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군의 계속된 전진
독일군은 소련군이 제대로 방어 준비를 하지 못한 틈을 타서 쉬지 않고 진격했다.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독일군 위생병들은 부상당한 소련 병사들도 대충은 치료해주었다.
"우린 소련군 부상병도 치료해주는군!"
볼프강이 외쳤다.
"독일 제국군은 미개한 소련군 따위와는 다르지! 러시아인들은 조만간 독일 시민이 되기를 원할거야!"
오토는 부상병들이 있는 쪽은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부하들과 함께 전차를 정비했다. 중상자 치료소가 있는 천막 근처로도 가고 싶지 않았다.
무전수 요하네스가 외쳤다.
"부상자들은 상처 부위가 금방 곪기 때문에 가까이 갔다간 병 걸릴 수 있습니다!"
"자넨 뭘 그리 잘 아나?"
"제 누나가 간호사입니다!"
그 말을 듣고 오토가 겁에 질렸다.
'시..시발...자칫하다간 전차포 맞아서 죽는 것도 아니고 소련 놈들한테 장티푸스 옮아서 뒤지겠네...'
오토는 부상자들이 쓰러져있으면 아예 20미터 밖에서 빙 돌아갔다. 중대장에게 제출할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서둘러 달려가는데, 근처에 외관상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는 소련군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지?'
그 소련군은 오토에게 팔을 뻗으며 러시아어로 물을 달라고 외쳤다.
"물...물..."
오토는 물병을 들고는 그 소련군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상처도 없는데?'
그 때, 의무병이 외쳤다.
"주면 안 됩니다!"
"머..멀쩡해 보이는데?"
마스크를 쓴 의무병이 의약품을 들고 말을 이었다.
"겉으론 멀쩡해보여도 내부 장기가 다 뒤틀려 있습니다! 한 시간도 못 버텨요!"
"물...물..."
오토는 수통을 바닥에 떨어트리고는 뒷걸음질쳤다.
'시발!!'
몇 시간 뒤, 오토는 다시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루에 두 시간도 못 잔지 일주일이 되었다. 오토는 충혈된 눈으로 자신의 소대원들에게 암페타민이 들어있는 판처쇼콜라더(탱크 초콜릿)을 나눠 주었고, 병사들은 이걸 한 조각씩 나눠 먹었다. 이걸 먹으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잠시나마 졸음을 떨칠 수 있었고, 전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토가 외쳤다.
"이 마을을 점령하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이다!!"
"우와와!!!"
잠시 뒤, 독일군은 소련군이 퇴각하면서 모조리 파괴해버려 기둥만 남은 건물을 바라보았다.
"이럴 수가.."
심지어 마을 주민들이 쓰던 초가집도 모조리 불태워버렸기 때문에, 소련 여자들과 아이들은 널빤지로 통나무로 인디언들이나 거주했을 법한 임시 거처를 만들고 더러운 천막을 쳐서 그 안에서 임시로 거주하고 있었다. 가축, 음식 모조리 붉은 군대가 가져가 버린 상태였다. 곡물 창고에 남은 음식은 모조리 징발 당한 다음 불태워졌고, 민간인들은 쫄쫄 굶고 있었다.
널빤지와 천막이 없어서 그런 임시 거처조차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구덩이를 파놓고는 그 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가장 최악은, 붉은 군대는 마을 주민들이 써야 하는 우물에 독을 풀어둔 것 이었다. 어린 아이들은 포격이 그치면 작은 바스켓을 들고, 멀리 있는 개울가로 가서 물을 길어와야 했다. 당연히 위험한 행동이었고, 그랬다간 양쪽 군대의 총을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소련 새끼들 이게 사람 새끼들이냐..."
"미개한 새끼들..."
병사들은 마을을 점령하면 우유나 포도주를 구입해서 먹고 휴식도 취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독일 병사들이 어린 아이에게 초콜릿을 주는 상황이었다. 슐레프 중대장이 와서 말했다.
"마을 사람들 그 누구도 믿지 말고 철저히 경계하게. 그리고 병사들을 민간인 여성과 철저히 분리한다."
슐레프 중대장이 자리를 비우자, 헬무트가 수근거렸다.
"분리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소련의 여인들은 대체로 나이가 많았고, 오랜 기간 농사일을 했기 때문에 피부에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고, 얼굴에 살이 두둑했다. 솔직히 말해서 가슴 파인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들이랑 춤을 추던 젊은 장교들에게 있어서, 이 소련 여자들은 전혀 꼴리지가 않았던 것 이다. 오토와 친구들은 소련 민간인들에게 친절했지만, 속으로는 모두 이들을 경멸하고 있었다.
이마에 굵은 주름 여러 개가 패인 아줌마가 전차 옆을 지키고 있는 에밀에게 가서 물었다.
"차르 폐하의 명을 받고 왔습니까?"
'차르?'
오토가 러시아어로 물었다.
"아줌마! 스탈린이 누군지는 아십니까?"
"스탈린? 그게 누구여?"
"공산주의자들이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공산주의? 공산주의?"
오토는 짚을 바닥에 깔고는 그 위에 모포를 덮어 임시 침대를 만든 다음에 눈을 붙였다. 정신적으로는 존나게 피곤했지만, 암페타민이 들어있는 판처 쇼콜라더를 며칠 먹은 탓에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렸고 잠이 오지 않았다.
'망할 놈의 초콜릿..다신 안 먹는다..'
정신 없이 전진하고 보이는 소련군은 다 고폭탄, 철갑탄, 기관총으로 죽이던 오토는 그제서야 잊고 있던 끔찍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시발...'
오토는 그 좆같은 생각을 잊고 빨리 잠에 들려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씩 세다가, 거꾸로 세다가, 3씩 건너 뛰고 세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오토의 등에서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그때서야 부모님의 군사 학교에 들어오는 것을 말렸던 것이 떠올랐다. 한스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기계 공학을 공부하라고 권유했던 것이 떠올랐다.
"네 놈은 전쟁이 뭔지 전혀 모른다!! 분명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다!!"
오토는 손발에서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수 많은 부상병들의 모습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한 소련 부상병은 역겨운 고름과 피로 범벅이 된 붕대로 감싼 잘려나간 팔을 내밀며 물을 달라고 애원했었다.
'다음엔 나도?'
포탄 파편이나 총알에 인간의 살점과 뼈, 근육은 너무 연약했다. 적한테 죽는 것도 아니고 진짜 어처구니없게 자빠져서 뒤지는 얼간이들도 많았다.
부상병들은 전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차병은 전투기 조종사들과 비슷한 것이, 가벼운 부상이란 것이 있을 수 없었다. 혹시 유폭이라도 되면 그냥 뒤지는 거였다.
참고로 한스는 오토에게 전차 병과는 절대로 선택하지 말라고 했었지만 오토는 오기로 전차 병과를 지망했던 것 이다.
'이건 다 아버지 때문이야! 전쟁이 어떤건지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어!'
오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전등을 켜고 지도를 보았다. 현재 오토의 위치는 독일 땅으로부터 한참을 진격한 상태였다.
'도...도망가야 해..이러다 언젠간 뒤진다..'
가족이고 나발이고 장교로서의 명예고, 부하들에 대한 책임감이고 그 무엇도 자신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몇 달 뒤에도 자신의 팔다리가 제대로 그 자리에 붙어있는 것이 더 중요했다.
오토는 홀스터에 있는 자신의 권총을 확인했다. 옷은 민간인에게 식량을 주고 구입해서 입으면 될 것 이었고, 나침반과 지도도 있고, 돈도 충분했다. 정찰 핑계로 오토바이를 조종해서 아무 중립국으로 튀면 그만이었다. 아예 퀴벨바겐(독일군의 다목적 차량)에 뒷좌석에 식량까지 넣어두고 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 때, 인기척이 들렸고, 오토는 잽싸게 엎드려서 자는 척 했다. 슐레프 중대장이었다.
"이보게, 파이퍼!"
"네..넵!"
"자는데 깨워서 미안하군. 잠시 따라오게."
슐레프 중대장은 장교들에게 모아 놓고 말했다.
"상급 부대에서 탈영병을 엄중 감시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네! 탈영병이 발생하여 부대의 명예를 떨어트리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한다!"
슐레프 중대장이 떠나고, 볼프강이 외쳤다.
"이런 독일 제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할 때 탈영을 하는 새끼가 있다면 진짜 비겁한 녀석이야! 마땅히 처형시켜야 해!"
게오르크 또한 말했다.
"맞네! 그런 놈들은 군사 재판으로 처형해야 해! 오토,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오토는 식은 땀을 흘리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설마 좀 있으면 전쟁 끝나겠지? 그 때까지만 살아남자..'
잠시 뒤, 슐레프 중대는 새로운 마을에 도착했다. 이 곳은 웬일인지 건물들이 그나마 멀쩡했다. 정비병들에게 전차를 맡기고, 오토는 동료들과 함께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크라우제라는 이름의 나치당 기관지 기자가 이들을 따라갔다. 완전히 녹초가 된 조종수 마티아스가 말했다.
"오랜만에 건물 안에서 자겠네요."
이 교회에는 프롤레타리아가 핍박 받는 모습을 묘사한 불쾌한 그림이 걸려 있었다. 이 교회는 오래 전부터 창고로 쓰여지고 있는 듯 먼지가 가득했다.
독실한 신자인 한 전차병이 중얼거렸다.
"이 시발놈의 볼셰비키 새끼들..."
크라우제는 기쁜 표정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찰칵!
오토는 종교를 믿지는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공산주의가 종교까지 탄압하는 모습은 비종교인 입장에서도 썩 보기 좋은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갈수록 스탈린, 공산주의, 붉은 군대가 싫어졌고 그런 압제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러시아인들에 대해서도 경멸만 느껴졌다.
'병신같은 새끼들...왜 공산주의에 맞서 싸우지 않는거지?'
"일단 쉬자고!"
전차병들은 완전히 녹초가 되어 성당 바닥에 자빠졌고, 보병 녀석들도 들어와서 휴식을 취했다. 그 녀석들은 무거운 총을 들고 행군해야 했기 때문에 어깨 쪽 살이 쓸려 있었다. 포병 녀석들은 야포를 운반하던 말에게 건초를 먹였다.
독일군의 계속된 승전 소식은 전세계에서 주목하고 있었다. 소련의 가혹한 종교 탄압과 집단 농장 체제는 나치당 기관지, 독일 언론을 넘어 전세계 언론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었다. 수 많은 종교인들이 이에 분노와 유감을 표했다.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의 젊은이들도 이 전쟁에 관심을 갖고 독일군에 자원 입대를 희망하고 있었다.
이렇게 전세계가 독일과 소련의 전쟁과 주목하고 있을 때, 일리야라는 이름의 젊은 소련군은 BT-7 전차를 이끌고 독일군 진지 근처를 정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일리야는 전차를 점검하고는 자신의 연인 크세니야의 사진을 꺼내어서 보았다. 크세니야라는 나타샤라는 동생이 있었다. 일리야가 생각했다.
'독일군을 격퇴하면 크세니야 너에게 청혼하겠어!'
BT-7 전차의 전차장인 일리야는 포수 역할도 겸해야 했고, 믿음직스러운 조종수, 탄약수가 함께했다. 일리야는 크세니야의 사진을 전차장 석 앞에 붙여놓고는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전진!!"
트트 트트트 트트
BT-7 전차는 쾌속 전차라는 별명 답게, 빠르고 신속하게 전진하였다. 45mm 포와 7.62미리 기관총 두 정으로 무정했고, 야지에서는 최대 62km/h까지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 이다.
'이 근처에 독일 놈들 포진지가 있다는 정보가 있다..정확한 좌표를 알아내야 한다!'
일리야는 해치 위로 상체를 내밀고는 360도 모든 방향을 둘러보았고, 나무 위도 유심히 살폈다. 언제 어디서 독일군 저격수가 튀어나올지 몰랐다. 또한 놈들이 대전차 지뢰를 설치해두었을 수도 있었기에, 지뢰를 설치한 흔적이 있는지도 잘 살펴야 했다. 나뭇가지가 꺾였다거나 풀이 짓밟혔거나 잎사귀에 이슬이 없다면 이 또한 독일군이 최근에 지나간 흔적일 수 있으니 모든 것을 살펴야 했다.
그 때, 일리야는 궤도 자국을 발견했다.
'놈들 전차의 궤도 자국이다!!'
일리야가 조종수에게 외쳤다.
"1시 방향에 놈들 궤도 자국이 있다!! 따라가!!"
일리야는 언제라도 포를 발사할 수 있도록 조준경 속을 살폈다. 일리야는 군사 학교에서 모의 포 발사 훈련에서 언제나 최상위권의 성적을 냈다.
'놈들 위치만 알아내고 바로 퇴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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