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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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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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3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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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 6. 오디션 - (1)

DUMMY

“설마···”


오랜만에 입은 정장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다.

목에 맨 넥타이 때문일까?

어쩐지 가슴팍 한구석이 답답하다.

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 준비할 시간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리 그래도 오늘 당장 면접을 보자고 할 줄이야.”


사이트에 적혀 있는 담당자의 대답은 굉장히 빨랐다.


“오늘 바로 면접 가능하세요?”


서류도 괜찮으니까, 일단 면접부터 보자고.

덕분에 예정에도 없던 면접이 생겼다.


부랴부랴 정장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지만.

당혹감은 좀처럼 지울 수 없었다.

도리어 불안감이 일었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걸까?”


이렇게 단번에 면접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면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전혀 모르겠다.

드러난 정보로는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으니.

마음 한편이 답답하면서도 조금 불안했다.


“그래도 면접을 안 볼 수도 없으니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다.

그리고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서라도, 이번 면접은 내게 너무나도 중요했다.


* 실패 시 배우로서의 성공 확률이 비약적으로 낮아집니다.


이번 임무에 적혀 있던 마지막 문구.

[임무]도 그렇고, [상점]도 그렇고 보은에 적혀 있는 말은 모두 허언이 아니다.

분명 저 문구도 단순히 경고의 말은 아닐 터.

저 말대로라면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배우의 꿈엔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배우가 되기 위해서도, 지현이를 위한 엘릭서를 위해서도.

어떻게든 이번 오디션에 합격해야만 한다.


“후우, 일단 면접에 집중하자.”


한숨으로 애써 불안감을 털어내고 나는 고지 받은 건물을 찾았다.

다행히 건물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외곽에 있는 곳이다 보니, 건물 자체가 별로 없었다.

나는 곧바로 건물로 향했다.


건물 내부는 평범했다.

아니, 좋게 말해면 평범했고, 나쁘게 말하면 특별한 것이 없었다.

보이는 것은 흰색의 벽과 복도, 계단이 전부.

나는 미리 고지받은 대로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했다.


“에휴.”


낯선 한숨 소리가 고막을 파고든다.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들리는 게 한숨 소리라니.

점점 더 불안감이 커졌다.


“실례합니다.”

“누구십니까?”

“영화 [수라]의 단역에 면접을 보러 왔습니다.”

“아, 오늘 면접 보시는 분? 정지혁 씨 맞죠? 잠시만요.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푹푹 한숨을 내쉬던 여자가 안쪽으로 향했다.

그녀를 따라 안 쪽으로 향하니 또 다른 방이 하나 있다.

여자는 방의 문을 열고 나를 향해 입술을 떼었다.


“여기 잠깐만 앉아 계세요.”

“네, 알겠습니다.”


안내를 마친 여자는 문을 닫고 사라졌다.

딱딱한 철제 책상과 의자 2개가 전부인 방.

홀로 방안에 남자, 쓸데없이 긴장감이 차올랐다.

예상 질문이라도 미리 조금 연습해둘까?


끼익.


미처 제대로 준비할 틈도 없이 곧바로 문이 열렸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한 남자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조금 부스스한 인상의 남자였다.

옷을 보니, 아까 책상 위에 엎드려 있던 사람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수라]의 감독 차성우입니다.”

“정지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를 건네는 그를 따라 나 역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고개를 드니, 어느새 차성우의 눈이 나를 향하고 있다.

차성우는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나의 위아래를 훑었다.


“마스크 괜찮네.”

“예?”

“잘 생기셨네요.”

“아, 감사합니다.”


나는 애써 당혹감을 숨겼다.

내가 잘생겼나?

한 번도 의식한 적 없었다.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분위기다.

나도 모르게 등줄기에 땀방울이 맺혔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감독은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나를 보는 눈빛부터가 달라졌다.

좀 전까지 흐리멍덩하던 눈이, 매섭게 빛났다.


침착하자.

긴장할 것 없다.

총탄이 날아드는 전장도 아니고,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도 아니다.

정말 위험천만한 상황도 셀 수 없이 겪었잖아?

나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28살 정지혁입니다.”

“목소리도 꽤 좋네요. 듣기 좋은 부드러운 중저음입니다. 하지만 발성은 좀 더 연습하셔야겠네요.”


한 마디.

겨우 한 마디뿐이었다.

그것도 대사나, 감정을 실은 말이 아닌 단순한 인사.

하지만 차성우는 그 짧은 인사만으로도 나를 시험하고 있었다.


꿀꺽.


절로 마른 침이 넘어갔다.

사무실 입구에 들어설 때까지만 하더라도 가슴 속을 옥죄던 불안감이 말끔히 가셨다.

제대로 찾아왔다.


“연기를 좀 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올 것이 왔다.

배우로서의 자질을 증명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연기력.

여기가 승부처다.

여기서 내 전력을 드러내야 했다.


‘여긴 나만의 전쟁터다.’


전쟁을 하려면 그에 맞는 준비가 필요할 터.

여기까지 빈손으로 오진 않았다.

이 전쟁을 위해, 나만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준비했다.


- 재능 : 몰입 -

설명 : 어떤 상황이나 배역도 넘치는 생동감을 통해 보다 더 쉽게 상황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하게 몰입할 경우 ‘메소드’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특별 보상인 무료 선택권으로 고른 나만의 무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고른 것이지만 후회는 없다.

보은의 추천처럼 그 어떤 것보다도 배우를 꿈꾸는 내게는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내 선택의 결과는 이 오디션에서 증명될 것이다.


“어떤 연기를 하면 될까요?”

“장르는 상관없습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세요.”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자유주제.

하지만 연기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내겐 어느 주제보다도 최고의 주제이다.


미리 정해둔 캐릭터가 있다.

너무 감명 깊고 너무 인상 깊어서 몇 번이고 돌려봤었던 영화.

내가 배우의 꿈을 꾸게끔 만들어주었던 영화.


“영화 ‘새벽’의 하서준 중위의 대사를 해보겠습니다.”

“호오, 그거 꽤 오래된 영화인데.”


차성우의 입에서 나직한 감탄이 흘러나왔다.

덩달아 그의 눈빛에 호기심이 어렸다.


“준비되면 바로 시작하세요.”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한 번의 심호흡.

마지막 날숨을 끝으로, 나는 처음 ‘새벽’을 접했을 때를 떠올렸다.

내가 처음 배우의 꿈을 꾸었던 그 순간, 그 장면을.


“가세요.”


풍경이 뒤바뀌었다.

들리는 것은 차성우의 목소리가 아니다.


내가 있는 곳은 빈 산장이었다.

살갗을 에는 듯한 눈발이 흩날리는 설원 위에, 홀로 유유히 자리를 지키는 산장.

숨마저 얼어붙을 듯한 추위 속에 눈앞의 여자가 냉정히 현실을 늘어놓았다.


“혼자라도 가세요. 저는 더 이상 무리에요.”


여자의 상태는 심히 좋지 않았다.

오랜 도피 생활로 인해, 몸도 마음도 병들었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그녀의 전신을 짓눌렀다.


전체적으로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다리다.

다리를 스친 총탄 때문에 피를 너무 많이 흘렸다.

급한 대로 응급처치는 취했지만, 더 이상 걷는 건 무리다.


“전 틀렸어요. 저는 내버려 두고 혼자라도 가세요 어서!”


여자는 나를 노려보며 강하게 소리쳤다.

말은 너무 쉽다.

현실적으로, 객관적으로, 분명 그녀 말이 옳다.

더 이상 도주도 무리고, 우릴 쫓는 추격대는 금세 이곳을 찾아낼 것이다.

설령 목숨을 걸고 추격대에 맞선다 하더라도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어느 쪽이든 그녀에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것은 요원했다.


“가세요 제발···”


힘없이 사그라지는 그녀의 목소리가 마음에 무게를 더했다.

스스로에 대한 무력함에서 비롯되는 죄책감과 자괴감.

두 개의 감정이 나의 숨통을 움켜쥐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단번에 부정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더욱 한심하고 비참하다.

입술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어서요!”


무력함과 자괴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울분과 설움.

끝없이 반복되며 이어진 이 모든 것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싫습니다.”


억눌려 있던 감정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녀의 고운 눈썹이 일그러졌다.


“뭐라고요?”

“싫다고 했습니다.”

“억지 부리지 마세요!”


그녀가 목 놓아 부르짖었다.

억지?

그래, 억지일지도 모른다.


“가지고 있는 총기는 권총 한 자루, 남은 탄창도 겨우 3개뿐. 그 이외에 장비는 단검 한 자루가 전부입니다. 분명히 상황은 절체절명입니다. 굳이 확률로 따지면 둘 다 살아남을 확률은 10% 채 되지 않습니다.”

“······”


이게 현실이다.

현실은 참혹하고, 또 냉정했다.

그녀도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대답 대신 입을 꾹 다문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착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제가 당신을 버리고 갈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당신, 정말 죽고 싶은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죽음을 상기 시켜 나를 포기하게 만들려는 말.

도리어 그것이 얼어붙은 내 입술을 녹이고, 내 감정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되었다.


“군인은 늘 죽음과 함께합니다. 전장에 투입되어 장렬히 산화할 때, 그 자리가 무덤이 되고 군복은 곧 수의가 됩니다. 저도 군인입니다. 죽음은 이미 오래전에 각오한 일입니다.”

“이봐요!”

“군인이라면!”


차오르는 감정을 따라 목소리가 더욱 크기를 더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꾹 입을 다물었다.


“어떠한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도,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소리치고 안 된다고 하는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꺼이 목숨 바쳐 그들을 지키는 것. 그게 군인으로서 제 사명이고 신념이고, 명예입니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상황이 절망적인 것은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버림 받고 상처입어 삶에 대한 희망을 잃고 눈물을 흘리는 여자가 있다.

가능성이 낮고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포기하면.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할 군인마저 포기해버리면, 눈앞의 여자는 대체 누가 구할 것인가?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머리에 총구가 닿을지라도 절대 뜻을 굽히지 않겠습니다. 제 모든 것을 걸고 사력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당신도!”


격앙된 목소리가, 감정이 절정에 이르렀다.

나는 신념과 명예를 업은 감정을 녹여 목소리에 입혔다.

그리하여 한층 더 절제된 감정이.

그녀를 향해 다시금 소리를 내었다.


“포기하지 마십시오.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녀의 눈가에서 물기가 어렸다.

이윽고 크기를 더한 물방울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마지막 그녀의 눈물을 보고 나는 가슴에 담아 두었던 마지막 말을 꺼냈다.


“당신을 지켜드리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끓어오른 감정이 다시금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여자도, 눈발이 거세게 흩날리는 풍경도 하나둘씩 사라져 갔다.


모든 것이 사라지며 딱 하나만이 자리에 남았다.

나를 보며 눈을 부릅뜬 채,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는 차성우 하나 만이.


작가의말

금일 부로 연재 시간이 08시 10분으로 조정됩니다.

오늘도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추가로 작품 제목이 기존 제목에서 <천재 배우의 만능 어플>로 변경될 예정입니다. 자세한 경위는 공지사항으로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혼란을 야기시켜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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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Act 27. 연출 - (3) +12 20.12.21 12,819 295 19쪽
26 Act 26. 연출 - (2) +12 20.12.20 13,049 302 17쪽
25 Act 25. 연출 - (1) +14 20.12.19 13,424 297 19쪽
24 Act 24. 그 이름 - (4) [수정] +24 20.12.18 13,488 28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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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Act 17. AND +14 20.12.11 14,590 309 15쪽
16 Act 16. 제의 - (3) +18 20.12.10 14,863 294 15쪽
15 Act 15. 제의 - (2) +13 20.12.09 15,433 298 18쪽
14 Act 14. 제의 - (1) +18 20.12.08 15,654 299 14쪽
13 Act 13. 불청객 - (3) +16 20.12.07 15,710 291 15쪽
12 Act 12. 불청객 - (2) +20 20.12.06 15,729 302 12쪽
11 Act 11. 불청객 - (1) +18 20.12.05 15,993 299 12쪽
10 Act 10. 첫 촬영 - (2) +20 20.12.04 16,636 323 17쪽
9 Act 9. 첫 촬영 - (1) +20 20.12.03 17,140 318 17쪽
8 Act 8. 오디션 - (3) +12 20.12.02 17,119 320 11쪽
7 Act 7. 오디션 - (2) +19 20.12.01 17,351 332 14쪽
» Act 6. 오디션 - (1) +13 20.11.30 17,842 330 11쪽
5 Act 5. 뉴스 - (2) +12 20.11.29 18,224 328 12쪽
4 Act 4. 뉴스 - (1) +21 20.11.28 19,282 345 15쪽
3 Act 3. 튜토리얼 - (3) +21 20.11.27 19,554 379 15쪽
2 Act 2. 튜토리얼 - (2) +26 20.11.27 21,580 351 16쪽
1 Act 1. 튜토리얼 - (1) +25 20.11.27 26,037 38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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