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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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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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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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Act 54. 인간의 조건

DUMMY

“지혁 씨 아침 정말 잘 먹었어요. 어떻게 우리 마누라보다 더 솜씨 좋은 것 같던데?”

“그러다 마누라한테 한 소리 들으려고? 마누라만큼은 아니지만 진짜 맛있게 먹었습니다.”


지나가던 스태프들이 입을 모아 감사의 뜻을 전한다.

시환이형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생각보다 반응은 훨씬 좋았다.

덕분에 촬영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만전이나 다름없다.


“형님 준비되셨습니까?”

“그럼! 밥도 든든하게 먹었으니 밥값 해야지 않겠어?”


이시환이 달라진 모습으로 씨익 미소를 짓는다.

그의 얼굴엔 활력이 가득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이전과는 다른 결정적인 차이.

그의 전신엔 본래 그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여유가 흘러넘쳤다.

자만이 아니다.

충분한 연습을 기울이고 노력한 끝에 흘러나오는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당당하면서도 호기 넘치는 그 모습에 절로 입꼬리가 호선을 그린다.


“형님 기분 좋아 보이십니다.”

“그럼 그런 좋은 일이 있었는데 당연하지!”

“오, 그럼 오늘 촬영 끝나면 가볍게 한잔하십니까?”

“짜식··· 그걸 말이라고. 오늘 빨리 끝내고 찐하게 달려 보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습을 핑계로 술자리는커녕 식사 자리도 거절했던 양반이 회식까지 받아들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번진다.


- 긴급 임무 [과열]을 완수하셨습니다. -

- 보상으로 3000코인이 지급됩니다. -

- 긴급 임무에 성공하여 작품 개봉 시 보다 더 흥행에 성공합니다. -


임무는 무사히 완료되었다.

삼계탕을 계기로 한 진심 어린 격려는 시환이형의 마음을 짓누르던 부담감을 단번에 씻어냈다.

그것을 넘어 이전에는 희미하던 자신감마저 완벽하게 회복하니, 덕분에 같이 작업하는 상범이도 나도 마음이 한결 더 편했다.

이제 남은 것은 오늘 촬영뿐이다.


이번 영화의 큰 재미 포인트인 하이라이트를 담은 핵심 장면.

좀비와의 격정적인 전투를 담은 시환이형과 나, 그리고 상범이의 연계를 그릴 장면이기에 더욱 기대감이 인다.


“아까 합 맞춘 대로 실수하지 말고 한 번에 가시죠.”

“당연하지. 액션은 자꾸 하면 힘 빠진다. 되도록 한큐에 들어가야 느낌도 훨씬 더 사니까. 상범이 너도 지혁이도, NG 내지 말고 한 번에 들어가자, 알았지?”


이미 합은 충분히 맞췄다.

최종 리허설을 통해 구도와 동작, 동선 등등 모두 맞췄으니 본 촬영에만 집중하면 된다.


“촬영 시작합니다. 모두 준비해주세요!”


막내 조연출의 외침이 촬영장 가득히 울려 퍼진다.


“NG 내는 사람이 오늘 술값 내기 어떻습니까?”

“오오, 자신 있냐?”

“당연하죠. 느낌도 그렇고 순서상으로 슬슬 상범이가 술 한잔 사야 할 타이밍이지 않겠습니까?

“에이, 형님들 전 오늘 회식 때 지갑 두고 갈 겁니다.”

“누가 할 소릴 오늘이야말로 양주 얻어 마실 거니까, 둘 다 지갑 단단히 챙겨 와라.”


자연스럽게 내기까지 걸리며 더욱 열의가 불타올랐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웃음을 터뜨리며 우리는 최종 준비를 마쳤다.


“레디!”


그 한 마디에 우리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진다.

배우라는 이름의 군인으로서, 우리는 배역이라는 전투복을 입고 다가올 전쟁을 맞이했다.

그렇게···


“액션!”


우리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


“후아.”


공주역에서의 상황은 겨우 정리되었다.

한때는 인간이었던 군인들을 피해 겨우 기차에 오른 우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박우찬이라는 저 조폭과 마찬가지로 마음 놓고 쉴 수는 없었다.


“이 인간은 또 왜 전화 안 받아···”


스멀스멀 속에서부터 짜증이 끓어오른다.

아까 저 인간의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더니 그 후로 연락이 닿지 않는다.

설마 열차에 오르지 못······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열차에 마지막에 오른 것은 분명 우리다.

아마 무사히 열차에 올랐을 테지.

아니, 꼭 그래야만 한······


띠링!


“여보세요? 누나, 지금 어디···”

“오빠!”

“···꼬맹이? 네가 왜 그 전활 받아?”


아무리 같이 있다지만 전화까지 넘겨줬을 리가 없는데?

무심코 고개를 쳐드는 불안감이 등골을 스친다.


“꼬맹이 너 설마!”

“캬악!”

“꺄악!”


절로 욕지기가 차오른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그건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다.

한때는 인간이었으나 지금은 그저 이성을 잃고 공격성만이 남아있는 짐승의 울음소리다.


“우, 우리 희원이야?”

“꼬맹이 너 지금 어디야!”

“기차 화장실이에요. 앞쪽에 사람들 있는 칸에 못 타고 여기 괴물들 피해 화장실로 왔는데, 괴물들이 자꾸 이쪽으로 들어오려고······”

“몇 호 칸?”

“어, 그, 그게······”


아이의 목소리가 점차 흐려진다.

칸의 위치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건가?

위치를 모르면 거기까지 갈 수가···


“7호 칸!”

“누나!”

“율아 빨리 와!”


툭.


“누나? 여보세요, 여보세요?”


목소리는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다.

끊어진 통화와 동시에 객실 내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내려앉았다.


스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객실 내의 물품을 뒤졌다.

7호 칸이라고 했지?


“뭐해?”

“······”

“여기서 거기까지 넘어가려고?”


검은 정장의 조폭이 눈을 부라린다.

나는 말 없이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까지 어떻게 갈 건데? 당장 가서 구했다고 치자, 다시 여기까지 어떻···”

“아저씨. 내가 언제 같이 가자고 했어? 쫄리면 초치지 말고 빠져.”

“쫄아? 이 천하에 박우찬이가 쫄아? 어린 놈의 새끼가, 칼침 한번 안 맞아 본 놈이 뭘 안다고.”


스륵.


나는 상의를 걷어 복부를 드러냈다.

선명하게 드러난 칼자국.

그것을 확인하고서야 그의 입이 다물어진다.


“···뭐야, 너도 이 바닥 사람이냐?”

“알 거 없고, 쫄리면 빠지시라고. 나는 누나 좀 구해야겠으니까.”

“누가 안 간대? 말하는 싸가지 하곤.”

“뭐야, 같이 가시려고?”

“다른 놈은 몰라도 애는 구해야 할 거 아냐!”

“허이구. 덩치랑 안 어울리게 오지랖은.”


하여간 이상한 사람이다.

조폭이라는 놈이 다른 사람 애나 신경 쓰고.

그래도 조폭이라면 일반인보다야 낫겠지.

여차하면 미끼로 던져버리고 그 틈을 타고 빠져나오면 된다.


“아저씨는?”

“······”

“빠르네.”


아이의 아버지인 한강우는 객실 내에 남은 짐에서 쓸만한 도구를 챙기고 있다.

마침 누가 테이프도 챙겼던 것인지, 그는 팔에 옷을 덧댄 채, 그 위를 테이프로 감았다.


“돌아올 필요 없어요. 그 앞칸으로만 넘어가면 돼.”

“앞칸? 거기도 저것들 있으니까 화장실로 기어들어 간 거 아니야?

“아저씨 아까 못 들었어? 사람들은 그 앞으로 탔다잖아. 우리가 막는 동안 도망친 사람들 먼저 객실로 들어갔던 거야.”

“그럼 네 누나랑 그 꼬맹인 왜 화장실인데.”

“둘 중 하나지. 그 사람들이 버렸던가, 아니면 거기까지 겨를이 없어서 일단 문 열려 있는 곳 들어갔던가.”


이왕이면 후자인 편이 더 좋겠지만.

전자여도 상관없다.

다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어찌 됐든 앞칸으로 뚫고 가자?”

“그 방법 말고 더 있어?”


이만하면 충분히 대답이 됐겠지.

나는 더 이상의 말 대신 한강우처럼 객실에 남은 가방들을 뜯어 쓸만한 짐을 찾았다.


“에효, 씨발 고생길 훤하겠네.”


박우찬 역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추장스러운 재킷은 벗어 던지고, 한강우를 따라 양팔을 덧대기 시작한다.

오는 길에 가져왔던 곤봉과 야구 배트를 챙겨 만반의 준비를 다지는 사이.


“야, 사이코.”


한강우가 입을 열었다.

사이코라니.

듣는 사이코 기분 더럽게.


“왜?”

“하나만 부탁 좀 하자.”

“이 상황에 뭐?”

“···혹시라도 내가. 내가 만약 저렇게 변하면, 우리 희원이 잘 좀 부탁한다.”


이 아저씨가 재수 없게 무슨 소릴.


“딸래미는 아저씨가 살아서 챙겨야지 왜 나한테 그래?”

“너 머리 좋고 상황 판단 잘하잖아. 저 인간이면 몰라도 이런 상황에선 너 같은 놈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겠지.”

“내가 뭐?”


듣고 있던 박우찬이 눈을 부라린다.

하긴 저 무식한 놈보다야 내가 낫겠지만.


“됐네.”

“뭐?”

“지랄하고 자빠졌네. 아저씨 딸은 아저씨가 챙겨. 아저씨 나 알아? 언제봤다고 나한테 자기 딸은 맡기냐 마냐야?”

“꼬맹이 간만에 맞는 소리 하네.”

“딸래미 나한테 맡길 시간 있으면 어떻게 살아남을지나 더 궁리나 해. 멀쩡한 사람한테 피해주지 말고.”


이윽고 그의 고개가 떨어졌다.

재수 없는 소리가 끝나자 박우찬은 담담하게 입술을 달싹인다.


“앞에 나. 뒤에 당신. 맨 뒤에 사이코 너.”

“내가 왜 맨 뒤야?”

“흘리고 가는 놈 있으면 네가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라고.”

“썅.”


하긴 저 두 놈에게 등을 맡기는 것보다야 마음은 그게 편하겠지.

역할은 금세 나뉘었다.

터널로 인해 스산해진 분위기 속에 우리는 조금씩 앞을 향해 내디뎠다.


“터널 지나면 들어간다.”


그 한 마디와 함께 객실에 내려앉은 어둠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여간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집에 가면 시원한 냉면이나 들이킬까?

쓸데없는 생각으로 가득하던 그 순간.


“가자!”


신호가 떨어졌다.


***


“어떻게 성공은 했는데.”


놈들의 약점인 어둠과 소리를 이용하여 화장실까지 들어오는데 성공했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니냐?”


앞뒤 두 칸의 놈들이 합쳐졌기 때문일까.

그 수가 여태까지와는 달리 훨씬 많다.

심지어 앞뒤로 칸을 막고 있던 문이 부서져 있던 탓에, 문을 닫을 수도 없다.


“앞에 사람들 있다고 했지? 이래서 갈 수 있겠냐?”

“5분 뒤에 3분 정도 벌 수 있는 터널이 있어요.”

“터널? 아까처럼 핸드폰으로 해서 지나가게?”

“그러기엔 수가 너무 많아요. 괜히 재수 없으면 양옆으로 길이 막힐 수도 있어요.”


수가 너무 많으니 방법이 제한된다.

뭔가 쓸만한 방법이 없을까?


“차라리 위에 짐칸으로 지나가는 건?”

“놈들이 위로 손을 뻗진 않는 거 보면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찬밥 더운밥 가릴 때는 아니잖아.”


박우찬과 한강우과 계획을 세운다.

분명 현재로서는 그게 최선인 것 같긴 하지만 어쩐지 뭔가 좀 찜찜하다.


“차라리 여기서 버티는 건?”

“터널이라도 지나갈 땐 모르겠지만, 이대로 밤이 될 때까지 여기에만 있을 순 없잖아요.”


설령 열차가 멈춘다 할지라도 앞뒤로 몰려드는 놈들을 피해 열차에서 내릴 수도 없으니 차라리 터널을 지나는 틈을 타 자리를 옮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럼 터널 나오면 다들 데리고 이동하는 걸로.”

“사이코, 왜? 마음에 안 들어?”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위험해서.”

“이 시국에 안 위험한 일이 어디 있어?”


박우찬이 코웃음을 친다.

하여간 저 무식한 놈이.

한강우 저 인간은 나름 생각은 있는 건 같지만. 결과는 똑같다.


“방법 없잖아.”


다소 위험하긴 하지만, 계속 이렇게 있을 순 없다.

뭐가 되었든 간에 일단은 움직이는 수밖에.


화악!


때마침 열차 전체에 어둠이 내려앉는다.

기회는 지금이다.

우리는 건너편 화장실에 있는 일행들을 부르고 천천히 객실 위의 짐칸으로 올라갔다.


“크아.”

“캬악.”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놈들이 괴성을 토하고 있다.

짐도 그렇고 공간이 비좁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뒤바뀐 객실의 주인들을 피해 우리는 굼벵이처럼 천천히 위로 넘어갔다.


툭!


“캬악!”


미리 입을 맞췄던 대로 마지막에 올랐던 나는 우리가 있던 화장실 방향으로 짐 하나를 던졌다.

다행히 그 소리를 들은 놈들은 곧장 그 방향으로 몰려든다.

조그만 소리에도 여실히 반응하는 놈들을 피해 선두에 있던 사람들부터 천천히 다시 통로로 내려간다.

모두가 내려갔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투둑!


마지막으로 뒤따라오던 노숙자가 바닥으로 추락한다.

내내 다리가 불편해 보이더니 결국 저놈이···


“괜찮아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한강우가 그를 챙긴다.

다행히 걸을 수는 있는 것 같긴 하다.

이대로 조용히 넘어가면······


화악!


찰나의 순간.

객실 전체에 내려앉았던 검은 장막이 순식간에 걷어진다.


“캬악!”

“뭐해. 뛰어!”


뒤쫓아 오는 놈들을 피해 생존자들은 황급히 다리를 움직였다.


“캭!”


노숙자를 마지막으로 모두가 빠져나오자마자 박우찬이 객실 문을 닫아보지만.


덜컥!


너무 늦었다.

삐져나온 놈들의 팔이 문 너머로 뻗어 나온다.


“이익!”


박우찬은 안간힘을 다해 문을 닫아보지만 소용없다.

문에 놈들의 팔을 자를 정도의 절삭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버티고 있는 것이 전부다.

위기는 연달아 발생했다.


“···어?”

“뭐야, 왜 그래?”

“문이 잠겼어!”

“뭐?”


하필이면 출구 쪽의 문도 잠겨 있다.

노숙자와 한강우가 문으로 들러붙어 잡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잠긴 문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하여간 저 멍청이들이!


“비켜!”


발을 크게 구르며 소리치자 문 근처에 있던 인간들이 구름처럼 좌우로 흩어진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향해.

들고 있던 야구 배트가 문을 강타한다.


콰직!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


까강!


잇따른 방망이질 끝에, 객실 문이 요란한 소음과 함께 산산이 부서진다.

그제야 비로소 객실 너머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저들만 살겠다고 문을 걸어 잠그고 이쪽의 소동은 방관하고 있던 쓰레기들의 모습이.


“저, 저 근본도 없는 놈들이!”


내게 혀가 잘릴 뻔했던 남자가 이를 악물고 문 쪽으로 달려든다.

그렇게 잘난 듯이 살인이라고 지껄이더니 결국 하는 짓이 생존자 그룹을 버리고 저만 사는 건가?

어떻게든 문을 닫으려고 저러는 모양인데.


“이익!”


한강우의 손이 좀 더 빨랐다.

황급히 달려간 그는 어떻게든 팔을 욱여넣고 사력을 다해 문을 열려고 힘썼다.

문을 열려는 자들과 문을 닫으려는 자들, 그리고 문을 넘어오려는 놈들.

3개의 그룹이 서로 부딪치는 사이.


“크윽!”


박우찬은 홀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달려드는 놈들을 막아 문을 닫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대로는 분명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그래, 저거라면!

나는 배트를 버리고 통로 한쪽 구석에 있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야, 사이코 너!”


다가오는 나를 보며 박우찬이 기겁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소화기의 호스와 손잡이를 잡고 있는 힘껏 소리쳤다.


“아저씨, 숨 참아!”


치익!


손에 닿은 호스 사이로 새하얀 기체가 뿜어져 나온다.

내가 노리는 곳은 오직 한 방향.

놈들의 시선이 닿을 객실 문과 손 틈 사이로 삐져나온 놈들의 머리 쪽이다.


“캬악.”

“캭?”


새하얀 연기가 놈들의 눈을 가린 순간 나는 서둘러 그의 등을 두드렸다.


“가자!”


그와 동시에 문을 잡고 있던 박우찬이 달려 나오기 시작한다.


“캭!”


몇몇 놈들이 이쪽으로 시선이 향하지만, 이쪽을 보지 못한 놈들과 팔과 몸이 엉킨 탓에 제대로 헤어나오질 못한다.

그야말로 절호의 찬스다.


“나와!”


어느새 노숙자를 대신하여 문을 잡은 박우찬이 황소 같은 팔뚝에 힘을 주기 시작한다.


“어어?”

“우왁!”


박우찬이 투입되자 문은 금세 열린다.

이윽고 완전히 개방된 객실문!

그와 동시에 나는 재빨리 남은 인원들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서둘러!”

“키엑!”


벌써 정신을 차린 몇 놈이 이쪽으로 달려든다.


뻐억!


머리를 얻어맞은 놈들이 객실 의자 쪽으로 쓰러진다.

덕분에 모두가 들어갈 시간을 벌었다.


“사이코!”

“율아 얼른!”


한강우와 신연의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마침내 나만 남았다.


뻑!


마지막으로 달려오는 놈의 머리를 후려치고.

나는 투수를 피해 도루하는 타자마냥 황급히 바닥을 박찼다.


“으랴앗!”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타이밍!

내가 객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성공함과 동시에 객실과 통로의 공간이 문을 사이에 두고 단절된다.


성공했다.

모두 무사히 객실로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남은 것이 있었다.


“어이, 거기 아저씨.”

“히익!”


쓰레기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가장 더러운 쓰레기.

나는 서서히 쓰레기 소굴 쪽으로 향했다.

이윽고 그와 나의 시선이 마주친 그 순간.

우리를 근본도 없는 놈이라 칭하며 그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왔던 쓰레기의 목을 붙잡아 객실 벽면으로 처박았다.


쿵!


“컥!”


힘없이 침음을 토하는 모가지를 붙잡고서 나는 싸늘히 입술을 떼었다.


“한 번 더 근본 어쩌고 하면 내가 혓바닥 토막 친다고 했지?”


“컷!”


객실을 가로지르는 이질적인 목소리.

그와 동시에 깨져버린 유리처럼 세계가 파편이 되어 흩날리고 그 속에 숨어있던 본래의 세계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윽고 신율이 아닌, 본래의 이성이 자리를 가득히 메운 그 순간.


"형님 아까 통로 들어갈 때 그림 괜찮았습니까?"


조폭 그 자체였던 상범이가 걱정스럽게 말을 건네고.


“들어갈 때 벽이랑 부딪친 거? 지혁이랑 너랑 미리 짜고 그런 거지? 현실감 살고 더 좋더라.”

“역시 일부러 그러셨죠? 어쩐지 진짜 리얼하게 잘 나와서.”


뒤이어 푸근한 미소의 시환이형을 따라 연하윤까지 웃으며 다가온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모든 배우들이 세트장을 내려오는데.


“진짜 방금 연기 뭐야, 다들 미친 거 아냐? 내 평생 저렇게 리얼한 연기 처음 본다!”

“국내? 하긴 국내는 너무 좁았네. 이게 바로 월클 아니냐고!”

“야, 누가 좀비물 못 뜰 거라고 했냐? 이 연기로 못 뜬다고? 못 뜬다고 했던 놈 한번 여기 나와 보라 그래!”


곳곳에서 찬사가 터져 나온다.

직접 촬영에 함께하는 촬영 스태프들은 저마다 감탄과 함께 환호성을 터뜨렸다.

생각보다 훨씬 좋은 그림이 잡힌 모양이다.

그들의 반응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작가의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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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Act 57.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完) +57 21.01.19 5,906 206 19쪽
56 Act 56. 제작 발표회 +20 21.01.18 6,127 218 14쪽
55 Act 55. 퇴장은 이별이다 +16 21.01.17 6,454 238 16쪽
» Act 54. 인간의 조건 +18 21.01.16 6,991 218 18쪽
53 Act 53. 은혜는 바다 같이 - (2) +22 21.01.15 6,933 228 14쪽
52 Act 52. 은혜는 바다 같이 - (1) +11 21.01.15 6,681 18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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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Act 50. 스승과 제자 - (1) +18 21.01.13 8,097 23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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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Act 34. 마녀의 남자 - (1) +14 20.12.28 12,897 293 20쪽
33 Act 33. 꿈이 무엇입니까? +12 20.12.27 12,759 304 19쪽
32 Act 32.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4) +13 20.12.26 12,709 294 20쪽
31 Act 31.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3) +12 20.12.25 12,432 286 17쪽
30 Act 30.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2) +20 20.12.24 12,725 308 20쪽
29 Act 29.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1) +18 20.12.23 13,175 30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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