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라이크 던전으로 떨어졌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트로그
작품등록일 :
2022.05.11 12:54
최근연재일 :
2023.08.16 22:34
연재수 :
78 회
조회수 :
76,700
추천수 :
4,087
글자수 :
498,450

작성
22.07.14 21:01
조회
791
추천
51
글자
17쪽

43화 - 2층 : 레이드(4)

DUMMY

연합은 샤드로스의 날개가 잘려 바닥을 뒹굴자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환호를 내질렀다.

쓰러지자마자 몸을 일으킨 샤드로스는 24개의 마법진을 만들고 거기서 마법을 쏟아붓는 것으로 그들의 착각을 정정해주었다.


샤드로스의 날개가 잘린 건 그리 큰 피해가 아니었다. 비늘도 없고 샤드로스의 덩치에 비해 너무나 얇은 부위였다. 그렇게 약한데다 복잡한 장기도 없는 부위인 만큼 재생도 빨랐다.

잘린 날개를 붙이면 곧바로 붙을 것이요, 그러지 않고 있는 지금도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자라나고 있었다.


인간으로 치면 조금 긁힌 정도, 혹은 손톱을 깎다가 너무 깊게 깎은 정도와 비슷했다. 그 상처를 입히기 위해 이프날은 한계에 가까운 권능을 사용했다.

이프날은 24개의 마법진을 보고 다시 고함을 내지르려 했으나, 그의 목에서는 피가 부글거리는 소리가 날 뿐이었다. 아무래도 다시 고함을 내지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모양이었다. 그나마도 몇 번 쓰지 못할 테고.


“사제들! 막아!”


살호취는 사제들에게 명령을 내려서 공기를 바깥으로 밀어내 쏟아질 마법을 막으려 했다. 분명 소용은 있었다. 이윽고 쏟아지는 다양한 모양의 얼음, 화염, 전기, 독, 산성액의 6할 이상이 오크 사제들이 만들어낸 방어막에 막혔다.


나머지 4할을 막는 건 오크 마법사들의 일이었다. 살호취의 지시하에 마법을 쏘는 오크 마법사들은 샤드로스의 마법이 지상을 강타하기 전에 격추했다.


그리하여 마법이 모두 막혔지만, 그 탓에 샤드로스의 돌진을 막을 오크가 없었다.

브레스를 제외한 와이번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체고 70m, 몸길이 200m라는 생명체라기보다는 작은 산에 가까운 체격과 무적에 가까운 비늘의 방어력에서 나오는 신체 능력이다.


실제로 그 질주를 막는 건 불가능했다. 그나마 오크 사제들이 힘을 모두 합친다면 아주 느려지게라도 할 수 있으련만, 사제들은 쏟아지는 마법을 막기에도 바빴다.

샤드로스는 거침없이 달리고 꼬리를 마구 휘둘렀다. 그 누구도 그 돌진을 막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져서 도망갔다. 물론, 미처 도망가지 못한 이들은 무력하게 짓눌려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그리하여 거침없이 달린 샤드로스의 질주가 멈추어졌을 때는 수백이 죽었다. 그래도 연합이 놀고 있지는 않았다. 가까스로 몸을 피한 이들은 갈고리가 달린 사슬을 던져 샤드로스의 몸에 걸었다.


비록, 걸릴만한 장소가 없어서 대부분은 미끄러져 떨어졌지만, 그중 몇은 굴곡 있는 부분에 걸렸다. 근처에 있던 코볼트들이 샤드로스의 몸에 걸린 갈고리에 전기를 주입해 그 갈고리를 녹였다.


녹은 갈고리는 녹아내려 그 굴곡을 채웠고, 동시에 그 자력을 이용해 빗나간 갈고리를 끌어당겨 하나로 합쳐졌다. 샤드로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달렸다. 또 수백이 짓밟혀 죽었다. 피한 이들은 샤드로스가 멈춘 순간, 사슬을 붙잡았다.


순식간에 천이 넘는 숫자가 달라붙어 사슬을 잡아당겼다. 그중에는 다른 이들의 수십 배의 힘을 내는 의인과 트레이글의 권능으로 비슷한 힘을 내는 이프날도 끼어있었다. 아무리 샤드로스라도 달려서 가속도가 붙은 상태라면 몰라도, 멈춰선 상태에서 모든 힘을 견디며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저들의 힘이 자기를 붙잡을 수준이라고 해도 사슬이 버티지 못한다. 몇 초만 지나면 사슬이 끊어질 터였다.


그 몇 초면 충분했다.

샤드로스가 날뛰는 동안 다른 이들이라고 놀고 있지 않았다. 코볼트들은 자기가 보관해둔 무기와 죽어서 바닥에 떨어진 무기에 전기를 주입해 하늘로 띄웠다.


하늘로 떠오른 무기에는 지속해서 자력을 인도할 코볼트와 인간 기사들이 탑승해 있었다. 이윽고 천장에 도달하자 인간 기사들은 천장을 부쉈고, 코볼트들은 무기를 녹여 거대한 탑을 만들었다.


현우가 봤다면 거꾸로 선 송전탑이라고 했을 그 크고 텅 빈 탑은 기사들이 부순 바위로 채워졌다. 바위를 채우고 기다리던 코볼트들은 샤드로스의 움직임이 멈춘 틈을 놓치지 않았다.


하늘에 떠서 코볼트를 밀어내고 있던 무기들이 이제는 탑을 끌어당겼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자력이 담긴 무기가 많아지는바, 탑이 내려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으후하하하하! 소우룬도 이 정도 공격은 못 해봤겠지!”


탑의 가장 위쪽에는 에시도르가 있었다.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거대한 철판에 전기를 주입했다. 충분히 전기가 주입되자 철판의 극을 바꿔서 아래에 깔린 탑을 밀어내었다. 탑의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코볼트들에게 언질을 받았던 몇몇 랫맨들은 탑에 쥐를 붙여둔 상태였다. 그들은 곧바로 탑 근처에 나타나 붙잡고는 공기의 흐름을 바꿔 탑을 더 빠르게 내리꽂았다.


샤드로스는 그걸 봤지만, 피하기엔 늦었다. 마법으로 막아보려 했지만, 그 순간 이프날이 가까스로 고함을 지르는 데 성공했다. 그 고함에 휘말려 코볼트의 전기도 모두 사라졌지만, 탑은 충분히 가속된 뒤였다.


강철 첨탑이 샤드로스의 머리를 찔렀다. 산 하나가 통째로 충돌한 셈이었고, 아무리 샤드로스라도 그 충격마저 버티지는 못했다. 무적이라 생각했던 비늘이 찢기고 부서지며 첨탑의 끝이 머리를 조금 찔렀다.

비늘을 찢고 부수는 데 힘을 대부분 소모했기 때문에 첨탑이 두개골을 부수지는 못했다. 그저 비늘로 덮여 있던 피부와 약간의 근육을 찢었을 뿐이다.


사실, 그렇게 공을 들인 공격치고는 그리 깊은 상처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비늘이 워낙 단단한 덕분일 뿐, 거기에 실린 충격은 제아무리 대단한 와이번인 샤드로스라도 버티기 힘든 것이었다.

거기다가 대비하지 못한 충격이었던 탓일까, 잠시 의식마저 잃었다. 의식 잃은 샤드로스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히자 살호취가 외쳤다.


“지금이다!”


살호취는 그렇게 외치며 본인도 전쟁 망치를 들고 샤드로스에게 달려들었다. 샤드로스가 내던져 바닥에 처박혀 의식을 잃었던 우루취도 의식을 되찾는 데 성공하고 달려갔다. 남은 전사 오크들도 모두 샤드로스에게 달라붙었다.


일부는 뜯어진 머리 가죽을 향해 달려가고 일부는 입안에 들어갔다. 몇몇 인간 기사가 오크 전사들과 합류했다.


인간 기사들의 마나 두른 무기는 샤드로스의 비늘을 뚫기에는 한참 모자란 위력이었지만, 비늘이 덮이지 않은 부위를 찢기엔 충분했다. 인간 기사들이 상처를 내면 오크 전사들이 달라붙어 상처를 벌렸다.


한편, 살호취는 샤드로스의 머리에 올라탄 채 전쟁 망치를 들어 올리고는 가만히 있었다.


잠시 후, 샤드로스는 의식을 되찾았다. 의식을 되찾은 샤드로스는 가장 먼저 입을 다물었다. 우루취와 인간 기사들은 입이 닫히기 전에 잽싸게 빠져나왔지만, 오크 전사들은 대다수가 입에 갇혔다.


샤드로스는 혀로 입안을 더듬는 것으로 입안에 파고들었던 불청객들을 모조리 짓눌러 죽였다. 몇몇 오크 전사는 목구멍으로 들어가 내부에서 샤드로스를 죽이려 했지만, 수축하는 목구멍에 압사될 뿐이었다.


샤드로스는 입속에 들어간 불청객을 처리하면서 머리에 달라붙은 불청객도 치우려 했다. 먼저 하나 남은 날개로 아직도 꽂혀있던 탑을 뽑아 연합이 있는 곳에 내던진 뒤, 날개로 머리 위를 쓸어버리려 했다.


그 순간, 살호취가 들어 올렸던 망치를 아래로 내리쳤다. 살호취가 든 전쟁 망치는 아티팩트였다. 아티팩트답게 강력한 마법이 깃들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힘을 모으면 모을수록 이후의 공격이 강해지는 ‘파괴 축적’ 마법이었다.


일반적인 전투에서는 힘을 모으기 위해 멈춘 순간 역공당하니, 큰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하지만 충분히 힘을 모은 지금, 아티팩트는 과연 모두가 탐낼만할 위력을 발휘했다.


쾅-!


그 위력은 첨탑이 내리꽂혔을 때보다 강력했다. 억지로 버티려 시도한 결과 목이 부러졌고, 가장 단단해야 할 두개골도 심하게 금이 갔다. 코와 눈, 귀, 입 모든 부위에서 피가 쏟아졌다. 산이 무너지는 굉음과 함께 샤드로스의 머리가 바닥을 파고들었다.


그래도 이번엔 대비하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정신을 잃지 않는 데는 성공했다. 샤드로스는 어지러움과 고통을 참으며 마법진을 만들었다. 물 없는 방에서 해일이 몰아치고 머리 주위에는 폭풍이 일어났다. 하늘에서는 벼락이 마구치고 일행의 후방에서는 화산이 솟아오르더니 폭발해 용암을 뿜어대었다.


그 재해 탓에 또 무수히 많은 사람이 죽고, 진형이 망가졌다. 샤드로스는 그 혼란을 틈타 몸을 일으켰다. 목뼈가 부러졌지만, 근육으로 목을 지탱하고 머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다시 돌격했다. 아니, 돌격하려 했다.


“폭풍 치워!”


흡혈귀 사냥꾼들의 외침에 오크 사제들은 다른 마법보다 샤드로스의 머리 위에 몰아치는 폭풍을 없애는 걸 우선시했다.


머리에 몰아치던 폭풍이 사라지는 것을 신호로 흡혈귀 사냥꾼의 박격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여태까지는 제각기 다른 곳을 노리던 포탄이었으나, 지금은 하나의 표적이 있었다. 비늘이 벗겨져서 드러난 살점과 두개골.


샤드로스는 그 부분을 지키기 위해 목에 힘을 잔뜩 줘서 머리를 들고 있었지만, 박격포는 곡사포다.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 폭탄이 샤드로스의 상처를 노렸다.

샤드로스도 포탄이 날아오는 것을 봤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폭탄의 위력은 별것 없었다. 피한답시고 부러진 목을 움직이는 게 오히려 더 고통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 개가 넘는 포탄이 동시에 같은 위치에서 터지자 몇 배의 파괴력이 되었다. 비늘 없이 막을 수 있는 충격이 아니었다. 첨탑과 살호취의 전쟁 망치에 찢어진 상처가 더 심하게 찢어지고 두개골도 더 심하게 파손되었다.


‘저 오크 놈들!’


샤드로스는 오크 사제들을 바라보았다. 저것들이 만들어내는 방어막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모두 쓸어버릴 수 있었을 텐데.


분노한 샤드로스는 상처를 감수하기로 했다. 그는 부러진 목뼈가 근처에 있는 근육을 찢는 것을 감수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목구멍이 증기로 차오르자 그걸 그냥 뿜는 대신, 증기를 분리한 뒤, 결합하는 작업을 미리 하면서 뿜었다. 그 탓에 목구멍이 불타오를 테고 브레스는 그 상처가 나을 때까지 쓰지 못하겠지만 그마저 감수하리라.


샤드로스는 입에서 화염을 뿜어내었다. 그 자신도 버티지 못하는 열기였기에 목구멍이 불타오르고 이빨이 녹았지만, 그 희생 덕에 오크 사제와 오크 마법사 대다수가 사라졌다. 주위에 있던 다른 이들도 대다수가 죽었다.


이제 남은 숫자는 천이 넘지 않았다. 이 정도로는 자신을 막을 수 없다. 이프날을 슬쩍 바라보니 입에서 피를 수돗물처럼 뿜어대고 있었다.


이제 샤드로스는 힘을 아끼지 않고 마법을 퍼부었다. 닫혔던 차원 문이 열리더니 파편 따위가 아닌, 진짜 소행성을 떨어뜨렸다.

해일이 한차례 휩쓸어 물이 고인 바닥에는 소용돌이가 생겼다. 화산은 더욱더 거세게 불을 뿜어 용암을 운석처럼 떨어뜨렸다.


‘마지막 발악이군.’


이제 남은 숫자는 오백이 채 되지 않았지만, 살호취는 여유로웠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이제 저것이 마지막 공격이다. 이대로 가만히만 있어도 샤드로스는 죽을게 틀림없었다.


“머리 위쪽 폭풍 치워!”


그때 저 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살호취는 이제 다른 종족의 말을 들을 필요 없으니 제 몸을 건사하는 데 신경 쓰라는 명령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살호취가 새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오크 사제들은 훈련받은 대로 착실하게 행동했다. 다른 방어를 포기하고 샤드로스의 머리를 지키는 폭풍을 치우는 데 집중했다.


그 탓에 오크 사제들은 자기 몸을 지키지 못하고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부서졌다. 그 모습을 보며 살호취가 이를 빠득 갈고는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현우, 율리아, 세석, 에시도르가 있었다.


“으하하하! 마음에 드는 작전이야! 아주 마음에 들어!”


현우는 샤드로스가 마지막 발악을 시작한 순간, 세석, 율리아를 데리고 에시도르를 찾아갔다. 코볼트 중 가장 화려하게 전기를 뿜어대서 눈여겨보고 있었다.

에시도르에게 다가간 현우는 작전을 설명했다. 그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무기를 타고 다니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비행 수단을 생각하고 그걸 말해주었다.


‘괜한 설명을 했나?’


현우는 지구의 지식을 이용해 헬리콥터를 설명하려 했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막막했다. 원래 살던 세계에서 엔지니어도, 헬리콥터 조종사도 아니었던 현우가 헬리콥터에 대해서 자세히 알 리가 없었다.

그래서 TV나 인터넷에서 봤던 대략적인 모습과 원리만 대충 알려줬다. 그나마도 엉망인 설명이었는데, 에시도르는 몹시 만족스러워했다.


“그래. 그런 방법이면 일일이 자력으로 미리 물건을 안 띄워도 비행할 수 있겠어. 힘도 덜 들 테고.”


에시도르는 큰 철판 하나를 바닥에 깐 뒤, 그 중심에 철기둥 하나를 얹었다. 그 위에는 철구슬 하나와 철판 몇 개로 프로펠러를 만들었다. 뒤쪽에는 좀 더 작은 철기둥과 철구슬, 철판을 설치해 꼬리를 만들었다. 기초 교육도 안 받고도 코일건을 만드는 종족답게, 개떡 같은 현우의 설명을 찰떡처럼 알아들었다.


그리 하늘에 떠서 기회를 노리다가 샤드로스가 브레스를 뿜고 정상이 아닌 상태가 되자 작전에 돌입했다. 현우는 오크 사제들에게 폭풍을 없애라 외친 뒤에 보관해뒀던 독 물약 4개를 꺼내 모두 아래로 던졌다. 세석은 주머니를 활짝 열어서 가지고 있던 모든 폭탄을 아래로 쏟아내었다.


마지막 폭탄이 머리 위에 떨어지자 세석은 리모컨 하나를 눌렀다. 폭탄 하나가 터지면서 다른 폭탄들도 같이 폭발했다.


현우가 뿌린 독 물약이 감각을 둔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샤드로스의 반응이 늦었다. 막대한 폭발이 그 거대한 머리를 뒤흔들었다. 안 그래도 금이 가 있던 두개골은 이제 거의 박살이 나기 직전이었다.


연기가 걷히고 상처가 드러나자 현우와 율리아가 동시에 뛰어내렸다. 그와 동시에 현우, 율리아의 신발 밑창에 붙인 쇳조각이 머금던 전기가 자극을 바꾸었다.

그로 인해 에시도르가 몰고 있던 헬리콥터의 자력이 현우와 율리아를 밀어냈다.


현우는 아래로 떨어지면서 창을 회전시켰다. 율리아는 현우의 손목을 잡고 마나를 흘려 넣었다. 무기에 직접 닿지 않고 마나를 흘려 넣는 일은 힘들었지만, 오래 유지할 생각이 없으니 상관없었다.


회전이 극에 달한 순간, 현우는 금이 간 중심부에 창을 찔렀다. 창끝에 모인 한 점의 고열이 두개골을 녹였다. 창에 덧씌워진 마나가 그 열기를 충격과 함께 확산시켜 두개골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크롸라라라라!”


뒤늦게 공격을 알아차린 샤드로스는 날개를 뻗어 현우를 뭉개려 했다. 너무 늦었다. 이미 현우와 율리아의 몸이 박살 난 두개골을 넘어 뇌를 파고들었다.

뇌가 망가지는 와중에 샤드로스는 과거를 보았다. 용이 되기를 꿈꿔왔다. 수행을 하고 적을 짓뭉개도 용이 되지 못했다. 여전히 하찮은 와이번이었다.


그래서 편법을 쓰기로 했다. 누군가 지옥문 스크롤을 써서 악마들을 끌어당기는 차원문이 생기고, 거기에 억지로 몸을 밀어 넣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공간이동이 끝나기 전에 빠져나감으로써 차원의 틈새에 갇힐 생각이었다.


층과 층 사이. 모든 곳과 연결된 그곳이라면 자신을 용으로 만들어줄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다. 시도는 실패했다. 샤드로스는 다른 악마들과 마찬가지로 2층에 도착했다. 샤드로스는 2층에 있기에는 너무나 강대한 존재였기에, 던전은 샤드로스가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를 만들어 그를 가두었다.


샤드로스는 미로를 빠져나가기 위해 더 용이 되는데 집착했다. 2층의 존재는 약하기에 사냥을 해도 힘을 별로 주지 않았다. 그래서 잔뜩 먹어 치우고 싶었다. 그래서 도망치는 몇을 내버려 둬 공격대를 구상하게 했다. 모조리 먹어 치우기 위해서.


그 결과가 이 꼴이다. 몰려든 벌레들에 의해 이곳저곳 물어뜯기다가 뇌까지 파먹혀 죽을 운명.

샤드로스는 이젠 완전히 재생한 두 날개를 이용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긁어대었다. 그런다고 뇌를 파고든 현우와 율리아를 어쩔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결국 뇌가 곤죽이 된 샤드로스의 두 눈이 탁해졌다.

꼿꼿하게 세운 목은 축 늘어졌고, 기껏 다 나은 날개도 널브러지듯이 펴졌다. 엎어진 머리는 살짝 벌어졌는데, 이빨과 혀가 다 녹아서 흉측했다.

2층의 죄수였던 와이번 샤드로스는 그렇게 죽었다.


날아오던 소행성은 흡혈귀 사냥꾼의 박격포와 코볼트들이 쏘아대는 대포에 맞고 박살 났다. 소용돌이는 각각 수십씩 남은 오크 마법사와 오크 사제가 멈추었다. 폭발하던 화산은 용암에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 이프날이 뚜벅뚜벅 걸어가서 도끼 두 자루를 휘둘러 부숴버렸다.


연합이 승리했다.

방에 들어온 일만 중 삼백이 조금 넘는 숫자만이 살아남았지만, 어쨌든 승리했다. 모두 그 승리에 기뻐하며 함성을 내질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그라이크 던전으로 떨어졌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51화 - 3층 : 화염과 피의 주인(2) 23.01.25 295 12 13쪽
50 50화 - 3층 : 화염과 피의 주인(1) 23.01.24 305 9 13쪽
49 49화 - 2층 : 여물지 못한 요정(3) +1 23.01.19 311 13 12쪽
48 48화 - 2층 : 여물지 못한 요정(2) +7 23.01.15 428 17 18쪽
47 47화 - 2층 : 여물지 못한 요정(1) +9 22.07.30 833 37 13쪽
46 46화 - 2층 : 레이드(7) +9 22.07.27 682 39 13쪽
45 45화 - 2층 : 레이드(6) +3 22.07.20 725 38 16쪽
44 44화 - 2층 : 레이드(5) +4 22.07.18 716 45 15쪽
» 43화 - 2층 : 레이드(4) +8 22.07.14 792 51 17쪽
42 42화 - 2층 : 레이드(3) +5 22.07.14 771 53 12쪽
41 41화 - 2층 : 레이드(2) +4 22.07.12 775 48 14쪽
40 40화 - 2층 : 레이드(1) +5 22.07.12 805 45 15쪽
39 39화 - 2층 : 늪미로(4) +4 22.07.08 924 47 15쪽
38 38화 - 2층 : 늪미로(3) +3 22.07.04 939 50 14쪽
37 37화 - 2층 : 늪미로(2) +6 22.06.30 971 60 15쪽
36 36화 - 2층 : 늪미로(1) +4 22.06.27 1,024 53 14쪽
35 35화 - 2층 : 첫걸음(2) +3 22.06.25 1,008 50 13쪽
34 34화 - 2층 : 첫걸음(1) +3 22.06.23 1,045 55 16쪽
33 33화 - 1층 : BOSS 목마기수(3) +6 22.06.22 1,037 64 14쪽
32 32화 - 1층 : BOSS 목마기수(2) +7 22.06.21 1,032 67 11쪽
31 31화 - 1층 : BOSS 목마기수(1) +4 22.06.17 1,064 63 12쪽
30 30화 - 1층 : 낙원을 뒤로하고(3) +8 22.06.16 1,075 68 16쪽
29 29화 - 1층 : 낙원을 뒤로하고(2) +9 22.06.15 1,067 65 14쪽
28 28화 - 1층 : 낙원을 뒤로하고(1) +7 22.06.14 1,105 68 13쪽
27 27화 - 1층 : 배신당한 배신자(4) +9 22.06.13 1,129 70 14쪽
26 26화 - 1층 : 배신당한 배신자(3) +6 22.06.13 1,135 74 16쪽
25 25화 - 1층 : 배신당한 배신자(2) +10 22.06.10 1,171 64 13쪽
24 24화 - 1층 : 배신당한 배신자(1) +11 22.06.09 1,191 64 14쪽
23 23화 - 1층 : 악마와 헛수작(6) +10 22.06.08 1,180 72 16쪽
22 22화 - 1층 : 악마와 헛수작(5) +9 22.06.07 1,204 77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