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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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최근연재일 :
2021.12.20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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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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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누가 올라와도 상관없습니다.

DUMMY

-3차전 경기 하루 전, 애리조나 체이스필드 구장안에서 얼마 남지 않은 구종의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뚜벅뚜벅뚜벅~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이곳으로 출근 도장을 찍으시는 랜디 존슨 아저씨가 이제는 애리조나의 명물이 되어 버린, 골드 치킨 세트를 들고 왔다.



-킁킁!



"뭐야 이 향기로운 냄새는...어? 아저씨~ 설마..선물이예요? 감사합니...."



-바삭!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얼굴로 랜디 존슨 아저씨는 닭 다리를 야무지게 씹어댔다. 그 모습에 잠시 까먹었던 이 아저씨의 캐릭터가 떠올랐다.



'그래 뭐 챙겨줄 사람이 아니긴 하지..'



"응? 어가?(뭐가?)"

"아니 됐습니다. 근데 구장안으로 치킨을 들고 오면 어떡해요?"



귓등으로도 내 말을 듣지 않고 콜라를 쪽쪽 빨아대는 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얄미웠지만, 당장 내일이 3차전이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됐다 됐어.. 그보다 커브 숙련도 올리기가 쉽지 않네..'



다른 구종의 숙련도는 이미 70%가 넘어 괜찮았지만, 고시엔 1차전 토호 고교와의 승부때 잠시 배팅볼로 배웠던 커브가 문제였다.



'미션을 줘도 꼭 이런걸...'



2차전 경기가 종료되고 난 직후 전설 미션에 대한 보상을 알아보던 난 부상 당한 신체 부위가 아니어도, 고를 수 있다는 말에 바로 여기를 선택했다.



[손가락 강화를 선택하셨습니다.]

[대상자가 양손잡이임으로 효과가 중첩적용됩니다.]

[오류! 대상의 숙련도가 미숙합니다.]

[적응미션! 손가락 강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클리어하십시오.]

[가지고 있는 구종의 숙련도 전부를 70% 이상 달성하십시오.]

[클리어시 손가락 한정 강화 랜덤 보상을 지급됩니다.]



솔직히 다른 숙련도는 자신 있었어도, 커브 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손에 익지 않았다.



[커브볼 숙련도 58%입니다.]



게다가 숙련도에 가장 큰 문제는 많이 던진다고 해서, 절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송이 던지는 손을 꼭 왼손으로만 던져야 하냐?"

"예?"

"아니 너 양손잡이잖아 그러면 오른손으로도 던질 수 있는 거 아니야?"



닭 다리를 쪽쪽 빨아먹는 존슨의 한마디에 순간 멈칫했다.



스위치 피처지만, 그 누구보다 자각이 부족했던 내 고정관념에 한탄했다. 서둘러 존슨의 조언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우완 커브를 시전했다.



[커브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답이 이거였어?'



커브의 숙련도,

그 벽을 넘기 위한 방법은 바로 스위치 피칭이었다.



***



"좌완 너클볼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 아닙니까??"

"확실히 그가 어째서 디백스의 괴물인지를 일깨워주는 한 방이 아니었나 싶네요!"

"예! 8회말 다저스의 3번 저스틴 터너가 싹쓸이 역전 2루타를 장식하며 잭 그레인키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지만, 선덕황의 위기 대처능력으로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선수들은 재빠르게 벤치에 따뜻한 히터 앞으로 옹기종기 모여앉았다.

비는 그쳤지만 이미 젖은 유니폼, 경기장에 남은 한기로 인해, 수비가 길었던 디백스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소진되어 있었다.



-덜덜덜....



"너..너무 춥다.. 으으으으!!!"

"젠장할 경기장에 히터를 틀어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외야는 진짜 바람이 너무 세!!"



아직 10월초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비에 쫄딱 젖은 선수들에게 15°가 넘는 일교차는 플레이에 상당한 지장을 가져다주었다.



"드디어 디백스의 마지막 공격이 될 수도 있는 9회초가 되었습니다. 다저스 마운드는 이제 승부를 굳힐 생각인 것같네요."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 비록 어제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다저스의 클로저는 캔리 잰슨밖에 없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8번 타자 제이크 램 좌타



9회초 선두타자인 제이크 램은 오늘 경기 다행히도 실책은 제로였다. 그치만 와일드카드 시리즈 중 단 1번의 안타도 기록 하지 못하는 팀의 애물단지이기도 했다. 정규리그와는 상반된 그의 타율에 많은 팬들이 실망감을 드러냈지만, 토레이 감독은 끝까지 그를 믿고 있었다.



-이번에도 헛스윙 삼진이려나..

-주자가 없는 게 어디야? 그나마 병살은 못 칠테니 차라리 잘된 걸 수도 있지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제이크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지만, 이 모든 건 자신이 초래한 상황이다.



-덜덜덜....



추위에 손과 입이 떨린다. 고작 이딴 추위정도조차 마음대로 떨칠 수 없는 자신에게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타석에 들어서면서도 떨리는 몸이 주체가 되질 않았다. 그 떨림이 추위 때문인지, 타석에서의 불안감 때문인지는 본인 스스로도 몰랐다.



-스이이익!! 따악!



"스트라이크!!"



잰슨의 투구가 스트라이크 존에 박히는 걸 보고도 몸이 전혀 반응하질 않는다. 한때 디백스의 파워히터라고 불리던 그의 별명이 초라해지는 순간이다. 고작 이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릇이었단 말인가? 한심한 자신에 얼굴을 손바닥으로 힘껏 후려쳤다.



-짝!!



갑작스러운 제이크 램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관중들은 물론 중계진에서도 많이 놀랐지만, 입에서 흐르는 따뜻한 출혈 때문인지, 더 이상의 떨림은 없었다. 그리고 눈앞에 투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미안하지만 디백스! 올해 디비전 시리즈는 우리가 가야겠어!'



눈앞에 캔리가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믿어 준 로버츠 감독에 대한 감사를 담아 피칭했다.



-스이이익!!



그러나 떨림이 멈춘 제이크 램의 배트는 더 이상 가볍지 않았다.



-빠앙!!



"90마일 잰슨의 패스트볼을 그대로 걷어 올렸어요!"

"큰 포물선을 그리는 타구는 좌중간 위로 위로!! 넘어갑니다!!"

"이 정도 비거리라면, 470피트(143m)가 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전 다저 스타디움 외야 지붕으로 떨어지는 홈런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다저 스타디움 밖으로 나가는 홈런을 친 선수는 지안 카를로 스탠튼, 마크 맥과어, 마이크 피아자, 윌리 스타겔까지 고작 4명뿐이었거든요!?"

"오늘 제이크 램까지 그 명단에 기록되는 순간입니다!"



-와아아아아!!!!!!!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고!!!

-미쳤어!! 장외라니!! 장외라니!!



길었던 가을야구 타선의 침묵, 같은 팀 동료들에게 미안했고, 이제 막 들어온 루키에게 교체되는 굴욕까지 겪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안했던 건 팬들에게 더 이상 디백스의 야구를 선 보일 수 없었다는 게 가장 미안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이 홈런으로 지친 팬들의 마음이 위로가 되었으면 했다.



"잘했습니다. 제이크! 전 당신이 해낼줄 알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누구보다 끝까지 믿어 준 감독님께 가장 감사했다.



"예.. 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



9회초 또 한 번의 캔리 잰슨의 블론 세이브, 실투는 없었다. 그러나 이틀 연속 블론 세이브는 잰슨에게 뼈아픈 실책이었다. 그리고 어제 악몽의 시작이었던 내 차례가 오자, 제발 동점인 상태로 끝내주기를 다저스의 팬들은 두 손모아 기도했다.



"클로저인 만큼 얼른 지난 타석에 일은 떨쳐 내야 해요!"

"동의합니다. 지금 극복하지 못한다면 다저스의 가을은 여기까지 일겁니다!"



-후우....



배트를 쥐고 잠시 눈을 감았던 내가 정신을 가다듬고..



[눈앞에 보이는 모션을 따라 하십시오.]



타구가 날아올 방향에 고개를 끄덕이며 배트를 꽉 쥐었다.



"과연 잰슨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스이이익!!



'좋았어!'



타앙!!



배트 중앙에 맞춘 정타! 낮은 타구 그대로 맞받아 친 이 타구에 난 희망을 봤다.



-다다다다닷!!



"아우우우웃!!"



'뭐?'



1루에 안착할 때쯤 들려오는 아웃 콜에 황당한 얼굴로 1루수를 바라봤지만, 그의 손에는 볼이 없었다. 그렇다는 건..



"투수 정면으로 날아가는 타구! 무의식적으로 뻗은 잰슨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아..정말 아쉽겠는데요? 잰슨이 반응하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구멍이 뚫릴뻔했습니다!"

"타구 스피드가 무려 110마일(177km/h)으로 나왔는데 괜찮을지..."



'하..그걸 잡았어..?'



내 아쉬움도 잠시 곧바로 잰슨은 다급하게 글러브를 벗으며 왼손을 부여잡았다.



-삐빅!!



고통을 참으려고 애쓰는 잰슨은 아직 로버츠 감독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왼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아가며 글러브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고생했네.. 여기까지만 하게나"



글러브를 따라 올라간 그의 시선 끝에는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서 있었다. 고작 동점 홈런과 1아웃 밖에 못했다는 자괴감에 그가 고개를 떨궜다.



"이런 젠장할!!"



분하다는 듯 주먹으로 마운드를 내리치는 캔리 잰슨의 등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말없이 토닥여주었다.



-P(피처) 교체

캔리 잰슨 > 브랜든 모로우



"아무래도 손에 이상을 감지한 모양이네요. 투수 교체가 선언됩니다."

"허나 아직 디백스 타선은 건재하거든요!?"



-1번 타자 데이빗 페랄타 좌타



다저스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내려가고, 디백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


"데이빗 페랄타에 이은 A.J폴락의 적시타! 다저스 마운드 9회초에만 벌써 3번째 투수 교체입니다!"

"큰일이예요! 올 시즌 비 오는 날 홈 구장에서 기록했던 무패 행진이 하필 여기서 막을 내리게 되나요!!??"



-타앙!!



"J.D 마르티네즈의 홈런까지!!!"



고삐가 풀린 듯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디백스의 타선은 결국 9회초 무려 5득점으로 경기에 쇄기를 박았다. 아직 9회말이 남아 있었지만, 다저스의 많은 팬들의 분위기는 초상집이었다. 거기다 그 멘탈 좋았던 다저스의 타선들도, 점점 중심을 잃고 있었다.



-스이이익!! 파박!!



"스트라이크! 타자 아웃!!"



"이래선 안 돼요! 다저스 아직 경기 끝난 거 아닙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겠지만, 이런 경기일수록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자가 승리를 쟁취하는 거예요!"



하지만 잰슨의 손목 부상과 15:19 스코어의 현실은 다저스 선수들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왔다.

팀 핵심멤버의 부상과 하필 9회에 벌어진 대량 실점, 전의가 꺾이지 않는 게 더 용할 따름이다.



'빨리 끝내자.. 최대한 빨리..!'



-스이이익!! 타앙!!



"좌중간 높이 뜨는 오스틴 반스의 타구를 중견수 폴락이 처리하면서 경기 종료됩니다!"​

"3번의 혈투끝에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할 최종 팀이 정해졌습니다! 바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양 팀 모두 전력을 다 쏟아 낸 그야말로 혈투, 경기를 끝낸 디백스 팀원들의 인터뷰는 최선을 다해준 다저스 선수들에게 리스펙하고 싶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감독님! 선덕 선수를 이번 경기 클로저로 등판 시킨 이유가 궁금합니다!"

"감독으로써 모든 선수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줘야 하지만 전 그러지 못했습니다. 우선 그 부분부터 디백스 팀원들과 팬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토레이 로블로 감독의 인터뷰 첫 대답은 누가 들어도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다. 그러나 생수 한 모금을 마신 뒤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다저 스타리움에 비 소식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전 라인업에서 선덕 황을 제외시켰습니다. 왜냐하면 혹시 모를 부상 때문입니다. 그는 팀에 합류한지 고작 2달도 채 되지 않은 15살 루키입니다. 감독으로써 또 지도자로서 그리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말씀은 오늘 비가 계속 내렸더라면, 선덕 황을 내 보내지 못했을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물론입니다."



단호한 토레이 감독의 말에 현장에 있던 관중들도 텔레비전을 시청하던 팬들도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디비전 시리즈에서 어느 팀과 맞붙고 싶습니까?"



기자의 질문에 1초의 망설임 없이 토레이 감독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It doesnt matter whoever comes up(누가 올라와도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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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6화 상냥한 귀인들 21.10.08 1,467 21 11쪽
86 85화 D-5 21.10.06 1,517 18 12쪽
» 84화 누가 올라와도 상관없습니다. 21.10.05 1,530 21 12쪽
84 83화 총력전 21.10.04 1,580 21 13쪽
83 82화 꼭 이루고픈 목표가 생겨버렸다. 21.10.03 1,634 22 13쪽
82 81화 승부의 분수령 21.10.02 1,650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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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7화 가을야구 시작! +2 21.09.28 1,716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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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4화 벼랑 끝 사투(1) 21.09.25 1,689 19 13쪽
74 73화 착한놈과 나쁜놈 +2 21.09.24 1,732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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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1화 미러전 21.09.22 1,728 22 13쪽
71 70화 첫번째 손님 21.09.21 1,780 22 12쪽
70 69화 불문율 개혁의 시작 21.09.20 1,780 24 12쪽
69 68화 마지막 티켓을 향한 출발 21.09.19 1,812 23 12쪽
68 67화 디백스의 괴물 탄생! 21.09.18 1,887 27 12쪽
67 66화 뜻밖에 데뷔전 +4 21.09.17 1,830 28 11쪽
66 65화 또 한명의 한국인 +1 21.09.16 1,785 19 11쪽
65 64화 프로의 자세 +1 21.09.15 1,751 24 13쪽
64 63화 상품성 있는 선수 21.09.14 1,780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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