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로 날아간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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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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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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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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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혼돈의 신학기 – 5화

DUMMY

마침내 단체 기동 훈련 시간이 찾아왔다.


이런 훈련은 아카데미에서 일상이지만, 이번 시간은 그 ‘호수의 여인’에 사는 네 명의 특별 생도들의 훈련이라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다.


장소는 아카데미에서 조금 떨어진 산악지대.


지정된 장소까지 수송기로 이동한 네 대의 아머드 기어는 시작 위치에 정렬했다.


-전원 기체 기동과 점검 실시.


훈련이라 딱딱해진 헤일리 교관의 목소리다.


“네, 기동합니다.”


이진건은 골드 스푼 레퀴엠의 시동을 걸고 기체 각부를 점검했다.


모두 정상. 무기들도 정상이다.


이어서 루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후우, 안드로메다가 오랜만에 날아보겠네.


루메가 안드로메다의 반중력 망토를 작동시키자 주변의 가벼운 돌과 나뭇잎들이 날아오른다.


-우앗찻차.


그녀가 재빨리 미세조정을 하자 잡다한 것들은 다시 가라앉았고, 곧이어 여성형의 굴곡을 지닌 아머드 기어, 안드로메다가 서서히 위로 떠올랐다.


멀리서 화면으로, 또는 직접 이 광경을 보는 교수와 교관, 연구진들은 군침을 꿀꺽꿀꺽 삼켰다.


“오오, 저것이 디메스의 반중력 기술!”


“비행 말고도 공격이나 방어에도 응용한다던데!”


이어서 날아오를 준비를 한 것은 갈레온이었다.


-쿠구구-


갈레온의 등과 허리에 달린 추진기가 작동하자 엄청난 굉음과 폭풍이 일어나며 갈레온 주변이 초토화되었다.


엘라노어의 아머드 기어 갈레온은 모두 세 종류의 추진기를 가지고 있다.


첫번째는 대기권 안에서 쓰는 열핵 추진기로 주변의 대기를 빨아들여 원자로로 가열시킨 다음 뿜어내는 것이다. 우주에서도 추진용 가스만 공급하면 사용할 수 있어서 사실상 갈레온의 주 추진방식이다.


두번째는 우주용 추진기로 핵융합로의 전자와 이온을 그대로 뿜어내는 이온 엔진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연비가 무진장 좋아 주로 장거리 순항용으로 쓴다.


마지막 세 번째는 급가속용 핵 추진기. 이건 말이 추진기지 전자기 그물과 방어막을 뒤로 펼쳐놓고 거기다 소형 핵탄두를 터뜨려 그 폭발력으로 가속하는 것이라 속도 하나는 끝장난다.


폭풍과 함께 떠오른 갈레온에서 엘라노어의 투덜거림이 들려온다.


-역시 가속기 카트릿지는 안주네.


여기서 가속용 카트릿지란 전용 핵탄두를 말한다.


“당연하지. 그거 원래 우주에서나 쓰는 거잖아!”


-아냐, 대기권 내에서도 쓸 수 있다고.


“쓰도록 줄것 같냐!”


이진건과 엘라노어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뒤에서 진동과 함께 거대한 아머드 기어가 걸어왔다.


-그러면 진건이 하고 나는 걸어서 가는 거야?


피오의 체리 다이아몬드다.


원래 큰 기체지만 이렇게 붙어서 보니 더 커보인다.


팔라딘이 전고가 17.8미터, 갈레온과 안드로메다가 각각 22미터, 20미터 인데 반해 체리 다이아몬드는 무려 32미터에 달하는 헤비급이다.


중량 또한 72톤의 팔라딘의 네 배에 가까운 274톤.


거기에 두터운 장갑까지 둘러 그야말로 움직이는 요새다.


-와, 체리 다이아몬드 생각보다 빠르네?


엘라노어의 감탄대로 체리 다이아몬드는 거체에 비해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걸을 때 마다 땅이 쿵쿵 패이지만 움직임 자체는 산뜻하다.


-그건 니들이 크리스탈을 아끼니까 그렇지.


피오의 목소리와 함께 체리 다이아몬드가 앙증맞은 포즈를 취했다.


-좀 푸짐하게 써봐, 그러면 이렇게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움직인다고.


-아껴? 안드로메다도 고급 기체라 많이 쓴 건데?


루메의 안드로메다가 살짝 내려와 체리 다이아몬드 옆을 돈다.


-역시 뉴로 크리스탈의 최대 생산지 체리 피클 답네. 우와.


엘라노어도 위에서 체리 다이아몬드를 내려다 본다.


안드로메다와 갈레온은 각 세력의 고급 기체라 뉴로 크리스탈 투입량과 기체 사양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체리 다이아몬드처럼 무식하게 크리스탈을 때려 박진 않았다.


-그러면 진건이만 제일 적나?


세 기체의 고개가 골드 스푼 레퀴엠쪽을 향했다.


“왜? 나 뭐?”


이진건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가 몰고 있는 골드 스푼 레퀴엠의 기본은 팔라딘, 행성 연합이 아머드 기어 운용 교리를 재정립하며 만들었고 이후의 아머드 기어들의 기초가 된 명기체다.


하지만 저 셋에 비한다면 연합의 최초 제식 아머드 기어라 해도 어디까지나 가격과 타협한 양산형이다.


뉴로 크리스탈도 필수적인 부분에만 쓰였고, 그 외의 부분에는 기존의 기계식 작동방식을 채택했기에 성능은 당연히 떨어진다.


-아, 그래도 진건이가 내 체리 다이아몬드 개조해줘서 고마워.


“에휴, 그건 개조가 아니지.”


이진건은 자신이 했던 ‘개조’가 떠오르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체리 다이아몬드는 돈지랄, 아니 크리스탈지랄을 해놓은 기체이긴 한데 여기저기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우선 통신장비나 전자장비가 굉장히 빈약했고 메인 카메라 조차 없었다.


뭘로 바깥을 봤냐하면 그냥 특수 가공 크리스탈을 깎아 만든 잠망경을 쓰고 있었다.


‘존나 튼튼하긴 했지만.’


체리 다이아몬드가 잠망경을 쓰는 이유는 그 크리스탈 잠망경의 강도가 장갑에 거의 버금갈 정도로 튼튼했기 때문이다.


-헤헤, 이렇게 쓰니까 정말 잘 보이네. 진건아 고마워.


체리 다이아몬드의 머리에 달린 임시 카메라들이 작동하며 사방을 둘러본다.


피오는 조종석 사방에 배치된 모니터들로 편하게 주변을 보며 들떠 있었다.


“너 예전엔 어떻게 몰았냐, 진짜.”


이진건의 핀잔에 피오가 키득댈 때 누가 끼어들었다.


-자, 다들 잡담은 그만.


딱딱하게 굳은 헤일리 교관의 말이 들린다.


이어서 그녀의 팔라딘이 비행장비를 장착하고 네 명의 상공을 선회하는 게 보였다.


-지정된 위치로 이동 개시.


“네.”


헤일리의 말에 루메가 안드로메다를 몰아서 나아갔다.


안드로메다가 반중력 망토를 날개처럼 두르고 대형의 선두에 서자 그 뒤로 다른 팀원들이 따랐다. 오른쪽을 골드 스푼 레퀴엠이, 왼쪽을 체리 다이아몬드가 조금 뒤처져서 걸었고, 마지막은 갈레온이 낮게 비행했다.


그때 이진건이 사전에 몰래 준비해 둔 네 명만의 통신 회선을 열었다.


이번 연습에서 쓰지 않는, 이들만의 비밀 회선이다.


이 회선으로 이야기를 하면 감독관이나 다른 사람들은 들을 수 없다.


헤일리 교관마저도.


“통신 상태 어때?”


-양호해.


앞서가던 루메의 대답이다.


-통신 상태 양호.


맨 뒤의 엘라노어.


-잘들려.


피오의 체리 다이아몬드가 손을 번쩍 든다.


“얌마, 티를 내면 안 되지.”


놀란 이진건의 말에 피오는 자연스럽게 시운전을 하듯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내렸다.


“잘 들어. 이번 기동 훈련에 뭔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응? 뭔가라니?


체리 다이아몬드가 피오의 움직임에 또 움찔하다가 멈췄다.


-원래는 이동해서 사격하는 예정일 텐데, 혹시 가상 적군의 습격을 말하는 거야?


역시 루메는 날카롭다.


“맞아. 가는 길에 매복하기 좋은 곳이 너무 많아. 엘라노어?”


-레이더에는 아무것도 안잡혀.


“아니, 아머드 기어를 찾지 마. 어차피 은엄폐 철저히 해놨을 거니까. 그리고 이쪽에서 일부러 찾으려 하다간 오히려 우리가 눈치챘다는 사실을 들킬 수 있어.”


-그럼 어쩌지?


“레이더 필터를 조절해서 새떼나 벌레떼의 움직임을 추적해 봐.”


-어, 해볼게.


“레이더 영상 공유해 줘.”


이진건은 갈레온의 레이더가 수집한 주변의 정보를 보았다.


원래대로라면 걸러졌을 미약한 움직임, 새들과 벌레들의 움직임까지 모두 들어오자 화면이 빼곡하다.


“1시 방향 강 주변 이쪽. 날벌레들이 많아야 할 곳에 벌레들의 움직임이 없어. 뭔가 고온에 의한 상승기류 때문에 밀려나는 거야.”


-아머드 기어를 물에 담근 건가?


“허리까지만 들어가도 기체 온도가 확 내려가. 이 정도 거리라면 어지간해선 열영상장비에는 안 잡히지. 다만 주변의 물온도가 올라가고 거기서 형성된 미약한 기압군이 가벼운 날벌레를 밀어내고 있을 거야. 이 정도 규모면 레이저 캐논이나 레일건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어.”


통신상으로 나직한 감탄사가 흐른다.


“그리고 이쪽 숲 3시 방향 상공에서 계속 맴도는 새떼가 있어. 아마 보금자리에 뭔가 위협적인 것이 와있다는 거지.”


-새들이란 게, 그렇게 눈이 좋아?


새에 대해 잘 모르는 피오의 질문이다.


“1km 거리에서 참깨와 참깨껍질을 구분하지. 18미터 짜리 금속덩이가 야전에서 대충한 은엄폐는 바로 알아본다.”


-대단해에.


순수하게 감탄하는 엘라노어.


-진건이 너는 어디서 이런 것을 배웠어?


역시 감탄하는 루메.


“고향에서 배웠어.”


이진건은 대충 둘러댔다.


그렇게 팀원들이 이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라노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1시 방향, 초음속 공격이야! 레일건.


“내 이럴줄 알았지. 루메!”


동시에 안드로메다가 망토를 펼쳤다.


그러자 이쪽으로 날아오던 모의탄이 중력장에 휘어져서 하늘 위로 솟구쳤다.


-3시에서도 뭔가 날아온다! 추진연이 있으니까 이건 로켓? 미사일?


엘라노어는 평상시의 까불거리던 목소리가 아니라 조금 다급한 목소리였다.


“저정도 거리면 미사일이야.”


-어어, 그럼 종류는-


“추적 레이더파 없이 날아오면 열추적이나 영상추적이지.”


이진건이 먼저 나서서 88mm 라이플을 들었다.


탄창을 근접신관이 달린 포탄으로 바꾸고 미사일을 향해 쏘자 날아오던 미사일이 요격되었다.


그러자 모의 미사일 특유의 염료가 하늘에 확 퍼진다.


“엘라노어, 역추적 가능해?”


-기다려! 잠깐만, 응? 이거 궤도가 왜 이래?


엘라노어는 반격을 위해 적의 위치를 추적하려 했지만 어째선지 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레일건도, 미사일도 추적이 잘 안 돼.


엘라노어의 스킬은 사격관제 레벨 4와 전파관제 레벨 4다.


이정도의 스킬을 가지고도 역추적이 안 된다면 공격자쪽이 뭔가 수를 쓴 것이다.


“당황하지마, 엘라노어. 탄에 노이즈 휘슬을 달면 소리로는 추적이 잘 안 돼, 미사일도 중간에서 활강하며 레이더망을 피했을 거야.”


지금 통신은 일반 회선을 쓰고 있다.


그리고 단번에 공격자의 속임수를 파악하는 이진건의 모습에 감독관들은 감탄했다.


이런 것은 많은 지식과 오랜 경험이 어우러져야 나오는 것이지, 결코 생도가 할 수 있는 수준의 대응이 아니었다.


-어어, 공격이-많은데.


엘라노어는 갑자기 쏟아지는 공격에 당황했다.


“전열과 후열이 나뉘어 사선 대형. 루메, 반중력장 형성해. 피오, 엘라노어를 지켜.”


-오케이!


-알았어.


이진건의 명령대로 팀원들이 움직였다.


안드로메다가 망토를 날개처럼 펼치자 속도는 빠르지만 무게가 가벼운 레일건 탄환들은 비켜 나갔고, 미사일들은 전부 이진건이 요격했다.


-와악! 나나, 나한테로 온다앗!


레이더를 풀로 돌리고 있던 갈레온 쪽으로 대레이더 미사일이 집중된다.


“엘라노어는 고도 낮추고, 피오는 레이더 링크 연결해서 앞으로 나가.”


엘라노어의 레이더와 연결한 피오의 레이더가 전파를 발사하자 대레이더 미사일들은 피오의 체리 다이아몬드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모든 미사일이 정확히 체리 다이아몬드에 명중.


-손상 경미.


판정 프로그램은 이번 공격이 체리 다이아몬드의 도료를 전부 벗겨냈다는 판정을 냈고, 이것을 본 감독관들은 감탄과 탄식을 터트렸다.


-진건아, 어떻게 하지?


루메가 질문해왔다.


지금은 상황이 너무 안 좋다.


이쪽은 사격연습을 위해 간단한 무장을 하고 왔는데, 저쪽은 장거리 무기로 무장하곤 거리를 두고 저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서야 서서히 소모되다가 당할 뿐이다.


-반격하자, 내가 길을 뚫을게.


체리 다이아몬드가 크게 한발 내디뎠다.


“기다려, 아직 공격하지 않은 쪽도 있을 거야.”


이진건은 가까운 3시 방향 숲으로 가는 길에 있는 폐건물을 보았다.


매복하기 좋은 곳인데 여기서는 공격이 없다.


그러면 3시로 역공을 가는 이쪽의 옆을 칠 수도 있었다.


“저쪽부터 치자. 자연스럽게.”


이진건은 이어서 비밀 회선으로 몇 가지 말한 다음, 자기가 선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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