닙니다."
로코소프스키가 말했다.
"역사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네. 난 소련 국민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네."
로코소프스키는 모스크바가 포위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포위된 병력을 빼돌리는데 실패한 이상 자신이 죽음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이다. 어쨋거나 소련은 역사 속에서 수도 모스크바를 잃었고 임시 수도를 기점으로 계속 싸워야 할 것 이다. 로코소프스키의 결정은 좌절에 의한 충동적인 결정도 아니고, 스스로의 굳은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부관은 로코소프스키의 뜻을 존중할 수 밖에 없었다. 부관은 마지막으로 경례를 하고 집무실 밖으로 나간 다음 빠른 걸음으로 사령부 건물 밖으로 나갔다. 잠시 뒤, 2층에서 총성이 울렸다.
타앙!!
그리고 이 순간 히틀러의 딸 밀리나는 안나, 소피 등과 함께 실시간으로 라디오를 들으며 전선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있었다. 밀리나는 모스크바 포위 성공이 무척이나 기뻤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밀리나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남동생 마르틴과 오토가 무사히 살아있는 것 뿐이었다. 안나가 밀리나에게 물었다.
"너 남동생도 중부집단군이지? 3기갑군 보병으로 있으면 거기도 최전선이잖아!"
"맞아."
밀리나는 눈을 감았다. 해군으로서 열심히 훈련을 받으면서도, 마르틴과 오토를 생각하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잘 있을거야.'
한편, 3기갑군 3기갑사단에 한 보병 부대에서 싸우고 있는 히틀러의 아들, 마르틴은 어머니 에바 히틀러, 밀리나, 그리고 율리아로부터 온 편지를 받았다. 소련 여군 포로 출신의 율리아는 현재 가족들과 함께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었고, 마르틴과 사귀고 있었다.
율리아는 마르틴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은 수줍은 초콜렛 상자를 보냈다. 마르틴은 초콜릿 상자를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마르틴은 입대 초반에는 조용한 성격이라 그닥 부각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계속해서 전공을 세워서 현재 중사로 진급한 상황이었다.
마르틴은 혹시 자신이 전사하더라도 율리아가 베를린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전사해도 율리아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거야.'
잠시 뒤, 마르틴은 동료들과 함께 다시 부대 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순간, 국제공산당 코민테른 의장 게오르기 디미트로프가 전세계 공산주의자들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모스크바가 포위되었다는 것이 전세계에 보도된 이상, 디미트로프는 모스크바를 잃더라도 소련은 동부에서 계속 싸울 것 이라고 외쳤다.
"우랄 산맥에서 인민들은 계속해서 포탄과 총알과 무기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동부에서 주요 산업은 건재합니다! 파시스트 패거리가 일시적인 성공을 거두었더라도 레닌의 깃발 아래에서 인민들은 계속해서 싸울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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