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찬 사나이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송담(松潭)
그림/삽화
필로스
작품등록일 :
2014.10.23 21:43
최근연재일 :
2014.12.01 07:06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11,348
추천수 :
3,086
글자수 :
73,009

작성
14.10.28 06:11
조회
6,137
추천
151
글자
10쪽

제 2 장 극비 프로젝트 1

DUMMY

제 2 장 극비 프로젝트












“하아, 세상 참 더럽네.”

땅이 꺼질 것처럼 한숨을 토해낸 대철이 유치장 내부를 훑어보았다.

그리 넓다고 할 수 없는 공간에 무려 일곱이나 되는 사내들이 있었지만 그의 시선을 받는 이는 없었다. 아니 그들 일곱 명의 사내들은 대철의 시선을 받는 것은 고사하고 아예 등을 돌린 채 그와 일정한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에혀, 자존심도 없는 한심한 인간들…….’

내심 혀를 차던 대철은 자신 또한 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각했다.

‘썩을 놈, 똑 같이 유치장에 갇힌 주제에…….’

대철은 이내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았다.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었다.

‘에혀, 인간 남대철이 어쩌다 이런 처지에 놓였을까…….’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일이 꼬이려다 보니 하필이면 전역신청을 한 뒤에 사고가 터졌다.

‘개식이 이 썩을 놈의 시키!’

원인은 이계식이었다.

그는 상대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맞아주었다. 그건 굳이 알아 볼 필요도 없는 일인데 전장에서 스물이 넘는 반군과 육박전이 벌어졌을 때에도 적들을 모조리 때려눕히고 입맛을 다셨던 전적 때문이었다.

‘그런 놈이 기껏 양아치 따위에게 뭇매를 맞아? 차라리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고 하는 말을 믿지. 그나저나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냐…….’

“휴우…….”

이계식을 생각하던 대철은 이내 자신의 처량한 신세에 저도 모르게 또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유치장은 개미가 기어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정적이 감돌았다.

대철이 유치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이미 주눅이 들어버린 이들이었다.

하룻강아지 수백 마리가 있다 한들 어찌 감히 산중지왕인 호랑이를 감당할까.

쩍 벌어진 어깨에 거대한 덩치를 가진 청년이 기세등등하게 괜히 폼을 잡았었지만 대철의 눈빛에 기겁을 하고는 꼬리를 말았었다. 그는 멋모르고 짖어대던 강아지가 불독의 이빨을 보는 순간 오줌을 질금질금 지리며 마루 밑으로 기어가는 것처럼 구석으로 찌그러졌다.

그러자 나머지는 자연히 정리가 되었다.

대철은 그들이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앉았다.

그게 불과 두 시간 전의 일이었다.

대철이 그렇게 한숨을 내쉬는 바람에 적막강산이 되어버린 유치장에 저녁 식사가 공급되었다.

어느새 날이 저물어 저녁때가 된 것이다.

코를 통해 들어오는 음식 냄새가 대철의 위장을 자극했다.

후루룩!

쩝쩝!

일곱 명의 사내들이 저녁을 먹는 소리가 들렸다.

‘썩을, 그러고 보니 밥도 못 먹었잖아…….’

구석구석으로 내 몰린 이들은 대철의 눈치를 보면서도 설렁탕에 해장국에 잘도 먹고 있었다.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꼬르륵!

제어할 수 없는 뱃가죽의 요동이었다.

‘썩을 놈의 돈…….’

후회해 본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대철의 눈길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뚝배기에 고정되어 있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뚝배기와 그 옆의 하얀 반찬그릇에 담긴 깍두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적우적!

음식을 먹는 소리는 참으로 요란했다.

그리고 그렇게 맛있게 먹는 만큼 옆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대철의 식욕을 사정없이 자극하고 있었다.

꿀꺽!

또 다시 침이 넘어갔다.

‘썩을…….’

대철은 결국 눈을 감으며 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나 그래봐야 유치장 안이다.

듣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면 쓸수록, 그리고 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신경은 자꾸 쏠리기만 했고 배에서는 연신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침이 넘어가는 횟수 역시 잦아졌음은 물론이다.

천장에 뚝배기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래, 나중에 혹시라도 고문을 할 일이 있다면 사흘 쯤 굶겨놓고 그 앞에서 설렁탕에 깍두기를 꼭 먹어 줄 것이야. 아침은 해장국으로 하고 점심은 설렁탕 그리고 저녁은 순대국을 먹는 거야…….’

저녁까지 가는 일은 상당히 드물 것 같았다.

어지간한 이들은 설렁탕 냄새에 절로 자백을 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유치장에서 먹는 설렁탕만큼 맛있는 게 없다니까.”

40초반으로 보이는 비쩍 마른 사내가 마주 앉은 이를 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에이, 천 원짜리 관식을 어떻게 먹어요.”

그 사내 보다 서너 살 젊어 보이는 이가 관식은 말도 안 된다는 양 웃음을 지었다.

‘처 천 원짜리 관식이라고! 이런 썩을…….’

대철의 인상이 잔뜩 일그러졌다.

그런 속도 모르고 그들은 얘기를 계속 이어갔다.

소곤거리면 대철이 듣지 못 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 참 좋아졌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유치장에서 이렇게 설렁탕을 먹는다는 것은 꿈조차 꾸지 못했었는데 말이야.”

40초반의 사내가 마치 옛 추억을 곱씹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윽한 눈빛을 보였다.

그때 한쪽 구석에서 묵묵히 식사를 하던 청년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는 안 보는 척하면서 대철의 얼굴을 살피더니 주춤주춤 엉덩이를 옮기면서 다가왔다.

“혀 형님, 좀 드셔보시겠습니까?”

혼자서, 아니 자신들만 먹는 게 미안했던 모양인지 청년이 대철 앞으로 설렁탕 뚝배기를 슬며시 밀었다.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였다.

대철의 눈은 어느새 설렁탕 뚝배기에 가 있었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꿀꺽! 하고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유치장을 울렸다.

위장이 연신 꿈틀거리며 사정없이 요동을 쳐댔다.

하나 대철은 애써 외면했다.

‘대장부 체면이 있지…….’

사나이는 폼생폼사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그는 애초에 안 먹겠다고 해놓고 뒤 늦게 뚝배기를 내민다고 덥석 낚아 챌 정도로 얼굴이 두껍지는 않았다.

대철의 목울대를 지나치는 선명한 꿀꺽 소리에 뚝배기를 내밀었던 청년이 흠칫했다. 그는 자신이 했던 말과는 달리 뚝배기를 잡은 손에서 힘을 빼지 않고 있었다.

‘설마 내가 먹던 건데 그걸 염치없이 받아먹지는 않을 거야……. 그런데 정말 먹으면 어쩌지? 고기는 몇 첨 먹지도 않았는데…….’

청년은 전전긍긍했다.

‘이런 썩을 놈, 아예 말을 하지 말던가.’

비록 잠시였지만 본능에 따르려했던 자신을 애써 억제한 대철이 가자미눈을 하고 청년을 보았다.

청년은 자신의 속내가 훤히 읽히고 있음을 모른 채 연신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밥 생각이 없네…….”

대철의 대답은 어쩐지 끈적끈적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청년이 밀어 놓았던 뚝배기를 재빨리 가져갔다.

‘썩을 놈, 이왕 권할 생각이었으면 세 번은 해야지.’

물론 세 번을 권했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대철은 그래도 왠지 모르게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관식이 있다는 얘기를 해주지 않은 경찰이 나쁜 놈이지.’

애초에 사식을 시킬 때부터 잘못 되었다.

저녁을 주문받으러 들어 온 경찰관에게 설렁탕을 넣어달라던 사람을 시작으로 해장국과 순대국이 거론 되었고 그들의 소지품 보관함에서 금액을 지급한다는 말이 문제였다.

지갑에 꼴랑 만 원짜리 몇 장이 전부였던 대철은 어차피 내일이면 나갈 거라는 생각에 저녁을 거부했다.

유치장이 처음이었기에 관식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게 실수라면 실수였던 것이다.

저들이 저녁을 먹으면서 두런거리는 소리에서 관식은 천 원밖에 안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썩을 놈들, 미리 알려주었으면 좋잖아.’

눈앞에 설렁탕 뚝배기가 왔다 갔다 하면서 마음을 뒤흔들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체면 때문에라도 먹을 수가 없었다.

체면이 밥 먹여 주냐고 하겠지만 폼생폼사요 한 번 길을 정하면 돌아가는 일이 없는 대철이었다.

번복한다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더구나 그가 지금 있는 곳은 유치장이었다.

뭔가 잘못이 있기에 들어왔을 이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하루쯤이야 껌도 아니지…….’

대철은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예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주일을 물만 마시며 버티던 적도 있었던 터에 지금의 상황은 일도 아닌 것이다.

대철이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유치장을 관리하는 경찰이 다가왔다.

“남대철씨, 면회입니다.”

‘응? 누가 알고 면회를 온 거야? 설마 부대에서? 에이, 이미 전역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올 리가 없지……. 그럼, 누구라는 거야?’

면회라는 말에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며 추측을 해 봤지만 떠오르는 인물은 없었다.

대철이 개식이라고 부르는 이계식은 전치 7주의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유치장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없었다.

아직 전역신청서가 처리되지 않았다면 부대로 연락이 갔을 것이고 그렇다면 헌병대에서 신병을 인수하러 오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경찰은 면회라고 말했다.

그렇게 대철은 속으로 궁리하면서 유치장을 나섰다.

실상 유치장에 들어간 사람의 면회는 편의상 그 자리에서 하거나 아니면 형사과에서 경찰 입회하에 하는 게 보통이었지만 대철이 간 곳은 서장실이었다.

하나 그러한 절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대철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

서장실에는 생소한 사내가 앉아 있다가 대철을 반겼다.

경찰서장은 자리에 없었고 그를 안내했던 경찰 또한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이제 낯선 사내와 단둘이 있게 된 셈이었다.

앞머리가 살짝 벗겨진 사내는 사십대 중반으로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찬 사나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출간 공지 +2 14.12.01 995 0 -
공지 표지가... 14.10.30 2,645 0 -
공지 인사 드립니다. +3 14.10.23 5,954 0 -
20 제 5 장 꼬치구이 2 +6 14.12.01 3,126 109 7쪽
19 제 5 장 꼬치구이 1 +6 14.11.28 3,007 115 10쪽
18 제 4 장 아공간과 요정 카스라 5 +6 14.11.27 3,467 128 7쪽
17 제 4 장 아공간과 요정 카스라 4 +5 14.11.24 3,305 125 7쪽
16 제 4 장 아공간과 요정 카스라 3 +4 14.11.20 3,805 143 9쪽
15 제 4 장 아공간과 요정 카스라 2 +6 14.11.17 5,149 156 8쪽
14 제 4 장 아공간과 요정 카스라 1 +8 14.11.13 5,421 194 8쪽
13 제 3 장 오크 4 +2 14.11.10 5,466 145 9쪽
12 제 3 장 오크 3 +8 14.11.08 5,028 137 8쪽
11 제 3 장 오크 2 +6 14.11.06 4,836 154 8쪽
10 제 3 장 오크 1 +6 14.11.03 4,840 139 9쪽
9 제 2 장 극비 프로젝트 5 +4 14.11.01 5,555 160 8쪽
8 제 2 장 극비 프로젝트 4 +5 14.10.31 6,160 188 8쪽
7 제 2 장 극비 프로젝트 3 +8 14.10.30 6,034 189 8쪽
6 제 2 장 극비 프로젝트 2 +6 14.10.29 7,232 215 7쪽
» 제 2 장 극비 프로젝트 1 +7 14.10.28 6,138 151 10쪽
4 제 1 장 선택 4 +5 14.10.27 5,923 137 7쪽
3 제 1 장 선택 3 +3 14.10.25 6,274 147 9쪽
2 제 1 장 선택 2 +2 14.10.24 6,947 175 9쪽
1 제 1 장 선택 1 +3 14.10.23 7,351 179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