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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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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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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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Act 15. 제의 - (2)

DUMMY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우, 연기 정말 훌륭하시던데요?”

“아닙니다.”


잡혀 있던 남자 배우의 말에 나는 멋쩍은 미소로 답했다.

촬영 2일 차.

한지혜 역의 진소희와 동시에 출연하는 씬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촬영 역시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주변에 있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차성우에게로 향했다.

차성우의 주변에는 이미 다른 이들이 모여 있었다.


“아, 지혁 씨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먼저 영상을 확인하고 있던 심지은이 인사를 건넸다.

나 역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 찍힌 영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차성우는 이미 영상에 푹 빠져 있었다.


“후우.”


한참 동안 찍힌 영상을 확인하던 차성우가 깊은숨을 내쉬었다.


“오케이, 이대로 갑니다.”

“드디어 끝났다!”

“고생 많으셨어요 감독님.”


촬영장 곳곳에서 환호성이 솟구쳤다.

어제처럼 원 샷이 아닌 몇 번이고 반복된 촬영 때문일까?

어깨에 들어간 힘이 풀리고 기분 좋은 피로감이 전신을 스쳤다.

잦은 촬영의 원인은 NG를 비롯한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나의 분량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 긴급 임무 [불청객]을 완수하셨습니다. -

- 보상으로 2000코인이 지급됩니다. -

- 긴급 임무에 성공하여 해당 작품 내에 정지혁의 비중이 더욱 늘어납니다. -


박주훈을 납득시킴으로써 나를 당황케 했던 긴급 임무는 무사히 완수되었다.

다소 갑작스러웠던 만큼 보상은 확실했다.

무려 2000코인이나 지급되었고, 어떤 인과관계로 인한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맡은 박은혁의 분량도 더 늘어났다.

거기까진 정말 좋았지만.


‘너무 한꺼번에 늘어났어.’


차성우와 심지은의 주문량이 더욱 늘어난 것이 문제였다.

처음 받은 대본과는 사뭇 달랐다.

대사도 훨씬 늘었고, 그에 따른 액션도 늘었다.

충분한 여유시간이라도 있으면 제대로 연습이라도 했겠지만, 하룻밤 가지곤 마음처럼 완벽하지 못했다.


결국 어제처럼 원샷은 무리였다.

몇 번이고 촬영이 반복되었지만, 차성우와 심지은의 표정을 보니, 그래도 결과물이 제법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어, 지혁 씨. 고생 많았어요. 어떻게 할수록 계속 늘어?”

“아닙니다. 잔 실수가 너무 잦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실수는 무슨. 원래 영화라는 게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몇 번씩 촬영하는 게 기본입니다. 거기에 하룻밤 만에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을 리도 없잖아요. 그게 되면 뭐 하러 몇 번씩 촬영하고 그러겠어.”


차성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차성우의 모습은 처음 면접 때와는 사뭇 달랐다.

눈가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면접 때의 의욕 없던 눈동자는 온데간데없이 눈에 총기가 가득했다.


“오늘도 최고였어요. 앞으로도 이렇게만 쭉 갑시다.”

“감사합니다.”


나는 허리까지 꾸벅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분에 넘치는 칭찬과 격려다.

덕분에 더욱 열의가 끓어올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사이.


“아, 여기 계셨군요.”


눈치 없이 불청객이 난입했다.

덕분에 환한 미소를 그리던 심지은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비단 심지은만의 반응이 아니었다.


막 검토를 끝내고 홀가분한 표정을 짓던 차성우의 얼굴은 마치 음식쓰레기라도 본 것처럼 처참하게 구겨졌다.

전날 촬영장의 소란을 일으켰던 장본인, 박주훈은 둘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곧장 내 쪽으로 다가왔다.


“한참 찾았습니다.”

“···오셨습니까?”

“어제 나눈 이야기의 답변을 들으러 왔습니다.”


박주훈은 입가가 짙은 호선을 그렸다.

덩달아 애써 묻어두었던 불편한 고민이 슬금슬금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설마 오늘도 찾아올 줄이야.’


어제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니, 적어도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거나, 며칠 뒤에나 다시 올 것이라 생각했건만.

전부 착각에 불과했다.

엄습하는 불편함을 겨우 누르며 나는 애써 표정을 유지했다.


“답변 말씀입니까?”

“네, 하룻밤이면 충분히 고민하셨으리라 생각되어 이렇게 왔습니다. 그리고 여기.”


박주훈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갈색의 종이봉투.

절로 시선이 다시 그에게로 향했다.


“이건···”

“계약서입니다. 미리 좀 챙겨 왔지요.”


유난히 박주훈의 한쪽 입꼬리만 슬쩍 올라간 것 같은 기분이다.

마치 ‘감히 네까짓 게, 내 제안을 거절할 리가 없지.’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표정.

마음에 안 든다.


‘설마 오늘도 애매한 답변을 남기면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찾아올 셈인가?’


만약 그런 생각이라면 이쪽에서 사양이다.

나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 아무리 회사가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약장수마냥 매번 이렇게 찾아온다면, 촬영장에 민폐가 되는 꼴이다.

나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칠 순 없다.


“적당히······”


거절의 의사를 내비치려던 찰나.


“적당히 좀 하시죠.”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가 나와 박주훈의 사이를 갈랐다.

다른 스태프나 배우의 목소리가 아니다.

덕분에 나와 박주훈은 물론, 옆에 있던 다른 이들의 시선까지 모두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이윽고 목소리의 주인이 이곳으로 점점 다가왔다.


“분위기 파악도 못합니까? 지금 한창 작업 중이지 않습니까. 작업 중인 촬영장에 허락도 없이 끼어드는 것은 대체 무슨 경우입니까?”


목소리의 주인은 여자였다.

박주훈을 보며 눈썹을 일그러뜨리고 있지만, 그 자신감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여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바늘이 되어 박주훈의 가슴을 후벼 팠다.

덕분에 박주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여자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우리 쪽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갑자기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 사실 촬영이 전부 끝나면 차분하게 말씀드리려 했는데, 어느 매너 없는 사람이 촬영장에 난입해서요.”


갑자기 난입한 여자는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나를 포함한 다른 이들에게 사과를 건넸다.

그녀가 말한 것처럼 어느 ‘매너 없는 사람’과는 정말 딴판이다.

그녀의 말이 거듭될수록 박주훈의 이마에 힘줄이 치솟았다.

당장 주먹다짐이라도 시작할 듯한 모습이다.


“당신이야말로······”


언성이 높아질세라 나는 그의 말꼬리를 자르고 나섰다.


“실례지만 처음 뵙는 분입니다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아, 실례했습니다.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여자는 싱긋 웃으며 나에게로 명함 한 장을 건넸다.

이윽고 눈동자가 건네받은 명함으로 고정되었다.


“AND엔터테인먼트?”

“AND?”

“처음 뵙겠습니다. ‘AND엔터테인먼트’의 치프 매니저 김수아입니다.”


악귀처럼 일그러진 박주훈과는 달리.

자신을 소개한 김수아의 입가에 싱그러운 미소가 걸렸다.


***


“호록.”


커피로 가득 찬 머그컵 위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질 법한 커피가, 그 온도조차 전하지 못한 채, 목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아니, 제대로 커피의 온도를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바로 내 앞에서 서로를 향해 눈을 부라리는 두 남녀에 의해서.


“AND엔터 김수아 팀장님이라 하셨죠? 공사가 다망하신 분이 여기까진 어쩐 일이십니까?”

“별거 아닙니다. 저희 소속 배우의 연기를 눈으로 체크할 겸, 따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액션 컴퍼니의 박주훈 팀장님이라 하셨죠? ‘관계자도 아니신 분’이야 말로 촬영장엔 어쩐 일이세요?”


서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속에 뼈가 담긴 말들이 화살이 되어 서로에게 쏘아졌다.

덕분에 가운데에 있는 사람들만 죽을 맛이었다.


“······”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소희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렀다.

촬영도 끝났건만, 갑작스럽게 난입한 김수아에 의해 덩달아 끌려온 진소희는 여간 불편한 눈치다.


‘같은 소속사라고 했었지?’


상황을 들어보니 오늘 매니저 대신 김수아가 촬영장까지 데려다주었고, 귀갓길 역시 그녀가 집까지 바래다주기로 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정작 김수아가 이렇게 눌러앉으니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잔뜩 눈치를 살피는 진소희가 안쓰럽기 그지없지만, 나라고 마냥 편한 자리는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끌려온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마침 촬영도 끝난 터라, 인근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으니 망정이지.

촬영장에서 이런 분위기였다면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큰 폐가 되었으리라.


“호록.”


또다시 커피 한 모금이 식도를 적셨다.

연달아 커피를 홀짝이는 와중에 겨우 둘 사이에 정적이 내렸다.


“······”


카페에 들어오고 결국 10분가량이 지나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침묵과 함께 주변의 공기가 한층 더 싸늘해졌다.


“제 제안은 어제와 같습니다.”


정적을 부수고 먼저 움직인 것은 박주훈이었다.

박주훈은 아까 미처 전해주지 못했던 서류 봉투를 다시 내밀었다.


“우리 액션 컴퍼니는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묵직한 직구.

박주훈은 제 3자가 끼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적을 밝혔다.


“어제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액션 컴퍼니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국내 최정상의 액션 배우 전문 회사입니다. 그 어떤 액션도 소화할 수 있게끔, 체계적인 양성 과정을 통해 전문 배우를 양성하고, 양성된 액션 배우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회사로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모든 부분을 지원할 것을 약속합니다.”


허나, 그게 좋은 투구가 됐을지는 미지수다.

김수아의 입가에 조소가 어렸다.


“글쎄요. 뭐 액션 컴퍼니가 액션으로 영향력도 크고, 액션 배우 양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모르겠네요. 그쪽 소문이 영··· 그렇던 데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지금 우리 회사를 모함하는 겁니까?”

“아뇨, 그냥 그런 소문이 들린다는 것을 말한 것뿐입니다.”


김수아의 입가에 얄궂은 미소가 번졌다.

다만 웃고 있는 것은 입뿐이다.

김수아의 눈동자가 박주훈을 꿰뚫었다.

허나, 박주훈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 그런 뜬구름 잡는 소문에 휘둘리는 것이라면 AND야말로 이제 다 된 모양이군요. 남의 일에 참견하는 거로 모자라, 그런 뜬소문에 휘둘리는 걸 보니, 요새 좀 한가하신 모양입니다.”


박주훈의 입꼬리가 길게 늘어졌다.

김수아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또다시 둘 사이로 싸늘한 기류가 흘렀다.

더 이상 이런 소모적인 대화는 무의미하다.

나는 쥐고 있던 머그컵을 내려놓았다.


“박주훈 팀장님의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안해주신 부분은 아직 고민 중인 사안입니다. 회사를 정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히 정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말 한마디에 둘의 표정이 극명하게 갈렸다.

안색이 흙빛으로 변한 박주훈과 미소를 그리는 김수아.

나는 박주훈으로부터 고개를 돌려 김수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김수아 팀장님.”

“네.”

“아까 따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혹시 저와 관계된 일입니까?”


김수아의 눈꼬리가 기분 좋은 반월을 그렸다.

이윽고 그녀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맞아요. 여기 있는 박주훈 팀장과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AND엔터테인먼트는 정지혁 씨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박주훈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이봐요! 지금 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아니, AND는 상도덕이라는 것도 없습니까?”

“글쎄요? 과연 상도덕이 없는 게 누구일까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김수아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능글맞은 미소는 금세 사라졌다.

김수아는 소름 끼치는 차가운 시선으로 박주훈을 훑었다.


“자신 있으면 그 계약서, 한번 같이 확인해볼까요?”


순간적으로 박주훈의 눈빛이 크게 요동쳤다.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을 찰나의 틈, 김수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물어뜯었다.


“왜요, 자신 없으신가 봐요?”

“···설마요. 애초에 계약서도 아닙니다.”

“아까 제겐 계약서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나까지 다시 한번 되묻자, 박주훈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첫인상부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 계약서에 장난질을 쳐둔 모양이다.

박주훈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계약서인줄 알았는데, 제가 서류를 좀 착각했습니다. 다음에 제대로 된 계약서를 다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박주훈은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어색한 걸음걸이가 잔잔한 여운만을 남겼다.


‘액션 컴퍼니 쪽은 어지간하면 가지 말아야겠어.’


신뢰가 뚝 떨어졌다.

무슨 계약서의 내용을 채 확인하기도 전에, 이리 장난질부터 치니 그나마 있던 신뢰도 금세 바닥을 기었다.


“이제야 방해꾼이 사라졌네요.”


김수아의 표정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덩달아 내내 눈치를 살피던 진소희의 어깨에 힘이 풀렸다.


“···정말 불편해 죽는 줄 알았어요.”

“저 사람도 캐릭터 참 특이하네. 생각보다 의외로 너무 뻔한 것 같기도 하고.”


김수아는 자신 몫의 커피를 홀짝였다.

가볍게 목을 축이고 나서야 그녀의 시선이 다시금 나를 향한다.


“죄송해요. 제대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아까 그 방해꾼 때문에 너무 늦어졌네요. 폐를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


김수아는 허리까지 숙이며 사과를 건넸다.

솔직히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상했던 기분은 많이 누그러졌다.


진심 어린 사과와 그녀가 보인 행동 덕이다.

과정이 썩 달갑진 않지만, 결국 김수아의 간섭으로 인해 박주훈에게 호구 잡히는 일은 없었으니까.


“괜찮습니다. 그보다 아까 하신 말씀은 진심입니까?”

“네, 비록 훼방꾼이 있긴 했지만, 아까 드린 말씀은 모두 진심입니다. AND엔터는 정지혁 씨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김수아의 태도는 확고했다.

김수아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나를 향해 올곧이 말을 이어나갔다.


“조금 전에 촬영 현장엔 저도 있었습니다.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정지혁 씨의 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감정 연기와 액션 연기가 일품이시더군요. 어제 촬영 씬까지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소희로부터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롱 테이크 씬을 원샷에 끝내셨다고요.”

“아하하.”


김수아의 옆에 찰싹 붙어 있던 진소희가 어색한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김수아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업계 최고의 대우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AND엔터는 모든 배우에게 최선의 대우를 약속합니다.”


흥미가 동했다.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욕망으로 번들거리던 박주훈의 눈과는 사뭇 달랐다.

진심이 담긴 눈빛, 그리고 솔직함.

그 두 가지가 관심을 끌었다.


“최선의 대우라 하시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간단합니다.”


김수아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연기 더 잘하고 싶지 않습니까?”


두근!


처음으로 눈동자에 강렬한 파문이 일었다.


“액션 컴퍼니와 달리 저희 AND는 정지혁 씨의 부족한 기술적인 부분을 지도해주실 수 있는 연기 선생님을 붙여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시내에 있는 그런 흔한 연기 학원의 선생님이 아닌 다년간의 실전 경험과 노하우를 쌓으신 선생님을요.”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닙니다. 연기 스펙트럼을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 공수,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회사 차원의 스케줄 관리 등등. 최선의 대우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이어지는 한 마디에.


“기회. 저희 AND엔터와 함께하신다면, 정지혁 씨가 꿈꾸는 배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심전력을 다해, 무궁무진한 기회를 가져다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심장이 빠르게 격동했다.

그리고 급격하게 빨라진 심장 박동과 함께.

애써 외면했던 불안감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렇게 많은 조건을 제시하는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김수아의 제안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그것이야말로 거짓말이다.

부족한 연기 지도, 시나리오 공수, 인센티브 등등.

당장 내게 필요한 모든 부분을 지원해 준다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그 점이 내겐 더 불안하게 다가왔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연예계의 생리에 대해 무지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일반 신인에게 그만큼 많은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어느 단체든 마찬가지다.

당장 연예계가 아니라 어느 바닥을 가더라도 갓 시작하는 신인에겐 그렇게 많은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왜?

김수아는 내게 이런 조건을 제시한 것일까?

불안감에서 비롯된 의구심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러네요. 맞는 말씀이에요. 일반적으로 신인에게 이 만큼의 혜택이 주어지진 않습니다.”


김수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착오가 있었던 걸까?

그러나 부정적인 예상과도 달리.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예?”

“쉽게 말하면 ‘특별한 경우’라는 거죠.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특출난 장래성을 보이거나, 화제성을 모으거나, 실력을 보이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드리는 것이 저희 AND입니다.”

“그 말씀은······”


만개한 팬지와도 같은 다홍빛을 머금은 입술이 달싹였다.

지금껏 그녀가 보여주었던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한 미소와 함께.


“저희 AND에 있어서 지혁 씨가 바로 그 ‘특별한’ 분입니다.”


작가의말

항상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이 제겐 너무나 큰 힘이 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선호작 등록 부탁드립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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