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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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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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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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은 낭만을 싣고2

DUMMY

건국력 133년(서기 912년) 겨울

서울, 왕립 서울 조병창


“현존하는 모든 갑옷은 쓸모가 없거나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서울 조병창의 개발진들이 모두 공감하는 말이었고 몇 년간 갑옷을 쪼물락대다 얻은 결론이었다.


갑옷? 분명 발해의 제철 기술과 갑옷 제작 기술은 발달한 상태였지만


“아아, 이것은 화약이라는 것이다.”


화약과 납탄의 전능한 관통력 앞에 기존의 갑옷은 모조리 갑옷이었던 것으로 변하고 말았다.


“흉갑도 쓸모가 없다고?”


심지어 정예 기병에게 주어지던 흉갑마저도 16.5MM의 납탄 하나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갑옷 개발진들의 의욕은 말 그대로 절벽 아래로 수직낙하하듯 떨어졌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갑옷이 필요하다.”


“아니, 필요 없다며. 쓸모 없어질 거라며!”


“그러니 쓸모 있을 갑옷을 만들어야지!”


“... 아?”


그렇다.


발해의 기술력이 어디에서 왔는가.


지영의 어렴풋한 정답지 아래에 그 정답까지 가는 과정을 밝히기 위한 수백 번의 성공과 수만 번의 실패로 만들어진 빅 데이터 아니던가.


이제는 그 무수한 실험 자료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용광로도 설계했고(물론 그 용광(반사)로는 지금 돈만 먹고 아무것도 토해내지 못하고 있지만 아무튼 기대를 받고 있었다.) 여러가지 기계들도 만들었으니 갑옷이라고 못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친애하는 국왕 전하께선 신세대의 갑옷에 관심이 많으사 조병창의 개발진들과 본격적인 설계에 들어갔으니 그 이름하야


“방탄 조끼”


이제 더 이상 소총수들에게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갑옷은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애써 키운 병력이 납탄 한 발에 전투불능이 되어 국가적인 관점에서 ‘무가치한 자원’이 되는 것을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조병창과 지영이 제일 먼저 내린 결론


“중요 장기를 제외하고 그 이외의 방호는 포기한다.”


어차피 전신을 보호할 방어구 따위 만들 수도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피격 부위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를 지키는 게 맞았다.


또한, 어차피 병사들이 수통이나 탄약, 구급낭 등을 어쨌건 챙기긴 해야 했으니 이들을 들고 다닐 수 있게 해야 하기도 했고.


이런 조건에 플레이트 캐리어라고 불리었던 방탄 조끼는 아주 제격이었다.


“이런 모양이라면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방탄판, 그것도 통짜 강철로 만들어진 방탄판은 기존의 갑옷과는 다르게 굉장히 단순했다.


그냥 틀에 주조하고 이를 수력 해머로 두들긴 뒤에 간단한 열처리 과정을 거치면 끝. 이 얼마나 대량 생산에 적합한 방식이란 말인가.


이렇게 방탄조끼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육군도 관심을 보이며 작전 요구 성능을 전달했다.


“50m 거리에서 16.5mm 소총탄을 방호할 수 있을 것.”


“방탄판 자체의 무게가 6kg를 초과하지 말 것.”


“방탄판과 방탄조끼의 가격이 750원을 초과하지 말 것.”


“20m 거리에서 폭발한 95mm 유탄의 파편을 방호할 수 있을 것.”


요구 조건은 많았지만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6kg 이내의 무게로 흉부와 복부 정도를 보호하는 것은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손이 가는 부분도 끝에서의 열처리 과정 약간과 방탄 조끼 바느질 과정 약간이었는데 바느질이야 원채 하는 사람도 많고 그닥 복잡한 것도 아니라 돈이 많이 들 이유도 없다.


물론, 이렇게 하면 기존 냉병기에 대한 방호력이 확 떨어지겠지만 지영이나 개발진이나 생각하기를


“아니 주요 장기 다쳐서 죽는데 팔 다리가 대수냐? 뭣이 중헌디?”


였으니 딱히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리고 그건 육군도, 해군도 생각이 모두 같았다. 특히나 육군은


“앞으로 우리의 적은 점차 갑옷을 입지 않을 것이다.”


라고 예측하는 상황이었으니 말 다 했지.


“그래서, 이게 시제품인가?”


지영은 웃으며 조끼에 방탄판을 넣고 수통, 탄입대, 생존용 단검, 구급낭, 비상식량을 단추로 매단 뒤 머리를 통과시키고 양 옆구리의 단추를 잠그는 것으로 조끼의 착용을 마쳤다.


그 뒤에 총기를 들고 견착하고 휘둘러도 보고 뛰어도 보고 하기를 잠깐, 이내 만족스레 웃으며 말했다.


“음음, 괜찮구만. 크기도 단추로 조절할 수 있고. 본인 편한 대다가 단추로 채우면 그만이니. 병사들이고 장교들이고 좋아하겠구만”


착용이 쉽다는 것은 아주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장구류를 한 번 달아놓으면 삼십 초 이내에도 착용이 가능했다. 그냥 방탄판 끼우고 단추 몇 개 잠그면 그만이니까.


반면 기존 두정갑은 착용하기 편하게 나름 배려를 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분 단위의 시간이 필요했다. 사소한 차이지만 상황이 급박할 땐 나름 큰 차이였다.


무엇보다 기존 두정갑에 비해 더위에 강하다는 큰 장점도 있었다.


앞으로 주로 작전하게 될 곳은 필리핀과 동남아 일대. 지구 온난화가 찾아오지 않았다고는 해도 명백히 서울보다 훨씬 덥고 습한 곳이다. 그런 동남아에 온몸을 칭칭 두르는 두정갑을 입고 전쟁에 나가라 하는 것도 못할 일이었다.


“방탄모도 괜찮군. 눈 먼 화살이나 총탄은 운이 좋으면 막아주겠어. 흉갑은 계속 생산할 거라고?”


“예, 전하. 아무래도 기병끼리는 냉병기를 사용하는 기간이 길 거라고 육군 본부에서...”


“하긴, 그렇겠지. 좋아, 지금처럼만 하게.”


지영은 방탄조끼와 방탄모를 벗는 동시에 성과급을 툭 떨궈놓고는 유유히 떠났다.



건국력 133년(서기 912년) 겨울

초원길 일대(오늘날의 카자흐스탄 북서부 국경 일대)



“어흐 추워라.”


입만 열면 입김이 풀풀 흩날리는 이곳은 초원길 한복판이다.


잘 알려진 무역로지만 사실 발해에서는 썩 선호되는 길은 아니었다.


왜, 더 편한 바닷길 냅두고 굳이 초원길로 가야 한단 말인가. 바닷길은 풍랑이나 질병에 죽는다고 하는데 발해인이 볼 때 바닷길에서 죽을 때보다 초원길에서 죽을 확률이 높아 보였다.


그런데 그런 것치고 교역량은 바닷길이 훨씬 많았다. 낙타 한 몇십 마리 끌고 가봐야 선박 하나 띄우면 비슷하게, 혹은 더 많은 양을 교역할 수 있었다. 식량 소모가 적은 건 덤이고.


그리고 초원길의 진짜 문제는 겨울이다. 겨울만 되면 강한 추위, 눈, 눈보라의 삼종 세트로 인해 말 그대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는다. 겨울만 되면 연해도에서 뜨끈한 해삼시로 유목민들이 득실득실한 이유이기도 했고.


그 덕에 나름 방한장비가 발전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좋은 일이지만...


“그래서 여기에 도대체 왜 온 거냐고요!”


“돈 벌러 왔지, 이놈아.”


“이렇게 추운 곳에서요?”


라고 말하며 천막 문을 활짝!


눈보라가 까꿍!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끼에에에엑!!”


“딱딱딱딱딱딱...”


“다다다다닫지 모모모모모태?!”


문이 닫히고 엉겁결에 쫓겨난 눈보라가 흥흥대며 천막 문을 미친 듯이 두들기다가 이내 지쳐서 물러나고 나서야 천막 안의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휴우... 이 미친...”


“후우... 이제야 좀 살겠군.”


모두가 어느 정도 추위에서 벗어나자 사장은 자신이 왜 왔는지를 설명했다. 듣기로는 학회에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회 문화 표본을 가져다주는 계약을 했다고. 거절하려 했지만 학회의 의뢰금은 거절을 철회하기에 아주 충분한 금액이었다.


물론, 초원길을 따라 북방 유목민의 상황을 알아보고 교류를 하는 것은 또 다른 목적이기도 했다. 더욱이, 비밀경찰국의 지시가 있었다면... 음, 할 이유가 충분하지.



건국력 134년(서기 913년) 봄

서울, 경복궁 국무회의실


“전하, 제1 회 전국체전의 개막 준비가 끝났습니다.”


전국체전. 쉽게 말하면 발해만의 올림픽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각 도, 혹은 특별시에서 대표팀을 선발해 육상, 배구, 배드민턴, 풋살, 국궁, 사격, 검도, 역도, 보행격구, 승마, 탁구, 핸드볼, 씨름, 권투. 총 열네 개 종목을 겨루는 대회였다.


“모든 경기장의 안전 점검을 마쳤고 체전 기간에의 치안 유지를 위해 경찰력 증강과 근무 계획도 모두 수립되었습니다. 또한 안전을 위해 대학, 및 병원의 의사들과도 협의를 마쳤습니다.”


행안부 장관 이권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보고를 이어갔다.


‘이번 전국체전은 굉장히 중요한 행사다.’


간만에 행안부에 거대한 사업이 들어온 것이기도 했지만 발해의 통치에 있어 전국체전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단순히 오락거리를 제공한다, 각 지역의 이동을 조금이나마 확산시킨다는 의미를 넘어 다른 문화를 지닌 이들이 서로 어우러지게 하고 여러 가지 불만을 선 안에서 풀어내는 계기가 되어야 했다.


그렇기에 빡빡한 예산 속에서도 예산을 할당하고 시간을 투자해 규칙과 선수단을 구성한 것 아니던가.


또한 전국체전의 존재가 알려지며 발해 신민들 사이에서도 기대가 커졌다. 이 시대는 할 게 없는 시대였는데 열흘간의 큰 축제가 있다고 하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미 풋살, 탁구, 씨름, 국궁 등의 종목은 이미 전국 각지에 퍼진지 오래였다. 활쏘기는 기본 교양이자 생존 수단 중 하나였고 씨름은 몸만 있으면 할 수 있었으며 탁구나 풋살도 큰 도구가 필요하지 않았다.


풋살 같은 경우는 공 하나와 막대기 네 개만 있으면 작은 공간도 활용해 즐길 수 있었고 탁구 역시 작은 공간만 있으면 즐길 수 있었기에 이미 많은 지역에 탁구장이 건설되어 있었다.


“음, 이번 전국체전이 처음인 만큼 여러 실수가 나올 수 있소. 처음 하는 것이니 당연하지. 하지만 그런 실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오. 장관이 당연히 그것을 고려했으리라 믿소만.”


“걱정 마십시오, 전하. 예상을 벗어나더라도 수습이 가능하게 인원을 넉넉히 할당했습니다. 또한 다른 행정구역에서 숙련된 인원도 빌려 왔으니 어버버 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 얼마 전 보니 행안부에서 열심히 야근을 하고 있더군. 다들 의욕이 높아 보였네. 온 힘을 다 했으니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을 거야.”


사실 행안부는 불운한 부서였다. 분명, 행안부가 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각 지역의 치안을 유지하고 안전을 보장하고 행정 업무를 총괄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원래 사람들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잘 했다고 해서 칭찬하고 알아주지 않는다.


그런데 못하면? 아잇 씨팔, 행안부 뭐하냐. 월급도둑들. 이 되기 십상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행안부에 이 모?욕을 씻을 때가 온 것이었다. 당연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열 명의 노예보다 한 명의 자유민이 나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었다.


작가의말

???: 아, 그건 네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뭐, 칭찬이라도 해달라고? 허, 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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