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월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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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2.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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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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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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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제7화. 무림출도(武林出道)

DUMMY

노소자는 열매가 터져버릴까 염려되어 두 손으로 밑을 받치고 입을 대고 빨아들였다.


콩알만 한 작은 열매였지만 입속에 들어가자 저절로 녹았는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향기가 입안에 가득했다.


곧이어 한줄기 묘한 기운이 머리와 가슴, 발과 손끝까지 천천히 퍼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옆의 염화초에도 세 알의 열매가 맺혀있었는데 보관했다가 나중에 먹었으면 좋겠지만, 반나절이 지나면 떨어져서 약효가 사라진다고 하니, 할 수 없이 나머지 세 알도 조심스럽게 빨아먹었다.


차 한 잔을 마실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온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되었고 힘이 끓어 넘치는 느낌을 받았다.


염화초의 열매를 먹으면 그 사람의 능력에 비례해 십 년을 연마한 내공을 얻는다고 했으니 노소자는 지금 사십 년의 내공이 생긴 것이다.


원래 무영문의 문주들은 이 열매가 열려서 익기 전에 갖은 진귀한 약초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열매가 익으면 함께 섞어 달여서 환약으로 만들었는데 노소자는 아직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만든 약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무영문의 보물인 ‘염화대환단’이었다.


노소자는 열매를 먹은 뒤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눈이 더욱 밝아지고, 행동도 말할 수 없이 빨라졌으며 피곤함을 느끼지도 못했다.


덕분에 노소자는 점혈법을 익숙하게 익히고 무영검법과 무영장법을 보다 수월하게 익힐 수 있었다.


틀에 박힌 듯한 노소자의 생활은 계속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석룡자와 노소자는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그동안 동굴 밖에서는 아름다운 매화꽃이 온 산을 물들였고, 천둥과 우레가 세상을 떨게 하였으며, 울긋불긋한 단풍은 가을 서리를 재촉하였다.


온 천지를 하얗게 만든 겨울눈은 북풍과 희롱하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른다.


그러나 동굴 안에서의 시간은 정지되어 날짜를 헤아릴 수 없었지만, 노소자의 머리는 자라 치렁치렁 등까지 내려왔으며, 몰라보게 성장했다.


처음 입었던 옷은 이미 낡아서 버린 지 오래되었고 옷장에서 꺼내 입은 속옷만도 십여 벌이나 되었다.


물에 비친 노소자의 얼굴은 이제 소년티를 벗었으며 키는 훌쩍 자라 날씬한 몸매가 훤칠한 미장부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노소자의 무술공부는 아직 상당한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비록 무공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는 있었지만 지도해 주는 사부도 없었고, 또 서로 상대할 사람들이 없었기에 노소자는 자신의 능력을 모르고 있었다.


사부님이 준비해둔 식량이 거의 바닥이 났다. 이제는 굴을 나갈 때가 됐다고 생각한 노소자는 나갈 길을 찾아야했다.


바깥 세상에 나가려면 그럴 듯한 옷을 찾아 입어야 했다.


옷장엔 흰색과 청색, 그리고 검정색의 옷들이 속옷과 겉옷을 갖추어 서너 벌씩 있었다. 노소자는 흰색의 장포가 맘에 들어 일단 꺼냈다.


몸에 잘 맞아야 할 텐데 하며 겉옷을 몸에 걸쳐보았을 때, 옷 속에서 한 장의 종이가 팔랑팔랑 떨어져 내렸다.


집어서 살펴보니 ‘생사기로’란 책의 맨 뒷장에 찢어져 없어진 부분이었다. 무공을 다 배우고 나면 나가는 길을 저절로 알게 될 것이라고 한 사부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책을 꺼내 맞춰보니 원래 드나들던 출입구는 갈단이 파괴하여 막혀있었고, 못의 물이 빠져나가는 수로가 숨겨진 유일한 출입구였다.


노소자는 일단 못의 물이 빠지는 곳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약도에 그려진 출입구는 못의 물이 빠져나가는 곳이었는데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을 갸웃거리며 살펴보던 노소자가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 물이 빠져나가는 곳을 세밀히 조사했다. 커다란 바위 밑으로 물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예전의 노소라면 바위를 옆으로 미는 것조차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에 근 백여 근이나 되는 큰 바위를 거뜬하게 들을 수 있었다.


바위를 하나씩 들어 옆으로 옮겨놓자 사람이 간신히 기어들어갈 정도의 작은 굴이 보였다. 노소자는 심호흡을 한 다음 굴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물속에 있는 굴은 칠흑처럼 어두웠으나, 염화초의 열매를 먹고 내공을 단련했기에 숨을 참고 어렴푸시나마 앞을 볼 수 있었다.


차 한 잔을 마실 시간동안 기어가자 굴은 조금씩 넓어져서 허리를 구부리고 걸을 수 있었다.


육칠 장을 더 나가자 굴은 갈수록 넓어졌으며 빛이 수면으로 스며들어 간신히 사물을 분간할 수 있었다.


노소자는 얼른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참았던 숨을 뱉었다. 가슴까지 물에 잠겼는데 앞이 밝아진 걸 보니 입구가 멀지 않은 것 같았다.


한 참을 걸어 나가자 나무와 풀이 엉켜있는 사이로 환한 빛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마침내 굴 입구에 당도한 것이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만 있다가 햇빛을 보니 눈이 부셔서 좀처럼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어지러워서 잠시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오랜만에 마셔보는 세상의 공기가 그렇게 달고 시원할 수가 없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동굴을 빠져나오자 울창한 숲 위로 가파른 절벽이 좌우로 쭉 뻗어있었다.


좌우의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 한 폭의 긴 비단자락을 펼쳐놓은 것 같아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갑갑했던 가슴이 확 트여 자신도 모르게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학이 울부짖는 듯, 휘파람소리가 메아리 쳐 긴 여운을 남기며 사방에서 화답하였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싱그러운 풀냄새와 나무 냄새, 맑은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아! 얼마 만에 보는 세상인가, 햇볕에 반짝이며 신선한 바람과 어울려 춤을 추는 푸른 잎들이 모두 노소자를 반기는 것 같았다.


기쁜 마음으로 계곡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에 손을 담갔다. 자나 깨나 더운 물만 만지다가 찬 물을 만지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푸릇푸릇한 싱그러운 풀도 만져보고, 정겨운 흙도 만져보고, 나무도 만져보니 비로소 세상에 나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참을 서서 감회어린 눈으로 이것저것을 둘러보던 노소자는 발길을 돌려 다시 동굴 속으로 돌아왔다.


노소자가 다시 못 속에서 나오자 석룡자는 좋아서 팔짝팔짝 뛰듯이 주위를 맴돌았다. 아마 노소자의 마음과 서로 통한 모양이었다.


노소자는 이제 동굴을 떠날 채비를 하였다.


그동안 입고 있었던 다 헤진 옷을 벗어 기름을 잔뜩 먹였다. 장롱에서 청색의 바지와 저고리, 흰색 장포와 청색의 띠를 항아리에 넣었다.


석실의 책상 옆에 있는 돌로 된 궤는 길이가 석 자, 너비가 한 자, 두께는 한자반 정도인데 뚜껑의 두께도 반 자 정도로 매우 무거웠다.


전엔 노소자가 열어보려고 하였으나 열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젠 그때의 노소자가 아니었다. 궤의 뚜껑을 잡고 힘을 쓰자 무거운 돌로 된 뚜껑이 비로소 열렸다.


궤 속에는 작은 단검 한 개와, 옥으로 된 병, 무영문을 상징하는 영패(令牌), 그리고 은과 금붙이가 들어있었다.


단검은 생각보다 무거웠는데, 검의 손잡이와 검 집도 모두 까만색이었다. 노소자가 단검을 빼어 살펴보니 검의 날도 검은 색으로 뭐 그리 특별한 점은 없었다.


옥으로 된 병에는 무영대환단이란 글자가 쓰여 있어서 마개를 열어보니 다섯 알이 들어있었다.


무영문의 배반자 갈단이 훔쳐갔다고 했는데 아마도 사부님이 지니고 있던 것을 넣어둔 것 같았다.


앞으로 크게 쓸 일이 있을 것 같아 그 물건들과 함께 석룡자를 큰항아리에 넣고 기름을 잔뜩 먹인 옷으로 항아리의 아가리를 밀봉했다.


노소자는 적막하고 힘들었던 동굴에서의 생활을 생각하니 얼른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그래도 정이 들었던 곳이라 감회에 젖어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사부님이 계신 벽을 향해 절을 하였다.


발가벗은 노소자는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가 출구를 향해 헤엄쳤다. 동굴 입구에 당도해서 기름천으로 밀봉한 항아리를 열어 석룡자를 나오게 하고 옷을 꺼내 입었다.


긴 머리를 흰색 끈으로 묶고, 흰 장포에 청색 허리띠를 동여매고 목검을 찬 노소자는 영락없이 글공부를 한 서생의 모습이었다.


무공을 배운 티가 조금도 드러나지 않는 노소자는 공부를 조금 했다고 세상을 우습게 여기는 글방도련님처럼 보였다.


여인들이 옥팔찌를 차고 자랑하거나 선비들이 덥지도 않은데 부채를 들고 다니는 것처럼 장식용으로 검을 차고 으스대는 모습이었다. .


동굴 밖으로 나온 노소자는 나무를 상대로 그동안 배운 것을 한 번 시험해보고 싶었다.


목검을 뽑아들어 중단으로 겨누고 가볍게 위로 향했다가 가슴 앞에 세웠다. 무영검법의 제 일 초식인 앙망조천(仰望朝天)이었다.


뒤이어 좌우로 한 번씩 휘두른 다음에 한 발작 앞으로 나가며 상단으로 검을 찔렀다. 두 번째 초식인 잠룡출운(潛龍出雲)이었다.


돌아서면서 재빨리 위로 뛰어오르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앞에 있던 굵은 나뭇가지가 목검에 베어져 맥없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바로 세 번째 초식인 잠룡재전(潛龍在田)이었다.


검을 하늘로 치켜들고 길게 휘파람을 불며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솟구쳐, 좌우로 검 빛을 뿌리고 아래로 비스듬히 날아 내리면서 검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땅에 버티고 있던 소나무 그루터기가 검에 구멍이 뚫렸다. 마지막 초식인 잠룡입동(潛龍入洞)의 수법이었다.


노소자는 목검을 집어넣고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았다가 쭉 뻗었다. 파공성이 일며 앞에 있던 아름드리나무가 노소자의 장력에 부르르 떨며 이파리들을 쏟아내었다.


노소자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비결에 있는 대로 착실히 수련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내쉬었다.


장풍에 맞으면 적어도 나무가 꺾어지거나 뒤로 기울기라도 해야 하는데 겨우 이파리들만 흔들어 떨어뜨렸다.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 치면 큰 고기는 놓치고 피라미만 잡은 격이었다. 실망한 노소자는 앞으로 더 열심히 수련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노소자의 무공이 형편없는 건 아니었다. 단지 사부의 지도가 없었고, 비교할 상대가 없었기에 자신의 실력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노소자의 무공실력을 칼에다 비교한다면 마치 소 잡는 칼을 가지고 닭이나 잡고 있는 경우와 같았다.


밑으로 내려가는 계곡은 좀처럼 사람이 다니지 않았는지 길은 나 있지 않고 잡초만 무성했다.


바위가 울퉁불퉁 튀어나왔고 억새풀들이 무릎을 가렸다. 밑으로 가다보면 길을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하며 걸었다.


노소자가 주위의 경치를 돌아보며 계곡을 따라 천천히 걷는 동안 석룡자는 노소자의 주위를 맴돌며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계곡이 어찌나 깊은지 반나절을 왔건만 아직도 계곡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동굴 안에서 혼자 생활했던 노소자는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신기해서 연신 싱글벙글하며 계곡을 따라 내려왔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맑은 소리를 내며 흐르는 물줄기, 심지어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바위 하나까지 조물주가 빚은 예술품이 아닌 것이 없었다.


노소자는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예술품들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걸었다. 가끔 이름 모를 산새들이 맑은 목소리로 지저귀어 노소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줬다.


다람쥐나 토끼가 멀리서 눈을 껌벅이며 노소자를 환영하는 것 같았다. 한낮인데도 그다지 덥지 않은 걸 보니 때는 초여름으로 접어든 것 같다.


지금 아버지는 어떻게 지내실까, 호남삼걸은 뭘 하실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두런두런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소리를 들으니 비로소 인간 세상에 왔다는 느낌이 일어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비록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는 말소리였지만 노소자는 그들의 말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햐! 선녀가 따로 없구나.”


“정말로 미끈한 게 예술이구나!”


“히히히, 어젯밤 꿈이 좋더니만, 제대로 맞았네.”


“쉿, 들킬라. 조용히 좀 해.”


노소자가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좌측 산등성이에 두 남자가 보였는데, 노소자처럼 밑을 내려다 보며 조물주의 솜씨에 감탄하는 것 같았다.


바로그때 날카로운 여인의 목소리가 나뭇잎을 뚫고 화살처럼 튀어나왔다.


“야, 쥐새끼 같은 놈들아, 숨어서 뭐하는 거냐!”


그러자 한 남자가 능청을 떨었다.


“우린 그저 물속에 있는 물고기를 보는 중이지..., 암!”


다시 여인의 새된 목소리가 들렸다.


“빨리 얼굴을 돌리지 않는다면 두 눈깔을 빼버릴 테다!”


목소리를 들어보면 앳된 음성이었는데 말소리가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그러자 위에 있던 남자들의 장난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매만 예술인줄 알았더니 거친 성깔도 예술이구나, 우리 서방님들은 예술품을 좋아하지, 암, 좋아한다니까!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라, 흐흐흐..., 우리가 내려가서 예뻐해 줄 테니....”


두 남자가 시시덕거리며 밑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노소자는 무슨 영문인줄 몰라 밑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커다란 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하늘거리는 나뭇잎 사이로 물속에 앉아있는 여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삼단 같은 머리가 등허리에 늘어져 여인의 하얀 살결이 더욱 돋보였다. 목욕을 하고 있었는지 급하게 옷을 입는 모습이 보였다.


몸의 물기를 제대로 닦지 않고 급하게 옷을 걸치는 바람에 옷이 젖어 몸매가 살짝 드러났다.


자세히 보니 십사오 세 정도의 소녀였다. 성이난 소녀의 얼굴은 잘 익은 능금처럼 새빨갛다.


노소자는 소녀의 모습을 훔쳐보는 것이 도의에 어긋나는 것을 알기에 얼른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예쁜 아가씨, 그리 급하게 옷을 입지 않아도 우린 괜찮은데 무얼 그리 급하게 서두르는가.


이런 깊은 산속에서 우리와 논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으니 너무 서두르지 말게.”


“제미랄 놈아, 뭐가 어쩌고 어째?”


소녀는 눈을 치켜뜨고 욕을 했다. 그러나 남자들은 느물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몸매도 일품이고 얼굴도 양귀비 같은 것이 어째 쌍소리만 할까...?”


“네놈들이 내 몸매를 봤다고?”


아가씨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두 남자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노소자가 놀라서 그쪽을 보니 두 남자는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땅바닥에서 뒹굴다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들은 구르면서도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들의 손 사이로 시뻘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눈을 크게 다친 모양이었다.


노소자는 소녀가 손을 슬쩍 드는 것만 보았는데, 두 남자들은 금침에 찔려 눈에서 피를 흘리며 뒹굴고 있었다.


“너희들 두 눈깔을 빼버리려다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 그 정도로 그친 것이야! 목숨을 잃고 싶지 않으면 내 눈 앞에서 냉큼 꺼져라.”


주섬주섬 옷을 다 입은 어린 소녀가 삿대질을 하며 명령하였다.


물가로 굴러 떨어진 두 남자는 손바닥으로 눈을 감싸고 뛰어가다가 바위에 부딪혀 넘어졌다.


그러나 눈깔을 빼버린다는 말에 잔뜩 겁을 먹고, 엎어지고 자빠지며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산 아래로 도망쳤다.


어차피 찔릴 거면 일반 강철 침보단 비싼 금침에 찔린 것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랄까?


어린 소녀가 비싼 금침을 함부로 던지는 것을 보니 소녀의 집은 매우 잘 사는 것 같았다.


도망치는 불한당들을 바라보며 깔깔! 웃던 아가씨가 노소자가 숨어있는 나무를 쳐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이놈아! 네 스스로 눈깔을 뺄 테냐 아니면 내가 손수 네놈 눈깔을 빼주랴?”

삽화이미지2.jpg


작가의말

이제 드디어 갑갑한 동굴을 벗어나

무림에 첫 발을 내딛은 노소자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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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21화. 장단이괴(長短二怪), 장일이와 단이삼 +1 22.03.07 1,309 20 15쪽
20 제20화. 설화와 귀공자의 재회(再會) +1 22.03.06 1,367 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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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화. 탈혼이요(奪魂二妖), 양백옥과 양중옥 +2 22.03.05 1,489 23 15쪽
17 제 17화. 장비금강(長譬金剛) 진남수 +2 22.03.04 1,508 25 15쪽
16 제16화. 하남일마(河南一魔) 범무백 +2 22.03.03 1,568 26 13쪽
15 제15회. 금광(金鑛)으로 가는 길. +2 22.03.02 1,678 26 14쪽
14 제14화. 묘수신투(妙手神偸) 정일전 +2 22.03.01 1,716 24 15쪽
13 제13화. 하북이괴(河北二怪), 정소추와 정소동 +2 22.02.28 1,675 29 16쪽
12 쩨12화. 독불독(毒不毒) 곡형상 +2 22.02.27 1,809 28 18쪽
11 제11화. 무영문의 좌호법, 종남일학(終南一鶴). +2 22.02.26 1,814 29 14쪽
10 제10화. 만독비급(萬毒秘笈)의 출현. +2 22.02.25 1,911 28 14쪽
9 제9화. 남해일절(南海一絶) +2 22.02.24 1,921 32 15쪽
8 제8화. 손아래 누나 +2 22.02.23 2,037 29 16쪽
» 제7화. 무림출도(武林出道) +2 22.02.22 2,120 31 16쪽
6 제6화. 한식구가 되다. +4 22.02.21 2,152 35 14쪽
5 제5화. 무영문의 보물, 날개달린 도마뱀. +2 22.02.20 2,249 35 16쪽
4 제4화. 신비의 집단 무영문(無影門)의 문주를 만나다. +4 22.02.19 2,291 38 14쪽
3 제3화. 입문(入門) 무공을 배우는 길에 처음 들어섬. +4 22.02.18 2,655 37 22쪽
2 제2화. 하남삼걸(河南三傑)과의 조우(遭遇) +4 22.02.17 2,953 3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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