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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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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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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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2)

DUMMY

병실에서 TV를 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30여 년 이상 살아 본 이 나라가 이해가 안 될 때가 너무 많아! 안 그런가?

내가 터득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관한 숨겨진 진리는, ‘개인은 수많은 법에 의해 처벌을 받아도 군중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개인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라는 것이여!

언젠가 외국영화에서 감동적으로 들었던 대사가 이런 아수라장과도 같은 정국과 겹쳐지던데 들어나 보자.

‘빗방울은 자기가 홍수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 뭐 이런 말이었지 아마도? 그럼 당연히 촛불이 산불이 되어 금수강산을 홀라당 태워먹어도 전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일치하지 않을까?


나 여무명의 시제야 다시 2018년 무술년(戊戌年)으로 회귀하자꾸나.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녀석이 TV 시청 중 엄청 힘들어하고 있잖아!

난 그런 그가 안쓰러워서 고통에서 꺼내주기 위해 말을 걸었지.

“파이터!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 위험해 보이니 이리 주지 그래.”

그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더라.

하기야 그놈은 이따금씩 약간 버터 바른 발음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혹시 교포였나?

“넷? 또 왜요. 지금 저 힘드니까 말 시키지 마세요. 잠시면 돼요.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괜찮아요.”

난 다시 그를 파이터가 아닌 파일럿(pilot)이라고 장난삼아 부른다.

그에 대한 첫인상은 근육질에 싸움꾼의 몸을 가졌기에 파이터(fighter)라고 불렀다가 부랴부랴 수정을 했다. 왜냐하면 지혜자의 얼굴에다 성직자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몸과 머리가 따로 놀고 있는 놈이 아닐는지.

파일럿으로 지칭하게 된 까닭은 유명하신 분이 공황장애를 공항장애라고 말해 망신당했다는 일화가 떠올라서 그런 식으로 부른다.

공항을 제집 드나들 듯이 비행기를 이착륙시키는 파일럿···.

파일럿으로 지칭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내가 대한민국에 와서 처음 읽은 책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여서 그랬고, 나 자신이 어린왕자라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 살아왔기 때문이어서 그렇다. 또한 파일럿은 어린왕자의 친구니까.

“아무것도 아니긴. 아무리 십자가라고 해도 그 정도 크기면 흉기야. 조심해. 그러다 또, 간호사들이 압수해 간다고···.”

파일럿은 정신적으로 힘이 들 때면 십자가를 들고 중얼거리곤 했다. 이처럼.

“하나님은 나의 재판장이시다. 나를 판단할 자이시다.”

그것 즉 나무 십자가 때문에 병원 측과도 자주 마찰이 있었다. 여기서는 남을 가해하거나 자해할 가능성이 있는 물건은 압수 대상이라고 보면 되겠다.


동화 어린왕자에 나오는 조종사, 다시 말하면 파일럿과 친해진 후에 알게 된 사실이 있었으니. 그가 어린 시절 시골에서 동네 어른들이 논두렁 밭두렁 태우기를 할 때 번진 불이 온몸을 덮쳤다는 것이다.

군청에서 벌레 박멸에 별 효과가 없다며 그렇게 금지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인 양 이를 고집하다가 해충(害蟲) 대신 아이를 태우다니!

내 짧은 생각으론 조선인들 핏속에는 유전적으로 관(官)에 대한 저항의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금지한 것을 강행하는 강심장 말이다.

아니면 혹시, 고대(古代) 이 땅에 미리 정주해 있던 농경 종족을 북방에서 내려온 기마민족이 약탈에다 살육하고도 모자라 원주민의 모든 소유물을 불살라버렸던 아픈 기억을 이런 식으로 재연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DNA에 각인된 기억 말이다. 요즘도 한국인들은 DNA 얘기를 좋아하더라. 도덕적 DNA 등 등.

그럼 말이 나온 김에 덧붙여 보자. 그간 틈틈이 한반도에 대해 객관적으로 연구한 관점에서 감히 토설하겠노라.

조선 시대에는 극히 일부만 양반(兩班)이었던데 비해, 대다수는 노비나 상것(常것)이었다는 것이 역사적 팩트라던데?

조선시대엔 노비가 30-40%에 달했다는 주장도 있잖아. 특히, 조선처럼 자국민과 같은 민족을 이렇게나 많이 노예로 삼는 종족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성경 구약에도 같은 히브리인들을 노예로 삼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했다고 적혀있다. 이를테면 여타 국가들도 적군 포로를 노예로 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이런 조선의 노예 제도가 결국 계급투쟁을 기치로 세운 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했음이 분명할진대! 개인적 소견이니 참고만 하자.

하물며 소수 엘리트가 백성을 압제하던 조선을 잊지 못해 국가명칭에 그대로 쓰고 있는 나라도 아직까지 존재한다.

당연지사, 그곳에서는 그 조선이 아니라 고조선, 그곳 표현으로 ‘원조선’을 계승했다고 주장하겠지만, 암튼 그렇다. 자기 인민들을 종처럼 부리기에 그렇다는 얘기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항상 조상과 민족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흰옷 입는 것을 고집해 온 백의민족(白衣民族)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특별히, 위정자들께서 민족이란 개념을 제대로 알고는 쓰는지 묻고 싶어라!

팩트체크가 사회적으로 대유행이어서 나도 한 번 체크해봤다. 너무 괘념치 말라!

민족이라는 용어는 너무 복잡다단해서 나중에 시간이 허락된다면 한 번 자세히 짚고 나갈 필요성은 있겠다.

‘우리민족끼리’라는 선동적이며 시대착오적인 용어가 버젓이 판을 치고 있어서다.

더군다나 최근 공정하고 정의로운 혁명적인 사회를 갈구하는 이 땅의 백성들, 그중에서도 특히 새로운 세상에 환호했던 백성들이 투기적인 사모펀드나 암호화폐에 열광하고 있다는 게 불가사의했다.

얼마가 지난 뒤 알아버린 팩트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일부 위정자들도 남몰래 관여하고 있었다나 뭐라나.

벌써 곳곳에서 이를 매개로 한 다단계 사기 사건들이 속출하고 있다면서?

나는 이 땅에서 이러한 생소한 단어들이 유행하기 전부터 그쪽 세계를 잘 알고 있었지. 어머니가 누군가와 전화를 하면서 이 단어를 자주 썼기 때문이다.

필시 착수금이나 실행 자금을 암호화폐를 통해 받고 또 어디로 보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직진 성향의 어머니는 한달음에 다양한 사모펀드에 투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믿을만한 누구로부터 소스(source)를 들었을 텐데···.

이들은 아마도 송아지와 입을 맞추는 자들일 것인데···.


다시 원래대로 파일럿에게 돌아와서.

알게 모르게, 어린 시절 논두렁과 밭두렁 태우기 불길은 공황장애 환자인 그에게 화상이라는 신체적 훼손은 물론 뇌에도 정신적 충격을 가했음이 틀림없으렷다!

이러한 까닭으로 인해 작은 촛불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파일럿에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아프지는 않았나?”

이전에 그의 처참한 화상을 보았기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한 말이었다.

마치 낯선 동남아시아 정글에 전투기가 격추되었고, 그 잔해 속에서 발견된 조종사 시신에 남아 있는 화흔(火痕)과도 같더라!

파일럿은 내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에

“무명 형님, 저것이 혁명이랍니다. 어른들의 불장난 아닌가요?”라면서 흥분할라치면, 난 그의 곧 몰려올지 모르는 발작을 염려해서 대화를 중단시킨다.

“촛불잔치, 그쯤으로 해두자고. 왜 흘러간 노래가 있었잖아? 촛불잔치를 벌려보자 촛불잔치야···”

이에 파일럿이 신음하듯 읊조린다.

“작은 스파크(spark)가 큰 숲을 태우잖은가! 인간의 혀가 화(火)고, ‘evil world’였구나. 결국 그들의 생의 바퀴를 태워버릴 것이거늘···.”

한데, 파일럿의 중얼거림을 듣자하니, 직감적으로 내가 애독하던 어린왕자의 삽화가 지금 TV에 나오는 화려한 촛불잔치와 겹쳐졌다.

“그래, 뱀이 코끼리를 삼키고 있는 장면이었지, 아마도.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리고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난 무엇에 씐 듯, 이 파일럿이란 친구가 나를 돕기 위해 어디로부터 온 관조자(觀兆者)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되더라!


옛날 일이 갑자기 떠오른다.

어머니는 어느 날 “씨벨랑게(심한 욕)들이 요즘 돈을 안 보내서 골 땡긴다. 매번 외상이나 치고 있고, 그렇다고 영사하게(쪽팔리게) 달라 할 수도 없고···.”라며 광분하자,

집안에서 넘버 쓰리인 삼촌이라는 자는 “누님에, 아, 나도 쌔나간다(스트레스 받는다). 우리가 뭐 모아 둔 돈이 많슴까? 아짜 아짜(아슬 아슬)하게 그저 이를 악물고 사는데···. 물론 요새 소문으(을) 들으까나, 윗동네도 ‘고난의 행군’이라고 치치 부레(구질 구질)하게 산다는데. 리해(이해)는 해야겠지만···.

이참에 우리도 삥두(마약)라도 파는 게 어떰스까?”라며 어머니의 흥을 돋우며 아양을 떤다.

제3국에서 온 내가 보기엔 둘 말투가 식구들 중에서 가장 비슷하다.

특별히 인토네이션(intonation)만 놓고 따지면, 윗동네의 다른 지역 출신들과는 다르게 대화의 마지막 부분이 내려가는 측면이 있다.

다른 식구들 이야기로는 실제론 둘 사이 말투에는 많은 차이가 있단다. 어머니는 함경북도 출신인데 비해 넘버 쓰리 삼촌은 조선족이었던 것이다.

연변조선족의 인토네이션이 함경도 방언에 비해 높낮이 변화가 더 심하단 설명이다. 내 개인적 생각으론, 원래 같았으나 조선족 언어에 중국어 성조(聲調)가 섞이면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이런 상황이 좋건 안 좋건 간에, 그 후로 쭉 그녀는 단지 혁명완수와 통일을 위해 이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면서 뒤로는 돈을 모으고 있었다.

내가 가끔 그녀 지시로 작업한 사람들이 혁명이나 통일 과업과는 전혀 무관해 보여서다. 모름지기 이런 대상들 중에서는 스타급 연예인도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구나.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여자 배우를 처음 접하고 당황한 나머지 작업에 집중할 수 없었던 나에게 어머니는 핀잔을 준다.

“야! 있잲니? 나도 갸들 많이 보내봤어, 어째 그램둥. 사람은 다 똑⁓같단 말이다. 미제 승냥이들도 마릴린 먼로를··· 재벌은 뭐 별건지 아나.”

어머니가 던진 이 말뜻을 처음에는 몰랐으나, 한참 후에야 확인하게 된다.

냉정하게 진단하자면, 이 나라는 이미 수출은 맛이 가고 한류로 먹고살다시피 하는데도 연예인들 자살에 대해 그러려니 한다.

자살 비율이 높은 직종으로 편하게 분류해버리더라. 왜 이들이 등 떠밀리듯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함께 고민하는 이들이 거의 없는가?

그냥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추정하는 어떤 나쁜 년•놈들만 확인하고 욕 한 번 하면 끝이더냐?

혹시 이들 죽음이 자살이 아니지 않나, 하는 의심을 피곤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서일 테지.

경찰도 시신 주변에 남보란 듯이 남긴 유서와 약만 발견하면 제까닥 사건을 둘둘 말아버린다.

어떤 정체불명 전문가들에게는 이런 단막극 무대를 설계하는 것이 일도 아니거니와. 배우들도 널려있는데···.

이렇게 무대만 설치해 주면 관객들은 잠시 흥분하다가 막이 내려오면 전원 귀가한다.

이와는 달리, 여러분들은 혹시 내 조국 중국 유명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 역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들은 관계당국에 영장 없이 끌려가 몇 달간 감금되어 있어도 절대로 자살 같은 것 하지 않는다던데!

민족의 기질 차이 때문일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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