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제가 아이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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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름
작품등록일 :
2021.05.22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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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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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이유 (14)

DUMMY

* * *



눈을 뜨자마자 전화를 걸었던 하얀은 걱정하는 멤버들을 두고 박지남의 오피스텔 문을 두드렸다.


금방 문을 열고 불을 켜는 모습은 부엌과 자는 방을 제외한 어느 곳도 사람이 쓴 느낌이 없었다.


“쓰러졌다고 하셨는데, 몸은 괜찮으십니까?”

“네, 아무래도 제가 지금 아주 혈압 오르는 걸 겪어서 그러는데, 그냥 터트리시죠.”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는데, 괜찮겠습니까?”

“증인··· 있어요. 증거도 같이 들고 있는 사람 하나 압니다.”


눈을 찌푸리는 지남을 보며 마른세수를 했다.


그 남자를 그렇게까지 믿을 생각은 없었지만, 본인이 자기를 이용하라는데 거부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솔찬, 그 사람이 안다고 했으니까 사실 여부는 제가 판별할 수 있을 겁니다.”

“어떻게 판별을···.”


하얀의 고개가 들어진다.


마치 허공에 무언가를 읽는 듯한 모습에 지남의 눈이 찌푸려졌다.


[당신에게 주어지는 ‘진실판독기’를 부여합니다.]

[당신을 막는 관리자의 선택한 자 ‘이가람’을 적대 관계로 정의합니다.]

[현재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은 ‘강솔찬’입니다.]

[그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내세요.]


저걸 보고 어떻게 다른 걸 생각하겠나.


“있어요, 그런 믿을만한 게.”


완전히 믿진 못 해도 급한 불을 끄는 것엔 특효일 것이다.


하얀의 알 수 없는 확신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슬슬 준비는 하겠습니다.”

“네, 터트릴 준비만 해주세요. 아, 이번 마약 사건 배우들의 증언도 수집할 수 있을까요?”

“한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겁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하얀이 지남의 집에서 벗어나려다가 지남의 배에서 들려오는 꼬르륵 소리에 한숨을 내쉰다.


“밥은 꼭 챙겨 드시고요. 치킨 말고.”

“음,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배가 고픈 나머지 또 시켜 먹을 생각을 하던 지남은 딱 걸린 것처럼 눈을 굴렸다.


“정 안 되면 저희 숙소에 반찬 많으니까 얻어가세요. 유현 형한테 제가 줘도 된다고 말하면 줄 테니까.”

“··· 가끔 보면 사람 먹이는 거 참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제가 못 먹고 살아봐서요, 먹는 거엔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현관문을 나서는 하얀을 허탈하게 본다.


현관문이 닫히고 조용한 집안에 사람이 잠시 왔다 갔다고 온기가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못 먹고 살만큼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하긴 하셨네.”


난 또 연습생 생활 전부터 그랬다는 걸로 들려서 놀랄 뻔했다.


가끔 보면 하얀은 제일 중요한 말을 빼먹고 하는 편이 있었다.


그게 과거의 하얀 이야기일 거란 걸 모르는 지남은 웃어넘기며 배달을 시키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었다.



* * *



하얀이 쓰러졌단 이야기를 안 했지만, 은연중에 떠돌아다녔다.


겨우 몇 시간이 쓰러진 거였는데, 본 사람이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그래도 연예인은 사생활이 없는 것이 맞는 게 하얀이 깨어났다는 소문까지도 돌았으니 말을 다 한 셈이었다.



[새하얀은 쓰러지지 않았다? 아니다, 쓰러졌다! 여론이 갈려]

[묵묵부답의 JH Ent. 자꾸만 쓰러지는 아티스트 관리가 필요하지 않나]

[자꾸 쓰러지는 아이돌? 이건 아이돌에게 고질적인 문제였다. 새하얀이 또다시 나서나?]



그런 기사를 보고 있으면서도 스케줄이 깔끔한 편인 에르피아였다.


당연히 멤버들의 반응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것이 대부분이다.


자꾸 강요받는 새하얀 입장에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겠지만.


“기사도 알아보고 내라니까.”

“기자들이 언제부터 알아보고 낸다고 그래.”

“그건 맞긴 한 듯.”


그냥 가벼운 헤프닝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새하얀의 심각한 표정이 아니었다면.


“분명 유현 형이랑 진만 그러더니 이젠 같이 저렇게 심각해지네.”

“내가 왜?”

“정신없는 상황에도 대답은 잘하네.”


괜히 찔리는 듯이 헛기침을 한다.


그런 진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는 어이가 없다며 웃어버린다.


그걸 보고 있던 정한은 말없이 앉아있는 유현을 본다.


가장 여파가 심한 사람이 있다면 유현이었다.


“괜찮아?”

“어? 아··· 하하. 밥을 먹어야 하는데.”

“우리 밥 먹은 지 1시간 됐는데.”

“아, 그랬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걸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하얀을 보자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힘차게 걸어온다.


그 손을 마주 잡고 유현을 보는 하얀이었다.


“형, 복수할 시간이 있다면 어떡할래요?”


이렇게라도 정신이 차려진다면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복수할 건데, 형이 복수를 보면서 웃는다면 공개해도 되겠다고.


그렇게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 복수?”

“그게 꿈이 아니라 과거의 형이었고 그곳에서 이번 기회로 벗어날 수 있다면요?”


유현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살고 싶었던 기억이 나서 손이 바르르 떨려왔다.


복수하고 싶었던 건가?


내가?


유현은 문득 의문이 가득한 생각에도 하나 확신할 수가 있었다.


“아니··· 복수가 아니야.”


유현의 눈에 새하얀이 가득 차 있었다.


그러면서도 불안함과 두려움이 가득 차서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의 말처럼 복수가 중요한 것이 아닌 사람처럼.


“난 그냥 제대로 된 벌을 받았으면 했고 나는 살고 싶었던 거지.”


나의 과거는 이미 사라져버렸는데, 그 악마 같은 사람을 다시 보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였다.


“나는 살고 싶었고 그에게 전하고 싶었던 거지···.”


그게 다였다고.


근데 너무 다 잊고 혼자서 잘 지내고 여전히 그대로인 그가 날 죽이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었다.


그렇게 말하려던 내 입이 열리지 않았다.


“형?”


내 과거만 생각하느라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내 아픈 것만 신경 쓰느라 멤버들에게 신경 쓰지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리더란 말인가.


“···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네.”


여전히 나는 너무 약하고 내 생각만 하는 멍청이였다.


그걸 멤버들에게 자꾸 부담하게 만드는 건 더는 하면 안 된다는 걸.


“진아, 우리 그건 그저 과거라는 걸 인정하자···.”


내 삶의 욕망으로 더는 누군갈 괴롭히지 말아야 했다.


나는 에르피아의 은유현이었고, 과거의 나는 이미 죽었으니.


“내가 자꾸 과거에만 살아서 널 괴롭게 만든 것 같다···.”


너는 그 사람에게 죽기까지 했는데, 내 눈치를 보느라 고생을 한 사람은 진이었다.


“미안, 이제부터 신경 쓸 일은 안 할게.”

“형···.”

“그러니까 복수한다는 말은 하지 말고 우린 우리대로 열심히 하자.”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조금씩 퍼지고 있는 기사들에 하얀은 고개를 저었다.


형은 참았을지 몰라도 진은 다를 거라고.


고개를 돌린 진의 얼굴의 묘한 안정감이 보였다.


“같은 뜻인가 보네요···.”


아쉽게도 우리 멤버들은 너무 착해서 탈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잊었다.


날 죽인 사람을 용서해주는 그런 쉬운 삶이라니 자신과는 너무 다른 유형의 사람이었다.


“뭐야? 분위기··· 음악방송 가야지. 출근길 사진 찍어야 하니까 빨리 움직이자.”


우리는 샵을 들렀다가 출근길 찍는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것조차도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여기 봐주세요!!”

“새하얀!!!! 형!!!”


데뷔할 때 봤던 그 남자 팬이 서서 날 보고 형이라며 우렁차게 외쳤다.


일단, 비주얼로 보나 키로 보나 전부 형이신 것 같은데.


“잘생겼어요!!!!! 아아악!”


그분은 무표정한 얼굴로 잘생겼다고 외칠 때마다 고개가 돌아가고 그곳에 있던 카메라는 바쁘게 찍혀나갔다.


이런 걸 보면 역시 괜히 저런 것도 알바로 구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연차가 쌓이고 저런 것도 다 돈이라는 생각에 쓴 미소가 지어진다.


“다음 차 옵니다.”


매니저의 말에 급히 발걸음을 옮기는데, 눈물을 흘리며 이것 좀 받아달라고 손을 뻗는 걸 하나 잡아서 간다.


“고마워!!!”


작은 박스나 그런 거였으면 안 가져갔을 텐데, 누가 봐도 귀여운 인형이었다.


눈에도 뭐가 없고 꾹꾹 눌러도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


“그걸 왜 받아와, 인형이 가장 위험한 건데.”

“하지만 이거 인형 옷을 봐요, 저 데뷔할 때 옷을 입었어요.”


괜히 과거가 생각나는 인형이라 안 잡을 수가 없었다.


매니저 형은 혹시 모르니 검수하겠다고 가져갔고 이틀 뒤에야 다 뒤져보고 가져왔다.


“난 또 다 헤집어놨을 줄 알았는데, 멀쩡하네요.”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냥 스캔만 해도 나와.”


자꾸 시대를 잊는 하얀이었다.


마치 한수보다 더 옛날 사람 같은 걸 나도 알았고 한수도 눈치챈 것 같았다.


내 나이가 19살이란 걸 알지만, 회귀 회차가 너무 많은 내겐 힘든 일이었다.


“저 좀 20세기에 사는 사람 같이 말하긴 해요···.”

“나보다 어린 녀석이···. 아, 너희 1위 후보더라.”

“가람 선배님은요?”


당연히 이가람도 있어야 할 텐데, 오늘 온종일 보이질 않았다.


마치 증발한 것처럼 대기실도 계속 비어있고 늦게라도 오나 싶었다.


그러기엔 너무 피디가 화를 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니? 오늘 갑자기 펑크 내서 화났는지 빼겠다고 난리던데.”

“펑크요?”

“응, 갑자기 못 가겠다고 했다나?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렇더라고.”


이해할 수 없는 행보에 새하얀이 스마트폰을 켜서 초록색 창을 키자 원인을 알 수가 있었다.


“이분 방금 폭로 영상 떴는데요?”


그건 미처 내가 준비하지 않은 폭로였다.



* * *



어두운 방에 폐인처럼 된 남자가 고개를 든다.


얼굴이 알려진 매니저였고, 그의 얼굴은 어딘가 맞은 사람처럼 피멍 자국이 심했다.



-저는··· 이가람 씨의 전 매니저입니다. 매니저를 하는 동안에도 많이 맞았고 이런 사실을 폭로할까 봐, 저를 악착같이 괴롭혔습니다.

-몇 번은 죽으라며··· 교통사고를 내려고 차로 치려고 한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녹음과 CCTV, 블랙박스 영상에 담아뒀습니다.



그는 눈물을 흘렸지만, 곧장 반박 영상과 함께 이가람이 언제든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떨었다.



-저는 피해자이고 그의 만행을 전부 알고 있습니다. 매니저 일? 못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더는 이렇게 피해를 받으면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정말 자주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가 바뀌었고, 대부분이 폭행과 폭언을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정말 더러운 짓이란 건 다 하고 살았으니까요.

-이 영상이 올라가고 나면 저는 아마 이가람 배우에게 맞거나 죽임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눈물로 호소하는 남자의 영상이 끝나고, 증거 사진으로 제출한 이가람의 소속사였던 직원증과 함께 이가람 스케줄표와 주의점이라고 써뒀던 다이어리가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다고 생각한 남자는 이가람의 기존 생활 패턴, 식습관, 입사했던 시기까지 밝혔다.


“이거 좀 큰일 나겠는데요···.”

“에르피아 무대 올라가셔야 합니다.”

“네.”


핸드폰을 끄고 매니저에게 맡기는 하얀이 가뿐하게 올라간다.


무대는 실수 한번 없이 성공해낸 뒤에 1위 후보 때문에 앞자리에 서는데도 그는 오지 않았다.


“축하합니다! 에르피아!”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네, 저희를 많이 아끼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의 1등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듯했다.


그리고 유현의 입에서 나온 하나의 멘트에 팬들의 입꼬리가 활짝 올라간다.


“우리 삐아리들 너무 고마워요!”


팬이 정한 팬덤 명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꽃가루가 터지고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춤을 추는 우리의 모습은 빛났지만, 누군가에겐 악몽의 날이었다.


내려오자마자 박지남이 대기실에 있는 걸 보면 때가 온 거라는 뜻이었고.


“증인 잘 구하셨던데요.”

“스스로 찾아왔어요.”

“증인이 정말 많은 증거와 증인을 데려오던데, 의도적으로 구해오신 건 아니고요?”

“구해왔으면 이렇게 데려오기 힘들죠.”


이건 그냥 하고자 하니까 제 발로 들어오는 거지.


[이곳은 당신의 세상입니다.]


저 시스템 알림창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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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꿈을 꾸는 이유 (16) +2 21.09.08 165 12 13쪽
130 꿈을 꾸는 이유 (15) +2 21.09.07 169 14 14쪽
» 꿈을 꾸는 이유 (14) +1 21.09.06 160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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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꿈을 꾸는 이유 (12) +1 21.09.04 169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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