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자유를 위해
독일군은 소련군 진지가 있는 쪽으로 필사적으로 붉은 조명탄을 쏘았다. 이는 슈투카에게 적 진지의 방향을 알려주고, 그 쪽으로 폭격을 하라고 알려주기 위한 신호였다. 그 덕분에 하늘 위에서 편대를 이루고 있던 슈투카들은 하나씩 기울어지며 급강하하며 소련군 기지에 폭탄을 쏟아부었다.
콰광!! 쿠과광!!
출격을 기다리는 독일군 전차병들은 이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에밀이 외쳤다.
"아하하!! 저 슈투카 실수로 우리 머리 위에 폭탄 떨구면 그야말로 끔찍하겠습니다!!"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
그 때 소련군 진지 쪽에서 독일군 진지 방향으로 누군가 붉은 조명탄을 쏘았다. 독일군의 대가리 위에서 붉은색 조명탄이 하늘 위에서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저 새끼 뭐야!!"
"시발!!!"
독일군은 필사적으로 소련군이 있는 방향으로 붉은 조명탄을 쏘았다.
"저 시발 새끼들!!!"
독일군은 제발 아군 쪽으로 폭탄을 떨구지 말라고 하늘로 흰색 조명탄을 쏘았다. 그런데 한 슈투카가 멍청하게 이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 같았다. 오토가 경악하며 외쳤다.
"아아악!! 죽는다!!!"
찢어지는 슈투카의 고음이 들렸다.
씨이이~ 쒸이이이~~
천만 다행히도 이 쪽이 독일군 진지라는 것을 아는건지, 슈투카는 폭탄을 떨구지 않고 다시 고도를 높였다.
위이이이~~
헤드폰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전진!!!"
"우아아아!!"
그렇게 독일군의 전차 부대는 쐐기 대형으로 앞으로 전진했다. 오토의 1소대와 게오르크의 3소대가 우익, 스테판의 2소대와 헬무트의 4소대가 좌익을 담당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전차병들은 헤드폰에 걸리적거리는 좆같은 베레모를 집어 던졌다.
'이 시발 놈의 베레모!!'
아까 전에 그렇게 슈투카가 폭탄을 떨궜어도, 놈들의 콘크리트 진지는 무사했는지 이 쪽을 향해 기관총 불꽃을 번쩍거리고 있었다. 소련군은 대숙청으로 실력있는 장교들이 다 날라가고 교리 수준도 엉망진창이 되기는 했어도 절대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오토가 외쳤다.
"대형을 유지하고 전진한다!! 모두 고폭탄 장전해!!"
"고폭탄 장전!!"
오토가 외쳤다.
"자유 사격!!"
그 때, 땅에서 갑자기 느닷없이 적의 대전차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련군은 호 속에 대전차포를 엄폐하고 숨어있다가, 독일군의 전차가 진격해오니 온 힘을 다해서 앞으로 튀어나온 것 이었다.
"우라!!!"
무전수 알프레트가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득 드득 드드득
"으아아악!!"
알프레트가 발사한 기관총 총알은 대전차포에 튕겨나갔고, 대전차포 뒤에 엄폐하고 있던 소련군은 전혀 총알을 맞지 않았다. 하지만 포수 에밀은 재빨리 고폭탄을 발사했다.
츠크텅!!
강한 반동과 함께 고폭탄은 50m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대전차포와 소련군을 분쇄해서 사방으로 튀어오르게 했다.
쿠과광!!!
여기저기 소련군의 잔해가 흩어졌고, 오토의 전차는 계속 전진했다.
"다시 고폭탄 장전하고 자유사격!!"
오토는 식은 땀을 흘리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어제 같이 대두 전차 또 나오는건 아니겠지? 그런 전차 두 대만 있어도 좆된다!!'
하지만 소련군의 전차는 어제 전투로 다 소모된건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오토의 전차는 소련군의 참호를 건넜다. 이런 참호를 건널 때마다 전차는 뒤뚱거렸고, 참호 외벽은 무너져내렸다. 그럴 확률은 적지만 옆으로 자빠져서 뒤집어지면 기동불가가 되는 참혹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했다.
쿠과광!! 콰광!! 드륵 드르륵
독일군은 피해 없이 소련군의 방어 진지를 점령했다. 오토는 한숨을 돌리며 전차 밖으로 나왔다.
'앞으로도 이렇게 전술적 우세를 점할 수 있을까?'
오토는 소련의 공업 규모가 독일보다 훨씬 우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초반에 최대한 밀고 들어가는 것이 승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 녀석들의 전차는 상당히 고품질이었다. 독일군의 기관총은 정교하기는 하지만 우라 돌격하는 소련군한테 그런 정교한 기관총보다는 최대한 총알을 많이 뿌릴 수 있는 총이 효과적일 것 같았다.
'지금은 예전에 참호전이 아닌데...'
전차 부대 소위들은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했다. 스테판이 말했다.
"놈들 대두 전차 두 대만 있어도 상대가 어려울 것 같지 않아?"
"그래도 포탑 선회 속도가 느리지 않나? 탄약 적재량도 적을거고 어떻게던 할만할 걸세!"
오토가 말했다.
"놈들도 바보는 아닐세. 단점은 개선시키겠지."
"저..저거!!"
지바고 보병 소위는 오토와 친구들과 비슷한 또래의 엘리트 장교였다. 지바고는 부모님과 함께 적백내전 때 독일로 망명했고, 군사 학교를 졸업했던 것 이다. 지바고는 부상을 입은 소련군의 아랫배에 칼을 반복해서 꽂고 있었다.
퍽!! 퍼억!!
이 광경을 보고 헬무트가 기겁했다.
"으억!!"
여태까지 총이나 포탄 맞아서 죽는것은 봤지만 실제로 칼로 사람을 죽이는걸 근거리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토가 외쳤다.
"이봐! 그만 두게!!"
하지만 지바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움직였다.
"저...저 새끼!!"
그 소련군은 복부에서 창자를 흘리며 쓰러졌다.
"흐...흐아으.."
입에서는 거품이 나오고 눈이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지바고는 그 소련군의 군복에 칼을 닦은 다음 천천히 걸어왔다. 스테판이 말했다.
"무장 상태도 아니었는데 죽일 필요 없지 않은가?"
"이게 진짜 전쟁일세."
지바고는 오토와 친구들 옆에 주저앉아서 담배를 피웠다. 지바고에게선 피 냄새가 물씬 났다.
"자네들은 저 녀석들이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르네. 내전 때 저 놈들이 점령했던 마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듣고 자랐지."
여태까지 공산주의자 다 때려잡자고 지껄이던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 볼프강, 헬무트, 블라덱 모두 이 광경에 속으로 구역질을 했다. 블라덱이 여전히 입에 거품을 물고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는 소련군을 보다가 눈을 돌리고는 말했다.
"저 놈은 공산주의자가 아닐 수도 있네. 그냥 끌려온거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바고가 담배를 뿜어내고는 말했다.
"볼셰비키들은 다 죽여야 해. 그 가족까지 씨를 말려야 한다고. 놈들은 인류에 대한 티끌만큼의 연민과 애정도 없네. 사상을 위해서라면 같은 민족도 공산주의자들의 손에 넘겨서 여자는 강간당하고 남자는 죽게 만들지. 인류가 오랜 기간 만들어 온 종교, 예술, 문화 모든 것을 파괴하는 기생충 같은 놈들일세."
"그거야 그렇지."
"저 새끼들이 이대로 세력을 확장하면 전 유럽이 아작이 날 걸세. 전 인류는 공산주의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하네."
오토가 물었다.
"자네는 유럽을 지키기 위해 싸우나?"
지바고가 하늘을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난 그저 내 고향 땅을 다시 밟고 싶을 뿐이네. 기억도 안 나는 갓난 아기 시절 이후로 한 번도 그 빌어먹을 놈의 땅을 못 밟아봤네."
헛웃음을 짓는 지바고의 허리춤에는 늘 갖고 다니는 작은 철제 케이스가 달려 있었다. 지바고는 고향 땅을 밟게 되면 아프신 어머니를 위해서 그 케이스에 흙을 담아서 보낼거라고 했다. 게오르크가 생각했다.
'그 볼셰비키 녀석들이 무슨 짓을 했기에 이 착한 녀석이 이렇게 살의를 품고 있는거야?'
'이 새끼 말이 맞겠지..'
얼마 뒤, 한스가 슈토르히를 타고 날아왔다. 모든 부대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하..한스 파이퍼다!!'
'전쟁 영웅 한스 파이퍼!!'
한스가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쉬게."
잔뜩 긴장한 장교들에게 한스는 소련군의 무기, 전술, 그리고 아군의 무기의 장단점 등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대다수의 장교들은 불편한게 있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도..독일군의 장비는 완벽합니다! 소련군은 대다수가 전술이 미숙하고, 장비 또한 불량합니다!"
한스는 뭔가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한스는 병사 한 명, 한 명을 직접 지목해서 의무적으로 불편한 사항을 말하게 했고, 다시 슈토르히를 타고 돌아갔다. 최근 군 사단장, 군단장은 전투 이후 독일군의 손실 규모를 축소해서 보고서를 올리는 경향이 있었고, 이런 손실 규모는 군과 집단군 사령부 보고서에서 더 축소되어 보고서로 올려졌다.
뿐만 아니라 아군 무기의 단점은 제대로 보고가 올라가지 않고 있었다. 그리하여 한스는 직접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슈토르히를 타고 최전선에서 직접 병사들의 고충을 들은 것 이었다.
'이런 썩어빠진 새끼들!! 더는 못 참는다!!'
한스는 히틀러에게 이런 실태를 모조리 고자질했다. 히틀러는 군에서 피해 규모 등에 대해 관행적으로 축소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노발대발했다.
"제군들!! 나는 자네들의 거짓말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손실 규모를 축소해서 보고하면 최전선에 있는 병사들의 목숨이 희생될 것이네!! 앞으로 이런 식으로 손실 규모를 축소해서 보고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네!!!"
한스가 히틀러에게 말했다.
"소련군의 KV-2 전차는 현재 포탑 회전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고 조준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이 개선될 경우 아군 전차 부대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또한 아군의 MG34 기관총은 정확도가 높고, 우수한 기관총입니다. 하지만 규모가 큰 소련군을 효과적으로 분쇄하기 위해서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제조 단가가 저렴하고, 제작이 용이하고, 연사력이 강한 총열 교환이 쉬운 기관총이 제작되어야 합니다."
한스는 직접 최전선을 뛰어다니며 보병들의 전투를 상세하게 묘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현재 독일군 분대 교리는 기관총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 전쟁과 같은 참호전에서는 기관총의 화력이 막강했지만, 마을이나 시가지 등에서도 많은 교전이 있을 것 입니다. 그러므로 빠른 시일 내에 자동 소총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독일군은 StG40과 MG40의 개발에 착수했다. 또한 한스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극비리에 히틀러에게 보고서를 올렸다.
현재 독일에는 러시아 내전 당시 백군들이 망명해서 세운 러시아 제국 임시 정부가 있었다. 또한 엘리트 러시아 제국 출신 장교들의 아이들을 어린 시절부터 군사학교에서 융성하였다. 이렇게 러시아의 문화, 언어를 잘 아는 특수 부대를 융성해서 현재 소련에서 무수한 무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무기 공장에 테러를 하는 작전을 한스가 제안했던 것 이다. 최근 스탈린의 대숙청을 피해 독일로 망명한 엘리트 장교들이 이 작전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볼셰비키 새끼들...네 놈들이 했던 짓은 우리도 똑같이 할 수 있다!!'
또한 괴벨스는 공산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선전 영화를 만들었다. 러시아 내전에서 가족을 잃은 어린 소녀 안나를 주인공으로 만든 '안나의 일기'는 전세계적으로 흥행했다. 빨간 코트를 입은 안나는 적군의 점령으로 황폐해진 마을을 홀로 걸어다녔다.
스탈린의 대숙청을 피해 해외로 망명한 소련군 가족의 이야기 또한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들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러시아 땅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영화의 막이 내려졌다. 더 이상 고향 땅을 밟지 못하게 된 이 가족의 이야기는 전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을 슬프게 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집단 농장 체제에 희생양이 된 나이 든 농부의 이야기 또한 영화로 만들어졌다. 손에 굳은 살이 박히고, 이마에 주름이 생긴 이 농부는 자신의 땅을 빼앗기게 된 것 이었다.
[유럽의 자유를 지키자!]
이 슬로건은 전세계 청년들의 심장을 뛰게 했고, 많은 청년들이 독일군으로 입대해서 훈련을 받았다. 핀란드 출신에 최근 독일군에 입대한 한 청년도 오토가 소속한 부대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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