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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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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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은 낭만을 싣고9

DUMMY

건국력 135년(서기 914년) 겨울

서울, 연구소 제5 실험실


“... 어떻습니까?”


고연덕 연구실장은 환히 웃으며 내게 물어왔다. 그 미소가 어찌나 환했는지 순간적으로 ‘와 웃는 얼굴이 훨씬 매력적이다.’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당연한 소리지만 내가 게이란 소리가 아니라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매력적이라고.


“음... 아주... 좋군.”


물론 그 미소에 나는 애매한 미소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어느 정도 성과가 있던 것 맞다. 이전에 산업에 아예 못 써먹을 정도의 증기기관이 아니라 충분히 수력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물건이 나오기는 했으니까.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이걸 쓸까?’


수력을 대체할 수 있지만 그게 수력을 대체해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애초에 이 증기기관은 뉴커먼식 증기기관보다 효율이 낮다.


전체적인 방식은 뉴커먼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냉각수를 사람이 직접 뿌린다니까? 이게 맞아?


이게 그 반자동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자네들은 큰 진보를 이뤄냈네. 정말로. 과학계나 산업계는 자네들의 업적을 길이 기릴 걸세.”


그렇다고 지금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 않았다.


냉각수를 사람이 뿌린다는 건 애초에 기계의 신뢰성 자체가 뉴커먼식보다 낮다는 걸 의미한다. 충분히 작동가능하면 그냥 기계적 장치로 뿌리면 그만이지 뭐하러?


그리고 기본적으로 뉴커먼식은 효율이 극히 낮다. 내 기억상으로 0.5% 정도?


옆에 당나라가 있어서 묻히는 사실이지만 발해의 인구는 대략 천만 명. 전 세계에서 손꼽히게 많은 게 바로 인구인데 솔직히 사람을 부리는 게 더 쌀 지경이다.


그렇다고 이게 쓸모없는 건 아니고, 일단 산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최저점에 도달했다는 것에 난 만족한다, 진짜로.


아무튼, 내 만족과 이들을 포상한 것과는 달리 내 예상대로 이걸 써먹으려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없었을 것이었는데...


“우리 육군부에서는 5실험실의 증기기관에 큰 관심이 있소.”


뭣?


“크흠, 그 사령관 각하... 그 저희 기관은 모든 공기관에서 거절당했습니다만...”


“물론, 이 기관이 비용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한 것은 사실이외만... 국방을 효율과 비용만으로 논할 수 있는 건 아니지. 겨울에도 대포를 만들어낼 수 있고 총을 만들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이득이오. 그러니 일부 도입해보고 싶소만.”


“끄흡... 흑... 감사, 감사합니다...”



건국력 135년(서기 914년) 봄

발해


시간을 잠깐 돌려서 지영이 왕립 학교에서 한 연설은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그래! 전하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발해라고!”


“우린 모두 발해인이다!”


사실 발해인이라는 개념은 옛 저녁에 퍼져 있기는 했다. 학교에서도, 훈련소에서도 늘 상기시키는 것이 우리는 발해인이라는 개념이었으니까. 독일의 몰트케도 ‘이 전투의 승리는 내 공훈이 아니라 초등학교 선생들의 공훈’이라고 했던 만큼 공교육과 군대의 힘은 대단한 것이었다.


다만 발해인이 정확히 어떤 개념이고 어디까지가 해당되는지 아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생각해도 좋았다. 도시나 규모가 있는 마을의 신민들이야 남북전쟁 때의 연설을 듣기는 했지만 그 연설에 발해인이 뭐고 어떤 역할인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없잖은가.


군대나 공공기관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국가에 충성하고 왕실에 충성하는 이들이 발해 신민 아닌가?’ 정도에 그쳤다.


그러니 어느 정도 학식이 있는 자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던져 볼 만했다.


“발해인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지만 이 주제는 굉장히 어렵고도 두려운 주제였다. 왜냐고?


아직 이 시대의 상식으로는 왕과 국가에 대해 함부로 논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말을 잘못 뱉으면 최악의 경우 역적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었고 그게 아닐지라도 굳이 자신이 말을 잘못해 ‘훌륭한 왕실’의 명예를 더럽히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가장 힘을 얻고 있는 건 두 가지 의견이었다.


“발해에 충성하는 이들은 모두 발해 신민이다!”


이미 학교나 군대에서 교육된 사실을 근거로 한 주장이 그 첫째다. 공공기관에서 가르친 사실이니 최소한 틀린 것은 아닐 확률을 올려주기도 했고 어쨌건 공공기관에서 가르치는 것이니 최소한 국왕이나 정부의 재가를 받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금지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불온한 사상은 아니라고 인증을 받은 것이나 틀림없었다.


“아니다! 발해에 속한 모든 신민이 발해 신민이다!”


두 번째 의견은 지영의 연설에 근거한 주장이었다. 놀랍게도 항해학교의 입학생 중 약 이 할은 고구려계 인원들이었고 그들을 포함해 발해의 직업군을 예로 들며 발해라고 했으니 결국엔 발해의 영토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발해인이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이 역시 위와 마찬가지로 국왕인 지영이 직접 한 연설이 근거니 불온한 사상은 아니라는 게 확정된 것 아니겠는가?


문제라면 두 의견 모두 빈틈은 존재했다.


“아니, 산골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농사짓고 먹고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발해나 국왕 전하에 대해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저 모른다는 이유로 발해의 신민이 아니라 주장하실 겁니까?”


“하지만 발해 내에서 발해에 충성하지 않는 신민은 분명히 있소! 그리고 해외의 요원들 역시 발해에서 거주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럼 그들은 발해인이 아니오? 아니면 그 영토 역시 발해의 영토인가?”


현대 사회에도 민족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정의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많은데 이 시대는 오죽하겠는가. 그리고 정말 유감스럽게도 그건 지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 발해인의 개념?”


“예, 전하.”


‘... 아직 정리해두지는 않았는데’


그저 공통된 키워드 정도로 연설을 하고 밑밥만 뿌렸을 뿐 지영 역시 발해와 발해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왔던 건 아니었기에 저절로 입이 닫힐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지영은 왕이 된 지 백 삼십 년은 넘었고 그 말은 온갖 돌발 상황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왔다는 것이었다.


“... 그 답을 알고 있기는 하나, 학생들에게 답을 알려준다고 선생이 아니오. 직접 발해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고찰하는 과정 역시 우리에게 필요하오.”


굉장히 그럴듯한 말이었고 비서실장인 왕건조차도 ‘음, 과연 그렇군.’이라고 순응했지만 사실 까놓고 보면 ‘나도 모르니 같이 고민해볼까?’ 정도에 가까웠다.


“그 부분에 대해서 생각나는 것이 있소. 조금 더 구체화한 뒤에 논의하리다.”



건국력 136년(서기 915년) 봄

서울, 경복궁 국무회의실


“국회라...”


미리 오해할까 봐 말하는데 그 입법기관인 국회 아니다. 그건 만들 생각도 딱히 없다.


다만 이전부터 느껴오던 게 있다면 나라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물론 그에 맞게 행정력에도 투자하고 아직 까지는 무리 없이 감당하고 있다지만 이게 언제까지 갈지도 의문이다.


이미 대만과 반도에서 행정적 명령이 전해지는 데는 못해도 보름간의 차이가 난다. 아마 필리핀 지방은 더 멀겠지.


하지만 현지 사정에 능통한 사람이 상주하며 정책 제언을 하면 적어도 우리가 대만에 가서 조사하는 과정이 크게 단축된다.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맨땅에서 조사하는 것과 이미 조사된 내용을 가지고 검토하는 것, 둘 중 어느 게 빠를지는 감이 오지 않은가?


그리고 전에 일어났던 발해인 등,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기는 하다. 이게 나라가 커지면 커질수록 인의 장막이 생긴다. 구멍을 뚫고 뚫고 해도 조직의 규모가 커지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리고 이 국회 시스템은 이러한 인의 장막에 큰 구멍을 뚫을 수 있다.


아무리 비경국 돌리고 돌려도 비경국이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방첩과 첩보를 담당할 뿐, 세부적인 사항까지 들어가기엔 문제가 많다.


아무튼, 내가 생각한 국회 시스템은 크게 다음과 같았다.


첫째, 국회의원의 임기는 5년 중임제로 하며 2회 이상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수 없다.

둘째, 국회는 정책을 논의하고 제언할 수는 있지만, 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

셋째, 국회의원의 수는 해당 행정구역의 인구와 넓이를 고려하여 선정한다.

넷째, 국회의원 재임기간 중에는 타 단체 및 기타 수익활동이 금지된다.

다섯째, 국회의원의 원만한 생활을 위해 월급을 지급한다.


이상한 걸 눈치챘다면 당신은 눈치깨나 있는 사람이다. 아마도?


“... 폐하? 그래서 그 국회의원은 대체 어떻게 뽑는 겁니까?”


그러니까.


제일 먼저 떠오른 게 투표. 그런데... 그 투표가 제대로 굴러갈까? 아니, 투표 시스템 자체에 의문을 가진 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투표가 제대로 굴러가겠냐고. 애초에 어느 정도 글은 알아야 투표가 굴러가지.


아니면 제한 선거권도 생각해 봤는데... 잘못하면 지방 기득권층의 놀이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무조건 빈자의 편에 서야 한다! 이건 아닌데 온통 기득권층의 놀이터가 되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지.


“... 추첨으로 하지”


“예?”


질문했던 이권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재무부를 담당하는 허각은 ‘내 돈이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한테 나간다고?’를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니, 근데 그거 네 돈 아니잖아.


“뭐, 별수 있나. 현지에 거주한 지 오 년 이상 되는 글을 배운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추첨하면 그럴듯하지 않겠나. 우선 굴려보고 아니다 싶으면 접으면 그만이야.”


어차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기관이다. 그리고 이름만 국회지 사실상 전국을 상대로 한 백분 토론장이라고 해도 무방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냥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추첨되게 힘 좀 써 보도록. 어차피 경들도 그들에게 전문적인 무언가를 기대하는 건 아니잖나?”


현지에 대해 잘 알고 그 현지에 대한 정책을 잘 제언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게 전문적이고 현실성 있는 의견인지는 좀 다른 문제거든.


“어...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래,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정책 실험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해보도록. 한 번 진행해봐야 문제점도 도출될 것 아닌가. 처음부터 잘하리라곤 기대하지도 않아.”


처음부터 잘하리라고 기대했으면 대학생들을 모아다가 토론대회 열지 뭐하러 이런 수고를 해.일단 해 보는 거다.


작가의말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안 올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ㅋㅋㅋㅋ;;;;

오늘 자정에 한편 더 올라갑니다.

그너저나 주인공 짬때리는 실력이 많이 늘었군요.

그리고 마참내 증기기관 나왔습니다! 그리고 성능은 구데기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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