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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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27 17:58
최근연재일 :
2021.01.19 21: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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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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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Act 57.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完)

DUMMY

“오늘이 그러면 시상식이야?”

“응.”


새하얀 병실.

요새 들어 더욱 자주 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아니 조금 달라지긴 달라졌다.


전보다 더 늘어난 것 같은 병실 밖에 모여든 인파나.

요새 들어 한층 더 밝아진 지현이의 모습까지.

대대수가 긍정적인 변화다.


“흐응.”


흥미로 가득한 콧소리가 병실 가득히 울려 퍼진다.

기대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훑어보던 지현이의 입꼬리가 짙은 호선을 그렸다.


“그럼 우리 오라방 오늘 상 받는 거야?”

“글쎄.”


기대심을 단번에 부숴버리긴 조금 미안하지만, 나는 솔직하게 내 생각을 털어놓았다.

MBT로부터 전달된 연기대상 시상식의 정식 초청.

물론 오고 싶어도 초청받지 못하는 배우들이 수두룩 빽빽한 실정에서 정식 초청은 분명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시상에 대한 부분을 물어본다면 거기에 대해선 의문이 들었다.


“왜? 정식 초청까지 받아놓고선.”

“올해 흥행한 드라마가 내가 나온 드라마뿐이냐? 나 말고도 열심히 하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상을 타는 것이야 분명 기대되고 정말 기쁜 일이지만, 과연 내가 그 상을 탈 수 있을 것일까?

이 바닥에서 열심히 하는 배우는 한둘이 아니다.

흥행한 작품, 흥행하지 못한 작품 어느 것이든 알게 모르게 정말 크게 고생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인데.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내가 수상하리라 확신하긴 어려웠다.

피식 웃으며 입술을 달싹이자, 되려 지현이가 발끈한다.


“아니, 오라방처럼 열심히 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세상에 배우가 나 한 명이냐? 홍정호 선배님도 그렇고 예나도 그렇고 고생한 배우가 얼마나 많은데.”

“다른 배우가 무슨 상관이냐? 오라방이 고생한 게 중요하지. 오라방이 뭐 연습을 게을리했어, 촬영을 대충 했어? 대본이 헐 때까지 읽어가며 고생했으면 받을 수도 있는 거지.”


지현이의 목소리가 바늘이 되어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솔직히 욕심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리라.

한 명의 배우로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기에, 또한 배우로 데뷔해서 처음으로 접하는 시상식이기에.

하지만 다소 걱정이 일었다.


“기대했다가 못 받으면 쪽 팔리잖아.”

“······”


지현이의 입술이 덜컥 굳는다.

괜한 걱정일지도 몰랐다.

정식으로 초청까지 받은 몸이니까.

하지만 되려 그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자신 있게 기대하라고 했는데, 정작 아무것도 못 받은 빈손으로 시상식을 마친다면 그것만큼 창피한 일이 또 있을까?


“괜히 기대했다가 못 받으면 더 마음 아파.”


딱!


“아.”


이마 사이로 미약한 통증이 번진다.

고개를 들어 다시 앞을 보자 지현이가 나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

지현이는 눈살을 모으며 입을 벌렸다.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어.”

“이게 오빠를···”

“못 받으면 못 받는 거지. 그리고 아직 시상식 끝난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죽상이야. 아직 받지도 않았으면서 그렇게 걱정만 하고 있으면 되겠어?”


지현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덕분에 시선이 멍하니 지현이에게로 고정된다.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지혁 씨 슬슬 시간 됐어요.”


마침 병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등장한다.

오늘날의 이 자리까지 나를 끌어준 그녀, 김수아다.

그가 병실로 들어옴과 동시에 지현이가 갑자기 내 등을 두드린다.


“얼른 준비하고 가서 다 쓸어버리고 와!”


피식.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조그마한 웃음이 터진다.

누가 보면 전쟁에라도 나가는 줄 알겠다.

다 쓸어버리긴 뭘 쓸어버리라는 거야?

···그래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는 큼지막한 손을 지현이의 머리 위로 올렸다.


“아우 머리 헝클어져!”


다소 거칠게 그녀가 싫은 소리를 낸다.

몇 번이고 지현이의 머리를 만지고 나서야 나는 이윽고 웃으며 등을 돌렸다.


“다녀올게.”

“···잘하고 와.”


토라진 듯 고개를 돌리면서도 조용히 입술을 달싹인다.

그 모습에 결국 웃음이 터진다.

덕분에 왠지 오늘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다.


***


차창 너머로 시상식장이 비치기 시작한다.

입구를 가득히 메운 사람들.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 환하게 터져 나오는 불빛 사이로 수많은 인파가 레드 카펫 주변에 모여있다.

이제 곧 있으면 나도 저 길을 걷는 거겠지.


“아영아 이대로 내리면 되지?”

“물론이죠. 오늘은 특히나 더 신경 썼으니까 걱정 마세요. 오빤 제 얼굴이잖아요.”


미소로 답하는 그녀를 향해 마주 보며 나 역시 마주 웃었다.

오늘의 컨셉은 심플 이스 베스트.

자주 입던 검게 번쩍이는 구두와 흰색 셔츠를 덮은 검은 슈트다.

딱 하나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넥타이가 평소와는 달랐다.

길게 셔츠를 덮은 넥타이가 아닌 목 부분을 강조하는 검은색 나비넥타이.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시상식의 의상이다.


“역시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니까.”

“괜찮아?”

“언제나 최고예요.”


덕분에 자신이 섰다.

마침 레드 카펫 앞에 벤이 멈춰선다.

문을 열고 레드 카펫 위에 발을 올리려던 찰나.


“지혁 씨.”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가장 가까이에서 언제나 나를 챙겨준 목소리.

그 목소리에 시선이 절로 향한다.


“네, 팀장님.”

“아까 즐기고 온다고 하셨죠?”

“네.”


김수아는 내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같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를 마주 보던 김수아는 나를 보며 재차 입술을 떼었다.


“저 믿으시죠?”

“예?”


갑자기 뜬금없이 자신을 믿냐니 그게 무슨 소리지?

고개를 갸웃거리자, 잔잔한 입술이 진한 미소를 그린다.


“지혁 씨는 제가 아는 배우 중, 단연 최고예요. 그동안 그 누구보다 고생하셨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오셨어요.”

“팀장님.”

“오늘 지혁 씨의 두 손은 트로피와 꽃다발로 가득할 거예요.”


1년 동안 봐온 미소 중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고 밝은 미소를.


“다녀오세요. 1년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김수아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기쁨? 아니면 슬픔?

아니.

모르겠다.


대신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김수아는 그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내 앞길을 축복했다.

상냥하고 따뜻한 그녀의 마음에 당혹감으로 가득 찼던 입술이 예쁜 반월을 그린다.


“다녀오겠습니다.”


드륵!


“꺄아!”


열리는 차 문 사이로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함성에 가까운 환호성과 더불어 끝없이 반짝이는 셔터.

일단은 이 자리를 즐겨볼까?

나는 은근한 미소와 함께 다리를 내뻗었다.


눈 앞에 펼쳐진 붉은빛의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당당하게.


***


초대가수의 공연을 시작으로.,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분위기 속에 시상식이 시작됐다.


시상식이라곤 하지만, 곧바로 상만 잔뜩 수여 하는 것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올 한해에 있었던 드라마의 명장면이라던가, 화제가 된 부분을 틀어주며, 시상식의 분위기는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흐뭇하게 달아오르는 분위기는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백 작가 좀 다리 좀 그만 떨어.”

“아이, 긴장되는 걸 어떡해요!”

“시상식 처음도 아니면서 긴장은.”

“제 작품으로 올라가는 건 처음이라 그렇죠!”


마녀의 남자 주요 출연진들이 모인 테이블.

그중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박수일과 백인화는 여전했다.

번듯한 정장과 예쁜 드레스를 입고 있음에도, 앙숙 같기도 다정한 선후배처럼 툭탁거리는 것이,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심심할 겨를이 없다.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여러 배우들이 시상식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긴장돼?”


옆에 있던 예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은근슬쩍 호선을 그리는 입술을 보니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긴장은.”

“수상 소감 준비해온 거 아니야?”

“에이, 수상 소감은 나보다 네가 더 준비해야 하는 거 아냐?”

“난 당연히 네가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나가 조용히 웃는다.

나는 웃으며 조그맣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마음 편하게 왔어. 이번이 첫 시상식이라 그냥 조용히 보다 가려고.”

“이번이 처음이니까 더 유력하지 않을까?”

“에이 처음인데 무슨 상이야.”

“처음이니까 받을 수 있는 상이 있잖아.”


처음이니까 받을 수 있는 상이라면 하긴 하나밖에 없긴 하다.

바로 신인상이다.

올해 데뷔한 배우들을 대상으로 수여 하는 상.

마침 스크린에 신인상의 후보자들이 나타난다.

그사이에는 내 얼굴도 있다.


“오, 역시 지혁 씨!”

“역시 지혁 씨 있을 줄 알았다니까!”


옆에 있던 마녀의 남자 팀원들이 환히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말은 너무 고맙지만 후보자만 4명이 넘는다.

거기에 하나같이 유명한 사람들이다.

작품도 그렇고, 촬영 중에도 몇 번씩 이름이 들릴 정도로 실력도 좋은 모양인데, 저 사이에서 내가 받을······


“남자 신인상, 축하드립니다. 정지혁 배우님!”


···어?

지금 뭐라고?

순간 이성이 멈췄다.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보자 옆에 있던 서예나가 환하게 미소 짓는다.


“내가 받을 거라고 했지? 축하해.”


그것이 시작이었다.


“와, 지혁 씨! 축하해!”

“내가 뭐랬어 지혁 씨가 받을 거라고 했잖아.”

“크하하! 경사로구만 경사야!”


같은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내게로 달려들며 축하의 말을 건넨다.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앞에서 방송 스태프가 나를 향해 강하게 손짓한다.

빨리 무대 위로 올라가라는 신호.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 나는 정신없이 무대 위로 향했다.


“축하드려요.”


무대 위에 도착하자, 앞에 있던 MC들이 환하게 웃으며 내게 트로피를 건넨다.

금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트로피의 묵직한 촉감이 손에 착 감긴다.

이윽고 신호를 따라 마이크 앞에 다가가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긴장감에 입술이 떨린다.


“어··· 워낙 쟁쟁하신 분들이 후보에 오르셨던 터라 설마 제가 받을 줄은 몰랐는데, 호명되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먼저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주신 박수일 감독님 백인화 작가님······”


목소리가 먹먹하다.

갑작스럽게 호명 받은 충격 때문인지,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는 기쁨 때문인지, 괜스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가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모를 정도다.


“······그리고 같이 호흡을 맞춘 예나랑 홍 선배님, 주 선배님까지. 이루 다 표현하지 못한 모든 분들이 계셨던 덕분에 제가 이렇게 영광된 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네, 정지혁 씨 정말 축하드립니다.”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자 사회자로부터 다시 한번 축하의 말이 흘러나온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다시금 내가 있던 자리로 향했다.


“진짜 축하해요 지혁 씨. 지혁 씨 상 받는데 내가 다 눈물 날 뻔했네.”

“상은 지혁 씨가 받았는데 네가 왜 울어?”

“당연히 기뻐서 그렇죠!”


자리를 돌아오자마자 같은 테이블의 사람들이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넨다.

하지만 아직 멍한 기분이다.

설마 상을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정작 상을 받고서도 얼떨떨하다.


“축하해.”


옆에 있던 예나의 눈꼬리가 길게 휘어진다.


“내가 뭐랬어. 네가 받을 거라고 했잖아.”

“아니, 설마 내가 받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

“다 티 나더라, 너 말 더듬는 거 처음 봤어.”

“···티 많이 나?”

“응.”


···너무 맘 편하게 갔나?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수상 소감 좀 제대로 준비해둘걸.

웃음을 터뜨리며 놀리는 시환이형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수상 소감에 대해 곱씹는 사이 시상식은 계속 진행되었다.

중간에 축하 공연과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며 또다시 새로운 MC들이 등장했다.


“이어서 남자조연상 후보 보여주세요.”


MC들의 말을 따라 화면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는 후보들.

그리고 6명의 후보 중, 마지막 후보의 등장에.


“···어?”


나도 모르게 입에서 당혹성이 새어 나왔다.

나뿐만이 아니다.

스크린을 지켜보던 다른 이들의 입에서도 연달아 당혹성이 터진다.


“뭐야? 내가 지금 잘못 보고 있는 거야?”

“저거 지혁 씨 맞죠?”

“세상에 조연상도 후보에 오른 거야?”


남자조연상의 후보에도 내 얼굴이 올라가 있던 것이다.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다가도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에이, 하나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인데.

두 개나 상을 줄······


“남자조연상 축하드립니다 정지혁 씨!”


···뭐야, 이거 몰래카메라인가?


“꺄아! 진짜 지혁 씨가 받는 거야?”

“시상식 한 번에 상 두 개가 말이 되냐고!”

“와, 진짜 지혁 씨 상복 터졌잖아. 완전 축하해!”


끝난 줄 알았던 축하가 연달아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제일은 역시 예나다.


“세상에, 이거 진짜야?”


당연히 상을 받을 거라고 자신하던 그녀도 놀란 건 마찬가지인가보다.

예나는 입을 쩍 벌린 채,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축하해!”


어느새 내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있다.

그와 동시에 눈시울이 붉게 달아오른다.

자기가 수상받은 것도 아니면서도 눈물까지 글썽이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내 눈가가 촉촉해진다.


“아하하, 상은 지혁 씨가 받았는데 예나 씨가 왜 울어.”

“너무 기뻐서요. 이거 꿈 아니죠?”

“지혁 씨가 할 말을 예나 씨가 다하고 있는데?”


테이블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후 또다시 나를 향하는 스태프의 손짓에 나는 천천히 발을 뗐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발걸음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무대 중앙에 도착하자마자, 앞에 있던 두 MC가 내게 트로피와 꽃다발을 건넨다.

신인상보다도 더 크고 화려한 금빛의 트로피, 그리고 향긋한 꽃내음을 퍼뜨리는 꽃다발에 양손이 파르르 떨린다.

내가 이 자리에서, 무려 두 번씩이나 상을 받아도 되는 걸까?

쏟아지는 조명 아래, 수많은 생각이 오간다.

한참 동안 울음을 삼키고 고민하고서야, 이윽고 머릿속으로 익숙한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얼른 준비하고 가서 다 쓸어버리고 와!”


병원에서 이 시상식을 보고 있을 내 동생.

방실방실 웃고 있던 그 모습이 눈시울을 스친다.

그제야 나는 비로소 마이크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어···”


떨리는 입술이 간신히 열리며 소리를 내뱉는다.


“정말 많은 분들께 너무 감사하고 죄송한 자리입니다. 제가 감히 두 번이나 상을 받아도 될 사람인지 모르겠네요.”


성대를 타고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파르르 떨린다.

두 번째 말하는 수상 소감이지만,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한 해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꿈도 희망도 없이 병원에 처박혀 있던 삶에서 사람도 구하고, 다양한 작품에 배우로 참여하며 정말 많은 분들은 만났습니다. 제 몸이 아픈 와중에도 항상 못난 오빠만 걱정하는 동생부터.”


익숙한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1년의 시간 동안 나와 함께하며 나를 있게 해준 사람들.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머릿속을 따라 나는 천천히 그들을 불렀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제게 손을 내밀어준 형도 있었고, 형님이라 부르며 나를 도와준 동생도 있었습니다. 망망대해 같은 배우의 길에서 하나의 지표가 되어 주었던 선배님도 계셨고, 그 길을 다듬어준 스승님도 계셨습니다.”


눈꼬리 사이로 번진 물기가 어느새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눈물과 조명으로 일렁이는 세계를 향해.


“항상 부족한 저를 위해 매일 같이 옷을 챙겨주는 사람도 있었고, 매일 같이 곁에서 동고동락해준 사람도 있었습니다. 필요한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친구도 있었고, 아무것도 없는 저를 이유 없이 아껴주고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이 계셨습니다.”


나는 허리를 숙이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저는 정말 부족한 사람입니다. 아직 배워야 할 것도 산더미로 있고, 알량한 실력으로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 모든 순간을 함께해주며 큰 은혜를 베푼 그분들께 꼭 이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1년이란 시간, 지금 이 순간의 이 자리에, 나를 있게 해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시상식은 끝이 났다.

많은 배우들과 감독, 작가들이 상을 타고 울고 웃으며 서로에게 축하를 건넸다.

나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다.

상을 두 개나 받은 덕분에 두 배 이상의 축하를 받았고, 곧바로 회식 자리까지 마련되었다.

이런 날일수록 소주가 빠질 수 없지.

슬슬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찰나.


“정지혁 씨.”

“네?”


낯선 목소리에 절로 고개가 향한다.

시선이 다다른 곳, 그곳엔 익숙한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장현욱 감독님?”


이번 시상식에서 올해의 작품상을 받은 <M>의 감독이 아닌가!

올해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M>이외에도 수많은 작품을 남긴 그의 발자취엔 이 바닥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는 나조차도 잘 아는 작품들이 즐비했다.

그야말로 드라마계에 있어서 거장.

갑작스러운 거장의 등장에 나는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올해의 작품상 수상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닙니다, 나야말로 지혁 씨 신인상, 조연상 수상 축하드려요.”

“과찬이십니다.”


장현욱이 껄껄 웃음을 터뜨린다.

이윽고 그는 한한 미소 끝에 조용히 입술을 달싹인다.


“실은 지혁 씨에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말씀이요?”


두 눈이 번쩍 뜨인다.

혹시···?


“이번에 제가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차기작의 주연을 지혁 씨에게 부탁드릴까 합니다. 혹시 생각 있으십니까?”


우웅.


기적과도 같은 제의와 함께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던 스마트폰이 울린다.

이제는 굳이 보지 않아도 다 안다.

보은.

내 인생을 바꿔준 어플.

처음에는 그렇게 이질적이던 알림이 이제는 너무나도 반갑다.


‘주연 제의라.’


씨익


나도 모르게 입가에 번진다.

그래.

겨우 신인상과 조연상에 만족할 수는 없다,


최고의 감독이 내미는 첫 주연의 자리.

나는 아직 더 오를 수 있다.

남자가 이왕 칼을 뽑았으면 끝을 봐야 하지 않겠는가?

배우로서의 정점을 찍고, 대한민국 최고의··· 아니, 세계 최고의 탑배우가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더 나아갈 것이다.


<Fin>


작가의말

지금까지 <천재 배우로 전직을 명 받았습니다>를 아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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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Act 54. 인간의 조건 +18 21.01.16 6,991 21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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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Act 34. 마녀의 남자 - (1) +14 20.12.28 12,897 293 20쪽
33 Act 33. 꿈이 무엇입니까? +12 20.12.27 12,759 304 19쪽
32 Act 32.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4) +13 20.12.26 12,709 294 20쪽
31 Act 31.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3) +12 20.12.25 12,432 286 17쪽
30 Act 30.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2) +20 20.12.24 12,725 308 20쪽
29 Act 29. 액션은 이렇게 하는 겁니다 - (1) +18 20.12.23 13,175 30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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