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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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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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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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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3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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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0화. 그 뽑아든 검은...

DUMMY

나는 영웅이 되었다.

겨우 하급부대의 지휘관이 만들어낸 대규모의 승리.

통쾌한 역전극.

그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짜릿한 수식어구들은 애 이름을 포장했다.

그래, 전쟁이라면 ‘영웅’이라는 이름의 학살자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전쟁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죄책감을 덜어주고, 자신의 행위가 신성한 행위인 마냥, 거리낌 없이 자행할 수 있게 되는 거니까.

“별로 표정이 좋아 보이진 않네요.”

“뭐 그렇지. 덕분에 몸도 만신창이고.”

“답답해도 가만히 있어요. 자칫했으면 왼팔을 못쓰게 됐을 뻔했으니까.”

“제길. 나도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미친 짓은 안 했을 거야.”

“알려주면 당신의 자존심이 상할까봐 그랬겠죠.”

“알아, 아는데, 짜증난다고.”

“공화국 제도의 대통령의 아들도 이루말할 수 없는 특권을 누려요. 하물며, 이름뿐이더라도 ‘황제’라고 부르는 사람의 자식들인데 아무 안전장치가 없을 리가 없죠. 너무 쉽게 생각했나봐요.”

내가 행했던 ‘무식한’돌격.

그 돌격의 사망자는 겨우20명에 불과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바로 내가 이끌었던 부대가, 군부의 특수부대였다는 거지.

일당 백의 용사라 칭해지는 이들이었으니, 그렇게 무모한 짓에 성공률이 붙었다는 거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당신이 승리를 만들어냈다는 건 분명해요. 설사, 그것에 다른 요소가 첨가되었다고 할지라도.”

“내가 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야. 알고 있었더라면, 그런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었다는 거지. 그건 내 능력이라기 보다는 단순히 극한 상황에서, 이를테면 아기를 위해 마차를 들어 올리는 어머니의 힘. 뭐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는 거지.”

“어머,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세인.”

세리에의 말은 듣고 있으면 어쩐지 편안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 어쩌면 세리에는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지.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이런 말을 해주시던 분이 계셨어요. 결혼을 결정하기 전에, 그 남자가 극한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를 꼭 확인하라고.”

“그게 무슨 의미지?”

세리에는 뚜벅뚜벅 걸어서, 내 침대위에 살짝 걸터 앉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 사람이라면, 평상시에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결국 그가 이루어 놓은 것을 송두리째 일어버릴 것이기 때문이에요.”

“...”

세리에의 부드럽지 만은 않는 손이, 내 뺨을 스쳤다.

“그런 의미에서 전 행복한 사람이겠죠?”

베시시하고 웃는 그녀의 모습에서 난 내 속에 웅어리진 무엇인가가 풀려내리는 것을 느꼈다.

“고마워...”

“험!, 험! 거기 뜨거워서 좋기는 한데 말이지. 여기는 엄연히 군영이니까 그렇게 흐뭇한 광경을 연출하다가는 병사들한테 칼 맞을 수도 있다네.”

세리에와 나는 화들짝 놀라며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제길! 이 놈의 군대에는 사생활이라는 게 없는 거냐!

당연히 없지.

나는 붉어진 얼굴을 식히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벌였다.

“자 그쯤 되었으면 명령을 전달하지. 세인 B. 아에닌, 그대는 상처가 나을 때까지 휴식을 취하도록. 그리고 세리에 아에리스 그대는 임시로 93부대의 대장으로 임명한다. 기간은 전 대장의 상처가 회복할 때까지로 한다.”

“예.”

“그리고 그대들의 논공행상은 피에스로 돌아가서 정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참고로...”

“네?”

갑자기 서기관이 나에게 연민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리끼리 얘기지만, 폐하의 심려가 크시다고 하네.”

하기야 걱정이 되겠지. 그런데 그 표정의 의미는 뭐야?

“들리는 말이지만, 자네의 무모한 행동에 폐하께서 ‘진노’하셨다고 한다네.”

윽! 제길!

아니 그래도 나 때문에 이긴 거잖아. 안 그래? 난 살기 위해서 그런거라고!

하지만 루리안의 ‘진노’를 상상하자, 나는 온 몸의 힘이 쭉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설마요, 칭찬하실 거에요.”

이봐, 그런데 그 안됐다는 표정은 뭐야!

참고로 루리안이 화나면, 정말로 살 떨리게 무섭다. 절대로 화낼 리가 없는 사람 아니냐고? 아니 그런데 그게 화날만한 일이 생기더라고. 내가 죄인이지.

뭐 그대 일은 회상하기도 싫으니까, 넘어가자. 참고로, 나와 세리에는 정말... 아니, 차마 입으로, 아니 생각도 하기 싫다.

“세리에 같이 있어 줄거지?”

“네? 네에...”

허흑, 공포 앞에서는 사랑이고 뭐고 아무 것도 소용 없는 걸까. 훌쩍.


***

그 후로 1달. 아에니스 제국 파일로스 방명 군은, 파일로스의 군대를 격파하는 데 성공했다. 한 번 승기의 흐름을 탄 톱니바퀴는 절대로 멈추지 않을 듯이 맹렬히 회전했다.

그 결과 아에니스 군은 오히려 국경선 안까지 침투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의 목표는 파일로스 점령이 아니라, 적 병력의 궤멸이다. 다시는 기어 오르지 못하도록 완전히 눌러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원정은 적군이 완전히 와해될 때까지 계속된다. 아직 이르지만, 너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훌륭했다! 아에니스의 자식들이여!”

역시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목소리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지난 한 달, 나는 꼬박 침대 신세를 져야했고, 이제야 부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

세리에는 나의 부재기간 동안, 우리 부대를 훌륭히 이끌었고, 병사들로부터의 평판도 좋았다.

나는 어떠냐고?

후후후, 나는 이래뵈도 ‘영웅’의 찌끄러기 쯤은 된다고.

“리카세인 대장님!”

“아아, 그래 식사들 계속하게.”

아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나는 절로 어께가 으쓱여지는 기분이들었다. 이런 건 주의해야 되는데, 말이지. 하지만 솔직하게 내 능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굳이, 비관적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아첨과 칭찬의 경계선을 구분하는 칼날을 무디게 하지 않으면 될 뿐이다.

부우우우우

호각 소리가 들려왔다.h

무슨 소리지?

“적의 잔존병력이 발견되었다. 각 지휘관들은 신속히 집합하도록!”


막사 안.

“그래서, 정병의 수는 약 2000명 전후로 판단 됩니다.”

“흐음, 그 정도라면, 굳이 많은 병력을 보낼 필요도 없겠군. 뭐 좋다.

리카세인 대장!“

“예.”

“자네가 다녀오게. 몸풀기로는 적당한 상대겠지.”

“90번 부대, 93부대의 원호를 맡도록."

여러 사람들의 눈초리에 나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역시 익숙하지 않아.

나는 군례를 마치고 부대를 소집했다.

“여어, 이거 위명이 쟁쟁하신 리카세인 님이 아니신가?”

“놀리지마, 호스.”

나는 아클리스 동기인 녀석에세 투덜거렸다.“

“이럴 때는 우쭐해져야지.”

“네가 하면 비꼬는 것 같다고.”

“바보는 아니었네.”

“이 자식...”

“뭐, 네 작전이, 그 부대가 아니었으면 완전히 허당이었다는 걸 알았으면 됐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치사한 놈아.”

“나한테서 치사를 빼면 뭐가 남냐.”

쳇, 이래서 미워할 수가 없는 놈이라니까.


93, 91 부대는 적병의 추격을 벌였다. 똑 같은 200명 규모의 부대였지만, 한 쪽은 패잔병, 그리고 이 쪽은 아클리스만 3명이 포함된 정예병이었다. 이렇게 소규모의 전투에서는 아클리스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적병을 이끌고 있다는 기사가 아주 유능한 인물이 아니라면 우리가 질 가능성은 한 없이 영에 가까웠다.

우리들 부대는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추적을 시작했다.

파일로스 남부는 산 투성이의 북부와는 다르게 오히려 평야지대가 잘 발달한 곳이었다. 따라서 적들이 피할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추적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장님 이 곳은 와보셨나요?”

“아니. 그냥 빠르게 국경을 지나친 게 다라서. 왜 그러나? 부대장.”

“어쩐지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지나친 걱정이야.”

“그렇겠지요?”

“이봐, 너희들,”

“왜 그러나, 호스 대장.”

“거 자식, 말 한 번 딱딱하네 그래. 뭐 어쨌든, 궁금한 게 있어. 도대체 세리에는 왜 부대장 같은 걸 하고 있는 거야?”

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다.

그러고 보니 세리에는 나 보다는 종합성적이 2등인가 낮았지만, 호스보다는 높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건, 그러니까...”

세리에는 드물게 뺨을 붉히며 머뭇거렸다.

“아아, 역시 낭군님을 위해서?”

치사한 자식.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세리에의 어께를 툭툭 두르렸다.

부우우우

척후병이 부는 호각 소리에, 우리들은 서둘러 달려갔다.

“발견했나?”

“예!, 전방 200m 즈음에 소규모 진지가 보입니다.”

“좋아, 가자!”

우리는 서둘러 달려갔다.

한 번에 사로잡아야지, 괜히 질질 끌다가, 다른 병력과 합류해버리면 오히려 이 쪽이 위험해질 수 도 있다.

말이 투레질 하는 소리가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역시 침대에서 시간 보내는 건 너무 지겨웠어.

“저기, 저 쪽입니다.”

“좋아, 항복하는 자는 살려주지만, 저항하는 자는 봐주지 마라! 돌격!”

“예!”

그 때, 나는 좌우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섬뜩한 느낌을 느꼈다.

큥, 큥, 큥

우리 부대의 좌우에서는 엄청난 양의 화살이 마치 비 처럼 쏟아져 내렸다.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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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그 뽑아든 검은... +2 11.12.31 403 6 9쪽
51 10화. 그 뽑아든 검은... 11.12.31 352 7 8쪽
50 10화. 그 뽑아든 검은... 11.12.29 442 8 9쪽
49 9화. 그 피어나는 불꽃은... +1 11.12.27 420 6 6쪽
48 9화. 그 피어나는 불꽃은... 11.12.18 482 7 9쪽
47 9화. 그 피어나는 불꽃은... 11.12.18 446 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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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8화. 그 남자 11.12.12 506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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