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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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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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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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은 낭만을 싣고10

DUMMY

건국력 137년(서기 916년) 여름

서울, 한강 인근


“아니, 세상에 이게 뭐람.”


대체 어째서 한강 인근의 건물이 동남아의 수상 가옥처럼 변해버린 것이지?


“아, 폐하. 오셨습니까?”


“음. 그렇네. 그런데 저건...”


“하하하! 수해 대책입니다! 아예 건물을 띄워 놓으면 수해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지요. 이제 어지간해서는 범람이 없을 겁니다.”


“음... 훌륭하군.”


내가 생각한 수해 대책과는 좀 다르긴 했지만 그래도 발상 자체는 신선했다. 아예 집을 띄우고 넓은 공간을 활용해 제방을 만들어 놓으면 어지간해서는 물이 넘칠 일이 없을 테니까.


건축비야 조금 들겠지만, 어차피 수해가 찾아오면 재건축을 해야 하니 그 돈이 그 돈이었다. 오히려 위에 있으면 생명은 아낄 수 있으니 이게 낫겠지.


“과찬이십니다. 이 늙은이가 와서 녹만 먹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조그마한 재주나마 보탬이 되어서 참으로 기쁩니다.”


“허, 녹만 먹을 늙은이였으면 부르지도 않았지. 아무튼, 훌륭하오. 역시 세상은 넓어.”


솔직히 내가 했어도 이것보다 잘 했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현대의 한강도 넘치는데 우리가 현대 한강 정도로 치수 대책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도 물이 마른 틈을 타 수중보도 만들고 준설도 하며 이래저래 하긴 하는데 좀...


“허허, 과분한 칭찬일 따름입니다. 헌데 전하, 소신이 흥미로운 자료를 보았습니다만”


“흥미로운 자료?”


“이 댐... 이라는 것은 건설하지 않는 것인지요.”


오... 댐...


이걸 지을 수 있냐 없냐 말하면, 글쎄? 지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댐 유적이 얼마나 많은데? 현대의 댐은 무리겠지만 일정 기능 정도는 충분히 해줄 터였다.


“문제는 우리가 댐이라는 것을 지어본 적이 없네. 그리고 아직 충분한 예산을 지급할 순 없는 상황이지.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허허, 폐하. 도강언을 관리하고 보수했던 게 소신입니다.”


흠, 도강언이면 그거 맞지? 세계 최초의 댐이라고 불리는 거.


“그렇다면 좋네. 우선 타당성 조사를 한 후 다시 보고하도록. 그에 대한 예산은 재무부에서 받아 가고.”


이러면 안 되는데... 그래도, 찍먹 정도는...?



건국력 137년(서기 916년) 여름

남월, 꼬로아 성(현 하노이 인근)


“공사, 그대들이 요청한 나무를 찾긴 찾았소만.”


쿡하오는 영 미안한 듯 말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당장 가져오긴 힘들 것 같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자세한 이야기랄 것도 없소. 그 나무는 크메르 제국에 있소. 우리가 가서 무작정 가져올 수 없다는 이야기요.”


크메르 제국, 지금도 활발히 정복 활동을 벌이는 강한 국가 중 하나였다. 현대인에게는 앙코르와트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지만.


“물론, 우방간의 신의는 중요한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아국으로서는 양면의 적을 막아내는 데 집중해야 하오. 공사께서 이런 부분을 잘 알아주셨으면 좋겠소만.”


그렇다는데 민합이라고 할 말이 있을 리 없었다. 하다못해 안 찾은 것도 아니고 찾았는데 못 가져오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전쟁을 해서 나무랑 땅 가져오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도 여러모로 접촉해서 좋은 결과를 내보도록 하겠소. 허나 그러기 위해선...”


“아아, 아국은 우방국의 노력에 대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말이 통해서 좋구려. 허면 철강의 수입을 늘릴 수 있겠소? 아니면 무기 자체를 받아와도 괜찮겠소.”


“무기의 경우 아국도 지난번의 소모량을 보충하느라 어렵겠습니다만 철강의 수출이라면 적극적으로 건의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쿡하오도 이게 추가금이라는 걸 알고 있는지 적당한 양을 요구했고 민합은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그냥 가져가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 주고 가져가겠다는데 뭐 어쩌겠는가.


궁을 나온 후 민합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영의 명령대로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은 게 참 마음에 걸렸다. 아마 이번 임기가 남월에서의 마지막 임기일 텐데.


‘후배들에게 짐을 떠넘기고 돌아가는 기분이군.’


아직도 기억하기로 본국에서 보내오는 소식으론 폐하께서 한동안 고무를 찾으며 돌아다니셨다고 한다. 아마 신임 남월 공사도 한동안 고무나무 수색에 열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이 경우엔 수색이라기보단 운반에 가깝겠지만.


‘그런데 그 고무가 대체 뭐 어쨌길래 그리 찾으시는지.’


물론 자신들의 현명한 국왕이 찾는 것이니 이유가 있겠다 싶으면서도 가끔 국왕께서는 취미 활동으로 종종 이상한 걸 찾기도 했던지라 민합으로서는 도통 그 고무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서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건국력 137년(서기 916년) 가을

인천, 왕립 인천 조선소


두둥, 하고 나타나야 할 것 같은 큰 배가 바다 위를 느긋이 누비고 있었다.


음... 자세히 생각해보니 엄청 크지는 않은데 기존 배들보다 커 보인다고 해야 하나? 좀 애매한 느낌이다.


현대의 기억에 빗대면 그다지 크지도 않은, 주력함으로 분류되기도 미안한 배였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기존 배들이 작아 보일 정도로 컸으니까. 그렇다고 막 엄청난 차이가 나는 건 아니고... 음, 벌크업을 해 온 정도?


“멋지군, 아주 좋아!”


“훌륭합니다!”


어쨌거나 해군 장성들은 만족한 표정으로 박수를 쳐대며 환호하고 있었으니 된 거 아닐까? 나도 이만하면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약간 뭐랄까... 범선 조무사에서 범선이 된 느낌? 선체도 좀 널찍해지고 그에 따라 돛대도 높게 서서 흰 돛을 펄럭이니 이게 범선이다 싶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아, 그렇소. 고생했소, 조선소장. 이리 큰 군함을 만드는 건 처음이었을 텐데.”


“하하! 그만치 예산을 타갔으면 뭐라도 만들어야지요! 아까도 구경하셨겠지만, 수밀격벽에 동일한 95mm 포격에 대응할 수 있게 장갑과 구조를 개선했습니다.”


“흠, 배수량이 커진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군.”


배수량 290톤에 95mm포 20문, 거기에 이런저런 강화 조치가 이루어졌으니 배가 성장기 어린애마냥 쑥쑥 클 수밖에는.


“더불어 내파성과 복원성도 향상시켰습니다. 어쨌건 원양항해를 할지도 모르니까요. 포의 도입으로 과감하게 선수루와 선미루를 확 내렸지요. 덕분에 배의 안정성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선수루와 선미루를 내린 건 장점도 있다지만 단점도 컸다. 어쨌건 망루 역할을 했고 백병전 당시 유리하게 사격전을 이끌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선수루와 선미루였다. 하지만 총과 대포가 나오자 과감하게 내리고 선체를 늘여 포를 놓을 공간을 확보한 모양이었다.


그 덕에 배는 전체적으로 날렵한, 후기 범선의 모습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었다. 마치 꼬꼬마 갤리온을 보는 느낌이랄까?


“곧 포격 시험이 있습니다.”


“오, 그거 기대되는군.”


역시 범선에는 화약 연기가 얹어져야 한다. 특히나 그게 군함이라면 더더욱. 돛, 목조 선체, 구식 전장포 이 세 조합이 범선을 완전하게 만든달까?


“하나 포 준비 완료!”


“삼 포 준비 완료!”


“아홉 포 준비 완료!”


“““전 포 발포 준비 완료!”””


장전이 끝나자 함장이 나를 바라봤다.


어허, 배 위의 왕은 함장이거늘.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발포하라는 뜻으로 눈짓하고 구운 오징어를 마저 입에 넣었다.


“발포하라!”


퍼퍼퍼펑-!!!!!


양 현 합쳐 스무 문의 대포를 발포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멋있었다. 배가 흔들리며 전해주는 진동, 포탄이 떨어졌는지 솟아오르는 물방울들, 지금 달린 돛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뽀얀 연기로 된 돛을 끌어안은 갈색의 선체까지.


이게 범선이고, 이게 낭만이고, 이게 야스지 시불탱. 난 사실 이걸 보려고 살아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멋있더라. 왜 사람들이 범선 프라모델 쪼물락 거리면서 노는지 조금 알 듯한 기분이 들었다.


“멋지군, 아주 훌륭해!!! 하하하하하!!!!”


낭만, 합격.


“감사합니다, 폐하.”


“그럼 모든 시험이 끝난건가?”


“그렇습니다. 사실 이게 마지막 점검에 가까웠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진수식을 해도 이상하지 않으나 만전에 만전을 기하다 보니 좀 늦어졌지요.”


“그렇다면 이 아가씨에게 이름도 없겠군?”(알겠지만 배는 보통 여성형으로 지칭한다.)


“그렇습니다.”


“그건 안 되지. 내가 곧 멋들어지게 이름 하나 지어서 보내 주겠네.”


배에서 내린 뒤 나는 곧바로 이름을 지은 뒤 조선소로 보냈다.


새누리급 순양함. 음, 나치고는 이름을 괜찮게 지었다. 의미도 있고.



건국력 137년(서기 916년) 겨울

평양, 평양 조병창


“오오...”


“돌아간다! 정말 돌아가!”


문명의 이기, 증기기관은 사람들이 환호하건 말건 석탄을 먹어치우며 제 역할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휴, 하지만 석탄을 워낙 많이 소모하지 않습니까? 한 달 정도만 써먹는 게 낫겠습니다.”


조병창장의 우는 소리에 김철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국방에 가성비가 전부가 아니라지만 또 무시할 수는 없잖은가? 노천 탄광이 없는 건 아니라지만 운송비도 만만찮게 드는 건 생각해 봐야 했다.


“음, 하지만 조병창이 겨울철에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엄청난 손실이었소. 그리고 우린 그걸 어느 정도 극복했지. 물론 아직 아쉬운 점은 많지만”


그 순간에도 증기기관은 열을 내며 열심히 총열과 방탄판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거야... 그렇습니다.”


조병창은 발해 내부에서 큰 수요처 중 하나다. 철, 청동, 섬유 등 막대한 물자를 빨아먹고 있는데 이게 한두 달 멈추면 나머지 거래처들에도 미치는 영향이 컸다. 그럴 바엔 차라리 석탄 값 좀 쓰더라도 조병창 운영을 지속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좋지 않소? 과기부가 세금만 가져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좋은 물건을 줄 줄은.”


그랬다. 지영의 눈에는 뉴커먼식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반쯤 불량품에 가까운 중간점에 가까웠지만 이렇게 특수한 상황에 맞물려버리니 그 가치가 급등해버린 것.


사실 이건 지영의 눈이 너무 높은 것에 기인했다. 지영은 최소 와트의 증기기관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고 뉴커먼식과 와트식의 격차는 상당했다. 하지만 그래도 산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커트라인에 걸친 것이 뉴커먼식의 증기기관이었고 다행스럽게도 발해는 석탄이 풍부한 편이었다.


“그놈들도 돈을 먹었으면 뭐라도 뱉어야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럴 때도 되긴 했어!”


역시, 과기부는 때려야 제맛이었다.


작가의말

낭만!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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