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당한 망나니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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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녁밥
작품등록일 :
2021.07.28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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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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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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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반격(1)

DUMMY

"알았어요. 예예"


-뚜욱


통화를 끊은 모리타 감독의 표정은 생각보다 밝지 않았다.


"선수협회가 그렇지 않아도 NPB 깊숙이 뿌리내린 승부조작 브로커 새끼들 때문에 칼을 갈고 있었는데 이번에 단단히 청소해야겠다. 근데.."

"왜요?"


말하기 껄끄러운 내용이라도 있는 듯 망설이는 모리타 감독이 선덕에 눈치를 보며 물었다.


"U-18은 고시엔 일정과 겹쳐서 상대적으로 국민과 언론에 관심을 덜 받는다.

때문에 예전부터 20회 이상이나 불참해왔던 거고.."

"그래서요?"

"일단 언론에서 이슈를 만들지 못하면 이번에도 유야무야 묻히고 말꺼야

우리가 최대한 대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은 해보겠는데, 그러기 위해선 대회 성적이 관건이겠지"


오늘 연습 경기를 치뤄본 아야카 감독의 상태를 보니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게 내 연락처다. 비록 경기에는 나올 수 없어도 부조리한 일이 생긴다 싶으면 이쪽으로 연락 줬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말이야 너희 감독.."


모리타 감독이 다른 사람들은 들리지 않게 선덕에 귓가에 현재 국대 감독이 어떤 인간인지에 대해 조용히 알려주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미안한 얼굴로 선덕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은 모리타 감독이 아쉬운 듯 돌아가는 버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


"네가 미쳤구나? 거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가? 왜 국대 안 뽑아줬다고 가서 일렀어!?"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모리타 감독이 떠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온 아야카,


"이르다니 표현이 거북하네요. 이런 건 양심고백이라고 하죠"


기가막힌다는 듯 손 부채를 열심히 흔드는 감독이 다시한번 더 경고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네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국대 선발로 뽑히는 일은 없을꺼야 절! 대! 로!"

"굳이 잘하는 사람을 쓰지 않으면서까지 제게 못되게 구는 이유가 뭡니까? 제가 감독님 팀을 이겨서? 아니면 후지그룹 손자의 기분을 건들여서 입니까?"


후지 그룹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


"네가 그걸.. 무슨 수로..!?"

"그게 중요합니까? 당신이 부정청탁을 받아 대표 감독직에서 엔트리로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게 중요하지"

"즈..증거 있어!?"

"증거요? 그게 아니면 선발 투수를 데려다가 유격수로 보내는 미친 생각을 했겠습니까? 거기다 꼴에 또 제 뒷 조사는 했나보네요.

외야수는 잘할 것 같으니까 내야수로 보내다니 좀 짜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뭐.. 결과적으로 제가 선발이 되지못할 구실이라도 만들 생각이었겠지요."


-꿀꺽!


"아야카씨 그 나이 먹고 NPB나 후지 그룹의 스피커 짓이나 하는 거 쪽팔리지도 않아요? 자신이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선수를 하대나 하고 쯧! 부끄러운 줄 아세요."


더 이상 대화를 해봤자 의미없는 감정 소모만 될것같아 무시하고 가려는데..


-짜악!!


굳이 가려는 선덕을 돌려 세워 뺨을 후려치는 아야카 감독, 자신의 분을 못 이겼는지 아직도 여전히 씩씩댄다.


"잘난 척 하지마 그래봐야 이제 막 공 던지기 시작한 애송이 새끼가!!"


발악하는 아야카 감독을 무시한 채 붉게 달아오른 볼을 만지던 선덕이 다시 숙소로 돌아가며 말했다.


"이제 막 던지기 시작한 애송이 때문에 탈락하셨으니 좀 겸손해 지셔야겠어요."


-으아아악!!!


그라운드에 울리듯 소리치는 그녀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온 선덕은 오니에 부름에 뛰어갔다.


"선덕! 지금 너희팀이 이기고 있어!!"

"예? 정말요??"


밖에서 붙잡혀 있는 동안 벌써 2차전 경기가 시작 됐었다.

상대는 구마모토 대표 에단 고교와의 시합!

늦게 오는 바람에 경기는 어느새 4회말이 끝나가고 있었다.


'준페이 선배 역시 잘 던지네'


"스코어가 8:0이야 그렇지 않아도 지금 고시엔에 비가 굵어진다고 하니까 잘하면 강우 콜드로 올라갈 수도 있겠어!"

"다행이네요. 그나마 투수진이 쉴 수 있어서"


자신이 없이도 잘 해나가는 테이쿄의 동료들을 보니 안심이 되면서도 조금은 서운했다.


'나도 경기 나가고 싶다..'


대표팀 선수촌은 선덕이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후지 그룹이라..'


모리타 감독에게 들었던 아야카 감독의 실체는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윗사람에게 빌붙어서 기생하는 기생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


그 뒤로도 선덕과 아야카 감독의 신경전은 계속 되어왔고, 선덕은 첫날 이후 제대로 된 내야수비 연습도 못해본 채 첫 번째 예선전 네덜란드와의 경기가 시작됐다.


"가관이네.. "

"내말이.."


전국에서 최고의 원,투 펀치를 자랑하는 미츠이와 오니 콤비를 벤치에 놓고, 테루키에게 투수 자리를 몰아주고 있었다.


-타앙!!


'또 안타네 이건 뭐 시합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투수 컨디션 다 무너졌는데 일부로 패작하는 중인건가?'


이제는 전술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한심한 졸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점점 팀을 나락으로 빠트리는 그녀의 트롤질(?)은 승부조작을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미츠이 몸 풀어"


계속 된 실점에 이제 확실히 질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무려 10:0으로 뒤져있는 스코어에 미츠이를 집어넣었다.


타석에서 흠씬 두들겨 맞고 돌아온 선발 투수의 몰골은 거의 좀비 수준으로 초췌했는데 이를 본 벤치 멤버들은 어쩌면 스타팅 멤버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표정들이였다.


거기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는 감독에게 전염된 다수의 선수들은 의욕상실 상태, 결국 선수단의 불만은 폭발하고 말았다.


"더는 못하겠습니다. 이런 경기 도대체 왜 뛰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감독님은 도대체 저희를 뭘로 아시는 겁니까?"


스타트는 유격수 기무라가 먼저 끊었다.


"기무라! 미쳤어? 지금 누구한테 대드는 줄 알고 하는 소리야?"


토호와 선덕을 제외한 멤버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반항하자 하나 둘 기무라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아니 씨X 할 마음이 없으면 꺼져! 왜 우리들 인생까지 조지려고 드는 건데!!"

"우리가 당신 장난감이야? 뻔히 저기 당신 학교 에이스를 놔두고 뭐하자는 거냐고!"


여기 모여있는 대부분은 아직 자신의 학교가 고시엔에서 사투를 펼치고 있다.

그들은 이번 U-18 국대선발을 위해 여기 온 사람들이 아니다. 선덕과 히나타처럼 몇몇 사람들은 NPB 협박에 강제로 징집당한 불쌍한 인질들이었다.


"이번 여름을 위해 3년간 당신이 상상도 할 수 없을정도로 노력해왔어! 근데 그 결과가 고작 이거야? 이런 경기나 하겠다고 내 3년을 희생시킨 거냐고!!"


-파악!!


글러브를 의자에 던져버린 기무라가 가망을 매고 나가려고하자,


"기..기무라!! 너네 학교 고시엔 자격이 박탈되도 상관없다 이거지!??"

"어제 이미 떨어졌어 미친N아!"


참는데도 한계가 있는 법, 협박에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 법이지만 멍청한 감독이 그걸 알리가 없었다.


"와카루! 센다이! 테루키!! 다들 제 정신이야!?"


일본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보이콧을 잘 하는 나라인지 선덕은 이날 처음 알게되었다.


***


'아무리 그래도 전부 나갈 줄은 몰랐는데..'


U-18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던 예선전 보이콧 사태, NPB가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막고 또 막아봤지만 일본 언론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외신에 대서특필 되었다.


[고시엔에 미련을 못 버린 대표팀의 무책임한 일탈!?]

[전례없는 국제무대 보이콧 사태에 해결 방안은?]

[오랜 국제무대 불참으로 인한 선수들의 인식부족!]

[네덜란드 대표 헨슬리 뮬렌 감독 왈 '매우 불쾌했던 시합']


인터넷 기사 밑에 쓰여진 댓글들은 대부분 대표팀에 대한 악플뿐 이었다.


"아오 억울해.."


미츠이가 댓글을 내려보며 머리를 쥐어 뜯고 있을 동안에도 댓글은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대표팀의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그저 철 없는 학생들이 고시엔에서 강제로 차출되어 생긴 한심한 사태 라고 생각했고, 오니는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뭐.. 아무리 그래도 시합을 포기했던건 비판받아 마땅했어"

"그럼 뭐 어쩌라고? 다 못하겠다고 나가는데! 아 진짜 이틀 뒤 미국전도 기권해야 하나.."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못 들었어? 아까 밥 먹을때 토호에서 전원 차출 하겠다고 발표했잖아"


-띠리리리


미츠이와 오니가 싸우는 동안 모리타 감독의 연락을 받은 선덕은 잠시 자리를 피해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어! 보결친구 지금 대표팀에 몇명이나 남았냐?"

"지금 토호고교 2명 카라스노 1명 저까지 해서 4명만 남고 나머지는 전부 짐싸서 집에 갔어요."

"왜 넌 안 갔어? 기회봐서 고시엔에 합류하면 됐잖아?"


씁쓸한 웃음을 짓던 선덕은 고갤 저었다.


"공문이라는 게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저희 감독님과 이미 상담해봤는데, 단순 위협용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또 뭐라더라.. 너 없어도 결승 진출 가능하니까 최대한 늦게 오라 그랬나..?"

"푸하하 역시 다케노조 감독님답네..

크흠 어린 너희들이 고생이다."

"아닙니다. 그보다 제가 드린 파일들은 언제 나오나요?"


모리타 감독과 만나고 난 뒤로부터 틈틈이 아야카 감독의 폭언과 부조리를 기록했던 선덕은 하루라도 빨리 모든 사실들이 공론화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지금 파일을 공개해봤자 얼마 못가 묻히고 말꺼야, 대신 임시방편으로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기는 했는데..."

"예 그건 들었어요. 그런데 왜요?"


어딘가 대답하기 곤란한 듯한 느낌..


"엔트리는 정말 끝까지 바꿀수가 없다더구나.. 새로 오는 감독 역시 NPB사람이라 눈치를 안 볼수는 없는 노릇이라나 뭐라나.. 아휴.."

"상관없어요. 그냥 출전 기회만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그걸로 됩니다."

"근데 정말 유격수로 잘할 수 있기는 한거야?"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으니 내일모레 미국전에서 최선을 다해볼게요."

"그래 조금만 더 참아라"


-뚝뚝뚝..


"U-18 선수단은 지금부터가 고비일텐데 잘 이겨낼 수 있을까요? 감독님"

"아마 저번에 꾸렸던 선수단 보다 10배는 더 강할껄?"

"그 정도입니까? 토호라는 고등학교가?"

"아무리 스카우터가 아니라도 현 고교야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지 이놈아!"


누가보면 모리타가 직접 키운 제자라도 되는 것처럼 자랑 했지만, 코치는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근데 개막전에서 졌잖아요. 그래봐야 고교야구 레벨..."

"너 저리 안가? 왜 초 치고 난리야? 내가 잘한다고 하면 넌 그냥 잘하는 줄 알면 돼!"


***


다음 날

토호의 멤버들이 선수촌으로 합류했고, 새로 부임한 감독은 어설프게 휘어잡으려는 모습은 없어보였다.


"반갑다. 난 앞으로 너희들을 통솔할 고쿠 고교 감독 야나기다. 이전 감독과의 문제로 선수단이 어수선하다고 들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원래 감독 없이 게임했었다며? 그럼 난 방해하지 않을테니 너희들끼리 하고 싶은대로 야구해라"


추가로 의욕도 없어 보였다.


'이건 또 뭐야?'


지난번은 사사건건 참견하는 꼰대였다면 이번에 들어온 감독은 자유방임주의형 인간이 왔다. 아니 자유방임주의라기 보다는..


'손 놓겠다는 거구만'


"어차피 너희들도 기왕 뽑힌 거 프로 구단에 눈 도장 '쾅!' 찍기 위한 거 아니야? 난 아야카처럼 멍청하게 발목 잡지 않을테니까 다 필요없고 우승만 해라"


다들 황당했지만 그래도 아야카처럼 훼방은 놓지 않는다고 하니 차라리 나을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팀의 부 주장 오니의 생각은 달랐다.


"감독님 그럼 상대팀에 대한 자료 조사 정도는 해주시는 겁니까?"

"자료조사? 국제대회 선발 선수를 무슨 수로 일일이 조사해? 그런건 현장에서 감으로 찾는 거지"


아야카에 익숙해서 다들 잠시 착각했었다.

눈 앞에 있는 이 자식도 다를바 없는 부류


"사람새끼가 하나 없네 X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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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6화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 +1 21.09.07 1,826 20 10쪽
56 55화 각자의 각오 21.09.06 1,761 19 12쪽
55 54화 냉정과 열정사이 21.09.05 1,796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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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화 완전체 결승전 21.09.03 1,826 21 15쪽
52 51화 성장 21.09.02 1,781 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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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화 마운드의 주인공 21.08.30 1,838 2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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