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1. 튜토리얼 - (1)
나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였다.
혼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기보단, 시키는 것을 그대로 하는 것이 더 마음이 편했다.
공부하라면 공부하고, 놀자고 하면 놀고, 밥 먹으라면 밥 먹고.
“정지혁 너는 군대 어떡할 거냐?”
“군대?”
“그래,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났으니까 어차피 가긴 가야 하잖아. 이왕 가는 거 특수부대는 어때? 너 가면 존나 잘하겠다.”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이었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군인이 딱이라는 말을 거의 평생을 듣고 살았는데, 거기에 어차피 가야 할 운명이다.
나는 20살이 되던 해, 특전부사관에 지원했고, 대한민국 최고의 특수부대라는 707특수임무부대에 입대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키는 대로만 하던 인생은 군대로 이어졌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비록 훈련이 고되기는 했지만, 월급도 꼬박꼬박 나오고, 무엇보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부족한 것도 나쁜 것도 없었다.
내게는 그야말로 천직이었다.
707특수임무부대로서의 5년 나는 중사가 되었다.
중사로 진급해도 그렇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임무를 수행할 뿐.
그렇게 중사로 또다시 3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정 중사, 자네 아랍에미리트 파병 가보는 게 어떻겠나?”
“아랍에미리트 말씀입니까?”
“그래, 아크부대라고 다녀오면 돈도 돈이지만, 자네 군 생활에도 나쁘지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망설임은 없었다.
보다 나은 군 생활, 보다 더 많은 급여, 망설일 것이 없었다.
나는 아크부대로 파병을 오게 되었다.
파병 생활도 나쁘지 않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은.
쾅!
외벽 너머로 시작된 폭음이 도시를 뒤엎었다.
폭음만이 아니었다.
타타탕!
총구를 벗어난 총탄의 소리가 잇달아 울려 퍼졌다.
기나긴 파병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
실제 상황이 벌어졌다.
불법 무장세력이 거액의 돈을 요구하며 테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곧바로 대테러팀이 출동하였고, 나 역시 대테러팀의 일원으로서 현장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눈앞에서 직접 마주한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다.
얼마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지 모르겠지만, 날아드는 총탄과 연달아 터지는 폭약의 양만 봐도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EOD(폭발물 처리반)의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저항이 거센 데다, 장소도 너무 협소하여 저격도 용이하지 않았다.
남은 것은 단 하나.
강행돌파뿐이다.
“현시간부로 불법 무장세력 소탕 작전에 돌입한다. 되도록 생포를 목적으로 하되, 저항하면 사살해도 좋다.”
상부에서 명령이 하달됐다.
팀장을 필두로 나를 비롯한 대테러 팀원들은 하나둘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작전은 순차적이었다.
그동안의 흘린 피와 땀, 쏟아부은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고된 훈련을 통해 갈고닦은 기술과 능력을 토대로, 우리는 순차적으로 진입에 성공했다.
저항하는 테러범들을 사살하고 방안 곳곳을 수색하며, 우리는 건물 심층부에 무사히 도달했다.
그렇게 마지막 테러범까지 사살되고, 테러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모두 수고했다. 복귀하자.”
귓가에 들려오는 팀장의 목소리.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성에 닿지 않았다.
불현듯 무언가 내 동공에 스친 탓이다.
그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풍경이었다.
“···!”
손발과 입까지 테이프로 묶여 있는 동양인 여자.
그리고 그 옆에 보이는 기이한 기계 뭉치와 전광판의 타이머.
타이머가 가리키는 ‘00:05’ 라는 숫자.
명령을 기다릴 틈은 없었다.
0.01초도 되지 않는 시간.
머릿속으로 만감이 교차했다.
보고해야 한다.
당장 위험하니 나가라고 소리쳐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저 여자는?
폭탄을 해체할 시간은 없다.
이대로 두면 저 여자는 100% 죽는다.
어쩔 수 없······
“!”
눈물범벅이 된 여자의 눈동자를 마주친 순간.
더 이상의 고민은 없었다.
처음으로 나는 수령(受令)이 아닌, 선택을 했다.
“부비 트랩(Booby trap)!”
거세게 울려 퍼진 목소리가 팀원들의 귓가에 닿았다.
00:04
나는 황망히 나를 바라보는 여인의 몸을 있는 힘껏 잡아끌었다.
“Get out! Get out here!(나가, 당장 여기서 나가!)”
팀원들이 황급히 소리치며 벽 밖으로 몸을 뺐다.
남아 있는 것은 나와 여자뿐.
건물의 문이 거의 닿을 듯한 순간.
“지혁아!”
전우들이 내 이름을 불렀다.
찰나의 순간 눈동자가 타이머로 향했다.
00:02
마지막 타이머를 보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여인의 몸을 밀었다.
그리고
00:01
이제껏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빛이 전신을 휘감았다.
***
“3개월 되셨습니까?”
“그래.”
그의 말처럼 벌써 3개월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어젯밤 일처럼 생생했다.
정말 천운에 천운으로, 당시의 팀원들과 피랍 당했던 여인을 비롯해 나는 무사히 살아남았다.
하늘이 도운 것인지 장장 8시간의 수술 끝에 별다른 외상 문제없이 회복엔 성공했지만, 그날 이후가 문제였다.
폭발의 후유증.
나를 진단하던 의사들은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다.
근육과 신경이 일부 손상되어 나는 내 몸을 제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
어느 한계치 이상으로는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고, 이전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졌다.
계속되는 재활치료 끝에 어느 정도 재활에는 성공했지만, 더 이상 군에 머무를 순 없었다.
결국 나는 8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으실 겁니까?”
그가 다시금 내게 말을 건넸다.
박연주 하사.
부대 안에서도 친동생같이 곧잘 따르며, 너튜버가 되겠다며 먼저 전역한 후임.
고맙게도, 미안하게도 그는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나를 자주 찾아주었지만, 그놈의 후유증의 여파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 선택을 후회하시는 겁니까?”
“아니.”
후회는 없다.
다시 그 순간이 왔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만약 제가 그때의 형님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참으로 고마운 말이다.
항상 먼저 살갑게 연락해 주고 자신이 전역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나를 챙겨주는 그가 없었다면, 내 인생은 더 나락의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몰랐다.
“고맙다.”
“빈말 아니니까. 이제 그만 일어섭시다 형님. 재기해야지. 돈도 돈이지만,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잖습니까.”
그의 말대로였다.
부사관으로 복무하며 모아둔 봉급도 이제 바닥을 드러냈다.
돈도 돈이지만, 이렇게 집에만 처박혀 사는 삶을 언제까지나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
내 마음을 읽은 것일까?
그가 나를 향해 다시 입술을 떼었다.
“아직 몸이 편치 않으시단 거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방에만 계시면 진짜 큰일 납니다. 이겨 내셔야죠. 이러지 마시고 저랑 너튜브 영상 하나 찍어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너랑 같이?”
“예, 저 이래 봬도 100만 너튜버입니다. 재활하신다고 생각하고 아주 간단한 영상 같은 거 촬영하시다 보면 그 후유증도 금방 사라질 겁니다. 의사도 그렇게 말했지 않습니까. 형님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또다시 망설임이 일었다.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내가 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
또 하나는 연주와 그의 너튜브에 피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려운 것도 아니고 간단한 운동 영상 같은 거만 찍을 겁니다. 그냥 가볍게 몸 풀고 재활하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 속마음을 읽혔다.
하여간 대단한 사람이다.
“생각해볼게.”
“······알겠습니다.”
다소 아쉬운 기색이 느껴지지만, 연주는 애써 환하게 웃어 보였다.
마음은 고맙지만,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정말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 꼭 연락해주십시오.”
“알았어.”
“이만 가보겠습니다 형님. 또 올 테니까. 밖에도 좀 나가고 그러셔야 합니다.”
“그래 알았어, 조심히 들어가.”
연주는 마지막 미소를 남긴 채, 유유히 방 밖으로 나섰다.
미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리라.
일이 많이 바쁘다고 들었는데, 군대의 인연 하나로 매번 이렇게 직접 찾아오고 챙겨주는데 과분할 만큼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도리어 걱정이 되었다.
그가 제안해준 일을 내가 망칠까 봐.
나의 후유증으로 인해, 그의 일에 걸림돌이 될까 걱정부터 앞섰다.
그렇기에 나는 선뜻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돈도 문제인데.”
동생과 나의 병원비.
군생활하며 번 수입은 대부분 동생의 병원비로 들어갔고.
군인공제회를 통해 모아두었던 돈과 퇴직금 역시 나와 동생의 병원비로 다 써버렸다.
이제 남은 돈이라곤 정말 한 푼도 없다.
하루빨리 돈을 벌지 않으면, 나는 둘째 치고 당장 다음 달 동생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런 고민으로 가득하던 때였다.
띵동.
난데없이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침묵을 깨는 초인종 소리에 본능적으로 고개가 인터폰으로 향했다.
떠오른 화면 너머로 낯선 사람이 보였다.
나는 조용히 문을 향해 다가갔다.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택배?
이 집에 머무르는 건 나 혼자뿐이다.
부모님은 본가인 광주에서 생활하고 계시고, 동생은 병원에 입원 중이다.
결국 나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뭔가 주문한 적이 없는데?
머릿속에 가득한 의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나는 현관으로 향했다.
끼익.
“안녕하세요. 정지혁 님 맞으시죠?”
“예.”
“여기 있습니다.”
택배기사가 건네는 것은 얼굴만 한 크기의 박스였다.
“안녕히 계세요.”
떠나가는 택배기사를 뒤로한 채, 나는 박스에 적힌 표지부터 확인했다.
서울특별시 XX구 XXX로···
받는 사람 : 정지혁
“이름이나 주소, 수령인이 나인 것은 확실한데?”
보내는 사람에 대한 정보는 일절 없었다.
주소도, 이름도, 다른 기재 사항도.
있는 것은 전무했다.
덜그럭.
흔들어보니 뭔가 소리가 들린다.
상자 크기에 비해 훨씬 작은 건데.
투둑!
나는 곧바로 택배를 뜯었다.
“이건···”
박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스마트폰 박스였다.
그것도 요새 한창 광고 중이던 일성의 최신형 모델 은하수 I8이다.
이 비싼 것을 대체 누가?
혹시나 싶어서 케이스를 뜯어보니 안에 스마트폰까지 그대로 들어있다.
“이게 왜?”
설마 연주가 보낸 걸까?
갑자기 말없이 이런 걸 보낼 놈이 아닌데.
나는 조심스럽게 전원 스위치를 꾹 눌렀다.
띠링.
익숙한 소리와 함께 핸드폰의 화면이 켜졌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은하수 I2에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화면이다.
하지만 사뭇 다른 것이 있었다.
“이건 뭐야?”
처음으로 떠오르는 바탕화면에 보이는 것은 생전 처음 보는 어플이었다.
이름도 특이하다.
보은.
은혜를 갚는다는 말인데, 역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이 어플에 무슨 실마리라도 있을까?
나는 조심스럽게 어플을 두드렸다.
- 사용자를 확인합니다. -
- 사용자 정지혁, 인증되었습니다. -
- <보은>, 사용자 정지혁을 환영합니다. -
따로 정보를 기재한 적도 없는데, 이미 내 정보가 등록되어 있다.
점점 더 호기심이 차올랐다.
- 사용자 정지혁이 희망하는 루트를 설정하고자 합니다. -
- 다음의 질문에 대답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이윽고 떠오른 메시지.
-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
- 작가의말
새로운 작품으로 새로이 다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금일은 30분 간격으로 총 3회차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Comment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