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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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최근연재일 :
2021.12.20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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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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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마지막 티켓을 향한 출발

DUMMY

"어제의 재대결인데요! 과연 호세 알투베 선수에게 다시 한번 아웃 카운트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


어제 플라이로 14회초 쓸쓸하게 퇴장했던 호세의 눈은 아주 날을 제대로 갈고 온 듯한 모습이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비록 체구는 작을지 몰라도 타석의 존재감만큼은 확실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눈에 불을 키시면 긴장 되잖아요?'


나 역시 그에 못지 않은 기세로 공을 뿌렸다.


-스잉~


-후웅~


그러나 기세와는 다르게 80마일의 느릿느릿한 커브가 그의 배트 타이밍을 어지럽혔고,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던 호세는 헛스윙과 동시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나이스!'


지금까지 계속 빠른 볼로 혼을 빼놓았던 타자에게 과거 지역예선에서 당했던 히가시 고교 마츠시타의 주특기인 이퓨스 피칭을 섞어 혼선을 만들어 내었다.


100마일(160.9km/h)과 80마일(128.7km/h)의 격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제 아무리 잘나가는 타자 일지라도 단번에 그 타이밍을 공략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약점도 존재했다.


'느리면 커브.. 느리면 커브..'


호세 알투베는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정보를 토대로 하나의 가능성을 압축시켰고, 침착하게 다시 타석에서 승리를 향한 열망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었다.

던질테면 또 던져보라는 듯 방망이를 돌리는 모습에 난 망설이지 않고 존 바깥쪽으로 공하나를 희생시켰다.


'지금은 아니야.. 조금만 더 타이밍을 무너트린 뒤에 승부를 보자..'


야구를 오래 하다보면, 투수만의 촉이 생긴다. 선덕의 경우 대부분 그런 촉은 열에 아홉이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래서 구위가 살아있을 때 얼른 끝내려는 다니엘에게 난 고개를 저으며 신중하게 2개만 더 빼보자고 주장했다.


결국 난 스스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 놓고서도 3볼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아까의 기세보다는 많이 죽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야생의 본능' 스킬을 자력으로 획득하셨습니다.]

[스킬 설명 :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신중한 당신은 그 어느 순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야생의 본능 발동시에는 3초 앞 미래를 볼 수있습니다. 0/3 47시간 59분 59초]

[추가 보상 : 멘탈 포인트 20%가 지급됩니다. 현재 멘탈 45%]


'호오..? 쏠쏠한데?'


추가로 얻은 멘탈 스텟과 새로 생긴 스킬이 궁금했지만 아직 쿨타임중이니 실험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할것 같았고, 지금은 눈 앞 타자에게 피할 수 없는 승부구를 던져야 하는 타이밍이다.


'이럴때 던질 수 있는 공이 진정한 승부구 아니겠어? 아저씨?'


포수 뒤 관중석에서 팔짱을 끼고 날 바라보는 랜디 존슨을 향해 씩씩하게 미소지은 뒤 난 글러브 안에 있는 공을 꽉 쥐고선 다니엘 미트를 향해 자신있게 던졌다.


-스이이익!!!


자신이 원했던 느린 커브는 아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빠른 볼에 호세의 몸이 반응하고 말았다.


'쳐야해!'


-빠각!!


타석에서 자주 듣기 어려운 이질적인 타격음 선덕과 다니엘은 단번에 직감했다.


'부러졌어 배트가!'


서둘러 타구를 찾기 위해 눈을 이리저리 굴려댔고, 공을 먼저 발견한 선덕이 크게 소리쳤다.


"다니엘! 니 불X밑에!!"


내 외침에 발 밑에 멈춰있는 타구를 주워 잽사게 1루로 던졌다.


"아웃!!"


그리고 공수 교대하려고 덕아웃으로 향하는 도중 부러진 배트를 회수하던 심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삐빅!!


무슨 일인가 싶었던 난 심판이 들고 있던 배트를 어깨넘어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배트 중심에 코르크가 박혀있었다.

코르크 배트의 효과 유무보다 부정배트임을 알고도 쓴게 가장 큰 괘씸죄가 성립된 모양인지 심판은 호세를 향해 크게 외쳤다.


"퇴장!!"


-우우우우!!!!!


나 역시 그의 배트 스윙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비밀이 숨어있는 줄은 정말 몰랐었다. 팀의 주전인 2루수인 그가 퇴장을 당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로 1회말 휴스턴의 수비가 시작되었다.


"잠시 소란이 있었습니다만, 휴스턴의 덕 피스터가 마운드로 올라옵니다."


2미터가 넘는 체격과 격한 투구폼을 보면 스터프가 엄청날 것 같지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0마일이 안 될 정도로 느리며 통산 K/9은 6.14개로 삼진 잡는 능력 역시 평균 이하다. 대신 공격적인 스트라이크존 공략, 투심의 지저분한 무브먼트와 칼같은 제구를 바탕으로 통산 BB/9은 2.1개, HR/9은 0.89개에 불과할 정도로 볼넷과 피홈런 억제는 뛰어나다. 한 마디로, 구속이 느리고 맞춰잡는 우완 그라운드볼러의 교과서와 같은 선수이다.


'여긴 2미터 넘는 선수가 보통인가?'


거대한 그에 키에 주눅들법도 한데, 타석에 들어서는 디백스의 타자들은 익숙하다는 듯 배트를 쥐고 있었다.


-1번 타자 데이빗 페랄타


디백스의 테이블 세터로 2번 타자 A.J 폴락과 함께 낙점된 그는 재작년 3할 17홈런 9도루를 기록했던 포스를 이번 시즌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작년에 0.251 4홈런 2도루 밖에 기록 하지 못한 최악의 시즌을 속죄하려는 사람처럼말이다.


-타앙!!


초구부터 호쾌하게 돌아가는 그의 배트가 어제와는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좌중간을 제대로 가르는 데이빗 페랄타의 2루타!"

"사실 페랄타 선수는 이번 시즌 꾸준히 제 역할을 다 해주고 있었거든요? 다른 선수들도 그의 모습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아직 와일드카드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을겁니다!"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 꼴등인 애리조나이지만, 올해 한정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가 새로운 포스트 시즌 방식을 확정했다. 기존의 디비전시리즈를 가려면 동부,중부,서부지구에 1위팀과 남은 팀들 중 승률 1,2위 팀이 와일드 카드를 얻게 된다. 이렇게 총 5개 팀이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할 수 있게 되는데,


올해는 포스트 시즌 진출 팀이 무려 세팀이나 늘어 8개로 변경되었다.

우선 각 지구에 1위 3개팀과 2위 3개팀이 모여 6팀이 진출하고, 남은 9개팀 중 승률 1,2위가 와일드 카드를 받는 방식이다. 대신 와일드 카드는 기존의 단판 형식이 아닌 3판 2선승제로 사무국은 이를 와일드카드 시리즈라고 명명했다.


고로 지금 내셔널 서부 리그에서는 승률이 꼴지더라도, 다른 지구들과의 승률을 따져봤을때는 3위인 애리조나는 아직 와일드 카드 시리즈에 한 다리 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걸 알기에 애리조나 모든 팀원들은 지긋지긋한 연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만약 어제 애리조나의 연패탈출이 도화선이 되었다면! 지금 와일드 카드에 가장 근접해있던 세인트 루이스와 콜로라도에게 비상이 걸리거든요?"

"맞습니다! 아직 포기 하지 않았어요! 이거죠! 이게 바로 프로죠! 이래서 이번 시즌이 재밌는 거에요!"


프로구단이라할지라도 매번 우승권에 머무를 수는 없다.

망한 시즌은 버리고 다음 시즌을 위해 팀을 정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올해 한정으로 변경된 포스트 시즌 방식은 대다수 팀들에게 시즌 막바지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아직은 늦지 않았어.."


토레이 감독은 2번 타자 AJ 폴락이 연속으로 안타를 치고 선취점을 가져오는 장면에서 와일드 카드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에 보답하듯 어제의 답답했던 타자들이 오늘은 휴스턴의 선발 피스터를 야무지게 공략 해댔다. 타순은 돌고 돌아 내 차례가 되었고, 굳이 이기고 있는 게임에서 타격포인트를 소진하는 건 비효율적이라 판단했다.


-한방 또 날리고 오라고~


마음 편하게 내 등을 토닥이는 선수들을 뒤로한 채 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스읍!! 후우.. 그래 한번 부딪쳐보자고"


오늘 선발로 출장해 아직 1회말도 끝내지 못한 채 5실점으로 탈탈 털리고 있는 피스터가 1루에서 정신 사납게 왔다 갔다 하는 디백스의 8번 케텔 마르테를 노려보며 견제구를 계속 던져댄다. 1아웃만 잡으면 힘든 1회말을 끝낼 수 있었지만, 지금 그의 멘탈은 많이 흔들린 상태였다. 하지만 포수에 다급한 사인을 보며 체념한 듯 그는 도루를 내줄 생각으로 내게 집중했다.


'뭐가 됐든 좋으니까 얼른 던져라'


그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투심은 오늘 그의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체인지업이 날카로운것도 커터가 예리한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아직 난 히나타씨의 타격 자세를 이용하지 않으면 별볼일 없는 타자가 된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치만 이렇게 폼이 무너진 투수조차 공략하지 못한다면 언제까지고 반쪽짜리 선수가 되고 말것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스이이익!!


떨쳐버리고 싶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들이 시스템보다 한번쯤은 앞설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내 기대에 보답하듯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손 끝과 발 끝에 모든 힘을 집중해 밀어 쳐냈다.


-타앙!!


"어..어제에 이어서 오늘 또 다시 그는 디백스의 담장을 넘겨버렸습니다!!!"

"아! 오늘도 시원하게 배트를 내던지는 군요! 관중들이 열광합니다!!"

"이거는 피스터 선수 속이 많이 쓰리겠어요!"


1루에 있던 마르테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투런포를 작렬시킨 난 유유히 그라운드를 도는데, 사방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시선이 내 온몸을 찌르고 있었다. 그 중 특히 오늘의 선발인 피스터의 이글이글 타오르는 저 표정은 '다음 타석에서 보자'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


1회말에 신나게 얻어터진 피스터는 그 뒤로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다시 아메리칸 리그 1위팀의 면모를 뽐내며 흔들림 없는 피칭을 했고, 7:0에서 더 이상 실책하지 않았다. 그리고 4회말이 시작됨과 동시에 모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게 보복구를 조심하라며 조언했다. 근데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었기에 어느정도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 난 빈볼 타구를 미리 예측할 수 있기에 앵간해서는 피할 자신이 있었다. 지난번 U-18 한국전처럼 딴 생각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푸하하하하!!!


'이게 야구야 다트야?'


예상대로 피스터의 빈볼 투구는 노골적이었고, 그때마다 우스꽝스럽게 피해대는 내 모습에 관중들은 폭소했다.


'아니 필사적으로 피하고 있는데, 야유를 보내야지 웃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머리쪽을 제외한 몸쪽을 향한 투구가 무려 3차례이다. 완전히 아웃카운트를 잡을 생각이 없어보이는 피스터가 와인드업을 하자마자 난 아예 타석에서 일찌감치 떨어졌다.


그리고 그가 날린 볼의 위치는 정확히 내 머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 새끼가..'


"볼넷!"


그런데 어째서인지 심판은 이런 피스터에게 경고하나 주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만연한 불문율에 그도 세뇌당한 모양이다.

투수가 날 맞추지 못한 것에 분노를 표출하며 글러브를 땅에 집어 던지자 난 보란 듯이 다시한번 배트 플립을 시전 한 뒤 유유히 1루로 걸어들어갔다. 당장에라도 날 씹어먹을 기세인 피스터 하지만 난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날 노려보는 피스터를 향해 보란듯이 양손을 들어 올리며 입모양을 'What?'이라고 뻐끔대며 최대한 얄미운 표정으로 약올렸다. 내 도발은 다시 찾은 그의 투구폼을 4회말에 또 한번 무너트렸다.


"볼!"

"볼!!"

"볼!!"


연속으로 볼 3개를 어이없이 투척해버리는 피스터,


'지금이라면..'


그의 어깨가 들썩인다. 전혀 날 보고 있지 않다. 이건 후쿠야 선배가 말했던 최적의 도루 타이밍!


-다다다다다닷!!


3볼 이후로 그나마 정신을 차린 그에게 난 도루라는 비수를 꽂아버렸다.


작가의말

소설 속 내용은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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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1화 합법적(?) 템퍼링 21.10.12 1,438 18 12쪽
91 90화 내부의 첩자 21.10.11 1,451 19 12쪽
90 89화 더 많은 기회를 내것으로! 21.10.10 1,502 17 12쪽
89 88화 후회와 반성 그리고 결과 21.10.09 1,560 21 12쪽
88 87화 퍼펙트 게임 21.10.08 1,529 19 13쪽
87 86화 상냥한 귀인들 21.10.08 1,467 21 11쪽
86 85화 D-5 21.10.06 1,517 18 12쪽
85 84화 누가 올라와도 상관없습니다. 21.10.05 1,529 21 12쪽
84 83화 총력전 21.10.04 1,580 21 13쪽
83 82화 꼭 이루고픈 목표가 생겨버렸다. 21.10.03 1,634 22 13쪽
82 81화 승부의 분수령 21.10.02 1,650 26 13쪽
81 80화 나 믿을거야..선덕 믿을거야 21.10.01 1,676 22 13쪽
80 79화 로스엔젤레스 다저스의 천적 21.09.30 1,693 20 13쪽
79 78회 외쳐! 황페러! 21.09.29 1,696 21 13쪽
78 77화 가을야구 시작! +2 21.09.28 1,716 23 12쪽
77 76화 너 좀 재수없다. 21.09.27 1,632 23 11쪽
76 75화 벼랑 끝 사투(2) 21.09.26 1,669 21 13쪽
75 74화 벼랑 끝 사투(1) 21.09.25 1,689 19 13쪽
74 73화 착한놈과 나쁜놈 +2 21.09.24 1,732 24 12쪽
73 72화 약속 21.09.23 1,719 22 13쪽
72 71화 미러전 21.09.22 1,728 22 13쪽
71 70화 첫번째 손님 21.09.21 1,780 22 12쪽
70 69화 불문율 개혁의 시작 21.09.20 1,780 24 12쪽
» 68화 마지막 티켓을 향한 출발 21.09.19 1,812 23 12쪽
68 67화 디백스의 괴물 탄생! 21.09.18 1,887 27 12쪽
67 66화 뜻밖에 데뷔전 +4 21.09.17 1,830 28 11쪽
66 65화 또 한명의 한국인 +1 21.09.16 1,785 19 11쪽
65 64화 프로의 자세 +1 21.09.15 1,751 24 13쪽
64 63화 상품성 있는 선수 21.09.14 1,780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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