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찬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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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담(松潭)
그림/삽화
필로스
작품등록일 :
2014.10.23 21:43
최근연재일 :
2014.12.01 07:0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11,349
추천수 :
3,086
글자수 :
73,009

작성
14.10.23 22:24
조회
7,351
추천
179
글자
8쪽

제 1 장 선택 1

DUMMY

제 1 장 선택












터벅터벅 걷던 대철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눈에 부대 정문이 들어왔다.

잠시 그렇게 고개만 돌린 채 부대를 응시하던 그가 몸을 움직였다.

동작은 아주 느렸다.

그는 마치 스포츠 중계에서 슬로우 비디오를 돌리는 것처럼 그렇게 느릿느릿 돌아서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이 나온 부대 정문을 바라보며 똑바로 섰다.

“정말 마지막이로구나…….”

나직하게 중얼거린 대철이 옷을 단정하게 정리했다.

그렇게 자세를 바로 한 그가 마침내 팔을 들어올렸다. 절도 있게 어깨높이까지 올라 온 팔은 이내 안으로 비스듬히 꺾이더니 모자의 챙이 있는 곳에서 멈췄다.

그것은 경례였다.

무뚝뚝한 얼굴에 가득 피어난 감회가 그의 눈빛과 더불어 어딘가 모르게 아픔을 담고 있었다.

“필! 승! 상사 남대철, 이천십구 년 시월 일일부로 전역하게 되었음을 신고합니다! 정든 부대와 전우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대철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하나 큰 소리와는 별개로 애잔함이 묻어나왔다.

그는 지금 눈앞에 부대장이 있고 자신이 갓 전입해 온 신병이라도 된 듯 온 힘을 다 쏟아 부었다.

경례 속에 그의 청춘이 흘러가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경례를 붙인 채 서 있던 대철이 이윽고 손을 내렸다.

그의 눈에 습기가 차올랐다.

하지만 그가 눈을 한 번 깜박거리자 그것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느새 12년이나 흘렀구나…….”

대철의 입에서 넋두리처럼 흘러나온 말이었다.

그의 말처럼 20대의 삶을 온전히 바친 부대였다.

잠시 회한에 잠겼던 그가 부대를 뒤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왠지 무거워 보이는 걸음이다.

걸음 하나에 스무 살이 그리고 또 한 걸음을 옮기는 순간 스물한 살이 스러져갔다.


*****


성명 : 남대철

나이 : 32세

직업 : 특수군 상사

가족 : 없음

특기 : 추적, 잠입, 저격, 암살, 폭파 등 특수군의 모든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함.

경력 : 중동과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 십여 차례에 걸친 특수작전(인질구출, 폭파, 저격 등) 완벽 수행.

상벌 : 태극무공훈장, 대통령 특별 표창 등 수 차례 수상, 최초로 군 명예의 전당 등재.


“으음…….”

장기욱이 침음을 흘렸다.

국가안전기획원 제 1국의 국장이 그의 신분이다.

그의 눈은 여전히 신상기록이 등재된 보고서를 향한 채였지만 초점은 잡혀있지 않았다.

송필무 과장이 그런 장기욱의 표정을 주시하다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조건에 완전히 부합합니다.”

송필무의 말은 단호했다.

듣는 이의 입장에서 절로 신뢰가 갈 수밖에 없는 어조였다. 그만큼 보고서에 대한 충실한 믿음이 그의 짧은 말 한 마디에 그대로 묻어나왔다.

송필무의 말이 워낙에 단호했던 까닭인지 침음을 흘리며 고뇌하던 장기욱이 고개를 들었다.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그는 짙은 호기심을 보였다.

송필무가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말을 할 정도라면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서류상의 인물이 정말로 대단한 사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장기욱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송필무의 얼굴색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입매를 더욱 굳혔다.

자신 있다는 모습이었다.

“겨우 한 명 뿐인가?”

장기욱이 어딘가 불편한 듯 물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아무리 뛰어난 전사라 하더라도 한 명으로는 무리였다. 그의 물음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장기욱이 얼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이유였다.

“더는 없습니다. 아니, 어중이떠중이 숫자가 많은 것보다 오히려 그 혼자가 더 낫습니다.”

송필무가 강하게 대답했다.

조금 전보다도 더 단호한 대답이었다.

“그렇게 대단하다는 말인가?”

장기욱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그는 전설입니다.”

송필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의 단언에 장기욱이 표정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믿는 것과 일의 진행은 달랐다.

자신은 이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였다. 부하를 신뢰하는 것은 좋지만 혹시라도 일이 잘 못 된다면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안에 비하면 큰 문제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만큼 지금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비중은 대단했다. 지난 25년 동안 몸을 담아왔던 곳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불만 따위를 표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만약에 실패하면?”

재차 묻는 상관을 보며 송필무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실패라는 단어는 남대철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던 순간부터 그의 머리에 없었다. 하지만 막상 상관인 장기욱 국장이 물어오자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

‘만약에 실패하면?’

장기욱의 말이 머리를 연신 두드려댔다.

송필무가 생각을 이어갔다.

‘실패할 경우에 나야 징계를 받으면 그만이지만 국장님은…… 옷을 벗어야 한다.’

송필무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만큼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송 과장, 우리의 신분에 대한 조치를 말하는 게 아니야. 설마 굶어죽기야 하겠어? 내가 지금 묻는 것은 그곳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것이야.”

대답이 없자 장기욱이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기라도 하듯 물었다.

“…… 폐쇄해야합니다…….”

송필무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이제까지 당당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거기에 더해 그는 힘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말끝을 흐리기까지 했다.

어쩌면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절로 높아지고 국익에도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게 틀림없었다. 물론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경우에 한해서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장기욱이 탄식을 토했다.

그의 얼굴에 씁쓸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그는 조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사람을 찾았다.

한데 단 한 명뿐이었다.

자격을 강화했다고 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아무리 대단한 자라 하더라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임무였다. 이제까지 난다 긴다 하는 전력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실패일 뿐이었다. 첨단과학에 의해 탄생한 신무기조차도 소용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진행을 해보라는 상부의 지시가 없었다면 그는 벌써 옷을 벗고 말았을 터였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접하게 된 이름은 생소했다.

하나 더 이상 적임자를 찾을 수 없단다.

장기욱은 결국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진행 해.”

명을 내리는 장기욱의 표정은 어두웠다.

애꿎은 젊은이의 삶이 송두리째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 백의 경우 중에서 아흔아홉은 실패일 터였고 당연히 남대철이라는 젊은이는 실종처리 될 게 틀림없었다.

거기에 더해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조국이 안타까웠다.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감행할 수밖에 없구나……. 미안하네, 젊은이.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조국이여…….’

장기욱이 내심 탄식을 터트렸다.

상관의 그런 기분을 느꼈음인지 송필무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송필무가 곧바로 등을 돌렸다.

“하지만 믿으셔도 됩니다…….”

돌아선 그가 흘린 말은 나직했지만 귀가 밝은 장기욱은 그것을 들을 수 있었다.

“믿어도 된다……. 남대철이라…….”

송필무의 말을 되뇌던 장기욱이 이내 보고서에 있던 이름을 나직하게 불러보았다.

‘기분 한 번 더럽구먼…….’

문을 나서는 송필무 과장의 등이 보였다.

‘비데 없는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 것 같단 말이야…….’

장기욱은 애써 머리를 흔들며 찜찜함을 떨쳐버리려 들었다.

하나 불편한 마음은 점점 짙어만 갔다.

“은퇴할 때가 된 건가…….”

어딘가 모르게 허탈한 음성이었다.

잠깐 사이 장기욱의 얼굴이 푸석해진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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