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으로 집결하는 독일 전차 부대
한스는 3호 전차의 주포를 60구경장 장포신 50mm 전차포로, 4호 전차의 주포를 75mm Pak 40/43 구경으로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그래서 현재 독일 전차 부대의 주력은 5cm KwK 39 L/60 전차포로 무장한 3호와 75mm Pak 40/43으로 무장한 4호 전차였다.
귀여운 딸 마야가 5년 전에 태어났지만, 한스는 오로지 군사적인 일에만 관심을 가졌다. 오랜만에 오토가 군사 학교를 졸업하고 가족이 같이 저녁 식사를 먹게 되었고, 한스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지금 3호, 4호 전차로는 이반 녀석들을 상대로 싸울 수 없다. 이반을 얕잡아 보는 녀석들이 터무니없이 어리석은거야. 놈들의 전차는 상당히 품질이 좋다. 조만간 장갑도 강화하겠지."
카를은 벌써부터 학계를 뒤집을 물리학 논문을 발표한 상태였다. 하지만 자신이 연구하는 라이프치히 대학에 기숙사에만 쳐박혀 있었고 집에는 돌아오지 않았다.
라디오에서는 히틀러의 연설이 흘러나왔다.
"독일인은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지난 3년간 이룩해왔습니까!! 독일인들이 몇 년간 해온 일들은 얼마나 칭찬받을 일 입니까!! 대공황에서 벗어나 대규모 공장들을 건설했고 수 많은 주택가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독일이 ^**&%&*"
많은 사람들이 최근 소련의 핀란드 침략에 대항해서 전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히틀러는 연설에서 이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토가 생각했다.
'진짜 안 싸우는건가?'
다음 날 오후, 오토는 밀리나에게 장교 무도회 파트너 신청을 위해 밀리나가 다니는 대학교 캠퍼스를 찾아갔다.
밀리나는 친구들과 함께 철통 경호를 받으며 오토에게 걸어왔다.
"안녕 오토? 무슨 일이야?"
이제 밀리나는 독일 총리의 딸이었다. 오토는 결국 밀리나에게 파트너 신청을 하지 못했다.
"그냥. 지나가다 들렀어."
"같이 점심 먹을래?"
밀리나와 같이 다니는 여학생들이 모두 키득거렸다. 오토는 뻘쭘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난 일 있어서 가봐야 해! 잘 지내 밀리나!"
오토가 캠퍼스를 떠났고, 밀리나의 친구가 중얼거렸다.
"쟤 누구야?"
밀리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야."
그 날 오토는 장교 무도회에서 혼자 술을 마셔야 했다. 젊은 장교들의 파트너로 같이 춤을 추는 여자들은 모두 가슴 파인 섹시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이제 조만간 게오르크, 볼프강, 블라덱, 헬무트 저 녀석들은 여인들과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낼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오토와 뻘쭘하게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었고, 스테판도 오토처럼 혼자였다.
'역시 저 녀석 밖에 없어!'
스테판이 오토에게 물었다.
"얼마 전에 대규모 전투 대비 전술 훈련했잖아."
"그렇지."
러시아 적백내전에서 패배한 많은 백군 사령관과 장교들이 독일로 망명한 상태였다. 이들은 독일에서 러시아 제국의 임시 정부를 구성했다. 뿐만 아니라, 대숙청을 피해서 소련의 수 많은 실력있는 장교들이 가족과 함께 독일과 망명했다. 이 때 망명한 장교들의 아들도 독일군에 입대했고, 오토와 친구들은 최근에 이들과 함께 같이 훈련을 받았다.
"조만간 전쟁 나는거 아닌가?"
오토가 술을 마시며 중얼거렸다.
"영감탱이들은 맨날 그 말 하잖아! 조만간 전쟁 날거라느니 뭐라느니...그 훈련도 의례적인거겠지."
"이제 우리도 좀 있으면 이동이잖아!"
"국경 수비하러 가는거겠지.."
스테판이 물었다.
"너네 아버지한테 뭐 들은 소리는 없냐? 전쟁 난다고?"
"맨날 3호, 4호 전차 쓸모 없다는 소리 밖에 안 해. 새로 개발 되는 전차 어떤거냐고 물어보기만 해도 입을 딱 다물어."
"설마 진짜 전쟁나는건 아니겠지?"
빌헬름 2세는 최근 소련의 핀란드 침공에 대해 크나큰 우려를 표명하며 다시 독일이 굳건하게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장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이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었다. 오토가 말했다.
"총리도 아무 말 없잖아. 안 일어나겠지."
한편, 히틀러는 소련의 침략에 대비해 외교 채널을 가동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볼셰비키 놈들이 명분을 마련해주었군...'
히틀러는 자신의 집무실을 왔다갔다하며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미국 등으로 보낼 서신의 내용을 말하고 있었고, 타자수가 이것을 타이핑했다.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의 지속적인 영토 확장으로 독일 제국은 현재 크나큰 안보적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현재 동맹 관계인 만큼 *&^%^%^"
타자수가 타이핑 치는 소리가 집무실에 울렸다.
타닥 타닥
솔직히 히틀러는 이렇게 보내고 싶었다.
[저 볼셰비키 놈들을 당장에 쓸어버려야!!]
하지만 외교란게 그렇게 하면 안되는거였고 최대한 독일은 피해자로 보여야 했고, 이 상황을 중재하려고 노력했다는 것 또한 증거로 남겨야 했던 것 이다.
1940년 4월 7일, 바르샤바 철도 역에는 수 많은 전차들의 흰 방수포에 덮어진 채로 도착해 있었다. 오토를 포함한 젊은 장교들은 조만간 자신이 탑승하고 지휘하게 될 4호 전차를 덮고 있는 방수포를 들뜬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드디어 내 전차가!!'
전차들은 조심스럽게 화차에서 경사로를 통해서 내려졌다. 이미 4호 전차는 탑승도 해보았고 훈련도 지겹게 했었다. 하지만 앞으로 타게 될 전차는 훈련용이 아니라, 내가 직접 책임을 져야하는 그런 존재였던 것 이다.
그리고 오토는 자신이 탑승하게 될 4호 전차를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가족이랑 밀리나보다 이 전차가 더 좋았다.
'내 애마!!'
그렇게 열차에서 내려진 전차들은 바르샤바를 지나서 동부 국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대규모로 전차 부대가 먼지를 뿜어내며 줄지어 이동하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다.
오토는 4호 전차 5대로 이루어진 전차 1 소대의 소대장이 되었다. 스테판은 2소대장, 게오르크는 3소대장, 블라덱은 4소대장, 헬무트와 볼프강은 1 중대 본부에 배속되었다. 1 중대장은 슐레프라는 이름의 콧수염이 멋드러진 대위였다.
오토는 포탑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전차 행렬을 바라보았다. 오토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렸다. 이런 장엄한 무리 속의 일원이 되니 그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트트트 트트트 트트트
위이잉 위이이잉
고개를 들어올리자 하늘에서는 철십자가 양 날개에 그려진 항공기들이 비행했다. 잠시 뒤, 전차들은 정비와 연료 보급을 위해 모두 정차했다. 전차병들은 모두 검은 기갑복 위에 작업복을 덧 입고는 자신들의 소중한 전차를 정비했다. 전차를 정비하다보면 윤활유와 기름으로 범벅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정비할 때 똥오줌을 다 쏴야 하고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해야 했다. 전차에 장기간 탑승하면 생각보다 대소변이 큰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토가 탑승한 4호 전차의 조종수는 마티아스라는 하사였다. 마티아스는 한참 동안 조종했기 때문에 몹시 피곤한 상태였다. 오토가 물었다.
"자네 안 피곤한가!!"
마티아스가 기름과 윤활유로 뒤범벅이 된 작업복을 입고는 각 잡힌 자세로 외쳤다.
"피곤하지 않습니다!"
오토의 4호 전차의 포수는 에밀, 장전수는 알프레트, 무전수 요하네스였다. 또한 오토의 소대에 나머지 3대의 4호 전차의 전차장은 우벤, 뷜리겐, 슈뢰어로 구성되어 있었다.
에밀, 알프레트는 모두 도랑에서 똥을 싸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보는 와중에서 궁둥이 까고 똥 싸는 것은 쪽팔렸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장전수 알프레트가 궁둥이를 닦고 전차로 일어섰는데, 무전수 요하네스가 커다란 통조림 통을 들고 있었다. 알프레트가 물었다.
"자네 그건 뭐하러 들고 있나?"
"앞으로도 계속 행군할텐데 급하면 여기다 싸야지."
"정말 좋은 아이디어야!"
포수 에밀이 이걸 보고는 물었다.
"더 큰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에밀, 알프레트, 요하네스는 행군 도중에 똥오줌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들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토 소대에 배속된 다른 3대의 4호 전차의 승무원들도 모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장기간 행군에서 똥오줌, 식수는 정말 중요한 문제였던 것 이다.
하지만 오토의 눈에, 자신의 소대원들은 전차, 전술에 대해 토의하고 있는 훌륭한 독일의 정예병들로 보였다.
'내 4호 전차 소대는 독일에서 가장 강력한 소대가 될거야!'
오토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인 한스 파이퍼가 전차 몇 대로 찍었던 무용담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벌써부터 오토는 꿈에 부풀기 시작했다.
'난 훈련이라면 지겹게 받았어! 이반 놈들은 훈련 수준이 높지 않을테니 내 전차 한 대로 놈들 전차 20대는 격파할 수 있을 거야!'
그 때, 슐레프 중대장이 오토에게 말을 걸었다.
"전차 상태는 어떤가?"
"모두 괜찮습니다!"
오토는 그야말로 열의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슐레프 중대장이 속으로 생각했다.
'파이퍼 사령관의 아들이지...이 녀석한테 잘 대하는게 나중에 진급할 때 좋겠군.''
오토는 조종수 마티아스에게 외쳤다.
"이번엔 내가 조종할테니 자네는 잠시 쉬게!"
다시 행군이 시작되었고, 그렇게 오토는 직접 4호 전차를 조종했다.
트트 트트트 트트트
뿌연 연기와 모래가 전차의 해치와 관측창을 통해 들어왔다. 대규모 전차 부대가 이동할 때는 그야말로 먼지가 엄청났기 때문에, 생각보다 조종이 힘들었다. 하지만 오토는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낮엔 뜨겁고 밤에는 얼어붙어도! 얼굴에 흙먼지가 몰아쳐도! 우리는 행복하다! 그래! 우리는 행복하지! 우리의 전차는 폭풍 속에서 포효한다! 우리 전차는 폭풍 속에서 포효한다!"
오토는 모르고 있었겠지만, 오토의 무전기는 수신 모드가 아니라 발신 모드였다. 그래서 모두가 오토의 노래 소리를 들었다. 스테판이 욕설을 퍼부었다.
"야!! 저 새끼 입 좀 닥치게 해!!"
게오르크가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오토에게 손을 흔들었다.
"수신 모드로 해!! 수신 모드로 하라고!!"
그럼에도 오토는 계속 노래를 불렀다.
"이반이 우리 앞에 보이거든, 전속력으로 밟아 모스크바로 나아가리라! 독일 제국을 위해 죽는 것이 가장 높은 영예이다!"
블라덱은 참지 못하고 헤드셋을 벗었다.
"아오!! 저 새끼!!"
오토가 계속 노래를 불렀다.
"우리의 운명이 다 하여, 더 이상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죽음의 포탄이 명중하여 운명이 다하거든, 그래, 운명이 다하거든!! 우리의 전차는 긍지 높은 강철 관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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