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27,423
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작성
21.05.22 06:00
조회
251
추천
9
글자
7쪽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DUMMY

사료포대 안쪽을 들여다 본 인희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빠, 흰둥이가 알아서 사료 먹었나봐. 어머, 사료가 확 줄었어.”


“뭐?


사료포대 앞으로 다가온 인한이 포대 안을 들여다보다가 옆으로 따라온 흰둥이 배를 보았다.


불룩하게 나온 희둥이 배가 보였다.


인한이 그 배 모양을 보고 그만 ‘풋’소리를 내며 웃고 말았다.


“인희야, 흰둥이 배 좀 봐. 터지기 직전이다.”


“어머어머, 흰둥이 사료 잘 안 먹는데 배가 많이 고팠나봐. 프흐흐 흰둥아, 너 좀 너무 했다. 어휴, 이틀은 굶어도 되겠네.”


흰둥이가 남매의 말을 듣고 앉아서는 왈왈 짖으며 앞발을 들어 허공에 저었다.


- 그려, 그려. 근디 목이 말러 죽겄어. 물 좀 줘, 물. 내 손이 안 닿는구먼. (왈, 우왈, 왈)


인희가 인한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흰둥이가 굶어도 된다는 말은 싫었나봐. 흐흐”


- 아, 물 좀 줘, 인희야. 물! (왈왈-왈)


“그래, 알았어. 안 굶길게.”


- 아니 물 좀 달라고, 참 나. (왈, 끼이잉-)


마침 인한이 흰둥이 물그릇이 바짝 말라 있는 것을 보았다.


씽크대에서 물그릇을 한 차례 닦고는 물을 채워 바닥에 놓자 흰둥이가 얼른 물그릇으로 다가가 한참동안 물을 먹었다.


- 그려, 그려. 역시 내 새끼밖에 없구먼. 아유 시원타. (첩첩첩첩첩···)


“사료를 그렇게 먹어댔으니 목도 말랐을 거야. 인희야, 내일 할머니한테 일찍 갈 거니까 너도 씻고 일찍 자. 그리고 내일 병원에 하루 종일 있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흰둥이 사료랑 물부터 든든히 채워주고 가자.”


“알았어.”


인희는 옷을 갈아입고 씻으러 들어갔다.


인한이 흰둥이가 물을 다 먹고 나자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순덕 역시 인한의 무릎에 앞발을 올려 쓰다듬었다.


그 순간 인한이 머리에 붕대를 잔뜩 감은 순덕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던 장면이 보였다.


- 할머니, 제 목소리 들리시죠? 할머니, 저희들 두고 떠나시면 안돼요. 저하고 인희가 할머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죠?


순덕이 저도 모르게 혀로 입을 핥으며 침을 삼켰다.


- 인한아, 이 할미도 인한이 사랑혀, 울지마, 응? 불쌍한 내 새끼···. (우오오오오오오 월)


순덕이 앞발을 들어 인한의 무릎을 살살 긁었다.


인한이 그 발을 악수하듯 잡으며 말했다.


“내일부터 집 잘 지켜야 해. 한동안 인희도 나도 늦게 올지 몰라.”


- 인한아, 안 그려도 돼. 넌 내 몸뚱이 걱정 말어. 할미 여깄어. (우오오오오오 왈, 왈)


“그래 집 맡겨도 되지? 알았어, 알았어.”


인한이 양손으로 한차례 흰둥이의 얼굴을 문지르고는 인희가 나온 화장실로 향했다.


인한도 인희도 밤새 뒤척였다.


순덕 역시 남매가 자다가 뒤척이는 소리에 수차례 깨곤 했다.


‘애들이 피곤해 어쩐댜···.’


말을 못하니 알려줄 방법이 없었다.


‘바닥에 한글을 써봐? ···그런다고 믿겄어? 그보다 이 다리로 제대로 쓸 수나 있을까 몰러.’ 순덕 역시 밤새 고민하다 새벽을 맞았다.



2017년 1월 1일, 새해를 알리는 제야의 종소리도 듣지 못하고 잠을 잔 인한과 인희였다.


인한과 인희가 일찌감치 흰둥이의 밥그릇과 물그릇을 닦은 후 하루 동안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사료와 물을 채워놓았다.


흰둥이를 돌아가면서 한 번씩 쓰다듬고는 대문 밖으로 나가자 흰둥이도 따라 나오려 했다.


- 어디 내가 얼마나 다쳤는지 나도 가 보자. (우월월월)


“흰둥아, 안 돼. 집에 있어. 너 못 데려가. 어허! 들어가, 얼른.”


- 아, 나도 좀 보자고. (월월)


“쓰읍! 안 된다니까! 오늘따라 흰둥이가 왜 저러지?”


인한과 인희는 흰둥이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문단속을 하고는 멀어져 갔다.


- 아, 나도 가자고! 너희들 옆에 내가 있어야 혀! (월, 우월, 끼이이잉 낑 낑)


그때였다.


담벼락 너머로 옆집 창문이 쾅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옆집 남자가 흰둥이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야, 이놈의 똥개새끼야! 너 죽으려고 환장했어? 너 딱 걸렸어. 차라리 오늘 내 손에 죽자! 내가 아주- 맛있게 먹어 줄게.”


순덕은 남자의 말에 빈정이 상했다.


‘뭐시여? 뭘 먹어? 저놈이 저거 미쳤나? 뭐여? 나하고 한 판 하자는 겨, 지금?’


순덕은 가슴은 낮추고 엉덩이는 살짝 뒤로 뺀 자세에서 꼬리도 바짝 들면서 전투준비에 돌입했다.


- 뭐? 똥-개? 야, 이놈이 미쳤나? 우리 흰둥이가 왜 똥개여! 그 용맹하다는 대한민국 풍산이여, 풍. 산! 오냐, 한판 하자고? 그래, 와라 와, 오늘 아주 날 잡자! 어디 와봐! 너 같은 놈은 한주먹 거리도 안 돼, 이놈아! (으르르르르릉 월월월월월월 그르르릉 월월월!)


남자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에 순덕이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댔다.


그러나 남자는 몇 걸음 나서지도 못하고 뒤에서 빽 소리치는 아내의 고함에 움찔하며 멈췄다.


“야! 이, 여보! 이 양반이 어딜 넘어 가! 그 집 개 크단 말이야, 그것도 풍산이래, 풍산. 죽고 싶어?”


“푸, 푸, 푸, 풍산? 저기···. 진돗개 풍산개 할 때 그 풍산?”


“그래, 물리면 죽는다구! 몰라? 호랑이도 잡는다잖아. 쟤 덩치가 당신만 해.”


- 에이 그건 쫌 오버여. 흰둥이가 니 놈보다 크진 않지. (우오오월 아웅)


“에이씨”


우당쾅쾅 뭔가를 차는 소리가 들리더니 두 사람의 슬리퍼 소리가 멀어지고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 그럼 그렇지.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놈이 감히 어딜! (우월! 아오-!)


전투에 이기자 순덕의 기분이 한껏 고조되었다.


전쟁에 이긴 장수마냥 마당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화단 벽에 둘러치듯 심어져 있는 꽃나무마다 뒷다리를 들고 한껏 높이를 높여서 찔끔, 찔끔, 오줌으로 신나게 영역표시도 했다.


볼일을 마친 순덕은 당당하게 거실 입구에 놓인 발판에 발을 쓱쓱 문질러 닦고는 인희방으로 들어갔다.


개의 몸으로 들어간 지 단 하룻밤 사이에 완벽히 흰둥이의 몸에 적응한 순덕이었다.


***


인한과 인희가 도로로 나왔을 때 인한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예? 정말요? 예. 바로 갈게요!”


“왜, 오빠, 뭐?”


“할머니 깨어나셨대. 가자!”


둘은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할머니가 깨어나셨다는 말만으로 남매의 얼굴에 가볍게 홍조가 돌고 기가 살았다.


병원에 도착해 중환자실로 향했다.


병실 앞의 벨을 누르자 간호사가 나왔다.


그런데 간호사 표정이 묘했다.


간호사가 주는 대로 가운을 입고 중환자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인한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저 끝에서 눈을 뜨고 인한과 인희가 들어오는 쪽을 바라보고 있는 순덕의 모습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31화. 승하의 신고(1) +6 21.05.25 244 8 7쪽
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3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9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31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9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6 8 7쪽
»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2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6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3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5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62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9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6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3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61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6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5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6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5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9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20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3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3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50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6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1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11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5 15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