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740,080
추천수 :
16,589
글자수 :
437,739

작성
21.01.03 20:30
조회
11,210
추천
295
글자
19쪽

Act 40. 여러분이 제 힘입니다 - (1)

DUMMY

“설마 문 형사랑 지기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하하, 군대 동기입니다.”

“문 형사가 그렇게 그렇게 자랑을 하길래 구라······ 아니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뵙게 되어 정말 다행이군요.”


대성이가 근무하는 은천경찰서.

다소 친근한 구라라는 말을 꺼내면서도 황급히 말을 고쳐 말하는 경무계장을 보며 나는 부드러운 미소로 답했다.


우선 결론적으로 말하면 대성이가 제안한 은천경찰서 홍보대사는 수락하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대성이의 부탁이니만큼 내가 하고 싶다고 어필한 것도 있었지만,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대사를 지지해주었다.

한창 스토커 사건으로 인해 마녀의 남자에 대한 관심이 쏠린 만큼.

경찰서 홍보대사로 위촉되기까지 하면 더욱 홍보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었다.

박수일과 백인화 역시 두 팔 벌려 홍보대사에 대해 환영해주었고 오히려 홍보해줘서 고맙다며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전하곤 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나 다름없다.


“그 친구가 제 자랑을 했습니까?”

“예, 원체 말수도 적고 여경들에게는 잘 말도 못 붙이는데 요새 한창 핫한 드라마 있지 않습니까? 정 배우님 나오신.”

“여명의 후예 말씀입니까?”

“네! 그 드라마 때문에 저희 서도 난리입니다. 갓 들어온 순경부터 서장님 사모님과 따님까지 우리 서에 안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드라마 한 편 안 보는 문 형사도 그거 하나만큼은 시간 내서 빠짐없이 챙겨본다지 않습니까?”


홍보대사 위촉을 담당하는 경무계장이 연신 금칠을 해준다.

덕분에 얼굴에 멋쩍은 미소가 피어난다.


“사실 정 배우님 홍보대사 이야기 나온 것도 위에서 나온 겁니다. 저번에 사제 총기 사건도 그렇고, 이번에 스토커 사건까지. 위에서도 정 배우님을 아주 좋게 보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명예 경찰 임명으로 건의 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아닙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왕 받는 거라면 명예 경찰도 욕심나긴 하지만, 명예 경찰은 임명권자부터가 다르니.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대화는 홍보대사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크게 어려운 것은 없었다.

위촉식에 참여한 뒤,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고 홍보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전부.

일정 역시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정도 아니다.


“그럼 이 날짜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그날은 드라마 촬영을 하지 않는 날이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날짜에 맞춰 행사 준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개인적으로 한 가지 부탁 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네, 무슨 일이십니까?”


난데없는 부탁에 의문이 들면서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서 경무계장이 내게 부탁할 것이라?

의문은 금세 해결되었다.

경무계장이 파일 사이에서 깨끗한 종이와 펜 한 자루를 내밀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사인 좀······”


홍보대사에 관한 이야기는 금세 마무리되었다.

애초에 그리 어려울 것도 없고, 경찰서에서 행사 준비도 준비해주니 시간이라고 걸릴 것도 없었지만.

경무계장이 원하는 대로 사인은 물론 같이 사진까지 찍어주고서 나는 강력반을 찾았다.


“실례합니다.”

“누구··· 어?”


다소 거친 인상의 형사들이 고개를 들다가도 문득 당혹성을 터뜨린다.

동시에 딱딱하게 굳는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실례지만, 문대성 형사 여기 있습니까?”

“예, 문대성입······”


문 쪽은 보지도 않고 손을 들던 대성이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말꼬리까지 흐리며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던 대성이는 이윽고 나직한 한 마디를 뱉었다.


“이게 누꼬? 여까지 왔나?”


***


사인과 사진이란 뇌물이 잘 먹힌 것인지 나는 대성이를 데리고 휴게실을 찾았다.

특별히 찾아오기 어려운 곳이라 그런지 주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신기하다.

아마 밖에 있는 저들도 비슷한 느낌이겠지.


“···니 한 명 왔다고 지금 저리들 모인기가?”

“연예인이라 하면 조금 신기하긴 하잖아.”

“마, 그래도 그렇지 평소엔 휴게실은 오도 않는 놈들이. 아까 커피 준 거 봤나? 여기서 일한 지 몇 년이 되는데 이런 커피는 내 처음 본다.”


대성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손에 들린 커피를 가리킨다.

플라스틱 컵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

밖에서야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적어도 경찰서 내에서야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밖에 있는 이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꺄아!”

“세상에, 드라마도 잘생겼는데 실물은 더 잘생겼네.”

“와, 진짜 잘생겼다. 세상에 인간이 저렇게 생길 수도 있구나.”

“얼굴도 얼굴이지만 몸 보이십니까? 현직 경찰이라고 해도 믿겠습니다.”


밖에 있는 여경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남경들 역시 감탄을 터뜨린다.

동료들의 모습에 대성이는 한숨을 흘리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다.


“점마들이 쪽팔리게.”

“그럴 수도 있지 뭘. 됐어 신경 쓰지 마.”

“···니가 이 시간에 서엘 다 찾아오고 뭔가 이상타.”

“일하고 있는데 찾아오긴 그렇기도 한데. 네 직업이 직업이니까 그렇지.”

“그거야 그렇긴 하제.”


물론 여러 의미가 담겨 있긴 하지만, 낮에 형사를 만난다는 게 썩 좋은 의미일 리가 없긴 하다.

형사를 만난다고 하면 대부분 머릿속에 안 좋은 일부터 떠올리니까.

나 역시도 홍보대사 일로 찾아왔기에 망정이지, 홍보대사만 아니었다면, 무리하게 찾아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경무계장님이 친구끼리 얼굴도 보고 그러라고 잠깐 이렇게 휴식 시간도 주셨잖아.”

“그 양반이 그럴 사람이 아인디.”

“좋으면 좋은 거지. 덕분에 일도 잠깐 이렇게 이야기도 하고.”

“그랴, 마 그래도 이렇게 얼굴 보니까 또 좋네. 일은 좀 괜찮은교?”

“덕분에. 잘 해결됐다. 드라마도 순조롭고 인터넷 반응도 좋아.”

“다행이네.”


그제야 대성이의 얼굴에서 걱정이 사라진다.

내심 마음에 걸렸던 것인지 그는 낮은 한숨과 함께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그 스토커야말로 잘 해결 됐어?”

“마, 갸도 거의 다 정리 됐다. 증거도 확실하고 증인까지 있다 아이가. 걱정할 필요 요맹키도 없다. 기다리다 보믄 판결에 구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끼다.”


다행히 스토커에 대한 내용도 잘 정리되고 있는 모양이다.

마음 같아서야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 시키고 싶지만, 그렇게까지 형이 무겁게 나오진 않아도. 가택 침입에 특수 상해, 살인 미수에 이것저것 합치면 아무리 못해도 5년 이상은 족히 받을 거라고.

형이 끝나도 서예나로부터 접근 금지 명령까지 떨어져 앞으로는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마음 걸리는 부분이었는데 잘 해결된 것 같아 정말 다행이다.


“홍보대사 맡아줘서 고맙데이.”

“됐어. 고맙기는, 나 좋은 일인데 내가 더 고맙지. 회사에서도 고맙다고 전해달라더라.”

“아이다 뭐 대단한 일 했다고. 나중에 소주나 한잔 사라. 우리 같이 소주 마신 지도 오래됐다 아이가.”

“연주도 불러서 같이 한잔하자, 그땐 내가 살게.”


기분 좋게 웃으며 등을 두드리자 대성이 역시 진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기분 좋은 웃음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형님!”

“으이? 뭐꼬, 간만에 친구랑 야기 좀 하고 있는디.”

“가라봉동에서 사고 터졌답니다!”


휴게실에 들어온 어느 경찰의 말에 대성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다.

인상을 잔뜩 찌푸린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바라본다.


“또? 설마 또 조선족 아들이가?”

“예! 대낮에 칼부림까지 났답니다.”

“이런 써글 놈들이!”


대성이의 주먹이 부서질 듯 감긴다.


콰직!


그의 손에 남은 빈 플라스틱 컵이 그대로 우그러진다.

안에 얼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미 그의 손아귀에 빨려 들어가고선 형체조차 보이질 않는다.

힘 하나로는 부대에서도 따라갈 자가 없던 대성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지만.


“지혁아 내 간데이!”

“그래, 괜히 몸 다치지 말고, 사람 한 명 골로 보내지 말고!”

“그랴, 위촉식 때 보자잉! 이 써글 것들 다 쥑이삔다!”


대성이는 손에 있던 컵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 놓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처음 형사가 된다고 했을 때는 조금 걱정했는데, 그래도 잘 하고 있는 모양이라 다행이다.

다치지만 않으면 좋을 텐······


“하긴 내가 누굴 걱정해. 끽해야 칼침 정도나 맞고 말겠지.”


인간 병기나 다름없는 녀석이 총기 소지 국가도 아닌 나라에서 다칠 리가.

나는 대성이를 상대할 놈들을 향해 가볍게 명복을 빌어주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시간 되면 스토리나 들려 달라고 해야겠다.”


소주 한잔하면서 생길 이야기가 또 하나 생겼다.


***


“캬, 지혁이 오빠 제복빨 진짜 잘 받네요.”

“또 그거 보고 있는 거야?”

“멋있잖아요. 얼마나 멋있으면 인터넷에서도 연일 화제겠어요.”


대기실에서 계속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박아영으로부터 연신 감탄이 터져 나온다.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은천경찰서 홍보 영상이다.

며칠 전 홍보대사 위촉식 직후, 촬영한 홍보영상.

다른 것도 아니고 경찰서 홍보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이 홍보 영상은 인터넷에서 연일 화자 되고 있었다.


“확실히 홍보 영상이 잘 만들어지긴 했네요.”

“친구 말로는 내부에서 신경 좀 썼다고 합니다.”

“에이, 영상 퀄리티가 뭐 중요한가? 오빠가 제복 입고 나온 게 중요하니까 화제가 된 거죠!”


김수아의 말처럼 홍보영상이 잘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박아영의 말이 맞았다.

홍보영상에 대한 반응이 하나 같이 그런 이야기뿐이었으니까!


- 총기 강도 사건에 스토커 사건까지 하긴 이 정도면 사실 경찰이라 해도 믿겠음 -

- 와 경례각봐라. 칼각 지리네. 특전사 클라스 보소. -

- ㄹㅇ제복 간지 오지네 ㄷㄷ;;

- 오늘부터 제 꿈은 경찰입니다. -

- ㄴㄴ 님은 입어도 저렇게 안 됨. 저런 핏은 진짜 타고난 거임. -


그렇지 않아도 스토커 사건으로 한창 뜨거운 감자인 와중에 경찰 홍보대사에 위촉까지 되자 인터넷의 반응이 폭발한 것이다.

정작 나야, 난생처음 입어보는 경찰 제복이기에 조금 어색한 것 같지만, 제복의 멋도 부각되고 제대로 홍보 효과가 발생했다는 평판이 지배적이다.

행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금 마녀의 남자도 한창 잘 풀리고 있다면서요?”

“이번 주에 방영 들어갔는데, 1화 2화 반응이 엄청 좋습니다.”


서예나와의 열애설과 스토커 사건은 제대로 전화위복이 되었다.

불행으로 시작했던 일련의 사건들과 홍정호의 반박 기사, 경찰 홍보대사 등등 일련의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면서 이 모든 것이 마녀의 남자에 대한 기대감으로 치환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백인화 작가의 입봉작임에도 불구하고 마녀의 남자에 대한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 서예나 연기력 깐 사람 대체 누구냐? -

- 와 출연 배우들 연기력 소름 돋네. 이거 사실 연기 아니라 실제 성격이랑 직업 아님? -

- 스토리도 기가 막히네. 이번 드라마는 바로 이거닷! -

- 존버 코인 떡상 가즈아!!!!! -


백인화 작가의 입봉작임에도 불구하고 방영 시간대는 황금 시간대로 손꼽히는 밤 10시, 거기에 2화까지 평균 시청률 15%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평판 때문에 박수일도 그렇고 백인화 역시 더욱 작품 퀄리티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관심이 모이는 것은 좋지만, 만약 지금의 반응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용두사미식 구성으로 역풍이 절대 만만치 않을 터이기 때문에 밤잠까지 줄여가며 고생하고 있다고.

두 지휘자가 저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니 출연진인 배우들 역시 한껏 더 의욕이 끓어오르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다른 출연자분들도 분위기가 바뀌었네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작품 반응이 좋을 때 더 돋보여야 더 커질 수 있으니까요.”


옆에 있던 김수아가 빙긋 미소를 짓는다.

그와 동시에 박아영이 보고 있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나를 향해 눈을 흘긴다.


“아무렴 오빠만 하겠어요?”

“뭐가?”

“대본 보세요.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저 모양이네.”


박아영이 내가 들고 있던 대본을 가리키며 고개를 젓는다.

늘 그랬듯이 대본은 거의 헤지기 직전이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대본을 보며 박아영은 나지막하게 탄성을 흘렸다.


“오빠는 제발 쉬엄쉬엄하세요.”

“다들 열심히 하는데 나도 열심히 해야지.”

“아니, 누가 보면 지혁 오빠 열심히 안 하는 줄 알겠네. 나중에 오빠 팬카페에 대본 찍어서 한번 올려야겠어요.”

“에이, 이걸 뭐 하러 올려?”

“오빠 팬들도 알아야죠. 다들 오빠를 무슨 타고난 천재로 알고 있는데, 오빠는 순도 100% 노력형 천재라는 걸요.”


박아영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열변을 토한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옆을 보니 김수아 역시 팔짱을 끼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런가?


“나름 페이스 조절하면서 하고 있는 건데?”

“지금 하고 있는 거에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의 2배만 더 조절하세요. 전에 작가님이 하는 말 못 들었어요? 대본 출력하는데 들어가는 A4 값의 절반은 오빠 몫이라고.”

“에이 그건 너무 과장이다.”

“저 봐, 저 봐. 언니 봐봐요. 오빠는 내 말이 과장인 줄 안다니까요?”

“조금 MSG 들어가긴 했지.”

“와, 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는 거 봐.”


억울하다는 듯이 가슴팍을 두드리는 박아영의 모습에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쾅!


“저, 정 배우님!”


부서질 듯 열리는 대기실 문 사이로 막내 조연출이 헐레벌떡 나를 찾았기 때문이다.


“네? 무슨 일이세요.”

“밖에, 밖에 가보세요!”

“밖에요?”


밖에 나가보라고 소리치는 땀에 흠뻑 젖은 데다 얼굴색 역시 창백하다.

무슨 사고라도 터진 걸까?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모두와 함께 대기실을 나섰다.

대기실을 넘어 촬영장에 도착하자.


“···이, 이게 다 뭡니까?”


막내 조연출의 반응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밖에는 뜻밖의 손님이 자리하고 있었다.


- 예 쁘고 귀여운 예나를 위해 커피를 쏘 나 -

- 지 치고 힘들 때는 오늘도 혁 명스럽게 코피 한잔 하시라우! -

- 정지혁 배우님과 서예나 배우님을 비롯한 <마녀의 남자> 출연진들을 ‘예쁘자나’가 응원합니다♥ -


아기자기한 문구와 함께 그윽한 커피 향과 달콤한 쿠키 향이 촬영장 전체로 가득 퍼져나간다.

손님의 정체는 커피차였다.

조그만 차량에 서예나와 내 사진이 걸려있다.

뿐만 아니라 쿠키의 포장지와 컵홀더에도 나와 서예나의 사진이 붙어 있다.


“오, 지혁 씨!”


어디선가 나타난 박수일이 나를 반긴다.

마침 다크 서클이 콧잔등까지 내려온 그는 쌉싸름한 커피 한잔으로 피로를 풀고 있었다.


“감독님 이게 다 뭡니까?”

“엥? 지혁 씨 못 들었어? 이거 예나 씨 팬분들이 보낸 거라던데?”

“팬분들이 말입니까?”


그는 커피 한 모금 크게 빨아들이고는 나직한 탄성을 흘렸다.


“후아, 살겠다.”

“감독님?”

“자세한 건 저어기 서 배우한테 한 번 가봐요.”


박수일의 손짓과 함께 시선이 옆으로 향한다.

시선의 끝에는 그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서예나가 커피차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군말 없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선배님.”

“아, 지혁 씨 왔어요?”


단번에 무표정이 부서지고 그녀의 볼에 진한 살굿빛으로 달아오른다.


“이 커피차는······”

“아, 저희 팬분들이 보내 주신 거예요. 저기 ‘예쁘자나’가 제 팬 카페 이름이거든요.”


서예나가 살포시 얼굴을 붉힌다.

‘예쁘자나’라는 이름 때문일까? 나름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아니 궁금한 것은 이게 아니다.


“그런데 저는 왜?”


서예나의 팬분들이 보내는 거야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나는 왜?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를 보며 서예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이번에 지혁 씨가 절 구해주셨잖아요.”

“아.”

“팬분들이 정말 감사하다고 촬영 힘내라고 보내주셨다고 해요.”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응원까지 받으니 뭔가 얼떨떨하다.

멋쩍은 듯 뺨을 긁적이는 사이 서예나는 나를 보고 더욱 짙은 미소를 그렸다.


“지혁 씨 말이 맞았어요.”

“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그 순간부터 정말 소중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하신 말이요. 지혁 씨 덕분에 저를 소중히 해주시는 분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서예나는 입가에 환한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제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환한 미소.

본래의 매력을 120% 이상 끌어내는 눈부신 미소에 내 입가에도 절로 미소가 번졌다.


“고맙긴요.”

“저기 지혁 씨 부탁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부탁이요?”

“괜찮으면 여기 커피차 앞에서 같이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을까요? 팬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서요.”

“아, 물론이죠!”

“제가 찍어 드릴게요.”


마침 뒤따라온 김수아가 스마트폰을 들고 구도를 잡는다.

하지만 서로의 키 차이 때문에 거리가 벌어진다.


“아, 키가···”

“괜찮습니다.”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다리를 벌렸다.

조금 모양새는 안 날 수도 있지만, 덕분에 서예나와 키가 비슷하게 맞춰진다.


“찍을게요. 하나, 둘, 셋!”


찰칵!


“와, 사진 진짜 잘 나왔는데요?”


김수아의 옆에 있던 박아영이 감탄을 흘리며 엄지를 추켜세운다.

확실히 그녀의 말처럼 예쁜 사진이다.

키가 맞춰지고 뒤에 커피차와 응원 메시지까지 같이 보이니 그것만으로도 예쁜 그림이 된다.

서예나가 인사를 건네고 사진을 확인하는 사이.


“오빠, 오빠.”


쿠키 가루를 입에 한가득 묻힌 박아영이 옆으로 바짝 다가온다.

언제 벌써 쿠키를 먹고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을 보니 뭔가 잔뜩 꾸미고 있는 표정이다.


“오빠 저 엄청 좋은 생각 났어요.”

“좋은 생각도 좋은데, 일단 입에 묻은 쿠키 가루부터 어떻게 해봐.”

“아잇!”


박아영은 괴상한 소리와 함께 고개를 붕붕 휘젓는 것으로 가루를 털어내고는 다시 얼굴을 들이민다.

하는 짓을 보면 이럴 때는 정말 영락없는 애나 다름없다.


“예나 씨 보고 생각난 건데요.”

“그래, 그래.”


이윽고 그녀의 입술을 타고 놀라운 한 마디가 흘러나온다.


“오빠 팬 카페 회원분들이랑 팬 미팅 하는 건 어때요?”

“팬 미팅?”


아이 같은 행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한 마디가.


작가의말

 - 쁘고 귀여운 예나를 위해 커피를 쏘 -

 - 치고 힘들 때는 오늘도 명스럽게 코피 한잔 하시라우! -

 - 정지혁 배우님과 서예나 배우님을 비롯한 <마녀의 남자> 출연진들을 ‘예쁘자나’가 응원합니다♥ -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8ㅅ8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 +27 21.01.19 4,207 0 -
57 Act 57.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完) +57 21.01.19 5,906 206 19쪽
56 Act 56. 제작 발표회 +20 21.01.18 6,127 218 14쪽
55 Act 55. 퇴장은 이별이다 +16 21.01.17 6,454 238 16쪽
54 Act 54. 인간의 조건 +18 21.01.16 6,990 218 18쪽
53 Act 53. 은혜는 바다 같이 - (2) +22 21.01.15 6,933 228 14쪽
52 Act 52. 은혜는 바다 같이 - (1) +11 21.01.15 6,681 189 13쪽
51 Act 51. 스승과 제자 - (2) +19 21.01.14 7,856 234 19쪽
50 Act 50. 스승과 제자 - (1) +18 21.01.13 8,097 237 19쪽
49 Act 49. 드림팀 - (4) +22 21.01.12 8,564 267 17쪽
48 Act 48. 드림팀 - (3) +16 21.01.11 8,991 265 18쪽
47 Act 47. 드림팀 - (2) +39 21.01.10 9,338 322 18쪽
46 Act 46. 드림팀 - (1) +18 21.01.09 9,907 264 19쪽
45 Act 45. 잡초를 뽑을 땐 뿌리까지 - (2) +19 21.01.08 9,918 311 15쪽
44 Act 44. 잡초를 뽑을 땐 뿌리까지 - (1) +21 21.01.07 10,303 257 18쪽
43 Act 43. 마지막 퍼즐 +15 21.01.06 10,793 273 20쪽
42 Act 42. 너 인성 문제 있어? +23 21.01.05 10,491 312 18쪽
41 Act 41. 여러분이 제 힘입니다 - (2) +17 21.01.04 10,791 294 20쪽
» Act 40. 여러분이 제 힘입니다 - (1) +16 21.01.03 11,211 295 19쪽
39 Act 39. 마음의 치료사 - (3) +19 21.01.02 11,142 308 17쪽
38 Act 38. 마음의 치료사 - (2) +14 21.01.01 11,219 305 19쪽
37 Act 37. 마음의 치료사 - (1) +22 20.12.31 11,714 321 20쪽
36 Act 36. 마녀의 남자 - (3) +24 20.12.30 12,175 289 18쪽
35 Act 35. 마녀의 남자 - (2) +16 20.12.29 12,105 296 20쪽
34 Act 34. 마녀의 남자 - (1) +14 20.12.28 12,897 293 20쪽
33 Act 33. 꿈이 무엇입니까? +12 20.12.27 12,757 304 19쪽
32 Act 32.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4) +13 20.12.26 12,709 294 20쪽
31 Act 31.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3) +12 20.12.25 12,432 286 17쪽
30 Act 30.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2) +20 20.12.24 12,725 308 20쪽
29 Act 29.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1) +18 20.12.23 13,175 301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