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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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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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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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나뉘다12

DUMMY

타타탕!!


수십 정의 조총이 불을 뿜으며 과녁이 된 갑옷을 쉽사리 관통하는 모습에 다이고 천황은 화색을 띠었지만, 군사고문단으로 건너온 박승참 대령은 영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았다.


“훌륭하군, 훌륭해! 어떠한 맹장이라도 이 철포 앞에서는 아무것도 못 하겠군!”


“미숙한 실력입니다만 그리 보아주시니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다이고 천황은 이 말을 그냥 겸양으로 받아들였지만 박승참 대령은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2분에 1발이라니. 작동방식이 구형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그냥 훈련되지 않은 군대나 마찬가지다.’


발해군 일병 정도 되면 1분에 2발 또는 3발을 쏘는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화력이 네 배에서 여섯 배는 차이 나는 셈.


하지만 그건 북방 전쟁에서 미친 듯 구르고 이미 전역한 뒤 예비역이 되었다가 복직하는 기구한 사연을 가진 박승참 대령의 시각이었을 뿐이고 일본이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달랐다.


우선 일본의 활은 그 성능이 정말 처참했다.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발해의 활도 제대로 된 두정갑에는 막혀버리거늘 하물며 일본의 활은 오죽했을까.


그런데 그런 개인화기가 갑자기 총구 운동에너지 2000j을 넘보는 조총으로 확 뛰어버린 셈이었다.


더군다나 일본의 전투는 장군이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치르는 전투였다. 집단전이 발달한 것은 원 역사에선 전국시대나 되어서였고 지금은 여전히 장군의 무력과 소수 정예의 실력으로 결판이 나는 시대.


그런데 총이 있다면? 백 번 쏴도 뚫리지 않는 갑옷을 종잇장처럼 뚫어버릴 테니 핵심 부대를 일반병으로 막아 세울 수 있었다.


“이 철포병들은 언제부터 움직일 수 있는가?”


“못 해도 일 년은 기다리셔야 할 듯합니다.”


“일 년이나? 허허, 벌써부터 저리 용맹하지 않은가.”

“아직 무기도 다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 무기가 오는 데만 반년은 걸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훈련하고 편제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것도 발해에서 최대한 편의를 봐 주고 수렵용으로 만들었던 팔백 정의 조총을 우선적으로 공급한 덕이었다.


“... 조총에 대해서는 경이 전문가겠지. 경의 뜻대로 하시오.”


다행인 점이라면 다이고 천황은 박승참의 경력을 존중해 주었다. 어차피 다리가 절름발이가 되어 이번 일이 마지막 일일 것이었지만 그래도 상이군인을 위해 마지막까지 일자리를 제공해 준 나라의 일을 말아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일본이 조총병의 양성에 힘을 기울일 때 발해는 적극적으로 필리핀 개척에 나섰다.


이미 탐색대의 1, 2차 보고도 이미 올라왔으니 더는 더칠 게 없던 탓이었다. 그리고 발해에게는 인력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쓸 기적의 물건이 있었으니···.


“집은 화물 상자에 만들어서 간다!”


바로 조립식 컨테이너 건축물이었다.


개척하려고 해도 우선 안정적인 거주지는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은가?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맨땅에서 그냥 디비 잔단 말인가.


그러니 집을 지을 때까지는 선상생활을 해야 했고 그 시간 동안 수송선과 인력은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화물 상자를 집으로 삼으면 하역과 동시에 집이 생기고 수송선도 다시 본연의 임무를 할 수 있게 된다.


발해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곳은 이제야 도시 국가가 하나씩 나올까 말까 하는 곳. 즉, 개척할 곳이야 널리고 널렸다.


“우선 멀티 깔고 와드부터 박는다.”


최소한 식량 정도는 루손 섬에서 생산해야 했다. 발해가 아무리 수송대가 많았다지만 종전 후 많은 수송선을 민간으로 돌려버렸고 남은 수송선으로 본토에서 루손 섬까지 모든 물자를 보급하기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곳의 쌀은 맛없지 않습니까?”


“... 볶아 먹어.”


이것만큼은 지영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자포니카 품종의 쌀을 저 필리핀에서 농사지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도 한국에 흔히 알려진 그 싸구려 안남미가 아닌 나름 고급진 쌀 품종이니 그나마 낫지 않을까, 하고 무책임한 기대를 해볼 뿐이었다.


“그래도 이 마닐라 왕국에 대해서는 계속 견제가 필요합니다.”


마닐라는 이름답게 개꿀 땅을 집어먹고 있는 도시 국가였다. 해안 도시 국가가 난립한 이 루손섬에 천혜의 항구인 마닐라를 먹고 있다는 것부터 이미 필리핀 도시 국가들의 주요 도시 중 한 곳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우선 정보가 모자라니 계속해서 정보를 수집하지.”


두들겨 패건, 아니면 돈으로 패건, 어쨌건 정보가 필요하다. 지금은 그저 생존에 필수적인 정보만 몇 모은 것 뿐이니까.


“그건 그렇고 농사가 망하지는 않겠지···?”


“정착한 곳이 강 하류 쪽 아닙니까? 그리고 여차하면 급한 식량은 대만총독부(대만도)에서 끌어다 쓸 수 있을 테니 괜찮겠지요.”


그··· 렇겠지? 그리고 이기작이 가능하니까 한 번 말아먹어도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다. 그리고 나름 전문가 집단을 섞어 보냈으니··· 괜찮겠지!



남월의 관료들은 발해가 굉장히 너그러운 조건을 제시한다고 생각했다. 혹은 즈엉딘응에가 굉장히 협상을 잘 했거나.


“이런 씨발! 차라리 금이나 쌀을 달라고 하던가!”


하지만 그게 아님을 깨닫게 되는 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수많은 나무가 우거진 밀림에서 고무나무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고무나무가 ‘나 고무나무요’라고 표지판을 걸어놓는 것도 아니거니와 그냥 고무를 채취할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그냥 나무나 마찬가지였으니.


그러니 애꿎은 나무만 긁고 뚫기를 반복하며 고무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본국에서 이 소식을 들은 즈엉딘응에가 견디다 못해


“이거 진짜로 나오기는 하는 겁니까?”


라고 물었지만, 이 부분에서 지영이 확고한 태도로 “나온다”라고 못박아버리니 취소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남월군 현대화 사업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었다.


오죽하면 군사고문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


“이들의 체구는 작으나 그 열의와 투쟁 정신은 발해군 못지않다. 또한, 이들은 숲과 밀림에 능하고 빠르게 발해군의 경험을 흡수하고 있다. 이대로 훈련이 계속된다면 남중국에서 이들을 당해낼 군대가 없을 것이다.”


였을까. 발해군 출신으로서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나 다름없었고 실제로 성과도 나오고 있었다.


그러니 월남은 어떻게든 나무를 찾아야 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나무 정도면 충분히 저렴한 가격이었으니.



중국대륙은 역사상 최악의 침체기에 빠졌다.


천재와 인재가 얽히고설키면서 만들어낸 지옥은 인간의 노력만으로 쉽사리 벗어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결국 또 발해란 말인가!”


북방의 말박이들이 식량을 여유 있게 가지고 있을 리 없다.


남만족들이 식량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줄 리도 없다. 그리고 그걸 운반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고


정황상 왜적들이 해안가를 털어먹으니 일본에게서 식량을 받아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결국 돌고 돌아서 한반도와 만주를 가진 발해가 그나마 식량을 빌릴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된 셈이다.


“그런데 줄까...? 그놈들이?”


동이란 중화가 망하면 오히려 좋아할 족속들이 아닌가.


“그래도 일단은 시도라도 해야 하지 않소.”


“괜히 욕보는 게 아닐까 싶소만.”


하지만 그렇다고 시도조차 안 하기에는 지금 중국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도 나빴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발해에 갔다가 모욕만 받고 성과 없이 돌아온다? 그날로 관료 생활이 쫑날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모든 요소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상황이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현 상황이었다.


“우리한테 올 거라고? 이젠 필요가 없는데...”


중국과 식량 거래를 해? 왜 굳이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경기병도 키울 겸 알아서 털어오면 그만인데.


“중국에서 얻을 건 어지간히 얻지 않았나?”


“예, 고급 인력이며, 생산품이며, 돈이며 많이 챙겼습니다.”


사실 중국 지역에서 욕심나는 지역이 있다면 바로 산둥반도 쪽이 있긴 하다. 내가 알기로 거기엔 초석 광산이 있거든.


인도의 그것만큼 고품질은 아니라지만 어쨌건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싸니까.


물론, 그림의 떡일 뿐이겠지만.


“도가니 제강로는 순조롭게 확장했습니다. 이제 연 팔백 톤 정도는 도가니강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음, 아주 좋군. 역시 간도가 자원이 많다니까.”


화약 무기가 나오고 여러 가지 기계의 사용량이 많아진 지금, 고품질 도가니강을 대량 양산할 수 있다는 소식은 가뭄에 단비와 마찬가지였다.


본래 발해에서 도가니강의 제련은 굉장히 소수로, 극히 일부의 연구자들이나 기술자에게 돌아가는 것이었으나 간도의 석탄으로 인해 코크스의 저렴한 양산이 이루어지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그리고 초강법을 제외하고서는 현 시점에서 가장 대량으로, 효율적으로, 고품질 강철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


“반사로 연구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멀었습니다.”


“흠... 알겠네.”


‘아쉬워 하시는군’


‘아쉬워 하시는데’


‘당분간 퇴근은 글렀군’


음, 좋아. 이들이 자발적인 야근을 할 확률이 높겠군.


역시 사람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일을 할 때가 능률이 높은 법이지. 암 그렇고 말고.


하지만 그런 흐뭇함도 잠시, 우리 모두의 귀를 의심케 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키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군.”


“키탄? 그들이 말입니까?”


“외교부에서는 뭐 알고 있는 소식 없습니까?”


“키탄에 줄이 몇 개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야율아보기와 그 측근들의 독단적 움직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씀드리기가 부끄럽게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목적이야 뻔하겠지.


유목민족의 목적이야 원래 하나 아닌가.


“괘씸하군요.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감히...”


“사실 우리에게 일일이 보고해야 할 이유도 없기야 합니다만.”


“헛소리! 다 굶어가던걸 살려준 게 누군데! 전하, 저들을 그냥 내버려둘 요량이십니까!”


음. 뭐, 다 좋은데 말이야.


“안 내버려 두면 수가 있소?”


후방을 후려치는 즉시 양면전선 오픈이다.


필리핀에 본격적으로 마을을 만들고 유지하려는 이 때 전선을 하나 더 연다? 흐으으음.


“우선은 지켜보심이 어떠십니까? 저들도 우리를 두려워해 대륙을 통째로 먹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긴, 가족들을 다 끌고 간다는 건 말이 안 되지.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후방이 근질근질 할 테니.


후방을 안정시키려면 거래를 하던가, 아니면 전쟁을 하던가 둘 중 하나일 텐데...


“특사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게 옳겠습니다.”


역시, 똑똑한 사람들이랑 일 하면 참 편하다니까.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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